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523)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23화(525/52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23화
“뭐야? 왜 문짝 뒤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어?”
이전에도 한 번 말했듯이 회귀 전에도 하도 띄엄띄엄 본 터라 모든 라운드를 다 꿰고 있지는 못했다. 그냥 류재희가 어디까지 올라갔는지랑 류재희가 떨어진 라운드, 그리고 우승자 정도?
류재희의 노래가 끝나자마자 4번 문 위의 조명이 꺼지더니 5번 문 위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며 5번 문 뒤의 가수가 열창을 시작했다.
아, 맞아. 저분도 나오셨지. 회귀 전 우승자와 같은 팀이 된 게 류재희한테 득일지 독일지 라운드 미션을 모르니 알 수가 없었다.
겉옷을 벗어 대충 소파 팔걸이에 얹어 두고 소파에 털썩 앉으니 김도빈이 굳이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설명을 해 주었다.
“1라운드가 조별 블라인드 테스트예요. 저기 다섯 명 중에서 투표로 한 명 떨어져요.”
음, 독이군. 하필 우승자랑 같은 팀이라. 나도 DTB 시즌 4에서 회귀 전 우승자였던 유피랑 예선에서 붙었던 걸 보면 이건 우리 그룹 징크스 같기도 했다.
“1조부터 4조까지 나뉘었는데 지금 재희 조에 쟁쟁한 가수들 다 모였어요. 막내 너무 헬조 걸렸는데 어떡해요?”
어떡하긴 뭘 어떡해. 녹화 끝난 방송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어. 투표로 떨어진 게 류재희가 아니었기만을 빌어야지.
류재희가 떨어졌다고 울적해하지 않고 다시 방송 찍으러 간 걸 보니까 붙었을 확률이 높아 보인다마는.
“그러면 지금 저기 다섯 문짝 뒤에는 3조만 있는 거냐?”
“네, 그렇죠. 형 오면 막내 몇 번 문 뒤에 있는 것 같냐고 맞춰 보라 하려고 했는데 형이 파트 두 번째 돌기도 전에 바로 맞춰 버릴 줄이야.”
“눈 감고 들어도 막내 목소리더만.”
몇 년을 같은 그룹으로 있었는데 못 알아채는 게 바보 아닌가.
“5번이 너무 잘했네. 하필 재희 차례가 5번 바로 앞이라서 상대적 내려치기 당하면 어떡하지?”
“하준아, 말이 씨가 된다니까. 우리 좋은 말만 하자. 너 윤이든 때는 탈락의 탈 자도 못 꺼내게 멤버들 잡도리했잖아.”
흔히 할 수 있는 걱정을 다큐로 받아들인 서예현이 견하준한테 한소리 했다. 누가 들으면 견하준이 류재희 탈락하라고 고사 지내는 줄 알겠어.
5번까지 한 바퀴를 돌고 이제 무작위로 파트 지목이 시작되었다. 한 사람이 똑같은 파트를 계속 하지 않으면서 다섯 명의 보컬을 확실히 비교할 수 있도록 파트 배분을 적절히 잘했다.
내가 듣지 못했던 1, 2, 3번의 노래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2번이 좀 자기 스타일보다 더 오버하면서 부르는 중이라 2번이 끝까지 저 페이스 유지하면 2번 탈락 확률이 제일 높을걸. 곡 때문에 그런가? 창법은 모르겠고 목소리만 들었을 땐 강태울 선배님 같은데.”
참고로 강태울 선배님은 90년대 발라드 전성기를 이끌었던 발라드 가수 중 하나였다.
그리고 1번은 그 시대의 올타임 레전드였던 여가수 최은정 선배님 같고, 3번은 디바라 불리던 댄스가수 엄수연 선배님인가?
5번은 확신할 수 있다. 대한민국 국민 3분의 2 정도는 노래 한 번씩 들어본 적 있고 밴드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락밴드 보컬 노강열 선배님이다.
쟁쟁한 가수들 다 모였다더니. 이건 그냥 쟁쟁한 정도가 아니라 데스매치 수준인데?
류재희는 이 경쟁자 라인업으로 1라운드를 치르고 있는 거였다. 만약 블라인드 테스트가 아니었으면 류재희가 탈락이었을 확률이 매우 높았다.
