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villain's infinite absorption power RAW novel - Chapter 126
127. 급변하는 사회
“사람 살려-!”
끼이이익. 펑!
도로를 운행하던 차들이 순식간에 뒤집어졌고 혼란에 빠진 사람들은 도망가기 바빴다.
도심 곳곳에는 게이트에서 튀어나온 몬스터가 마구잡이로 사람들을 잡아먹고 있었다.
낙타의 몸에 개구리의 다리, 양의 머리를 한 키메라들이었다.
“사람들을 먼저 구해! 몬스터들은 내가 처리한다!”
“네!”
수혁의 지시에 블러드 길드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빌딩 위로 펄쩍 뛰어오른 수혁이 도로에서 차를 부수고 있는 키메라의 머리통을 대검으로 한 번에 잘라 냈다.
이어서 부서진 차 문을 뜯어내 차에서 탈출하지 못한 사람들을 도왔다.
“이곳에서 도망치세요.”
“가… 감사합니다!”
수혁이 도와준 일가족은 감사의 인사를 전한 뒤 곧장 멀리 달아났다.
그들이 무사히 도망가는 걸 지켜본 수혁은 다시 시선을 전방으로 향했다.
“게이트가….”
도시 곳곳에 폭주한 게이트 여럿이 눈에 들어왔다.
그곳에서 튀어나온 것은 키메라뿐만 아니라 탑에서 볼법한 거인족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게다가 거인족들이 타락했는지 두 눈이 벌게진 상태로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잡아먹고 있었다.
재빨리 쇄도한 수혁의 대검이 거인족들의 몸을 네 조각으로 만들었다.
그들이 커럽티드로 변하기도 전에 죽었으나 주변에는 뜯어먹힌 시신들이 가득했다.
“왜지?! 분명 외신의 기운을 끊어 냈는데….”
외신의 기운을 끊어 냈기 때문에 드미트리가 결코 탑의 몬스터들을 풀어 놓을 수 없었을 텐데 지금 이 광경은 분명 드미트리의 짓이 분명했다.
이 사태를 알 법한 사람은 키프로스.
즉시 비비안에게 폰을 연결했다.
– 수혁 씨? 지금. 좀. 바빠서.
“그쪽도 몬스터들이 게이트에서 튀어나왔나?”
– 지금. 전 세계가. 하아압!
보아하니 전투로 인해 바쁜 모양인 게 분명했다.
“나중에 다시 연락하지.”
– 조만간. 다시.
우선은 도시의 혼란을 먼저 잠재우는 것이 먼저다.
평화로웠던 서울은 사방에 널리 퍼진 피 냄새가 온통 진동했다.
그 사이에서 고약한 악취를 내뿜는 몬스터들을 향해 수혁이 쉬지 않고 발을 놀렸다.
“저희가 막는 동안 저쪽으로 도망치세요! 저쪽에 있던 몬스터는 저희가 처리해 놨습니다.”
“감사합니다! 여보! 얘들아! 이쪽이야!”
홍영기가 가리킨 방향으로 사람들이 대피하기 시작했다.
“먹이…… 이리 와…… 크르르르….”
멀리 도망가는 사람들을 향해 거인들이 침을 흘리며 다가가자 최지헌이 그 앞을 막아섰다.
“더는 못 간다 이 짐승들아!”
“크르르르….”
갈증에 못 이긴 거인이 곧장 들고 있던 몽둥이를 휘둘렀다.
부우-웅.
머리 위를 스치는 몽둥이 밑으로 파고든 최지헌이 엑스칼리버로 거인의 발목을 잘라 냈다.
“쿠우우-”
고통도 잠시, 화가 난 거인이 최지헌을 잡으려 손을 뻗었으나 멀리서 날아온 화살이 손가락에 꽂히자 펼친 손을 오므릴 수밖에 없었다.
“크르르르….”
“지금이야!”
박이현의 외침과 함께 거인의 등을 타고 머리끝까지 올라간 최지헌이 엑스칼리버를 수직으로 머리통을 찍었다.
