10 ways to be different from a tyrant RAW novel - Chapter 142
9화-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네스 던의 힘은 꽤 쓸만했다.
“활이네요?”
신기해하며 중얼거리자, 아네스 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활대와 활을 합치면 이렇게……/
[창이네!]
“……네, 네. 맞습니다. 창이 되
죠.
[그리고 그거 가을밤의 힘이야! 맞지, 신관아?]
“네, 맞아요. 대단하십니다, 요정 왕님은.”
바바가 졸린 목소리로 답하자, 델이 히 하고 웃었다.
“ 가을밤?”
내가 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묻자, 의외로 답은 클로버 쪽에서 나왔다.
“가을밤의 신이라면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만.”
“응, 중급신이지만, 상급에 가까 운 신이지.”
“어디에 나오는데?”
“고서에서 가끔 볼 수 있습니 다.”
샤를에게 기대자, 그가 픽 웃으 며 날 그대로 안아 들어 어깨에 앉혀 버렸다.
어깨가 넓어서 내가 앉을 수 있 었다.
흐뭇한 마음으로 배시시 웃는데, 플레타 영애가 이쪽을 보다 눈을 재상 쪽으로 굴리는 것이 보였다.
‘어라?,
그리고는 클로버 재상의 어깨를 한 번 가늠해보고 고개를 다른 쪽 으로 돌렸다.
순식간에 지나간 일이라 재상은 모르는 것 같았지만, 그만 빼고 전부가 보았다.
‘아니, 우리 애기들도 빼고.’
아무튼 이것은 썸.
맞지?
더더욱 흐뭇한 미소를 짓자, 무 언가 생각에 잠겨 있다가 나를 본
클로버가 흠칫 놀랐다.
“뭐, 무슨 생각을 하시는 겁니 까? 왜 그렇게 음흉하게……
“뭐라고요?”
“……아닙……니다.”
살려주십시오.
그렇게 중얼거리며 그가 쭈그러 들었다.
어쨌거나 가을밤의 신의 힘은 무언가를 썩히는 데에 특화되어 있다는 대화를 하면서, 우리는 쑥 쑥 나아갔다.
그리고.
“벌써 끝이네요.”
아쉽다는 듯 중얼거리며 샤를의 어깨에서 내려오자, 샤를이 아쉬 운 눈빛을 보내며 나를 뒤에서 안 았다.
내 앞쪽에서 포개진 그의 팔을 두 손으로 꼬옥 잡으며, 아까부터 클로버와 똑같이 썩은 표정을 하 고 있는 이들을 돌아보았다.
“그럼 이제 저 종을 울리면 되는 건가요?”
“네에.”
우리를 꽤 무서워했던 아네스 경이 구겨진 얼굴을 애써 펴면서 답했다.
‘별로 특이한 외양은 아니네.’
종은 그저 오래된 느낌의 커다 란 종이었다.
그다지 아름답지도, 특이한 기운 이 돌지도 않았다.
하지만 우리 애기들은 무언가 달리 느끼는 건지 아까부터 조용 해져 있었다.
글렌을 깨워올까, 하고 숙덕이는 그들을 한 차례 본 뒤, 아네스를
바라보았다.
“종을 울리는 건 경이 먼저 하는 게 좋겠어요.”
그녀는 잠시 한숨을 길게 쉬더 니, 머리를 흔들어 정신을 차리고 내게 정중하게 허리를 숙였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당연한 일인 걸요. 그런데 얼마 나 오래 쳐야 하죠?”
“아마……으 적어도 반나절 정도는 쳐야 할 것입니다. 반란군들이 움 직일 수 없게 되기까지 그 정도 시간은 필요할 테니까요.”
“아하. 그게 저 종소리의 효과인 가 보네요.”
그보다, 그러면 혼자서 다 치기 는 벅차겠네.
“쳐보고 싶은가?”
샤를이 내게 입을 한번 맞춘 뒤 물었다.
