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ookie in the Baseball Team is Too Good RAW novel - Chapter (553)
야구단 신입이 너무 잘함 553화(553/554)
야구단 신입이 너무 잘함 553화
117장 나의 야구, 당신의 야구(1)
-이 타구가 내야 높이 솟아오릅니다! 1루수가 잡아낼 채비. 오른쪽으로 한 걸음, 또 한 걸음. 파울 지역에서……. 잡아냅니다! 이렇게 마지막 아웃 카운트!
-월드 시리즈, 월드 시리즈입니다! 탬파베이 레이스가 3년 연속 월드 시리즈 우승을 향한 거침없는 진격을 이어나갑니다! 축하드립니다, 탬파베이 레이스!
와아아아!!!
와아아아!!!
탬파베이 레이스와 뉴욕 양키스.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의 라이벌 구단끼리의 맞대결은 탬파베이 레이스의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최종 시리즈 전적 4승 무패. 압도적이었다는 표현에 전혀 모자람이 없는 완벽한 승리.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르지만, 다음날 세인트 피터즈버그의 지역 방송국에서는 챔피언십 시리즈에 대한 이야기가 넘쳐나고 있었다.
-자아, 어떻습니까?
지섭이 출근길에 자주 듣는 라디오 방송, [굿모닝 베이스볼]도 마찬가지였다.
한때는 뉴욕 양키스 팬들을 위한 방송을 자주 내보냈지만, 이제는 완전히 탬파베이 레이스를 위한 방송으로 변해 버린 프로그램.
이들은 전날 경기를 직접 취재했던 기자들을 불러다 놓고, 챔피언십 시리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사실 이번 ALCS 4경기를 지켜보면서 말입니다? 저는 그런 생각을 했어요. 기자님들은 조금 편했을지도 모르겠구나.
프로그램 사회자의 말이었다.
-좀 그런 면이 없지 않았습니까? 경기가 엎치락뒤치락하면 기사를 쓰기도 번거로웠겠지만……. 이번에는 그런 흐름이 거의 없었으니까요.
4경기 내내 탬파베이 레이스가 상대를 압도하는 분위기. 반전의 계기랄 것도 사실은 없었다.
그러니 취재 기자들로서는 꽤나 편안한 시리즈가 되었지 않았느냐는 이야기.
기자들도 굳이 부인하진 않았다.
-맞는 말씀입니다. 확실히 편하기는 했죠. 기자들은 7, 8회에 나오는 역전 드라마를 제일 싫어하니까요. 다 써두었던 기사를 다시 써야 하거든요.
-그렇죠? 하하하, 내 그럴 줄 알았다니까?
-하지만 시리즈가 종료된 이후로는……. 휴우! 솔직히 힘들었습니다. 장난이 아니었어요.
-오호, 이거 흥미가 생기는군요? 뭐가 그렇게 힘드셨을까요?
사회자의 질문에, 이날 패널로 참가한 기자들을 일제히 ‘MVP’를 외쳤다.
-이번 시리즈의 MVP를 정하는 일이 무척이나 까다롭더군요.
-아하!
-물론 기본적으로는 투표를 통해 결정됩니다. 하지만 그전에 기자들끼리 모여서 충분히 의견을 교환하거든요.
평소에는 채 10분도 걸리지 않았다고 했다. 딱 그 정도만 이야기해도 대략적인 윤곽이 나온다.
하지만 이번 챔피언십 시리즈가 종료된 이후에는 그 논의가 30분 넘게 이어졌다는 것이다.
-하긴 그렇군요. 이번 시리즈에서 탬파베이 선수들은 모두들 좋은 활약을 보여주었으니……. 으음?
여기서 사회자는 잠깐 멈칫했다.
-그래도 MVP 후보로 꼽을 수 있는 선수는 비교적 쉽게 나왔을 것 같은데요? 요하네스 반 벤쇼텐 혹은 빈센트 히야마……. 이 두 선수의 활약이 가장 두드러졌지 않습니까?