이어지는 마력의 분출에 머릿속이 헤집어진 거인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쓰러졌다.
그러나 고작 거인 한 마리를 잡았다고 전투가 끝나는 것은 아니었다.
아직 도시에는 여전히 많은 몬스터가 배회하는 상태였다.
* * *
몬스터들과 싸우는 수많은 헌터가 목숨을 잃는 중이었지만 살아남은 헌터들은 빠르게 레벨 업을 하기 시작했다.
탑에서 나오는 수준인 키메라나 거인족은 기본적으로 슈페리얼급 이상인만큼 얻을 수 있는 경험치가 상당했다.
“으아악!”
“정면으로 막지 말고 공격을 최대한 흘려!”
키메라 한 마리를 상대하는 계룡 길드원들 십여 명은 길드장의 지시에 따라 싸웠으나 그들의 실력만으로는 방어만 하기도 벅찼다.
계룡 길드장이 키메라의 주위를 돌며 공격의 기회를 엿보았으나 오히려 꼬리에 맞아 뒤로 날아갔다.
“크윽. 내 팔이… 포셔-어언!”
부러진 팔에 길드원이 다가와 포션을 마구 들이부었다.
그들의 수입에 비하면 과도한 지출이지만 지금 목숨이 아쉬운 만큼 아낄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계룡 길드장이 부상으로 나가떨어진 사이 키메라에게 목숨을 잃는 길드원들이 조금씩 늘어났다.
“제기랄. 다른 헌터들은 전부 어디 있는 거야? 헌터 협회는 연락 안 돼?”
“헌터 협회장이 재판에 나가서 아직 복귀를 못 했답니다.”
“이런 빌어먹을. 이런 시기에 무슨 재판이야! 헌터 협회장이 얼마나 청렴하고 열심히 하는지는 모두가 아는데. 팔은 대충 몸에 묶어만 놔.”
“네?! 길드장님. 지금….”
“길드원들이 죽어 나가잖아! 이럴 시간 없어.”
부목으로 대충 팔을 감싼 뒤, 포션으로 인해 팔이 붙기도 전에 길드장은 바닥에 놓인 검을 집어 들었다.
“여기서 싸우다 죽는 거다.”
“네!”
전의를 불태운 그들이 키메라에게 다시 돌진할 무렵, 하늘에서 뇌성이 울리더니 순식간에 벼락이 키메라에게 떨어졌다.
“키에에에엑-!”
몸의 절반이 타 버린 키메라가 괴성을 지르자 계룡 길드장이 의아함을 느꼈다.
“누가….”
빌딩의 지붕 위에서 검을 들고 날아든 김상중이 순식간에 키메라의 목을 잘라 냈다.
이어서 그의 뒤를 따르는 헌터 협회의 정예 부하들이 아직도 움직이는 키메라의 팔과 다리를 끊어 냈다.
계룡 길드장과 길드원들이 그 모습을 넋을 잃고 쳐다보았다.
“괜찮습니까?”
“헌터 협회장님….”
“부상을 입은 사람에게는 미안하지만 혹시 더 움직여 줄 수 있습니까? 아직 사태가 끝난 것이 아닙니다.”
“물론입니다! 저희가 돕겠습니다!”
“고맙군요.”
늠름한 김상중의 뒤를 계룡 길드가 주저하지 않고 따라갔다.
그렇게 김상중 덕에 탈출하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그의 뒤를 따르는 헌터들이 점점 수가 불어났다.
헌터들의 수가 늘어날수록 대규모의 지휘를 문제없이 할 수 있는 것은 김상중뿐이었다.
살아남은 모든 사람이 그런 김상중의 모습을 놓치지 않고 지켜보았다.
* * *
“다른 헌터들은 어디 있죠-?!”
“정부는 뭐합니까?!”
“그들도 현재 최선을 다하는 중일 겁니다. 일단 대피부터 하시죠.”
수혁이 구해 준 시민들의 질문은 하나같이 똑같았다.
