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villain's infinite absorption power RAW novel - Chapter 123
124. 블러드 길드의 힘
쿵. 쿵. 쿵. 쿵.
날개는 폼인 것처럼 팀바가 육중한 몸으로 철퇴를 마구잡이로 휘두르며 수혁에게 다가왔다.
그 틈에 엘라소는 기척을 숨기고 몸을 감췄다.
“힘에 자신이 있나 보네?”
어깨에 걸쳐 놓은 대검을 있는 힘껏 양손으로 잡고 휘둘렀다.
대검에 서린 검붉은 기운과 보랏빛으로 빛이 나는 철퇴가 부딪치며 굉음을 냈다.
쾅!
수혁의 신체 능력치가 다른 조인족들을 압도했던 것과 달리 근육질의 팀바는 한 치도 물러남이 없었다.
서로의 대검과 철퇴가 뒤로 튕김과 동시에 다시 앞으로 되돌아왔다.
이번에는 정면을 약간 벗어났지만 서로의 생각이 겹쳤는지 대검과 철퇴가 또다시 충돌했다.
쾅! 쾅! 쾅! 쾅!
대검과 철퇴의 흐릿한 궤적 사이로 붉은빛과 보랏빛이 엉키며 생긴 불꽃이 도깨비불처럼 마구 일어났다.
다만 차이점이라면 최선을 다하는 팀바와 달리 수혁은 조금의 여유를 두고 있었다.
모습을 감춘 엘라소가 그의 뒤를 언제 노릴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철퇴를 쳐 내는 와중에도 수혁은 발밑의 그림자를 조금씩 퍼트려 나갔다.
아주 미세한 움직임으로 천천히 늘어나는 그림자가 뒤로 이동하는 것을 팀바는 볼 겨를이 없었다.
잠깐만 방심하면 철퇴를 쳐낸 대검이 무섭게 눈앞에 아른거렸기 때문이었다.
“너를 징벌하겠다!”
부리를 벌린 팀바가 외치자 보랏빛 전류가 과도하게 튀더니 철퇴의 크기가 2배는 더 커졌다.
과감히 승부수를 던진 모습에 수혁도 좌시할 수 없었다.
기운을 더 폭발적으로 끌어올린 대검으로 철퇴를 막아 내려 하자 엘라소가 공간을 찢으며 뒤에서 모습을 나타냈다.
손에 들린 세검은 잔뜩 독이 오른 벌침 같았다.
“걸렸다!”
“기다린 건 나야.”
입꼬리를 올리며 웃던 수혁의 신형이 먹물처럼 녹아내렸다.
“아니!”
엘라소와 팀바의 마주친 두 눈이 커졌다.
수혁이 사라지자 엘라소의 세검이 오히려 팀바의 철퇴에 부딪치며 부러졌다.
엘라소의 가슴팍 바로 앞에서 팀바의 철퇴가 멈추자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바닥의 그림자에서 치솟아오른 수혁의 대검이 곧바로 엘라소의 목을 잘라 버렸다.
“못된….”
뱅글뱅글 옆으로 날아가는 엘라소의 입에서 몇 마디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하여간 새대가리라니까.
“제물 녀석이이이–!!!”
깃털을 잔뜩 세운 팀바가 땅을 박차며 쇄도했다.
그러나 더 이상 걸릴 게 없어진 수혁을 이길 수는 없었다.
온전히 힘을 집중하자 조금씩 철퇴가 밀려나기 시작했다.
으드득.
잔뜩 흥분한 팀바가 최대한 크게 철퇴를 휘두르자 대검으로 막는 척하며 옆으로 흘리고는 서로의 호흡을 느낄 정도로 밀착했다.
인간이 아닌 팀바는 자신의 얼굴도 무기로 사용할 수 있는 존재.
침을 흘리며 날카로운 이빨이 가득한 부리를 내밀었으나 마중 나온 것은 날카로운 단검이었다.
“컥.”
밑에서부터 주둥이를 뚫고 나온 단검이 머릿속을 헤집어놓자 팀바의 눈알이 뒤집어졌다.
죽음을 맞이한 팀바는 힘을 잃은 두 다리와 함께 풀썩 쓰러졌다.