3차전에 선발로 나와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역사상 두 번째 퍼펙트 게임을 달성한 투수 요하네스 반 벤쇼텐.
그리고 투수로 나와서는 7이닝 무실점의 선발승, 타자로 나와서는 3홈런 9타점의 맹활약을 펼친 빈센트 히야마.
후보가 둘이라면 곧장 투표로 가면 되는 문제 아니었느냐는 지적에, 기자들 중에 한 사람이 묘한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사실 기자들 사이에서도 같은 이야기가 나와서, 처음에는 곧장 투표로 들어갔지요. 그런데…….
-그런데?
-정작 투표함을 열어보았더니, 제3의 인물이 70%가 넘는 지지율로 1위를 해버렸지 뭡니까.
-제3의 인물? 요하네스도 아니고 빈센트도 아니었다는 건가요? 그럼 대체 누구죠?
-예상하신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킴이었습니다. 탬파베이 레이스의 총괄 사장 말입니다.
기자는 말을 이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방출된 요하네스를 영입한 것도 킴이었고, 빈센트 히야마의 트레이드를 성사시킨 것도 킴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번 챔피언십 시리즈의 MVP를 받아야 할 사람은 킴이지 않느냐……. 대충 그런 논리였지요.
그 이후 양키 스타디움의 미디어룸에서는 한바탕 난리법석이 일어났다고 했다.
MVP를 선수가 아닌 프런트에게 줄 수도 있는가. 그건 전례에 없었던 일이다. 이렇게 목소리를 높이는 기자들이 있는가 하면.
MVP는 말 그대로 가장 가치 있었던 사람에게 주는 것 아니냐. 적임자에게 줄 수 없다면 MVP가 다 무슨 소용이냐. 이렇게 반박하는 기자들도 나오고.
결국 보다 못한 메이저리그 사무국 직원들이 ‘MVP 수상은 선수만 가능하다’는 리그 규정 조항을 들고 오면서, 가까스로 상황이 정리되었다는 것 같았다.
-하하하, 그런 일이 있었군요? 메이저리그 사무국 사람들이 아니었다면, 이번 시리즈 MVP는 요하네스가 아니라 킴일 수도 있었겠군요!
사회자는 껄껄 웃었다.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밖에서 PD가 자꾸 시계를 가리키네요? 아무래도 오늘 초대석은 여기서 마무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기자님들, 마지막으로 한 말씀씩 해주실 수 있을까요?
-기자로서 하는 겁니까, 아니면…… 탬파베이 레이스의 팬으로서 하는 겁니까?
-어느 쪽이든 좋겠지만, 날이 날이지 않습니까? 탬파베이의 팬으로서 한말씀 해주시면 더욱 좋겠군요!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그리고 다음 순간.
탬파베이 팬이라면 누구나 하고 싶었던 그 말이 라디오의 전파를 타고 세인트 피터즈버그 곳곳으로 전달되었다.
-킴, 고맙습니다! 고마워요!
-당신은 우리 탬파베이의 영웅이에요!
그리고 이어지는 한마디.
-다가오는 월드 시리즈! 3년 연속 우승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 *
이렇듯 탬파베이 총괄 사장에 대한 팬들의 사랑과 지지가 절정에 다다르고 있던 바로 그 무렵.
지섭은 클락와이즈 필드에 있는 자신의 집무실에서, 믹스 커피 한 잔을 만들고 있었다.
“…….”
사실 원래 이날은 탬파베이 프런트에서 정한 전체 휴무일이었다.
챔피언십 시리즈를 4경기 스윕으로 마무리한 덕분에, 월드 시리즈까지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던 것이다.
그러니 오늘 하루 정도는 푹 쉬고, 내일부터 좋은 컨디션으로 다음 시리즈를 준비해보자는 의미.
