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incarnated genius wants to be an actor RAW novel - Chapter 159
159화
“떴다! 공지 떴어!”
나와 삼촌, 어머니는 삼촌 방 노트북 앞에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오늘은 2010년 1월 2일.
‘공연 예술 창작 공모전’의 결과 발표일이었다.
공지 사항에 번쩍이며 떠오른 결과발표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삼촌이 얼른 클릭했다.
수상작은 다섯 작품이지만, 이번에는 네티즌 투표라는 심사가 추가되었기에 최종심에 오른 10개의 작품의 순위를 확인할 수 있었다.
“10등부터 본다?”
삼촌이 덜덜 떨리는 손으로 마우스 스크롤을 드륵드륵 내렸다.
나는 그 옆에 앉아서 여유로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아, 어떡해 시우야…!”
내 어깨를 감싸 쥔 어머니가 제일 떨려하는 것 같았다.
10등부터 거슬러 올라가면, 10위는 압도적으로 적은 투표수를 받은 라는 작품이었다.
불륜의 소재로 쓴 극본으로 전문가 평가 꼴등, 협회평가 꼴등, 네티즌평가 꼴등으로 어떤 의미에서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나도 이 작품을 읽어보았다.
네티즌 투표를 위해 최종심에 오른 10개의 작품이 홈페이지에 공개되었으니 말이다.
읽어보면, 어떻게 최종심까지 올라올 수 있었는지 궁금할 지경인 글이었다.
9등, 8등…….
우수상을 받게 된 5등, 4등 작품이 올라왔는데도 내 이름은 없었다.
네티즌 투표에 올라온 작품 목록을 봤을 때, 라는 작품이 있는 걸 보고 최종심에는 올랐구나 했는데 말이다.
“와, 최소 우수상이야……!”
“빨리 좀 넘겨봐, 나 심장 떨려!”
삼촌의 호들갑에 어머니가 삼촌을 재촉했다.
드르륵.
결국 못 견디고 삼촌이 제일 아래까지 스크롤을 내려버렸다.
그러자, 나타난 내 이름.
1등, 대상에 내 이름과 라는 제목이 띄워져 있었다.
그 밑에 적힌 것은 놀라울 정도로 압도적인 투표수.
내 작품은 네티즌평가 1위를 달성하고, 그걸로도 모자라 전문가평가 1위, 협회평가 1위를 달성했다.
“허억……!”
“시우야! 대, 대상……!”
삼촌과 어머니는 결과를 보고 너무 놀라워하며 잠시 굳어버렸다.
나도 이 정도의 결과는 예상하지 못했기에 놀라서 입을 헤 벌렸다.
아마 큰 차이를 벌려준 건 네티즌 투표가 가장 클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 협회평가 1위라는 점에서 반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단순히 인기 투표가 아니라 당당한 실력으로 인정받은 극본이라는 뜻이었으니.
그도 그럴 것이, 시놉시스일 때부터 우리나라의 거장 노백찬이 인정한 스토리였다.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결말이지만, 조금 찡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쓴 극이…… 이토록 공개적으로 인정받은 것은 처음이었으니.
“하아아…… 다행이다. 우리 시우가 그렇게 고생했는데, 대상이라니!”
“축하한다, 시우야! 짜식, 나는 네가 해낼 줄 알았어!”
어머니와 삼촌은 내가 대상을 받고 세 심사 부문에서 다 1위를 했다는 것까지 확인하고서 나를 얼싸안고 기뻐하셨다.
“우웁, 수, 숨 막혀…….”
“오늘은 파티다, 파티!”
“매형한테 전화해! 치킨 가져오라고.”
“당연하지!”
어머니는 신이 나서 아버지에게 이 소식을 전하러 거실로 나가셨다.
나는 히죽거리며 결과 공지를 보고 있는 삼촌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삼촌.”
“어? 어이 대상~ 왜 부르시나.”
“우리 기사 좀 보자.”
“오! 그렇지. 한시우 대상이 기사로 어떻게 나왔나 한번 볼까?”
내 말에 삼촌은 신이 나서 포털사이트로 들어갔다.
그리고 우리 두 사람은 숨을 집어삼키며 놀라고 말았다.
“헉,”
“와…….”
이미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 순위에는 내 이름이 도배가 되어 있었다.
1위. 한시우 대상
2위. 공연 예술 창작 공모전 결과
3위. 한시우 극본
4위. 나카모토를 아시나요?
.
.
.
벌써 이렇게 화제가 될 줄이야…….
우리는 얼떨떨한 얼굴로 검색창에 내 이름을 쳤다.