외신의 기운을 계속해서 흡수하며 힘을 키웠더니 이제 초반과 달리 가디언들의 싸움이 어렵지 않았다.
신전에서 기운을 흡수하고 게이트를 타고 넘어가 다른 신전의 기운마저도 흡수했다.
신이 난 망토만큼이나 수혁 역시 활력이 넘쳤다.
레벨 93 달성.
이제 길드원들과 비슷한 레벨대로 올라섰다.
빠른 레벨 업 달성에 곧 만렙을 앞둔 길드원들이 깜짝 놀라겠지?
나보다 먼저 만렙 찍고 강한 모습을 잔뜩 보여 준다던 홍영기가 깜짝 놀랄 표정이 기대되네.
지금 당장은 수혁으로 인해 사라졌지만 외신의 기운은 시간이 지나면 다시 생겨날 것이었다.
일단은 생각했던 목표를 달성한 것에 만족했다.
“이걸로 당분간 드미트리가 지구로 쳐들어올 일은 없겠지.”
게이트를 빠져나와 바다를 헤엄친 수혁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눈앞에 보이는 절벽을 몇 번 박차기도 전에 도달한 그는 절벽 끝에 걸터앉아 옷을 말렸다.
“이봐요-! 위험해요!”
“저 사람 헌턴가?”
절벽 끝에 걸터앉은 수혁을 본 관광객들이 멀리서 소리쳤다.
그들의 만류에 못 이기는 척 일어선 수혁이 뒤를 돌아보았다.
대서양의 넓은 바다에서 잔잔한 파도만 계속해서 밀려와 절벽에 부딪히며 아스러졌다.
당분간은 별일 없겠지.
일차적인 목표를 달성했으니 키프로스, 비비안과 앞으로의 일정에 관해 얘기해 보기로 마음먹고는 영국으로 가는 게이트를 만든 수혁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어?! 어디 갔지? 설마 뛰어내렸나?!”
절벽에 다가온 관광객들은 수혁이 사라지자 급히 절벽 밑을 살폈으나 그들 눈에는 파도로 인해 생긴 하얀 포말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 * *
“훌륭하군! 예상보다도 더 빠른 성과였어. 이제 남은 건 폭주하는 게이트에 남은 잔여 키메라들만 상대하면 되겠네.”
“오염된 키메라라 문제지만요.”
키프로스가 머리를 뱅글뱅글 돌리며 기뻐하는 것과 달리 비비안의 푸석푸석한 얼굴은 거칠기 그지없었다.
게이트 폭주로 튀어나온 키메라를 막 잡고 온 터라 비비안의 온몸은 땀에 젖은 상태였다.
“어느 누가 쓸데없는 녀석들을 만들어 내서 이 고생이지요. 난 씻으러 가야겠어요.”
비비안이 머리 위의 키프로스를 흘겨보았다.
그러나 키프로스는 그녀의 시선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랑스럽게 떠들어 댔다.
“푸하하하. 그때에는 위대한 창조물을 만들어 내는데 심취한 터라 어쩔 수가 없었다고~ 죄다 드미트리 녀석에게 빼앗긴 것은 너무나 아쉽긴 하네. 그나저나 드미트리가 분노에 부들부들 떨 생각을 하니 통쾌하구나. 그 녀석은 지금 무슨 상황인지 전혀 이해하지도 못할 텐데 말이야. 낄낄낄낄.”
기뻐 날아가는 키프로스를 억지로 붙잡아 온 수혁이 앞에 놓인 의자에 앉혔다.
기뻐하는 키프로스와 달리 수혁은 마음 놓고 웃을 수가 없었다.
“문제는 내가 더 이상 경험치를 못 얻는 거다. 외신이 저주라도 걸었는지 더 이상 게이트의 몬스터들로는 성장이 안 돼. 몬스터의 피를 흡혈하는 것은 괜찮지만 레벨이 오르는 것에 비할 수는 없어.”
“흐음… 일단은 외신의 기운이 다시 생길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하지만 이 기운은 현재는 없는 게 더 낫다는 건 알고 있지?”
“그래서 더 아쉬운 면은 있지. 외신의 기운은 짭짤했거든.”
“푸하하하하. 외신이 화가 날 만하구나. 자신의 힘을 모기처럼 빨아가니 당연히 싫어하지.”
