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villain's infinite absorption power RAW novel - Chapter 71
72. 압도적인 힘
자신의 부하들을 두 동강 낸 검기의 위력에 토미가 다급히 고개를 숙였다.
콰드드득.
등 뒤의 벽에 검기가 파고들며 큰 상흔을 남겼다.
“빌어먹을!”
토미의 양손 주변에 공기가 모여들더니 칼날같이 날카로운 소용돌이가 마구 회전했다.
부하들이 수혁에게 죽는 사이 커다랗게 부푼 소용돌이를 앞으로 내뿜었다.
쿠과과과과.
“아아아악-!”
부하들의 몸마저 찢어발긴 바람이 사나운 기세로 수혁을 덮쳤다.
이제 막 빌런의 몸을 관통한 검을 빼기도 전에 다가온 소용돌이에 발밑에서 그림자가 둥글게 수혁의 몸을 감쌌다.
콰과과과- 후우우웅.
“죽었나?”
한 가닥 기대를 건 토미가 간절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거친 소용돌이에 맞은 땅이 부서지며 흙먼지를 일으켰다.
적을 무시했던 자신을 반성한 것도 잠시, 적이 들어온 것도 눈치 못 챈 부하들에 짜증이 치솟았다.
그런 부하들은 갈가리 찢겨 바닥에 나뒹굴었으나 그들 가운데의 검은 막은 멀쩡했다.
“설마?!”
검은 막이 스르륵 줄어들더니 다시 그림자로 변해 수혁의 발밑에 스며들었다.
멀쩡한 그는 주변을 둘러보며 피식 웃었다.
“부하들을 죽이는 대장이라니. 넌 여전히 빵점짜리야. 토미.”
“미친… 날 어떻게 알고 있지?”
그야 토미는 전생에 같이 탑을 올랐던 동료였다.
빌런 대청소의 날이 다가오자 비셔스를 제일 먼저 배신하고 헌터들에게 붙었다.
그가 털어놓은 정보 덕에 비셔스란 조직이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졌다.
스스로 이중 스파이라고 주장했던가?
그 공로로 빌런 출신으로는 사람들의 신뢰를 제법 받았었다.
나만 피나 빠는 더러운 짐승 취급이었지만.
탑에 들어간 토미는 상황이 불리해지자 제일 먼저 도망을 쳤다.
그래 봤자 살아남았겠냐마는.
“오늘은 도망 못 친다. 토미. 아는 걸 전부 불면 고통 없이 보내 준다.”
“지랄-!”
부하들이 전부 죽고 홀로 남은 토미가 손을 위로 뻗자 이번엔 사람 몸통만 한 소용돌이 여러 개가 주변을 휘감았다.
그의 몸 주변을 계속해서 도는 소용돌이들이 어떠한 존재의 접근도 허용하지 않았다.
“하하하하 이걸 과연 네가 뚫을 수 있을까!”
소용돌이에서 새어 나오는 바람으로 토미의 붉은 머리가 흩날렸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 큰 소리를 냈지만, 정작 말하는 그의 입술은 파르르 떨렸다.
“잔머리 굴리는 소리가 들리네.”
쉴 새 없이 이 상황을 어떻게 벗어날지 생각하던 그는 수혁의 말에 눈동자가 흔들렸다.
“건방진 놈! 네가 누구를 상대하는지 아는 거야? 비셔스는 각성자들을 위한 단체라고 이 멍청아! 바로 너 같이 실력 있는 각성자들이 진정한 대우를 받기 위해 노력하는 곳이라고!”
“혓바닥이 길어졌군. 토미.”
“멍청한 놈. 말이 안 통하네. 이거나 먹어라-!”
그가 손을 뻗자 소용돌이 하나가 대지를 가르며 날아왔다.
그러나 수혁이 하늘로 들어 올린 검을 땅으로 내리꽂자 소용돌이는 허무하게 반으로 갈라지며 사라졌다.
전혀 타격을 못 주는 모습을 본 토미가 쉬지 않고 소용돌이를 날렸다.
소용돌이들이 허무하게 검에 갈라지는 동안 그사이에 몸을 숨기던 토미가 황급히 출구로 뛰었다.
아까 수혁이 문을 잠갔지만 문 정도는 발로 때려 부술 수 있었다.
문을 부수고 바로 출구로 도망갈 생각이었다.
‘여기만 지나면….’
땅을 박찬 그의 길게 뻗은 발바닥이 문과 가까워졌다.
서걱.
핏빛 기운이 그의 허벅지를 지나가자 붉은 실선이 생겨났다.
방문을 부술 다리가 힘을 잃고는 땅으로 떨어졌다.
다리가 잘린 토미가 곧장 균형을 잃고는 문과 부딪쳤다.
“꾸에엑-!”
“도망 못 간다니까.”
“이런 미친놈. 마더 뻐커!”
한 발자국씩 천천히 내딛는 수혁이 가까워질수록 토미의 동공이 거칠게 흔들렸다.
“이제 차분하게 아는 걸 전부 얘기해 볼까? 네가 잘 하는 걸 해 보자고. 일단 선지자부터 얘기해 봐.”