[‘공연 예술 창작 공모전’ 결과 발표, 화제의 극본 의 작가의 정체…… 영화 배우 한시우로 밝혀져] [연기에 이어 극작으로 연극계를 제패한 한시우, 명예의 대상 수상] [한시우의 극본, 연극화는 언제?]아니나 다를까 기다렸다는 듯이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와…… 사람들 반응 대박인데? 조회수도 다 엄청 높아.”
“저거, 저거 들어가 보자!”
“귀신 같이 댓글 많이 달린 기사 찾아내네….”
삼촌은 내가 가리킨 기사를 클릭해서 보여주었다.
기사는 이번 ‘공연 예술 창작 공모전’의 결과를 한차례 주욱 정리하면서, 내가 네티즌선정 1위, 전문가 선정 1위, 협회 선정 1위라는 걸 강조하고 있었다.
“게다가 공모전 심사와 이번 홈페이지 투표는 작가의 이름은 알리지 않고, 순수하게 작품으로만 승부를 본 결과이므로 더욱 뜻깊은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야, 시우야 너 진짜 일 한번 크게 냈나 보다.”
“훗, 이 정도야 뭐.”
삼촌이 이쯤 되니 무섭다며 중얼거리는 말에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그러자 흐린 눈을 한 삼촌이 네 정체가 뭐냐며 중얼거렸다.
“너 되게 결과를 알고 있던 사람 같다? 극본 처음 써본 애 맞아?”
“아니, 그냥……. 삼촌도 내 극본 읽고 재밌다고 했었잖아.”
“그건 그렇지만…….”
극본을 제출하기 전, 가족들에게 내 작품을 보여줬었다.
이쯤 썼으니 만족할까 싶으면서도 어쩐지 더 고쳐야 하는 노파심이 들었던 것이다.
어머니, 아버지도 재밌다고 해줬지만 특히나 격렬한 반응을 보인 건 다름 아닌 삼촌이었다.
‘너, 넌……. 시우야, 넌 진짜… 천재야!’
연기를 해본 적이 있는 삼촌의 진심 어린 말에 나는 안심하고 내 극본을 최종 제출할 수 있었다.
“삼촌이 천재라고 했으니까 대상 정도는 받아줘야지.”
“시우야…….”
내 말에 감동 받았다는 듯이 울먹이는 삼촌을 밀어내고 내가 마우스를 잡았다.
댓글을 보고 싶은데 감동하느라 스크롤도 안 내려준다.
-대박… 한시우가 대한민국 다 씹어 먹어라.
-와씨, 나카모토가 한시우 거였어?
└궁예 성공
└너 투표는 하고 지껄이냐?
-와 미친… 저 극본 너무 재밌게 봤는데 연극 만들어지면 꼭 보러 갈게요
└저도요
└저도
└티켓팅 겁나 힘들겠네;;;
-연기도 잘해 글도 잘 써 한시우는 못하는 게 뭐야?
-노잼
└홈페이지 가서 읽고 와서 말해 ㅋㅋㅋㅋ
└읽음
└겉멋 너무 들었던데ㅠ
└저게 겉멋으로 느껴질 정도면 평소에 글을 얼마나 안 읽어 본 거야
댓글은 좋은 말이 태반이었다.
물론 그중에서도 몇몇 개는 안 좋은 말들이 올라왔지만, 다른 사람들이 알아서 반박을 해주는 모양새였다.
“호오, 호오…….”
내가 신이 나서 스크롤을 드륵드륵 내리고 있자, 삼촌이 웃으면서 물었다.
“그렇게 좋아? 너는 참 댓글 읽는 거 좋아하더라. 싫어하는 연예인들도 많다던데.”
“어. 댓글 읽는 거 세상에서 제일 좋아.”
“뭐……! 너 삼촌보다 댓글이 좋아?”
“……? 당연하지.”
“헉…….”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기에 바로 대답을 해줬더니 삼촌은 숨을 들이켜며 굳어버렸다.
나는 삼촌을 내버려 두고 다시 댓글을 구경하는 데 신이 났다.
“누나……! 시우가 사춘기야!”
울면서 거실로 삼촌이 뛰쳐나가자, 나는 마음 놓고 의자를 차지하고 앉을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과정은 연극화!
아직 나에게 따로 연락은 오지는 않았지만, 곧 올 것이다.
공지한 대로라면 연극제의 시작은 3월 말이었다.
그때까지 입상작들은 공연을 준비해야 한다.
마침 이 공모전 결과를 기다릴 동안 미국에 가서 의 마지막 촬영까지 마쳤다.
