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incarnated genius wants to be an actor RAW novel - Chapter 179
179화
김민석 팀장의 사무실에서 나와 삼촌과 함께 올랐다.
“시우야, 너 할 거지? 아니지, 당연히 해야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공승조 감독 영화라잖아!”
시동 걸 생각이 없는 삼촌의 호들갑 속에 가만히 시나리오를 살폈다.
놀랍게도 김민석 팀장이 내게 건넨 것은 ‘공승조’ 감독의 신작 시나리오였다.
아쉽게도 나를 지명해서 들어온 오디션은 아니었다.
단지, 바다 엔터 쪽에 오디션 공고를 내리면서 들어온 시나리오였다.
오디션용으로 간추려진 시나리오 속 세 명의 역할을 뽑는다는 공문이 날아왔단다.
주인공 역할은 아니었다.
세 개 정도의 조연 역할 오디션인데 그중 아이 역할도 있었다.
내가 볼 수 있는 역은 어린아이 역할 단 한 가지.
조연인 데다가 큰 연기력을 요구하지 않는 캐릭터이긴 했다.
그러나, 모든 캐릭터에 의미를 두는 게 공승조 감독인 만큼 역할 자체가 극에 주는 영향은 클 것이 분명했다.
“시우 너 프랑스에서 돌아와서 공승조 감독 영화 엄청 찾아봤잖아.”
“응, 맞아.”
전에는 그냥 재밌어서 봤다면, 이번에는 피에르가 말한 공승조 감독의 특징에 유의해서 영화를 봤다.
물론, 그의 신작 소식이 슬슬 들려오고 있어서 찾아본 것도 있었다.
그런 내게 지금 오디션 공고는 분명 흥미로운 사건이긴 하다.
다만 생각보다 너무 작은 역할이라 조금 고민이 되긴 했다.
그래도 공승조 감독의 영화라면 세계적인 영화제에 무조건 가는 영화라고 봐도 될 정도였다.
아마 이 영화에 출연하는 것이 내가 낭뜨 혹은 다른 세계적인 영화제에 갈 수 있는 가장 빠른 발판이 되어줄 것이다.
관심 가졌던 감독의 신작이니만큼 기회가 있을 때는 잡아야 하는 법.
공승조 감독은 우리나라와 전 세계에서 현재 필드에서 활동하는 사람 중 가장 영향력이 크고 유명한 감독이기도 했다.
제2의 노백찬이라 불리는 유일한 인물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본인이 그 별명을 부인하는 특이한 사람이었다.
나중에 노백찬에게도 한번 물어봐야겠다.
공승조가 제2의 노백찬이라는 별명을 싫어하는 걸 아느냐고.
아마 이 소리를 하면 노백찬도 싫어할 것 같기는 하지만.
여하튼, 그와 작업하는 것이 배우로서든, 영화제를 위한 것이든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한번 준비해 봐야겠어. 이번 오디션.”
***
7월 말, 잠실에서 의 흥행으로 인한 특별 사인회가 열렸다.
원래는 의 500만 관객을 넘긴 것을 기념하는 사인회였는데 일주일 만에 100만 더 늘어서 600만이 되었다.
개봉을 한 지 어느새 한 달이 훌쩍 넘었는데 말이다.
이때쯤이면 흥행 열기가 조금 줄어들 만도 한데, 입소문을 탄 덕인지 전혀 줄지 않고 있었다.
두 번, 세 번 보는 사람도 많아서 그런지 계속 유지되고 있단다.
“영화관에서 두 번 이상 봐주는 사람들은 정말 감사하네.”
“이게 뮤지컬 넘버 부분이 삽입되면 스케일이 커지다 보니까 그건 영화관에서 보는 게 좋다는 소문이 퍼져서 더 그렇대. 이거 봐봐 시우야.”
삼촌은 의 성공 소식에 신나서 매일 나에게 기사를 보여주곤 했다.
거기에는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서 재밌게 보는 법, 같은 걸 모아서 정리해둔 기사가 있었다.
“이런 것도 있어?”
“그렇다니까! 모두에게 인기가 있는 영화라기보다는 가 매니아 층이 두터운 영화가 되었나 봐.”
“우와, 신기하다…….”
나와 삼촌은 기사를 구경하면서 사인회장 문 앞에서 대기 중이었다.
“이제 곧 입장하겠습니다.”
“네!”