키프로스와 수혁이 시시덕거리는 사이 샤워를 마친 비비안이 물기가 떨어지는 머리를 수건으로 묶은 채 하얀 가운만 걸치고 나타났다.
얼굴의 윤기가 살아난 그녀가 홍조를 띤 얼굴로 수혁을 응시했다.
그녀의 한 손에는 와인이, 다른 손에는 와인 잔이 들려있었다.
입맛을 다신 그녀는 먹이를 노리는 매의 눈빛을 숨기지 않았다.
“고생했는데 씻고 와요. 한잔하면서 그간 쌓인 얘기나 좀 하는 건 어때요?”
“방은 많이 있으니 쉬는 데 문제는 없겠군.”
“다른 방은 사용을 안 해서 먼지투성이라 여기서 자도 돼요.”
공작가의 커다란 저택엔 수십 개의 방이 존재했다.
그러나 다른 방은 계속해서 더럽다는 말을 강조하는 그녀였다.
대놓고 유혹하는 그녀의 행동에 키프로스가 헛기침을 하더니 의자에서 떠올랐다.
그가 눈은 없어졌어도 눈치는 살아 있었다.
“크흠… 나는 드미트리 녀석이 혹시나 무슨 주문으로 나타날지 조용한 곳에서 고민해 봐야겠군.”
뽈뽈뽈.
키프로스가 문밖으로 사라졌다.
방해꾼이 사라지자 반달 모양의 눈웃음과 함께 비비안이 수혁에게 다가와 와인 잔을 건넸다.
가운을 입은 그녀의 몸에서 향긋한 풋사과 향이 풍겼다.
“내가 와인 맛은 잘 몰라서.”
“맛이 중요한가요. 같이 먹는 사람이 중요하지.”
그녀가 따라 준 와인에서 베리류의 풍부한 과일 향과 잘 익은 건포도, 구수한 빵 내음이 풍겼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압도적인 향은 수혁의 바로 옆에 다가온 비비안의 살 내음이었다.
“짠?”
“짠.”
입 안으로 와인을 넘겼지만 풍부했던 향과 달리 입안에서는 아무런 맛도 느낄 수 없었다.
수혁의 머릿속은 이미 다른 생각으로 가득 차 폭발하기 직전이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더니 얼굴이 서서히 가까워졌다.
비비안의 입술에서 풍기는 달큼한 와인의 향기가 코를 자극했다.
우우우-웅. 우우우-웅.
분위기를 자르며 수혁의 폰이 거칠게 진동했다.
그냥 무시하고 진행하기엔 찜찜했던 수혁이 폰을 확인하고는 눈이 커졌다.
“예현이?”
“?!!”
귀신같은 타이밍이라니.
하지만 그것보다 더 놀라웠던 것은 그녀가 보낸 내용이었다.
한순간 싸늘해진 수혁의 얼굴을 확인한 비비안은 애써 아쉬움을 감췄다.
“급한 일인가 보죠?”
“…그러게. 당장 한국으로 돌아가 봐야겠어. 와인 잘 마셨어. 다음에 또 한잔하자고.”
곧바로 한국으로 돌아가는 게이트를 만들어 낸 수혁이 손을 흔들며 사라졌다.
수혁이 사라지자 와인 잔을 살살 돌리다 남은 와인을 단숨에 들이마신 비비안이 아쉬운지 와인 병을 다시 집어 들었다.
“쩝….”
* * *
게이트를 통과한 수혁은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왔다.
사무실 내부에는 이미 심각한 표정의 길드원들이 모여 있다 수혁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길드장님?!”
자신이 보낸 연락을 보자마자 수혁이 나타날 줄은 몰랐는지 김예현의 눈이 보름달처럼 커졌다.
“지금 누가 조사를 받는다고?”
“헌터 협회장님하고, 영기 오빠, 지헌이, 마린느 언니까지 4명이요.”
수혁의 질문에 박이현이 재빨리 대답했다.
홍영기가 잡혀가서 그런지 그녀의 얼굴이 사뭇 상기되어있었다.
“다들 순순히 조사받으러 간 거야?”