다른 헌터들은 어딨는지, 정부는 무얼 하는지.
정상적인 기능들이 전부 마비가 된 사태에 직면했다.
모든 헌터가 지금 얼마나 열심히 싸우는 상황인지 잘 아는 수혁이었다.
따라서 수혁은 적당히 말을 둘러대며 시민들을 안심시키려 했다.
그러나 헌터의 수는 한정적이기에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갔다.
보이는 족족 몬스터를 잡으며 움직이던 수혁은 어느새 청와대가 있는 종로 주변에 도착했다.
이곳 역시 거센 전투가 벌어졌는지 도로 곳곳이 움푹 파여 있었으며 파괴된 건물들이 즐비했다.
그러나 청와대에서 수많은 인기척이 느껴지자 수혁은 의문을 가졌다.
저 수많은 사람 전부가 헌터일 것이 분명한데 다들 청와대 내부에서 대기할 뿐 혼란에 빠진 도시를 구원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청와대 정문에 다가간 수혁의 모습에 경계를 서던 헌터들이 무기를 겨눴다 그의 얼굴을 알아보고는 환하게 반겼다.
익숙한 얼굴인 점은 수혁 역시 마찬가지였다.
“블러드 길드장님?”
“태백 길드원들입니까?”
“네! 맞습니다. 같이 평양으로 올라갔던 거 기억하십니까?”
“다들 여기서 뭐 합니까? 지금 도시에 몬스터들이 즐비하고 도움이 필요합니다.”
따지듯 묻는 수혁의 말에 그들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저 많은 헌터 모두가 움직인다면 좀 더 많은 시민들을 구할 수 있을 것이 분명한데….
저들을 움직여야 한다.
“그게… 일단 저희들이 맡은 역할이 있어서… 지금 이곳 청와대 내부에도 게이트가 생겨 몬스터들을 처리하느라 바쁩니다.”
“제가 느끼기로 몬스터들은 전부 처리가 완료된 것 같은데 아닙니까?”
“어… 음… 일단 안으로 들어가 보시죠. 저희 길드장님과 일단 대화를 해 보시는 게 나을 듯합니다. 저희들도 움직이고 싶은데 명령이 없어서….”
그들의 안내에 따라 청와대 본관으로 향한 수혁은 어째서 이들이 이곳에 묶여 있는지 바로 알았다.
그곳에는 피범벅이 된 옷을 입고 겁에 질린 배영수가 태백 길드장인 조익현을 붙들고 놓아주지 않고 있었다.
수혁이 가까이 접근하자 환하게 반기는 조익현과 달리 배영수가 기겁을 하며 쳐다보았다.
“저. 저놈이 쳐… 쳐들어왔다! 이봐 태. 태백 길드장.”
“네. 대통령님.”
“지금 당장 블러드 길드장을 체포해! 저런 위험한 사람을 왜 이곳에 들여보냈지? 분명 날 노리고 온 것이 분명해!”
“…블러드 길드장은 국내 최고의 헌터입니다. 저희에게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제가 잘 얘기해 보겠습니다.”
간신히 배영수를 떼어 놓고 수혁에게 다가온 조익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과거 수혁에게 도움을 받은 조익현은 호감 어린 눈빛 그대로였다.
“아까 몬스터에게 통째로 잡아먹힌 걸 겨우 구해 낸 뒤로 지금 상태가 많이 안 좋아졌네요.”
“지금 길드원들을 왜 이대로 놔두는 중입니까? 도시의 수많은 사람들에겐 도움이 필요합니다. 헌터 협회에서 소집 명령이 떨어졌을 텐데요.”
“…보다시피 저희도 계약된 업무가 있어서 어쩔 수가 없습니다. 청와대에서 일어난 전투로 길드원들도 많이 부상당했구요. 저라고 일부로 전투를 피하는 것은 아닙니다.”
따지듯 묻는 수혁의 질문에 조익현 역시 난감한 듯 볼을 긁적였다.