일단 연차도 제일 낮고 아무래도 현역 아이돌은 그 시절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가수들에 비하면 전문성에 조금 떨어져 보이기도 하니까. 제일 실력이 떨어진다는 선입견을 깔고 시작하는 거나 마찬가지라서.
DTB에서 아이돌 래퍼들이랑 그냥 래퍼들 선 긋는 거랑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선입견이라는 게 참 그래.
목소리와 창법으로 알아들을 사람은 다 문 뒤의 참가자가 누구인지 눈치챈다고 해도 일단 보이지 않으면 1차적으로는 보컬으로만 평가하게 되는 법이니 류재희한테는 오히려 1라운드가 블라인드 테스트인게 호재인 셈이었다.
1라운드에서 올라가면 일단 아이돌 보컬은 가수들보다 부족하다는 편견은 관객들 본인들의 선택이 틀렸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라도 한 꺼풀 꺾이게 될 테니.
무엇보다 이 라인업에서 무사히 살아남아 2라운드로 올라간 것 자체만으로도 류재희한테는 스펙이 되는 거다.
5번과 묶여서 화음 파트를 하는 류재희를 보고 한시름 놓았다.
가장 실력자인 5번에 먹히지 않고 본인의 페이스를 잘 유지하면서 어우러지는 걸 보니 관객들이 류재희한테 탈락표를 던질 확률은 낮아진 것 같았다.
회귀 전에도 1라운드를 저 조원들로 치렀나? 기억을 못 하니 안도를 못 하겠네. 이런 식으로 미래 지식 쓸모를 확인받고 싶지는 않았는데 말이다.
[[MC: 자, 투표를 시작하겠습니다. 다음 라운드에서 듣고 싶지 않은 보컬에 투표해 주시길 바랍니다.]“와, MC 멘트 미쳤다. 저런 멘트 듣고 투표로 떨어지면 진짜 마상이겠다.”기도하듯 양손 깍지를 꼭 낀 채로 김도빈이 감탄인지 한탄인지 모를 말을 내뱉었다. 다들 우리가 보고 있지 않으면 류재희한테 탈락표가 몰리기라도 하는 듯이 티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게 뭐라고 쫄리냐? 다들 나 DTB 나오는 거 볼 때도 이런 심정이었냐?”
다들 대답을 회피하는 걸 보니 DTB는 마음 편히 잘 본 모양이었다. 어쩐지 그때는 다들 긴장을 안 하고 평온한 얼굴로 보더라.
[[MC: 3, 2, 1. 투표 종료!]투표가 끝날 때까지 길게 늘어졌던 전주가 끝나며 1번부터 노래를 부르며 문을 열고 차례로 나오기 시작했다.
[국민가수 최은정!] [발라드 황태자 강태울!] [우리들의 영원한 DIVA, 엄수연!]한 명 한 명 정체가 밝혀질 때마다 엄청 놀라워 하면서 입을 틀어막거나 열정적으로 박수를 치는 판정단들의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진심 어린 리액션들을 보다가 김도빈한테 물었다.
“판정단들은 조 구성원들을 모르나?”
“모를걸요? 공정함을 위해서 판정단들한테는 안 알려줬던데요. 그래서 저 판정단들한테는 진짜 찐 블라인드 테스트. 우리야 시청자라 조 짜는 과정까지 다 봤으니까 알지, 저 사람들은 무대만 본 거잖아요.”
[판정단의 궁금증을 가장 유발시켰던 4번 가수의 정체는 바로…!]드디어 4번 문이 벌컥 열리고 류재희가 노래를 열창하며 무대 중앙으로 걸어 나왔다.
[대세 아이돌 레브 유제!]미친 듯이 열광하는 10~20대 여성들이 카메라에 잡혔다.
[이소경: 어머, 어머… 웬일이니. 너무 잘한다, 얘.] [정민우: 아이돌이야? 아니, 되게 어려 보이시는데?]대기실에서 무대를 보는 다른 참가자들의 감상평까지 살짝 보여주고 나서 다시 무대 위 류재희를 잡아주더니 5번 문으로 넘어갔다.