“난 제대로 아는 게 없어. 기껏 만나 본 거라고는 선지자의 직속 부하들뿐이라고-.”
“아직 대화할 준비가 되지 않았네?”
검을 집어넣은 수혁이 토미에게 다가갔다.
아라크네의 장갑을 뚫고 나온 예리한 손톱을 세우고.
[활성화된 두뇌 회전 능력을 얻었습니다.]토미의 피를 흡수하고 얻은 특성에 수혁이 피식 웃었다.
“맨날 박쥐처럼 꼼수만 부리더니 결국 이런 능력이었나.”
비셔스의 미국 지부에 수혁을 방해할 빌런들이 전부 죽자 곳곳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토미는 전생과 달리 생각보다 아는 것이 없었다.
아직은 미국 지부장에 불과한 위치 때문이었다.
전생에서는 그들이 행했던 일들이 성공하고 더 높은 위치로 올라갔을 터였다.
“이곳에 대한 걸 선데이에게 얘기해서 털어 보라고 해야겠군.”
지하 곳곳 서류와 컴퓨터 등을 수혁이 뒤적거려도 정확한 정보를 캐내는 건 쉽지 않았다.
그런 건 잘하는 사람한테 맡겨야지.
비셔스의 목적은 미국 정보국뿐만 아니라 상, 하원 의원들을 꼬셔 그들에게 유리한 법안을 만들고, 반대하는 자들을 숙청하는 것이었다.
최종적으로는 자신들을 지지하는 자를 대통령으로 세우려 했다.
헌터들의 우월성을 주장하는 정치인은 아무래도 차별주의자로서 대다수의 민중에게 지지율이 낮았다.
그렇기에 대선 후보들을 암살하려는 거였지만.
사실상 수혁에 의해 비셔스의 미국 지부는 궤멸에 이르렀고 그들의 의도는 실패했다.
어차피 점조직인 만큼 이 상태로 꼬리를 자른다면 윗부분을 파고들기는 어렵지만 다시 미국에 큰손을 뻗는 것은 비셔스로서도 시일이 걸릴 터였다.
수혁에 의해 빌런들이 만렙도 못 찍고 악명도 더 얻기 전 죽어 나가고 있으니 말이다.
그들이 다시 부하들을 모집하고 체계를 갖추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었다.
“결국 아까 나간 여자를 잡아 와야겠군.”
비셔스의 음모와는 별개로 선지자의 존재를 캐고 있는 수혁은 아까 이곳을 나간 여자를 떠올렸다.
그 여자에게서는 오염된 흡혈귀처럼 지독한 악취가 흘러나왔으니 쫓는 건 어렵지 않았다.
아직도 공기 중에 그녀가 남긴 체취가 기다랗게 이어지고 있었다.
수혁의 후각은 이미 웬만한 짐승조차도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이었다.
* * *
들어온 입구를 통해 다시 공동묘지 밖으로 나간 수혁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멀리 갔다고 생각한 여자, 케이시가 표독스러운 눈길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호오… 어떻게 알고 있었지?”
“피 냄새와 비명 소리가 진동하는데 내가 모를 줄 알고?”
“알고 있었음에도 동료들을 돕지 않고 버린 건가.”
“흥. 그놈들이 너에게 상처라도 입히길 바랐는데 전혀 쓸모없는 놈들이었어. 루거의 복수는 내가 하겠다!”
말을 마친 케이시가 양손을 뻗자 어두운 기운이 빠져나오더니 공동묘지에 스며들었다.
석제 관이 부서지고 땅이 갈라지며 해골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딱딱딱딱.
몇 개 없는 이빨들이 서로 부딪치며 일정한 박자를 이루었다.
예상보다 비루한 모습에 수혁이 힘을 어느 정도 써야 하나 고민하는 사이, 변화가 더 이루어졌다.
하얗던 뼈가 빨갛게 물들더니 뼈로 만들어진 검과 망치, 방패, 투구까지 생겨났다.
해골들의 변화를 관찰하던 수혁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네크로맨서답네.”
“건방진… 이게 끝이 아니다! 네루미아의 덫!”
수혁이 서 있던 자리에 삼각형과 사각형의 여러 도형이 겹쳐 육망성을 이루며 빛을 내뿜었다.
케이시는 수혁이 비셔스의 미국 지부를 정리하는 사이 함정을 파 놓은 것이었다.
바닥에서 마법진이 빛을 내뿜더니 검은 촉수가 튀어나와 수혁의 온몸을 붙들었다.
팔에 붙은 촉수를 억지로 떼내려 하자 더욱 강한 힘으로 촉수가 감겨들어 왔다.
거기에 검은 촉수가 마력까지도 계속해서 빨아들였다.
상대방이 가진 마력을 빨아들여 자신의 힘을 키우는 마법으로 수혁의 강대한 마력이 오히려 더욱 강한 반발력을 가진 마법으로 변환되었다.
덫에 걸린 수혁의 모습에 비릿한 미소를 지은 케이시가 손짓으로 해골 병사들에게 명령했다.
