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ookie in the Baseball Team is Too Good RAW novel - Chapter (554)
야구단 신입이 너무 잘함 554화(554/554)
야구단 신입이 너무 잘함 554화
117장. 나의 야구, 당신의 야구(2)
[모닥불 야구 재단]에서 지난여름에 개최했던 전국 규모의 리틀 야구 대회.지섭이 전해 들은 바에 따르면, 이 대회는 꽤나 성황리에 개최되었다는 것 같았다.
전국에서 수백 명의 리틀 야구 선수들이 경기도 영산시로 모여들었고, 준결승전부터는 스포츠 전문 TV 채널에서 중계까지 되었다던가.
“하하, 킴의 영향력 덕분이지요.”
라이언 초이의 말이었다.
“현역 메이저리그 총괄 사장이 주관하는 대회였습니다. 주목을 받는 건 당연한 일 아닐까요?”
“흐음, 그렇습니까? 제가 우승팀에게 내건 특전 때문은 아니고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예, 선수들은 그쪽에 더 관심이 많은 눈치이긴 했지요.”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지섭은 우승팀에게 [미국 야구 체험 프로그램]을 일종의 상품으로 내걸었다.
대회 우승팀을 미국으로 초청하여, 10월에 플로리다에서 열리는 리틀 야구 토너먼트에 출전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이었다.
미국의 야구 선수들과, 그것도 같은 또래의 선수들과 제대로 맞붙어볼 수 있는 기회.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은 ‘미국으로 가자!’를 파이팅 구호로 외치며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고 했다.
지섭으로서는 전해 듣기만 해도 마음이 흐뭇해졌던 이야기.
“라이언, 한국의 리틀 야구는 몇 살까지입니까? 제가 어릴 때는 리틀 야구가 거의 없었거든요.”
“미국의 리틀 야구와 동일합니다. 12세까지죠. 한국에서는 보통 중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까지 활동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럼 선수들 대부분이 초등학생이라는 뜻인데…….”
지섭은 고개를 돌려 자동차 뒷좌석에 놓인 선물 박스를 바라보았다.
구단 마케팅 부문에서 받아온 티셔츠나 모자, 혹은 야구공 따위가 잔뜩 들어간 박스.
“크레파스나 연필…… 뭐 그런 걸 좀 챙겨올 걸 그랬나요? 지금 보니까 너무 야구 선수들을 위한 선물인데?”
“하하, 괜찮을 겁니다. 리틀 야구 선수는 야구 선수 아니랍니까? 게다가…….”
운전대를 잡고 있던 라이언 초이는 지섭을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제가 장담합니다. 킴이 직접 와주시는 것만으로도 선수들에겐 정말 큰 선물이 될 겁니다.”
“정말로요?”
“아휴, 그럼요! 요즘 꼬맹이들이 얼마나 정보에 빠삭한데요? 모르는 게 없다니까요?”
아, 저기 보이는군요.
선수들은 저 식당에 있습니다.
라이언 초이가 저 멀리 한국 식당을 가리키며 자동차 핸들을 꺾을 때만 해도, 지섭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프로 지명을 앞둔 고등학생이라면 또 몰라도, 초등학생 꼬꼬마들이 나를 알아볼 수 있으려나.
차라리 탬파베이 선수들에게 동행을 부탁하는 게 낫지 않았으려나. 빅터 존슨 주니어라면 흔쾌히 시간을 내주었을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라이언 초이를 따라 휘적휘적, 우승팀 선수들이 모여 있다는 식당 메인 홀로 접어들었을 때-
와아아아!!!
와아아아!!!
탬파베이 레이스의 총괄 사장을 맞이한 것은 식당 안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커다란 환호성이었다.
“우와, 김지섭이다!”
“탬파베이 레이스! 맞지?!”
식당 가운데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리틀 야구 선수들은 지섭을 향해 꺅꺅 소리를 질러댔다.
“우와, 정말 탬파베이 레이스의 총괄 사장님이 오신 거래요?”
“헐, 미쳤다. 나는 감독님이 그냥 하시는 말씀인 줄 알았는데…….”
그 주위에서 삼삼오오 모여 수군거리는 사람들은 아마도 학생 선수들의 부모님인 듯했고.
“어, 어서 오십시오! 김지섭 사장님, 어려운 걸음을 해주셨습니다!”
“정말 반갑습니다! 저는 이번 전국 대회의 우승팀, 하안BC의 엄준성 감독이라고 합니다!”
지섭을 향해 연신 허리를 숙여오는 사람들은 이 우승팀의 감독과 코칭 스태프였다.
“아휴, 예, 안녕하십니까.”
탬파베이 레이스의 총괄 사장이 된 지도 벌써 5년째.
사실 그 전부터 양키스며 레드삭스며, 메이저리그 사람들은 손바닥 위에 올려놓은 것처럼 능숙하게 다루는 지섭이었으나.
이렇듯 자신을 향해 ‘사장님, 사장님’하면서 다가오는 사람들은 여전히 어색하게 느껴졌다.
