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524)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24화(526/52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524화
한참을 TV 앞에 서서 멤버들의 칭찬을 만끽하던 류재희는 4조의 노래가 끝날 때쯤에야 소파에 가운데에 의기양양하게 털썩 앉았다.
“저게 뒤늦은 사춘기의 이유였구나.”
견하준이 픽 웃으며 류재희의 등을 가볍게 토닥였다.
류재희가 경연 전날까지 모든 멤버들을 달달 볶아 대긴 했지만 그중 견하준은 나랑 더불어서 류재희에게 제일 많이 시달렸던 투톱이었다.
나랑 견하준은 경연곡의 자세한 피드백용이었고, 서예현과 김도빈은 관객 반응 예비로 살피기용이었다.
류재희는 우리가 아무리 캐물어도 미션도, 경쟁자도 알려 주지 않고 오직 1라운드의 본인 경연곡만 알려 줄 뿐이었다.
티비로 보면서도 느끼긴 했지만 회귀 전 기억이 그렇게 간절했던 적이 없었다. 그걸 알았으면 궁금해서 속 터지는 일도 없었을 텐데 말이다.
DTB는 시즌 8 중반까지 다 꿰고 있던 걸 상기하자 내가 막내한테 관심이 없었구나 1초 반성하는 계기는 됐다.
하여튼 류재희는 어떤 미션인지 철저히 숨기고 경연곡만 미친 듯이 연습하고 목 관리를 하더니, 같은 조 라인업이 저렇다면 충분히 불안했을 만도 했다.
“조 배정되고 엄청 스트레스였어요. 누가 봐도 3조에서 탈락할 사람이 저잖아요.”
하긴, 따지자면 저 조 조합은 베토벤, 모차르트, 슈베르트, 바흐, 그리고 윤이든급이었다. 물론 이것보다는 덜 극단적이긴 하겠지만.
“류재, 그런데 왜 말 안 하고 속으로 끙끙 앓고만 있었어? 설마 우리가 미덥지 않았던 거야?”
김도빈이 입을 틀어막으며 물었다. 본인 딴으로는 충격 먹은 얼굴을 연출하고 싶었던 모양이지만 연기력이 부족해서 그저 하품하는 입 가리는 사람이 됐다.
“조원들을 말하고 형들한테 위로받으면, 정말로 내가 떨어질 만하다고 생각해 버려서 나 스스로 최선을 다하지 못할 것 같아서.”
류재희가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
“여기서 떨어지면 졌잘싸라고, 이 조별 구성이라면 1라운드에서 떨어지는 게 쪽팔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버리는 나 자신도 싫고. 전에 이든이 형이 그랬거든. 졌잘싸 따위는 없다고.”
“있더라. 승자보다 패자가 더 빛나는 순간도.”
DTB 때를 떠올리며 류재희의 정수리를 가볍게 두드렸다.
“그러니까 형 말에 너무 매몰되지 말고 마인드컨트롤 잘해, 인마.”
어느새 TV 화면은 1라운드의 생존자 16명을 비춰 주고 다음 주 예고를 내보내고 있었다.
[MC: 제2라운드, 음역대 소화 챌린지입니다.]내가 회귀 전에 2라운드는 봤다. 그다음 라운드 미션이 기억 안 나는 걸 보니 3라운드는 안 봤군.
“음역대 소화? 막 곡 음역대 룰렛 돌려서 바꿔 대는 건가?”
모르는 척하면서 2라운드 미션을 막 스포했다.
“고음은 자신 있는데 저음이 좀 걱정되긴 해요.”
류재희의 말에 서예현이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와, 신기하다. 나는 고음보다 저음이 훨씬 쉽던데.”
“그건 형이 저음으로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라 저음으로 가사를 읽는 걸 본인이 음을 넣어서 부른다고 착각하고 있어서 그러고.”
서예현과 한참을 또 저음을 잘하네 마네로 설전을 벌이다가 결국 일방적으로 ‘못한다’로 결론짓고 류재희의 머리를 가볍게 헤집었다.
“너 저음 파트도 잘 하잖아. 왜 이렇게 답지 않게 바짝 쫄았냐?”
“노강열 선배님 공연 영상 찾아봤는데 절로 겸손해지더라고요.”
한숨을 푹 내쉰 류재희가 나를 빛나는 눈동자로 바라보며 말했다.
“갑자기 형이 엄청 존경스러워졌어요. 어떻게 이런 압박감 속에서 경연 준비하면서 슬럼프 극복이랑 그룹 활동 준비까지 병행할 수가 있는 거예요?”
삐딱한 미소를 얼굴에 걸치며 되물었다.
“갑자기? 원래가 아니고?”
“…….”
헤드록을 선사해 주며 생각했다. 짜식이, 평소에도 이 형님을 향한 존경심을 칼같이 장착하고 있어야지. 존경심이 누구 말마따나 띠부띠부 씰이야? 뗐다 붙였다 하게? 어?