나는 속 학교 무대에 섰던 복장을 그대로 갖춰 입고 심호흡을 했다.
밴드 무대에 입고 섰던 복장이라 다소 튀었다.
그럼에도 팬들에게 타미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면 감수할 수 있었다.
오늘 사인회는 잠실에 있는 거대한 영화관에서 상영이 끝나고 이어졌다.
영화를 방금 다 본 관객들이 여운에 젖어 있을 때, 내가 타미가 되어서 등장하기로 소속사와 말을 맞춘 것이다.
“이제 입장하실게요.”
진행요원이 극장 앞문을 열어주자, 손을 흔들면서 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꺄아아악!”
“시우! 시우!”
극장 안에는 팬들이 준비한 건지 소속사에서 준비한 건지 대형 현수막이 정면에 걸려 있었다.
거기에는 내 얼굴과 ‘ 600만 축하!’ 문구가 적혀 있었다.
순간 그 현수막을 보는데 울컥해서 속내를 감추기 위해 더 환하게 웃으면서 앞으로 향했다.
“이쪽으로 앉으세요.”
“네, 감사합니다.”
영화관 맨 앞에 기다란 책상이 세팅되어 있었다.
그 옆에는 간식과 생수도 준비되어 있는 게 보였다.
객석에는 300명의 사람들이 가득 차서 나를 향해 환호를 지르고 있었다.
입장하기 전, 인원수를 제한하느라 애먹었다는 관계자들의 소리를 들었다.
힘들게 사인회에 온 팬들은 나를 보고 감격이라는 표정으로 각자 만들어온 플래카드를 세차게 흔들었다.
“너무 잘생겼다!”
“타미! 진짜 타미처럼 입고 왔잖아!”
한국팬들은 내 모습을 보며 마구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오늘 온 사람 중에는 외국인들도 꽤나 많이 보였다.
“Siwoo-!”
“シウ!”
“偲祐!”
익숙한 억양 외에도 일본 팬미팅에서 들었던 내 이름에, 어딘가 어색하게 들리는 중국어 발음까지.
새삼 가 전 세계에 개봉되었다는 게 피부로 확 와닿았다.
나는 열심히 손을 흔들어 그들에게 환영 인사를 해주었다.
곧 진행요원이 세팅된 마이크를 내게 넘겨주었다.
“안녕하세요, 배우 한시우입니다.”
“꺄아아아!”
“멋지다!”
첫 인사를 건네자, 팬들이 큰 소리로 화답해주었다.
나는 잠시 마이크에서 입을 떼고 모두가 조금 진정하기를 기다렸다.
“하하, 이렇게 오늘 찾아와주셔서 감사해요. 외국인 분들도 생각보다 많으시네요. 감사합니다.”
“영어로 뭐라고 말해줘요!”
그러다 한 팬이 크게 외쳤다.
아무래도 이번 영화에서는 내가 타미가 되어 영어로 모든 대사를 소화했으니 저런 요구가 나온 것 같았다.
나는 어떤 말을 할까 하다가, 큰소리로 외치며 사인회의 시작을 알렸다.
“Let’s be a dynamite!”
***
“감사합니다!”
나는 줄줄이 이어지는 팬들에게 열심히 사인을 해주는 중이었다.
어느새 내 머리 위에는 팬들이 선물해준 귀여운 곰돌이 머리띠까지 씌워져 있었다.
내가 앉은 테이블 옆에는 팬들이 준 선물까지 차곡차곡 곱게 쌓여갔다.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저, 지, 지연이요…! 영화 진짜 재밌게 봤어요!”
“으웅, 감사해요. 지연이 누나!”
고개를 끄덕이며 지연이 누나에게, 하고 사인을 하는데, 내 앞에 선 지연이 누나가 심장께를 부여잡으며 비틀거렸다.
“괜찮으세요?”
“허억, 괘, 괜찮….”
“이거 좀 가져가서 드세요.”
대답도 제대로 못 하는 모습이 걱정스러워서 새 생수를 하나 건넸다.
그런데 손을 벌벌벌 떨면서 생수를 꼭 잡고 돌아서는 지연이 누나의 얼굴에는 비장함마저 감돌았다.
…아무래도 저 생수가 열릴 일은 없겠는데.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척척 나가는 쪽으로 걸어가는 지연이 누나의 등 뒤에 외치고 나서 자리에 다시 앉았다.
“다음 분!”