“사장님, 이렇게 오셨으니 우리 선수들을 위해 격려의 한 말씀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다들 그것만 기다리고 있었을 텐데.”
“아아, 격려의 한마디요?”
그래서였을까.
인사 한마디를 부탁한다며 마이크를 들이미는 감독을 조금 난처한 듯이 바라보다가, 결국은 이런 한마디로 살짝 회피하고 말았던 것이다.
“글쎄요, 영양가 없는 이야기보다는…….”
지섭은 양손 가득 챙겨 들고 온 선물 보따리를 들어 보였다.
“일단 우리 선수들에게 선물부터 나누어주는 건 어떨까요?”
물론 그의 한마디가 떨어지기 무섭게, 식당 안에는 다시 한번 ‘와아아아’ 아이들의 환호성이 울려 퍼졌지만 말이다.
* * *
세월이 흘러도 ‘사장님’ 호칭에는 영 적응이 되지 않았던 지섭.
그래서 처음에는 이 자리가 조금 불편했던 지섭이었으나, 그것도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다.
기본적으로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었다. 그것만 해도 대화를 이어갈 소재를 차고 넘친다.
게다가 미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한국 야구계만의 특징. ‘한두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람’이 적용되고 있었던 것이다.
“헐, 그게 정말입니까? 천진우 감독님하고 같이 야구를 하셨다고요? 언제요? 고등학교 때?”
“아뇨, 중학교 시절이었습니다. 제가 1학년에 입학했을 때, 천진우 선배가 야구부 3학년 주장을 맡고 있었죠.”
리틀 야구단 엄 감독은 뿌듯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때는 또 야구부 규율이 굉장히 엄했잖아요? 제가 적응을 못 하고 있을 때, 천진우 선배가 정말 많이 도와주셨지요.”
“와아, 천 감독님은 그때부터 리더 기질이 있으셨네요. 저희 탬파베이 레이스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으셨습니다.”
“지금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일하신다고 들었는데…… 맞습니까?”
“예, 감독의 특별 보좌 역할을 맡고 계시긴 한데…… 아니지, 그냥 전화 연결 한번 해드릴까요?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그, 그래도 되는 겁니까? 인사를 드릴 수 있다면 저는 영광이죠!”
그렇게 공통의 지인을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한국 야구와 미국 야구의 차이점을 토론하기도 하고.
삼겹살을 굽던 불판이 양념 갈비를 굽는 불판으로 바뀐 뒤에는, 아마추어 야구 현장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지섭에게는 실로 오랜만에 야구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포스트시즌에 대한 부담감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시간이었고.
그렇게 리틀 야구단의 감독, 코치, 그리고 학부모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찰나.
“저기…… 감독님?”
“오오, 성민아!”
리틀 야구단 감독의 등 뒤로 슬그머니 다가오는 학생이 하나 있었다.
키가 175㎝는 되어 보이고, 덩치도 굉장히 우람한 친구였다. 처음에 지섭은 학생이 아니라 코치나 학부모로 착각을 했을 정도.
그런데 이 학생이 다가오자, 감독이 별안간 무릎을 치면서 ‘아차!’ 하고 소리를 쳤던 것이다.
“아아, 그렇지! 그게 있었지?”
완전히 잊고 있었다는 둥, 말을 안 해서 미안하다는 둥.
겸연쩍은 표정으로 그 덩치 큰 학생의 어깨를 퉁퉁 두드리던 감독이 지섭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사장님?”
“예.”
“일단 소개부터 드리겠습니다. 이 친구는 우성민이라고 하고요. 올해로 중학교 1학년인데…….”
감독은 그 ‘우성민’이라는 학생의 손을 잡아주면서 말을 이었다.
“이 녀석이 예전에 사장님을 한번 뵌 적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저를요?”
지섭은 들고 있던 젓가락을 잠시 내려놓으면서 눈을 가느스름하게 떴다.
“학생, 우리가 어디서 만났죠?”
중학교 1학년에 이 정도 덩치라면, 기억에 남을 법도 하건만.
지섭은 연신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힌트를 좀 줄 수 있을까요? 그러면 기억이 날지도 모르겠는데.”
“아아, 잠시만요!”
학생은 마치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주머니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 지섭에게 불쑥 내밀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어느새 지섭의 주변으로 하나둘 몰려들기 시작하는 사람들.
그렇게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는 가운데, 지섭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플라스틱 큐브 안에 들어 있는 사인볼 하나였다.
‘잠깐만, 이게 누구 사인이었더…… 으음?!’
지섭의 눈이 휘둥그레 뜨인 것은 바로 이때의 일이었다.
이 덩치 큰 중학교 1학년생이 내민 야구공에는 다름 아닌 지섭 본인의 사인이 들어가 있었던 것이다.
‘KH 캐논즈 김지섭? 내가 캐논즈 시절에 사인을 해줄 일이 있었던가? 그때는 거의 없었던 것 같은…… 아아?!!’
불현듯 머릿속에 떠오르는 기억.