그런데도 지섭이 바득바득 출근을 해야 했던 이유는 멀리 마이애미에서 날아온 손님 한 사람을 맞이하기 위함이었다.
“자아, 드시지요.”
“감사합니다.”
고개를 꾸벅 숙이면서 지섭이 만든 커피를 받아드는 동양인 남자.
그의 이름은 라이언 초이, 플로리다주의 변호사 자격을 갖고 있는 남자였다.
한때는 그 유명한 에이전트 그룹, [보라스 코퍼레이션]에서 일했다. 브렛 에반스의 전담 에이전트를 맡은 적도 있었고.
하지만 지금은 에이전트 업계를 떠나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었다.
소송 업무도 대행하고, 조정 업무도 대행하고. 그리고 그의 업무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 가지.
“킴, 오늘은 [모닥불 재단] 건으로 찾아뵈었습니다.”
[모닥불 재단]은 지섭이 총괄 사장에 오르면서 만든 일종의 장학 재단이었다.유망한 학생 선수들의 유학을 지원해주기도 하고, 한국에서 유소년 야구 대회를 열기도 하고.
솔직히 처음에는 세금을 좀 줄여볼 생각으로 만든 것이었지만, 지금은 지섭에게 뿌듯한 보람을 안겨주고 있는 존재이기도 했다.
그리고 라이언 초이는 바로 이 [모닥불 재단]의 운영 이사를 맡고 있었던 것이다.
“예, 뭐 아까 메일로 보내주신 내용은 확인을 했습니다만…….”
지섭은 두 손으로 마른세수를 하다가 입맛을 쩝 다셨다.
“재단으로 엄청난 기부금이 들어왔다고요?”
“예, 대략 2천만 달러 정도……. 재단이 창립된 이후로는 처음입니다.”
“한국 돈으로 280억이 넘는 돈이데? 게다가 기부금을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른다?”
“그렇습니다. 제가 사무실에 없을 때, 봉투 한 장만 덜렁 내려놓고 갔더군요. 그 안에는 수표가 들어 있었고요.”
지금도 심장이 벌렁벌렁하는지, 라이언 초이는 목소리가 살짝 떨리고 있었다.
“일단은 경찰에 신고를 해두었습니다. 이렇게 큰 금액은 자금의 출처와 기부자의 신원을 확인해야 하니까요. 결과가 나오려면 꽤 기다려야겠지만, 일단은 킴을 찾아뵙고 보고를 드리는 게 맞을 듯해서…….”
“그렇군요. 아휴, 고생하셨습니다. 다른 소송 업무도 있었을 텐데.”
“별말씀을요.”
라이언 초이가 쭈뼛거리면서 커피를 한 모금 마시자, 책상 위에 걸터앉아 있던 지섭이 다시 물었다.
“혹시 그 수표 사진은 찍어두셨습니까? 한번 볼 수 있을까요?”
“아아, 예! 죄송합니다. 제가 그걸 보내드린다는 걸 깜빡했네요.”
그는 머그컵을 내려놓고 서둘러 핸드폰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띠링, 소리와 함께 메시지가 도착하자, 자신의 핸드폰을 들어서 이를 확인하는 지섭.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섭의 입가에는 은근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경찰의 조사 결과를 기다리지 않아도 될 것 같네요.”
“예?”
“어디서 거액의 기부금을 보냈는지 대충 감이 잡혀서 말입니다.”
“아니, 그걸 어떻게?”
라이언 초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자, 지섭은 핸드폰 화면을 가리켰다.
“보십시오. 기부금으로 들어온 금액이 정확히 1,903만 달러 아닙니까.”
“예, 그래서 대략 2천만 달러라고 보고를 드렸습니다만…….”
“1903년은 뉴욕 양키스가 창립된 해거든요. 그때는 이름이 조금 달랐던 것 같기도 하지만.”
“뉴, 뉴욕 양키스?!”