“저 자식의 몸을 전부 다져 고깃덩이로 만들어 버려라!”
절그럭. 절그럭.
해골 병사들이 관절의 마찰음을 울리며 수혁에게 다가갔다.
가만히 서 있는 수혁에게 그들이 들고 있던 검과 망치를 휘둘렀다.
퍼억. 퍽. 퍽. 퍽.
사방에서 둘러싼 해골 병사들이 쉬지 않고 수혁을 타격했다.
한 번씩 머리로 들어오는 공격은 고개를 까딱거리며 갑옷으로 받아 냈다.
검은 돌기 갑옷이 검과 망치에 맞자 일렁이며 반발력을 그대로 반사했다.
[죽음의 기사 실리안의 가시 갑옷 : 신체 +65, 적에게 공격당할 시 대미지의 15%를 반사한다. 갑옷이 부서져도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복구된다.]퍽. 퍽. 퍽. 쩌저적.
수혁을 제일 열심히 때리던 해골 병사의 검에 실금이 생겨났다.
이어서 몇 번 더 때리자 검에 난 금이 더욱 길어지더니 결국 부서졌다.
무기가 부서지자 자신의 주먹으로라도 수혁을 열심히 난타한 해골의 손뼈가 조금씩 부스러졌다.
수혁을 때릴수록 해골 병사들이 스스로 무너지고 있었다.
멀리서 수혁이 맞는 모습을 지켜보며 통쾌한 웃음을 짓던 케이시의 휘어진 눈매가 점점 평평해졌다.
맞는 놈은 멀쩡한데 때리는 놈이 오히려 쓰러졌다.
수혁을 붙잡는 데 마력을 너무 쓴 나머지 해골 병사들한테 마력을 너무 조금 불어넣었나?
불안한 마음이 조금씩 커질수록 쓰러지는 해골 병사들이 더욱 늘어났다.
찌지지직. 찌지직.
수혁을 붙잡고 있던 촉수들이 조금씩 찢어지기 시작했다.
마법진이 감당할 수 있는 마력의 양을 오히려 넘어서자 과부하가 걸리기 시작했다.
팔을 거칠게 털자 너덜너덜해지며 늘어난 촉수가 뚝 하며 끊어졌다.
이어서 다리와 몸통을 붙잡고 있던 촉수들마저 손으로 뜯어냈다.
“맙소사….”
케이시가 다급히 마력 포션을 꺼내 주둥이에 털어 넣었다.
그러나 마력이 회복되는 속도보다 마법진이 붕괴되는 것이 더욱 빨랐다.
바닥에 그려진 마법진이 빛을 잃고 촉수와 함께 사라졌다.
주변에 남은 해골 병사들은 뼈마디가 시큰한지 비실비실하게 수혁에게 덤비다 허무하게 쓰러졌다.
단단한 수혁의 갑옷 몇 군데에 흠집이 났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천천히 아물어갔다.
“제법 재밌는 공격이었다.”
자신의 마력의 양을 역이용하는 마법이라니.
탑에 들어가서나 볼 법한 고위 마법이었다.
아직 만렙도 못 찍은 각성자가 쓸 법한 마법보다 수준이 제법 높았다.
대신 준비 시간이 오래 걸리고 마력 소모가 심한 단점이 있긴 했지만.
저번에 맞춰 두었던 갑옷 덕분에 다수의 해골 병사 공격을 버티는 것도 모자라 반사적으로 반격해 전부 물리쳤으니 쏠쏠하게 써먹었다.
자신의 갑옷이 기특해 쓰담쓰담해 준 수혁이 더 재밌는 거 없냐는 듯 케이시를 바라보았다.
쨍그랑.
마력 포션을 바닥에 거칠게 내던진 그녀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재미? 재미라고?”
안 그래도 붉은 그녀의 눈에서 피눈물이 주르륵 흘러나왔다.
찌지직. 찌직.
옷을 찢고 그녀의 몸이 점점 커지더니 척추뼈가 등을 찢고 나오며 팔과 다리가 길쭉해졌다.
커럽티드로 변신한 그녀가 마지막 남은 마력을 끌어모았다.
“본 아머(born armor).”
붉은 뼈가 생겨나더니 촘촘하게 빈틈을 가린 뼈 갑옷이 온몸을 감쌌다.
뼈로 만들어진 투구 사이로 찐득하고도 붉은 안광이 새어 나왔다.
결국 믿을 건 커럽티드의 강인한 육체에 자신의 마법으로 만들어진 갑옷이었다.
“캬아아악-!”
강대한 육체를 얻자 그녀가 괴성을 지르며 자신감을 회복했다.
이제 남은 것은 눈앞의 수혁을 찢어발기는 것뿐.
날카로운 손톱을 겨누기도 전에 수혁은 이미 케이시의 바로 앞에 도달해 있었다.
“?!”
붉은 기운이 넘실거리는 주먹이 그대로 케이시의 몸통을 때렸다.
쿠오오- 퍼벙-
뼈 갑옷이 한 방에 박살 나며 부서진 뼛조각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이어지는 충격파가 온몸을 두들기자 케이시가 허무하게 무릎을 꿇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