지섭은 깜짝 놀라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인천 국제공항? 그때 만났던 꼬맹이?!!”
지섭의 외침을 들은 학생은 표정이 환하게 밝아지면서 고개를 막 끄덕이고 있었다.
* * *
그때가 언제였던가.
아마 지섭이 KH 캐논즈를 떠나 미국 메이저리그로 향하던 날이었지 싶다.
당시 캐논즈 사람들은 지섭을 배웅하기 위해 인천 국제공항으로 나와 주었는데, 그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던 와중에 지섭에게 다가온 아이가 하나 있었던 것이다.
나이는 초등학교 1학년이나 되었을까. 그때 그 아이가 했던 말은 지섭의 기억 속에도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사인이요, 사인 해주세요!
그래, 여기까지는 평범했었다.
하지만 누구 사인을 원하느냐는 질문에, 녀석은 이렇게 답했던 것이다.
-야구 제일 잘 아는 사람이요.
지금 생각해도 그건 ‘야구 잘하는 사람’을 잘못 말했던 게 아닐까 싶지만, 그때 그 꼬마는 그런 게 아니라며 바득바득 우겨댔다.
결국 그 모습이 캐논즈 선수들의 레이더에 포착되었고, 지섭은 거의 떠밀리는 듯한 느낌으로 아이에게 사인을 해주었던 것이다.
[KH 캐논즈 김지섭]돌이켜 보면 그때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사인을 해준 것이었다.
계약서를 쓰거나 할 때를 제외하고, 야구팬에게 해준 것으로는 완전히 처음.
덕분에 기억 속에 남아 있던 그때의 어린 아이가 지금 이렇게 지섭의 눈앞에 나타났던 것이다.
“아아, 그래! 시간이 이렇게 흘렀구나. 그때 그 꼬맹이가 벌써…….”
놀랍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지섭은 반가운 마음에 그 덩치 큰 학생을 덥석 끌어안았다.
“이야, 이게 진짜 무슨 일이냐? 너 그때 일은 기억하니? 아저씨가 사인해줬던 건 기억해?”
“솔직히…… 기억은 잘 안 나요.”
확실히 예전에 만났을 때도 이렇게 솔직했던 녀석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아저씨가 TV에 나올 때마다 엄마가 그러셨어요. 제가 아저씨를 만난 적이 있다고. 아저씨가 직접 사인을 해주셨다고.”
“아아, 그래서 이 사인볼을 갖고 온 거야? 나한테 보여주려고?”
“예, 한국에서 챙겨왔어요. 사인을 한 번 더 받고 싶기도 하고요.”
그러면서 사인볼을 돌려 빈 곳을 보여주는 우성민 학생.
지섭은 얼굴 가득 웃음을 지으면서 사인볼을 받아들었다.
“그래! 어렵지 않지! 너한테 사인을 해주는 게 뭐 어렵겠니? 응?”
아휴, 이게 무슨 일이야.
진짜 이게 무슨 일이냐고.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면서 옆에 놓여 있던 펜을 집어 드는 지섭.
그러다 문득 생각난 것이 있는지, 지섭은 학생에게 물었다.
“잠깐만, 그런데 중학교 1학년이라고?”
“예.”
“그럼 리틀 야구는 졸업한 거 아닌가? 보통 중학교 1학년 여름방학까지 한다고 들었는데.”
이때가 10월이었다.
리틀 야구를 하던 학생들은 중학교 야구부나 주니어 야구 클럽으로 자리를 옮겼을 무렵.
처음에는 고개를 갸웃거리던 지섭도 이내 알겠다는 듯이 ‘아아’ 소리를 냈다.
“혹시 그건가? 이번 미국 여행에는 졸업생 자격으로 함께했다던가? 지난 여름 대회 때까지는 같이 운동을 했을 테니까.”
“예, 맞아요. 감독님이 저보고 OB라고 하셨어요.”
“하하, OB라니…….”
예전에 쓰던 단어가 그대로 쓰이는 모습에 잠시 웃음을 흘리던 지섭.
그러는 동안 사인을 마친 지섭은 공을 돌려주면서 다시 물었다.
“그럼 지금은 어디서 야구를 해? 어느 중학교야?”
뭐라고 할까, 이때 지섭은 약간의 기대감을 품고 있었던 것 같다.
중학교 1학년에 175㎝, 이건 평범한 수준을 넘어서는 덩치였다.
이 정도 체격에 운동 신경이 조금 들어가면, 굉장한 유망주로 성장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물어봤던 질문이었는데, 돌아오는 반응이 조금 묘했다.
“으음, 그, 그건…….”
“그건?”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는 중학교 1학년.
그를 대신해서 말을 꺼낸 것은 리틀 야구단의 감독님이었다.
“사장님, 성민이는 사실…… 지난 여름방학을 끝으로 야구를 관뒀습니다. 중학교도 야구부가 없는 곳으로 갔고요.”
“예?”
지섭은 눈을 끔벅였다.
“아니, 이렇게 좋은 체격에, 전국대회 우승까지 했던 친구가…… 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