이제 본격적으로 연극화를 어떻게 할지 계획을 짜야 했다.
“……시우야, 너 나한테 뭐 시킬 거 없지?”
어떻게 해야 할지 궁리를 하고 있는데 삼촌이 시무룩한 얼굴로 물어왔다.
나는 없다며 휙휙 손을 내저었다.
“그럼 나 어디 좀 나갔다 온다?”
“그래.”
“흐흐, 내가 더 빨리 말해줘야지~”
아까는 울상이더니 금세 신이 나서 갔다 올게! 라는 말만 남기고 급하게 집을 나섰다.
게다가 내가 더 빨리 말해준다니, 뭘?
이상하다…….
나는 잠시 방문 쪽을 쳐다보았다.
원래 쉬는 날이면 늦잠만 늘어지게 자던 삼촌이었는데 요즘 어딜 저렇게 뺀질나게 나가는지.
아주… 수상했다.
***
내 대상 소식이 세상에 알려지자, 공모전과 관련해 인터뷰 요청이 끊임없이 들어왔다.
너무 많은 요청이 들어와서 모두와 인터뷰를 하는 건 무리였다.
아예 인터뷰를 하지 않을까 하다가 노백찬의 당부도 있었으니 하긴 해야 했다.
그러던 중, 반가운 이름을 발견하고 인터뷰 약속을 잡았다.
“시우 군! 정말 오랜만이에요.”
“하하, 기자님도 잘 지내셨어요?”
요청 목록 중에 다름 아닌 이가은 기자가 있었던 것이다.
내가 연극 무대에 올랐을 때부터 내 기사를 써줬던 이이기에 이번에는 이가은 기자와만 인터뷰를 진행하기로 했다.
어차피 이제 막 입상을 했을 뿐이고, 연극화를 하게 되어 공연을 하게 될 때 더 많은 매체와 인터뷰를 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지금은 빨리 공연 준비를 해야 해서 솔직히 마음이 너무 급했다.
나는 오랜만에 마주한 이가은 기자와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그녀는 어느새 훌쩍 자란 내 모습을 보더니 정말 많이 컸다며 놀라워했다.
“이번 소식을 듣고 정말 놀랐어요. 물론, 백룡영화제 수상 소감을 저도 보긴 했지만… 설마 시우 군이 대상을 타게 될 줄이야! 너무 대단해요.”
“감사합니다.”
“연기만 하는 걸로도 바쁠 텐데…… 어린 나이인데도 정말 존경스럽네요.”
나는 과찬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여기다 대고 노백찬과 나의 은밀한 뒷이야기를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기자님, 정말 죄송한데…. 저희가 시간이 그리 넉넉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화기애애하게 안부를 나누고 있는데, 삼촌이 미안하다는 얼굴로 이가은에게 말했다.
내 일정이 촉박해져 얼른 인터뷰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번 공모전은 조금 특별했는데요. 시우 군이 백룡영화제 수상 소감에서 공모전을 언급했죠? 그러면서 판이 엄청나게 커지고 관심이 쏠렸어요. 솔직히 아무도 예상 못 할 스케일이 되어 버렸는데 어느 정도 예상한 건가요?”
“그럴 리가요. 관심을 주시면 감사하겠다, 정도였는데 이 정도로 판이 커져서 저도 내심 놀랐습니다.”
나는 생긋 웃으면서 대답했다.
노백찬도 놀랄 정도였으니 말 다 했지.
개인적인 욕심을 운운하던 그는 점점 판이 커지자 웃음기가 어린 목소리로 연락을 해왔다.
내가 극본을 뜯어고친다고 두문불출하니, 할 수 있는 게 전화밖에 없다며 툴툴거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런데도 훌륭하게 대상을 타내셨군요.”
이가은이 작게 박수를 치며 대단하다고 덧붙였다.
“네. 그리고 네티즌 여러분이 정말 투표에 많이 참여해주셨더라고요. 이건 제가 대상을 타서 그런 게 아니라…… 이렇게 연극판과 극작가들에게 큰 기회를 준 건 다 대중들인 것 같아요. 이 자리를 빌려 정말 감사드립니다.”
나는 잊지 않고 대중들에게 공을 돌렸다.
사실 인터뷰를 할까 말까 망설였지만, 이 말을 하고 싶어서 나온 탓도 있었다.
항상 나 혼자만 쓰던 극본이 이렇게 세상에 빛을 보게 된 것은, 정말 그들의 덕이 컸으니까.
이건, 그들을 향해 내 진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