“그렇죠… 빌런도 아닌데 거부하고 깽판 칠 수는 없잖아요? 지금 그리고 길드장님한테도 출석하라고 통지서가 날아왔어요. 그리고 웃긴 건 우리 블러드 길드가 영업 정지래요.”
그녀가 건네준 통지서를 읽어 본 수혁이 피식 웃고는 쓰레기통으로 내던졌다.
“헌터 관리법에 의거한 영업정지 3개월? 우리가 무슨 식당이야?”
다들 몬스터나 빌런들을 상대할 줄만 알았기에 국가 기관에서 범죄자라고 낙인을 찍으려 하자 다들 불안감에 떠는 중이었다.
사실 힘으로 쳐부수면 그 누가 말리겠냐만 그래서는 빌런과 다를 게 없었다.
“내가 처리할 테니 다들 걱정하지 마. 그동안 고생했는데 다들 개인 훈련에 집중하고 나름 휴가라고 생각해. 이 헌터님도 와이프분 혼자 놔두고 열심히 일했으니 이번에 가족들하고 충분히 시간 좀 보내세요. 예현이하고 이현이도 마찬가지고.”
“어쩌실 겁니까?”
씁쓸한 얼굴의 이명한이 묻자 수혁의 싸늘한 미소가 짙어졌다.
지금 누구보다 가장 크게 분노하는 것은 수혁, 본인이었다.
“아무래도 우리 길드의 힘을 보여 줘야겠군요.”
* * *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대검찰청.
본래 헌터 관련 범죄는 헌터 협회에서 자체적으로 조사 후 검찰에 넘기는 형태였지만 헌터 협회장이 불법적인 일들로 수사를 받자 검찰에서 직접 나섰다.
헌터 범죄 특별 수사부를 꾸린 직후 헌터 협회장을 비롯해 블러드 길드원들까지 불러들인 그들은 하루가 넘도록 그들을 압박하고 있었다.
헌터 범죄 특별 수사부의 부장 검사를 맡은 구본정은 날카로운 눈으로 각종 서류를 들여다보는 중이었다.
이번 특별 수사부의 검사들은 전원 각성자로 이루어져 구본정 역시 솔저 등급에 해당하는 헌터였다.
“계속해서 억울하다는 말만 하는군요. 대화가 안 통합니다.”
그의 앞에 보고하러 온 검사들의 말에도 고개조차 들지 않고 서류만 쳐다보던 그가 입을 열었다.
“제보자도 확실하고, 시나리오는 다 정해 줬잖아. 그대로 기소만 해. 화가 나서 폭력이라도 휘두르면 더 땡큐지. 능력자가 힘을 못 쓰니 얼마나 근질근질하겠어. 안 그래? 더 긁어 봐.”
“…그래도 재판까지 간다면 법리적으로 저희가 더 불리할 수도 있습니다.”
검사의 말에 처음으로 구본정의 고개가 올라가며 띠꺼운 시선을 쏘아 댔다.
“이거 VIP 특별 지시야. 통일 한국을 달성하고 이루어지는 일종의 구조 조정이라고. 아무리 헌터들이 무법자들처럼 행동한다지만 우리는 법치 국가라는 걸 잊지 마. 우리가 밀리면 법이 무너지는 거야. 알았어? 우리가 곧 법이야!”
거세게 부하들을 다그치는 구본정의 말에 검사들이 고개를 들지 못했다.
험악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젊은 검사가 다급히 문을 열며 방으로 들어왔다.
“블러드 길드장이 출석했습니다!”
구본정과 부하 검사들이 일제히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계단을 우르르 내려간 그들의 앞에 가장 중요한 인물인 블러드 길드장이 주머니에 양손을 집어넣고 당당한 자세로 건물 1층 로비에 서 있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시선을 사로잡은 건 그의 뒤에 서 있는 수십 명의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얼굴을 알아본 구본정을 비롯한 검사들이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전직 대법관, 검찰 청장에 부장 판사에… 제기랄.”
구본정보다 선배였던 이들이 속한 자들이 가득한 국내 1, 2, 3위 로펌의 특급 변호사들을 수혁이 블러드 길드의 막대한 자본으로 고용해 버렸다.
이럴 때 돈 쓰는 거지.
“오라고 해서 왔습니다만?”
미소 짓는 수혁의 얼굴에 구본정과 검사들은 웃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