“국회도 습격당해 전부 죽었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비상시에 컨트롤 타워를 유지해야 하는데 대통령이라는 직책이 바로 그런 거죠. 비록 다른 고위 공직자들은 전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요. 국방부도 연락이 안 되고 말 그대로 엉망진창인 상황에서도 국가 체계는 어떻게든 유지해야죠. 정부가 없어지면 누가 이 혼란을 잠재운다는 말입니까?”
“저게 정상적인 컨트롤 타워로 보입니까?”
수혁의 손짓 끝에는 공포에 넋이 나간 배영수가 몸을 말고 덜덜 떨고 있었다.
그를 지켜보던 조익현이 깊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아… 물론 블러드 길드장님 말은 이해합니다. 대통령만 없다면 저는 무조건 길드장님을 따를 겁니다. 지금 지하 벙커로 가는 길도 무너지는 바람에 안전한 장소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점만 해결된다면 곧바로 길드장님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겠습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또다시 본관 주변에 세 개의 게이트가 생겨나며 부르르 떨었다.
몬스터를 잡고 게이트를 없애도 끊임없이 게이트가 생겨나는 중이었다.
“게이트가 폭주한다-! 대통령님을 다른 영빈관으로 대피시켜!”
“네!”
“가… 가기 시러어-!”
조익현의 명령에 태백 길드원들이 몸부림치는 배영수를 억지로 끌고 갔다.
“도와주실 겁니까?”
“그건 물론이죠.”
“후후. 블러드 길드장님이 옆에 있으니 든든하군요.”
검과 방패를 꺼내 쥔 조익현의 옆에서 수혁이 대검을 소환했다.
게이트가 폭주하며 키메라들이 튀어나오자마자 수혁의 대검에 비명조차 못 지르고 몸이 쪼개졌다.
“역시!”
손쉽게 키메라를 해치우는 모습을 본 조익현이 감탄을 하며 방패로 키메라의 발톱을 막아냈다.
조익현의 앞을 가로막던 키메라마저 수혁의 대검에 목이 잘리며 전투는 손쉽게 끝이 났다.
수혁의 실력을 오랜만에 본 조익현은 그저 감탄하기 바빴다.
“크으으~ 블러드 길드장님의 실력은 여전합니다. 대단합니다. 하하하하.”
“태백 길드장님도 레벨 업을 많이 하셨군요.”
심미안으로 본 그의 레벨은 92로 S급에 도달한 헌터 중 순위권에 들어갈 수준이었다.
“북쪽에서 놀지 않고 많이 잡고 다녔습니다. 하하하.”
수혁이 자신의 실력을 알아봐 주자 그저 기분이 좋은지 환하게 웃는 조익현이었다.
콰과과광!
거센 불기둥이 치솟으며 일어난 폭발에 수혁과 조익현의 고개가 돌아갔다.
폭발이 일어난 위치를 본 조익현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엇! 저기는 영빈관 쪽인데?!”
다급히 폭발이 일어난 곳으로 달려간 두 사람은 활활 불타는 영빈관의 불을 끄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태백 길드원들을 발견했다.
“어찌 된 일이야?”
“그게… 오는 길에 몬스터의 습격이 한 차례 더 이루어져서 막아 냈는데 대통령님께서 자기도 총을 달라고 소리를 막 지른 다음에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시더니… 영빈관에 들어서자마자 무기를 모아 놓은 창고에 들어간 뒤로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설마… 자폭했다고?”
그간 지켜온 일이 허무하게 끝나 버리자 조익현이 상심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수혁으로서는 껄끄럽던 인물이 스스로 사라진 꼴이었으니 오히려 이득이었다.
“이제 태백 길드가 나설 때가 되었군요.”
“네?”
“갑시다. 시민들을 도우러. 이곳은 이미 끝났어요.”
수혁이 손을 내밀자 조익현이 망설임 없이 곧바로 손을 붙잡았다.
더는 그를 막을 자가 존재하지 않았다.
“길드장님을 따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