라이언 초이는 깜짝 놀랐다.
“뉴욕 양키스에서 모닥불 재단에 거액을 기부했다는 건……. 사실상 영입 의사 아닙니까?”
에이전트 경험이 있는 그였다.
업계의 흐름은 잘 알고 있다.
“프런트 쪽에서는 거의 없어도, 선수들을 영입할 때는 종종 있는 일이지 않습니까? 공식적인 접촉이 어려울 때, 선수가 운영하는 재단에 기부금을 낸다던가.”
“그렇죠. 제가 봐도 그러네요.”
지섭의 입가엔 쓴웃음이 걸렸다.
역시 양키스구나 싶었다. 그저 영입 의사를 밝히는 정도에 2,000만 달러 가까운 돈을 쓰다니.
어쩌면 이건 자신감의 표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반드시 영입해올 자신이 있으니, 이런 거액을 터억 안겨줄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하여튼 묘한 곳이라니까? 대체 이런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건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핸드폰 화면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지섭에게, 라이언 초이가 다시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예?”
지섭이 고개를 들자, 라이언 초이는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기부자가 누구인지 파악이 되었다면, 그 사람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것이 관례이지 않습니까?”
“아하.”
“편지를 보내시겠습니까? 아니면 직접 전화를 하신다거나…….”
뉴욕 양키스는 바로 이 부분을 노린 게 아닐까 싶었다.
콧대 높은 양키스다. 곧 죽어도 본인들이 먼저 나서서 연락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런 식으로 상대방이 먼저 다가오도록 만드는 것이 그들의 방식.
여기서 지섭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그냥 경찰에서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려 보시죠.”
“예? 아니, 왜요?”
“1,903만 달러라는 것 이외에는 어떠한 근거도 없지 않습니까? 어쩌면 제가 넘겨짚은 것일 수도 있고요.”
지섭은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지금은 월드 시리즈를 코앞에 두고 있습니다. 일부러 연락을 해서 타 구단의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한가하진 않아서요.”
“아아, 그렇군요! 맞는 말씀입니다.”
라이언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책상 위에 펼쳐 놓은 소지품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 보겠습니다. 혹시라도 업데이트가 되는 일이 있다면 다시 연락을…….”
“에이, 에이, 잠깐만!”
지섭은 손을 내저었다.
“왜 갑자기 짐을 싸고 그러십니까? 마이애미에서 여기까지 오셨는데, 제가 저녁이라도 대접해야죠.”
“아니, 방금 한가롭지 않다고 하시기에…….”
“흐흐, 그거야 양키스 녀석들에게 하는 이야기고요.”
지섭은 피식 웃었다.
“다른 약속 없으시면, 같이 식사라도 하시죠. 이번 시즌, 재단 운영을 맡아주시느라 고생도 많으셨는데.”
“아아, 정말입니까? 시간을 내주실 수 있는 건가요?”
“그렇다니까요?”
지섭의 이야기를 들은 라이언 초이는 아주 살짝 머뭇거렸다.
말을 해도 되는지를 놓고 고민을 하는 듯하다가, 조심스럽게 꺼내놓는 이야기.
“킴, 이왕에 시간을 내주신다면…… 저랑 같이 좀 가주실 수 있겠습니까?”
“같이? 뭡니까, 선약이 있으셨던 건가요?”
“예, 그런 셈이지요. 하지만 킴이 같이 가주신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 같아서요.”
그가 말을 이었다.
“혹시 기억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지난달에 우리 [모닥불 재단]에서 학생 야구 대회를 열었지 않습니까?”
“아, 예, 기억합니다.”
“그 우승팀 선수들이 지금 세인트 피터즈버그에 와 있거든요. 킴은 워낙 바쁘신 분이라 따로 말씀을 드리진 않았습니다만…….”
혹시라도 킴이 와 주신다면-
“학생들이 무척 기뻐하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