* * *
[불판?] 보이스 레거시(Voice Legacy) 실시간 달릴 일몽이들-막내 오랜만에 진짜 긴장한 거 같아서 ㄱㅇㅇㅋㅋㅋㅋ
-나름 5년 차 아이돌인데도 유제 저기에 있으니까 진짜 까마득한 막내네ㅋㅋㅋ
-아니 3조 구성 무슨 일이야 울 막내한테 왜 이래
-울 햄찌 뽑기운 무슨 일이야!!!! 도빈이 데려와!!!!
-아제발 일코밈을 여기에서 보고싶지 않았다고 최은정 노강열 그리고 유제 꼴이 나는 걸 보고싶지 않았다고
-와 수연웅니 진짜 예전이랑 똑같다 나이 안 먹은 거 같아
-DTB때 이든이의 아이돌 래퍼라는 위치는 딱히 불안하지 않았는데 왜 지금 이 경연 프로그램에서 아이돌 보컬이라는 재희 위치는 이렇게 불안하냐ㅠㅠㅠㅠ 괜히 사람들이 아이돌이라 노래 실력 다른 가수들보다 떨어진다고 색안경 쓰고 볼 것 같고 점수 깎고 시작할 것 같고 그래…..ㅠㅠ
-ㄹㅇ.. 나였어도 당장 유제 아니라 다른 아이돌 메보 나왔으면 아무리 메보여도 그 시절 중견가수들한테 어떻게 비비냐고 일단 후려치고 봤을 듯..
-블라인드 테스트라더니 진짜 문 뒤에서 하는 거냐고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찐 블라인드 테스트라 그런지 마음은 좀 놓이네
-“얼굴 가려줬으니까 노래로만 평가해 봐”
-DTB 복면강도ptsd온다
-4번문
-4
-4번문 유제
-4번이 누가 들어도 재희ㅋㅋㅋㅋ
-우리 언니 모르겠다는데 다들 팬심의 힘으로 알아보는 건가? 그런데 사실 나도 한 소절 끝나기도 전에 맞추긴 했어
-내가 최은정이랑 엄수연 목소리 구별 못하는 거랑 똑같은 거라고 생각함ㅋㅋ
-그런데 진짜 다섯 명 다 잘한다
-울아빠는 2번이 제일 별로라하고 울엄마는 3번이 제일 별로래 제발 판정단들도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으면ㅠㅠㅠ
-ㅇㄴ 재희 노래하는 거 들려서 거실로 달려 나왔는데 웬 문짝 다섯 개만 있어
-위치선정도 완전히 잘못함… 왜 하필 노강열씨 옆…
-괜찮아 우리메보 안묻혔어 잘하고있어
-어떡해 투표 시작한다
-나 투표 결과 못 보겠어 잠시 채널 돌리고 있을게 결과 나오면 삐삐쳐줘
-재희 잘했어 결과가 어떻게 되든 최선을 다했으니까 괜찮아
-다음에는 뽑기 대리 안될까요…. 같멤 뽑기운이 그렇게 기가 막힌데
-유제 살았다!!!!!!!
-와 강태울이 1라에서 떨어지는 경연 프로그램이라니 ㄹㅇ 빡세다
-울 막내 결승까지 쭉쭉 가자!
-식은땀 흐른 거 봐ㅠㅠㅠㅠㅠ 내가 봐도 라인업 식은땀나던데 그 틈바구니에서 탈락 걸고 노래불러야 했던 재희는 더 부담감 심했겠지ㅠㅠㅠ
-은정언니랑 수연언니 얼굴에 엄마미소 걸린거 봐ㅋㅋㅋㅋㅋ 저희 햄찌가 좀 귀엽죠?ㅋㅋㅋ
-우리 막내 단독 인터뷰 따였네
-레브 OA라이브 왔는데 애들 지금 자기들끼리 1라운드 중ㅋㅋㅋㅋ
-뭐얔ㅋㅋㅋ 미치겠다ㅋㅋㅋ 막내 자존심 세워주기 프로젝트야?ㅋㅋㅋ
<보이스 레거시> 1화가 끝날 때까지 불판에서 달리던 이들은 OA 앱 라이브 방송 알림을 받자마자 OA앱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On Air] Voice Legacy: Reve ver.라이브 방송에스는 레브의 연습실이 송출되고 있었다. 화면 너머에는 길게 설치해 놓은 빨랫줄에 총 다섯 개의 담요가 걸려 있었다.
심지어 <보이스 레거시> 1라운드 3조의 경연곡과 똑같은 곡이 흘러나왔다.
[투표는 끝나고 부탁드려요!]간주 중에 5번 담요 뒤의 이가 재빨리 공지하고, 담요 뒤에서 셀프 휴대폰 플래시를 비추며 <보이스 레거시>와 똑같이 한 소절씩 노래를 시작했다.