나는 찡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 였다. 그가 피식 웃으며 종을 일 별했다.
“교대할 시간은 금방 올 것 같으 니 그때 마음껏 치면 되겠어.”
“샤를도 칠래요?”
“난 듣지.”
“……아직 아네스 경이 시작도 안 했습니다만.”
우리 대화를 듣던 클로버가 중 얼 거렸다.
“내버려 둬. 렛이 알아서 하루 종일 쳐준다는데.”
“바바. 하루 종일 쳐야 하는 거 구나? 너 아주 확신에 차 있다?”
아네스 경도 짐작을 했을 뿐이 었는데.
바바가 움찔했다.
“내 다음 타자는 너인 걸로. 어 때?”
“……알았어.”
바바가 흐물거리며 답했다.
태양신이 뭔가 말을 해준 모양 이었다.
어쨌든 그러면 저걸 치는 걸로 이 나라에 도움이 되는 게 확실하 다는 거니까 다행이긴 하다.
이윽고, 아네스가 종을 치기 시 작했다.
그리고 종이 울리는 순간.
우리는 모두 숨을 죽였다.
샤를까지도 나를 꽉 안은 채로 종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것은 뎅이라는 수식어로 표현 하기엔 너무 은은하고, 서글픈 소 리였다.
마치 돌아가지 못할 고향을 그 리는 듯.
아니, 그곳을 그리워하나 돌아가
기보다 그곳의 아름다움을 노래하 고 싶은 것 같았다.
너무 날것 그대로 다가오는 그 느낌에 듣는 이들은 숨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단 한 존재.
[훌쩍……』
[막내 데려오쟈……, 크충.]
[그래. 흑.]
오직 요정왕들 만이 그 은은하 게 심장 깊숙한 곳까지 울리는 소 리 앞에 소리를 냈다.
그들의 소리는 종소리를 방해하 기는커녕, 하나가 되어 어우러졌 다.
처음으로 애기들의 어린 목소리 가 아름답게 들렸다.
델이 방울방울 맺힌 눈물을 내 소매에 북북 닦고서, 델이 손가락 을 튕겼다.
동시에 그들 곁에 글렌이 나타 났다.
왜, 왜 잠들어 있지?
그런 의문을 뱉기 전에 글렌이 움찔 하고 눈을 떴고.
[깨는 거는 안 돼! 우리 선무우 음. 비밀이지, 참.]
딱.
으 ?캐
내가 지금 뭘 본 거지.
눈을 뜨자마자 울먹이는 넬에게 뒤통수를 가격당하고 다시 잠이 드는-엄밀히 말해 기절한- 글렌 을 보며 나는 입을 헤 벌렸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약 두 시간 정도 치고 난 아네 스가 슬슬 지치는 것이 보였다.
울면서 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이 종소리가 아네스를 많이 자극한 것 같네.’
저런 식으로 오열을 할 사람으 로 보이지는 않았는데.
꼭끅대면서 무언가를 몹시 그리 워하는 눈을 하고는, 아네스는 온 힘을 다해 종을 울리고 있었다.
힘이 달리기보다 정신적으로 지 치고 있는 것 같았다.
금방이라도 주저앉아 울 것 같 은 모습.
나는 그걸 가만히 보다가, 주변 을 한 번 둘러보았다.
그리고 확신했다.
‘저 종소리의 힘이 사람을 멈추 게 만드는 거라고 했지?’
설마,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그 리움을 자극하는 건가?
매우 신빙성 있는 추측이었다.
‘바람의 요정왕이라더니? 바람이 랑 이 현상이 무슨 상관이 있는 건지 모르겠네……/
하지만 그건 곧 내 착각이었음
이 드러났다.
“마력을 묶는 소리군.”
애초에 감정이 흔들린 적이 없 는 것 같은 샤를이 내게 말했다.
“마력을요? 난 모르겠는데.”