[가장 많은 감탄사를 불러일으켰던 5번 가수는…] [밴드 ‘적운’의 레전드 보컬 노강열!]류재희와 비슷한 수준의 환호가 객석에서 울렸다. 류재희가 5번에 묻히지 않고 판정단에게 5번과 비슷한 수준의 깊은 인상을 심어 줬다는 방증이나 다름없었다.
다섯 명의 목소리가 하나로 합쳐지며 하모니를 만들어냈다. 저 쟁쟁한 가수들을 한 무대에 세울 생각을 한 PD도 참 대단했다.
[혜란: 어우, 나는 저 조에서 맨정신으로 노래 못 해. 생각만 해도 손 떨린다야. 은정 언니는 목소리가 하나도 안 변했네.]다섯 명이 한 화면에 담기자 유독 우뚝 솟아 있는 류재희가 다시 한번 눈에 들어왔다.
“이야, 혼자 머리 우뚝 솟아 있는 거 봐라. 문짝이다, 문짝.”
인간 문짝 효과를 일으키는 류재희를 보며 킬킬거렸다. 드디어 노래가 끝나고 참가자들이 무대 중앙에 모여 섰다.
[MC: 투표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3조, 1라운드의 탈락자는…!]MC가 잠시 뜸을 들이고 잔뜩 긴장한 다섯 명의 얼굴을 한 번씩 클로즈업해서 차례로 보여 주고 다시 ‘3조, 1라운드의 탈락자는…!’ 소리 한 번 더 들려 주고 북소리 좀 들리고.
아주 전형적인 공중파 경연 프로그램 결과 발표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탈락자가 발표되었다.
[MC: 2번, 강태울입니다.]탄식을 내뱉는 강태울 선배님과 안도 어린 나머지 네 사람의 얼굴이 교차 되었다.
“막내 붙었다! 막내 붙었어!”
“그런데 진짜 2번… 강태울 선배님이 담백하게 불렀으면 결과가 어떻게 됐을지는 모르겠다. 이게 여자 보컬에 최적화된 노래라 상대적으로 남자 음정이 묻히는 감이 있었거든.”
“뭐 하러 그런 것까지 가정을 해. 막내 붙었으면 된 거지.”
서예현이 내 진지한 분석을 매정하게 잘라 냈다. 아니, 이렇게 분석을 해 놓으면 나중에 도와줄 일이라도 생길지 누가 알아.
[강태울: 1라운드부터… 떨어질 만하네요. 내가 원래부터 뽑기 운이 좀 없어.]MC에게 마이크를 건네받은 강태울 선배님이 탈락자 소감을 발표하며 넉살을 부렸다. 함께 무대를 한 네 명의 가수와 인사와 포옹을 나눈 강태울 선배님은 객석에 인사하고 탈락자 통로인 무대 왼쪽으로 나갔다.
[최은정, 엄수연, 유제, 노강열 생존]오른쪽 통로로 나오며 류재희가 손수건을 꺼내 이마에 흥건한 식은땀을 훔치는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엄수연: 세상에, 땀 좀 봐. 긴장 많이 했구나.] [최은정: 자, 물 좀 마시고. 잘했어, 너무 잘했어.] [유제: 감사합니다.]류재희가 배시시 웃으며 물컵을 받아 드는 모습이 클로즈업되며 류재희의 개인 인터뷰로 전환되었다.
[유제: 긴장보다는 부담감이 많이 컸죠. 아무래도 한 시대를 풍미하신 전설 분들이랑 같은 무대에 섰다 보니까… 그래도 그런 선배님들이랑 오늘 한 무대에 설 수 있어서 너무 영광이었어요. 최은정 선배님께 잘했다는 말도 듣고.]음방 MC 스케줄을 마치고 온 류재희는 티비 화면에 크게 뜬 본인 얼굴을 보고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거실 한복판에서 박수를 유도해 댔다.
“장하다, 막내! 우승까지 하자!”
“우리 그룹에 지상파 서바 우승자 한 명 있으니까 이제 공중파 경연 우승자 한 명 나올 차례지!”
아무리 카피캣 짓을 해도 아직 애는 애다. 아주 어른스러웠던 DTB 시즌 4 방영 당시의 나를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물론 방송 의상은 류재희가 좀 더 점잖긴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