-1번 유제 2번 예현이 3번 하준이 4번 이든이 5번 도빈이
-하 탈락자 싸움 너무 치열하다
-중복투표 가능하나요? 2, 4, 5번을 탈락자로 지목하고 싶습니다
-룰을 그냥 생존자 투표로 바꾸는 게 어떨까
-이거 진지한 거야? 우리 웃으라고 하는 거지? 진지한 거 아니지? 나 웃어도 되지?
1라운드 3조 negative ver. 경연을 끝내놓고 여전히 담요 뒤에서 나오지 않은 채로 멤버들이 투표를 독려했다.
[자, 그럼 1등이랑 꼴등 번호 투표해 주세요.]-1/2
-1, 5
-1, 4
-3/2
……
볼 새도 없이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에서 언뜻 봐도 1등은 1번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간간이 3번도 보였다. 2, 4, 5번은 절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드디어 멤버들이 담요 뒤에서 모습을 공개했다. 팬들이 예상하던 순서랑 똑같았다.
[이야, 1등은 다 1번이라 하네.] [어때, 막내야? 막 자신감이 살아나고 그러지 않아?] [잠깐만, 꼴등 가려야지. 1번이랑 3번 빼고 지금 굉장히 골고루 나오고 있어요. 4444. 누가 이렇게 강조해서 보냈어. 사람 마음 상처 나게. 이건 4천4백4십4로 간주해서 무효표 처리로 하겠습니다.] [아니지! 4번 네 표로 처리해야지! 너 지금 시간 내서 투표해 주신 우리 데이드림의 정성을 무시하는 거야?] [누가 2번 222222 이렇게 10의 자리로만 쳐서 보내 주세요. 아, 바로 왔다. 감사합니다. 오케이, 형 10표.]-솔직히 공동 꼴찌 인정해 줘야 한다고 생각해
-저 셋 중 하나 나갔으면 졌잘싸도 못 됐겠다…. 파워메보 유제 보유그룹이라 매우 다행….
-선곡의 중요성 진짜 팍팍 느낀다 예전에 노래불러주던 자컨에서는 저 셋 이정도는 아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네, 이렇게 레브 보이시 레거시 1라운드는 1등 유제, 꼴등 예현이 형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야! 내가 왜 꼴등이야! 나 그렇게 많이 안 나왔어!] [현실 부정을 하시네. 아무튼, 그렇게 됐고요 저희는 다음 주에 2라운드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나 꼴등 아니라고! 재희 자신감 살려준다고 하는 거였는데 왜 내 자신감을 깎고 있냐고!] [자신감이… 있었어…?] [OA 라이브가 종료되었습니다.]* * *
3월은 류재희가 홀로 경연 예능을 나가는 달이기도 했지만, 우리 직속 후배 걸그룹인 니텐스가 데뷔하는 달이기도 했다.
과연 대표님이 우리한테 적용하지 못한 우주 세계관의 미련을 후배 그룹에게 적용했을까 궁금해서 뮤직비디오를 찾아봤는데 그냥 정말 잘 뽑혔다는 감상만 들 뿐 우주 세계관 따위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크러시보다는 스포티하고 힙한 감성을 더 두각해서, 너무 걸크러시로만 밀고 갔다가 초창기부터 삐끗했던 회귀 전 컨셉보다 훨씬 낫더라.
얘네들도 혹시…? 싶었지만 애초에 회귀 전과 멤버 구성이 완전 달랐다. 한 명 빼고 싹 달랐다. 그리고 회귀 전후가 똑같았던 멤버는 그렇게 똑부러지던 리더도 아니었다.
이런 젠장, 나도 슬슬 김도빈한테 물들어가나. LnL이 이렇게 바뀌고 후배 걸그룹 멤버 구성도 확 바뀌었는데 데뷔 콘셉트도 바뀔 수 있지. 당장 원래 데뷔 내정곡이었던 곡부터 달랐는데.
[98위-new ‘Nĭtens – ON IT’ ♥765]시작부터 TOP 100 진입이면 추이가 꽤 괜찮았다. 우리 데뷔곡은 차트인도 못했을뿐더러 아예 언금이 되어 있다는 걸 상기하자 괜히 입맛이 썼다.
씨바, 나도 회귀시켜 주려면 기왕이면 데뷔곡 나오기 전으로 회귀시켜 주지. 그랬으면 나도 내 곡으로 데뷔해서 데뷔곡이 언금곡이 되는 비극도 막고, 얼마나 좋아.
“데뷔곡부터 차트인 부럽다! 우리는 로 겨우 Top 100 끄트머리에 차트인했는데!”
“그러니까 말이야. 그래도 가 차트 진입했을 때가 95위였나?”
“100위 아니었어요? 완전 턱걸이었잖아요.”
“95위 아니었어? 나 차트 캡쳐해 놓은 거 있는데?”
“저도 100위 때 캡쳐한 거 있는데요?”
다들 말이 맞지 않는 멤버들을 보며 이마를 짚었다.
이런 망할, 이것도 덮어쓰기 덜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