“신물의 힘 외의 힘은 다 묶이고 있어. 아니, 요정의 힘도 안 묶이 는 것 같군.”
“아하……오 그래서 발을 묶는 힘 이라고……, 근데 아네스 저래서야 계속 못 칠 것 같은데.”
“그대 차례인 것 같네.”
샤를이 슬쩍 웃으며 내 등을 밀 어주었다.
나는 심각하게 고개를 끄덕인 뒤, 슬슬 정신이 돌아오고 있는 일행의 걱정 어린-대체 왜?- 눈 빛을 받으며 성큼성큼 종으로 향 했다.
“ 아네스.”
그녀가 나를 돌아보았다.
까맣게 죽은 눈동자가 나를 향 하자, 나는 그녀를 꼬옥 안아주었 다.
흠칫하는 그녀를 두어 번 토닥 여준 뒤, 다정하게 말했다.
“이어서 칠게요. 저쪽에 가서 앉 아서 쉬어요.”
“……감사, 합니다.”
그녀는 나를 한참을 보다가, 종 소리가 멎기 전에 내게 천천히 고 개를 숙였다.
잠시 후, 그녀의 뒤를 이어 내가 종을 치는 막대기를 잡았다.
그리고.
댕댕댕댕 댕댕댕, 댕댕댕댕대앵!
종소리 때문에 또는 마력이 묶 인 탓에 슬픔에 빠진 이들의 기분 이라도 좋게 하기 위해, 나는 아 주 이타적인 마음으로 종을 울리 기 시작했다.
‘이런, 이런 희생정신이라니……, 나 솔직히 좀 대견하다.’
답지 않게 성스러워진 기분에 취해서, 나는 그대로 수십 곡을 종으로 연주했다.
위로를 받으세요, 왕국민들이여!
水 氷 半
“렛 님 좀 말려봐요.”
플레타 영애가 떨리는 눈으로 말하자, 재상이 그녀를 외면했다.
“말릴 수 있었으면 진즉에 했죠. 이건 텄어요.”
“하지만……;
오열하던 아네스 던도 얼빠진 얼굴로 종소리를 듣고 있었다.
마치 수업이 끝났을 때의 종소 리 같은 경망스러운 종소리가 저 성스러운 소리로 울리고 있었다.
“흥흥, 흥흥흥! 오지익 한 가지!”
가사도 있는 거구나.
렛님은 아주 즐겁게 엉덩이를 움찔거리면서 거의 춤을 추고 있 었다.
“……신물 능력 제대로 사용하게 되셔서 지치지도 않을걸? 포기 해……
바바가 슬며시 웃으면서 끼어들 었다.
뒷짐까지 진 모습이 몹시 얄미 웠으나, 아무렴 폐하만 할까.
샤를레앙, 그들의 주군께서는 흡 사 천사의 무대를 관람하는 것 같 은 표정으로 종소리 퍼포먼스를 감상하고 계셨으니까 말이다.
재상이 황제 쪽을 가리키며 다 크써클이 내려앉은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플레타 영애는 납득하고서 편하 게 자리를 잡았다.
“뭐하십니까?”
그리고 자리 잡고 바닥에 털썩 앉은 그녀를 보며 묻는 클로버에 게 답해주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감상이나 하 죠. 다행히 종소리가 아주 고와서 온종일 들어도 귀가 아프지는 않 을 것 같네요.”
클로버는 잠시 그녀를 기괴한 무언가처럼 보다가, 한숨을 푹 쉬 고 그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 친하네……/
바바가 둘을 보며 그렇게 생각 하는 줄도 모르고.
한편 학교 종이 땡땡땡을 엇박 자로 연주하는 렛 덕에, 아네스
던은 정신이 들어 있었다.
그리고 종소리가 베토벤의 영웅 멜로디를 연주하기 시작했을 때.
아네스는 빛이 돌아온 눈빛으로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폭군에게 차이는 10가지 방법
-외전 1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