내가 밝게 외치자. 한 20대 중반의 남성이 수줍은 얼굴로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오는데 많이 덥지 않으셨어요?”
“…괜찮았어요.”
수줍게 대답하는 남성팬은 마치 여자 아이돌 앞에라도 선 양 부끄러워했다.
이런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었기에 나는 능숙하게 싱긋 웃으면서 물었다.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아, 저, 저는…… 임수호입니다.”
“오, 수호 형.”
나는 수호 형, 수호 형 중얼거리면서 예쁘게 사인을 했다.
요즘 하도 사인을 할 일이 많아서 그런지 원래는 한글을 영어만큼 능숙하게 쓰지 못했는데, 이제는 글씨체가 제법 안정적이 되었다.
내가 쓴 ‘수호형’이라는 글씨를 보고 뿌듯해했다.
“아, 저, 그…….”
“네?”
사인을 하는데 갑자기 임수호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 소리에 사인을 하다 말고 고개를 들어 뭐냐고 쳐다보자,
“그…… 옆에 혹시 하트도….”
아주 작은 목소리로 하트도 붙여달라고 하는 임수호.
그 말에 나는 얼른 귀엽게 하트도 그려주었다.
내가 그리는 하트를 보고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는 걸 보니 정말 나를 좋아하나 보다.
“히히, 됐죠? 와줘서 고마워요, 수호형.”
“헙, 네네. 영화… 너무 재밌었어요.”
“감사해요!”
이제 임수호를 보내고 다음 사람을 부르려고 하는데, 남성팬이 제 자리에 서서 다급하게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이, 이거……!”
“우웅?”
그가 꺼낸 것은 두툼한 종이 뭉치였다.
그걸 그대로 내의 앞에 내려놓은 임수호는 횡설수설 말을 이었다.
“사실…… 제가, 영화를 준비하고 있는데 한번 읽어봐 줄 수 있어요? 저 도 진짜 재밌게 봤거든요. 시우 군처럼 되고 싶어서, 작품도 열심히 보고 인터뷰도 항상 열심히 챙겨봐요……!”
“아…….”
이런 경험은 또 처음이었다.
지망생이 건넨 것 치고는 제대로 완성된 대본인지 꽤나 두툼해 보였다.
“저, 저는 시우 군의 작품 보는 안목을 믿기도 하고……. 제가 쓴 시나리오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서요. 안… 될까요?”
간절하게 말하며 두 손을 모으는 임수호를 보고 나는 손을 내저었다.
“아, 아니에요. 제가 가져가서 읽어볼게요.”
“헉, 고마워요……!”
임수호는 환하게 웃으며 고맙다고 연신 고개를 꾸벅꾸벅 숙이더니 발걸음을 돌렸다.
돌아보면서 가다가 자신의 발에 걸려 넘어질 뻔도 하며 정신없이 인사를 했다.
그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던 팬들이 쿡쿡거리며 웃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안쓰럽기도 하면서도….
어째 조금…… 모자란 것 같은데.
이 시나리오… 괜찮겠지?
***
한시우의 사인회가 있던 다음 날, 한 연예지에 커다랗게 기사가 실렸다.
오디션 날짜는 오는 8월 14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승조 감독이 이번 공개 오디션으로 모집하는 인원은 성인 남녀 조연 한 명과 초등학생 역 한 명이다, 이번 초등학생 역에는 국내의 활발한 활동으로 유명한 아역 배우 남연수가 도전한다고 전해져 영화팬들의 기대감을 자극시키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의 개봉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아역 배우 한시우 역시 이번 오디션에 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배우는 KMB 방송사의 에서 형제로 출연해 큰 인기를 얻은 적이 있다. 하지만 그 뒤로 두 배우가 걷는 길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아직까지 국내 활동에 연연하며 이후, 변변치 못한 성적을 내고 있는 남연수다. 반면, 한시우는 그 이후 들어간 작품마다 좋은 흥행기록을 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남연수는 KMB의 아역상을 동생 역으로 출연했던 한시우에게 뺏긴 전력이 있다. 그에 이어 이번 공승조 감독의 배역까지 한시우에게 뺏기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갓뉴스 : 한대호 기자.]
자칫 두 배우를 칭찬하는 것처럼 보이는 내용.
하지만 그 속에는 한시우와 남연수, 두 어린 배우의 라이벌 구도를 부추기는 의도가 다분히 실린 기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