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ise Chef Life RAW novel - Chapter 154
153화. 전설의 약초(1)
***
민주의 갑작스러운 혼절에 촬영장은 그야말로 혼돈의 카오스 상태에 빠졌다.
스태프 중 누군가가 빠르게 119를 불러 앰뷸런스와 구급대원이 빠르게 도착했다.
해준은 민주와 함께 구급차를 타고 근처 병원으로 향했다.
현장에 있던 민주의 로드 매니저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김정후에게 연락을 취했고, 김 대표는 인맥을 동원해 민주를 VIP 병실에 입원시켰다.
병원에 입원한 민주는 여러 가지 검사를 했고, 몇 시간 후 검사 결과가 나왔다.
평생 해외여행 한번 제대로 못 다닌 부모님의 25주년 결혼기념일 선물로 민주가 남태평양 크루즈 여행 티켓을 끊어드려 부모님은 올 수 없는 상황.
차해준과 김 대표가 보호자 자격으로 의사와 마주 앉았다.
“흐음···.”
감정을 알 수 없는 얼굴로 모니터를 바라보던 담당 의사의 한숨에 김정후가 너털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하하. 우리 민주 별거 없죠?”
“암입니다.”
“!!??···아, 암이요?”
“허!”
암이라는 말에 해준의 사고회로가 정지됐다.
‘암?! 암이라니··· 이제 겨우 스무 살인데 무슨 암.’
성인이 되고 술은 조금 마셨지만, 담배를 피우는 것도 아니고 식생활이 불규칙한 것도 아니다. 스케줄에 치어 늘 쪽잠을 자고 피곤해했지만, 체력 관리를 소홀히 하지도 않았는데 암이라니.
해준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제가 잘못 들은 건가요?”
“아뇨. 암 맞습니다.”
“오진할 확률은요?”
“거의 제로에 가깝죠.”
“에이, 선생님. 사람이 하는 일인데, 실수가 있을 수도 있죠. 대표님. 우리 다른 병원으로 옮겨요. 대표님 인맥이면 여기보다 더 좋은 병원 VVIP 관리하는 의사랑 연결할 수 있잖아요. 거기서 다시 진단받아요.”
“해준 씨.”
“왜요? 힘들어요? 제가 좀 알아볼까요? 저도 나름 여기저기 아는 사람들 있는데. 잠깐만, 저번에 명의 프로그램 피디랑 인사를 나눴는데 명함이···.”
눈이 힘이 풀린 해준이 허공 어딘가를 응시하며 몸을 더듬었다.
주머니를 뒤적거리는 그의 손이 덜덜 떨렸고, 안쓰럽게 지켜보던 김 대표가 해준의 허벅지를 꽉 움켜쥐었다.
“해준 씨. 침착해요.”
“침착하라니요. 민주가 암이라는데 무슨 침착히요? 걔 이제 고작 스무 살이에요. 그런데 뭐, 암? 이건 진짜 말도 안 된다. 아, 몰래카메라인가? 연애타운 제작진이 장난치는 거죠? 그렇죠?”
도저히 지금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는 해준이 아무 말이나 내뱉었고, 김 대표가 진정시켰다.
“진정해요. 요즘 암이 어디 암인가. 대한민국 국민 4명 중의 1명은 암이고, 암도 쉽게 고치잖아.”
“아. 그렇네. 맞아요. 얼마 전에 뉴스에서도 봤는데 사우디 왕족도 한국에 치료 받으러 온다고. 역시 의료 강국! 그래 고치면 되겠네.”
김정후의 말이 맞다.
요즘 암이 어디 옛날과 같은가. 방사능 치료나 수술로 충분히 고칠 수 있고, 생존확률도 높다.
게다가 민주가 일반인도 아니고, 거의 탑티어 반열에 오른 인기 아이돌 걸그룹의 멤버니 병원 홍보를 위해서라도 우수한 의료진이 달라붙어 말끔하게 치료해줄 것이다. 방사능 치료든 수술이든 할 수 있는 방법을 총동원해서.
해준이 주치의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긍정의 미소를 지으며 자신만 믿어달라는 말을 해주길 바라는 눈빛.
그러나 어째 반응이 이상했다.
“음··· 그게.”
“왜 말씀을 안 하세요.”
“음··· 자세한 건 검사를 더 해봐야 알겠지만, 상황이 썩 좋지는 않습니다. 암이 퍼진 위치도 안 좋고, 전이도 상당히 된 것 같습니다.”
“그래도 고칠 수 있잖아요. 그쵸?”
“······.”
“말씀 좀 해보세요.”
다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아무래도 마음의 준비를 하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뜻밖의 말에 해준은 물론이고, 그를 진정시키던 김 대표의 얼굴까지 잿빛으로 변했다.
암인 것도 모자라서 마음의 준비까지 하라니.
이건 가도 너무 갔다.
도대체 누가 이런 장난질을 친단 말인가.
“의사 양반 말이 너무 심하잖아요. 마음의 준비라니. 그럼 우리 민주가 무슨 불치병이라도 걸렸다는 거야?”
내내 침착하던 김 대표가 폭발했다.
“다른 데로 가자니까요.”
해준도.
그 난리 통에도 의사는 익숙하다는 듯 평정심을 유지했다.
“그래요. 차 셰프.”
“저번 주까지 멀쩡히 무대 위에서 춤추고 노래하던 애가 갑자기 암이라니요? 완전 돌팔이네. 쳇.”
“그 점은 저희도 의아합니다. 보통 이 정도까지 암이 진행됐다면 분명 통증도 상당하고, 뭔가 징조가 있었을 텐데.”
의사의 말에 난리를 치던 해준이 잠잠해졌다.
‘설마 내 탓인가?!’
해준의 머릿속이 멍해졌다.
살인적인 스케줄에 힘내라고 만들어준 각종 버프가 달린 음식들.
그중에는 체력 회복이나 통증 감소, 컨디션 유지 같은 버프의 요리들도 많았다.
만약, 음식의 버프 때문에 민주가 병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면?
그건 100% 차해준의 잘못이다.
이미 해준의 머릿속에서 민주의 암이 모조리 자신의 탓이 되어버렸다.
“아··· 나 때문이구나.”
그러자 해준의 멘탈이 쿠크다스처럼 바사삭 부서졌다.
“차 셰프. 그게 무슨 말이에요.”
“이게 다 저 때문이었어요.”
“슬픈 건 알겠는데 자책하지는 마요. 이럴 때일수록 주변에서 정신 바짝 차려야지.”
“아니에요. 아무리 생각해도 나 때문이야.”
.
.
.
차해준과 김정후는 진료실을 나와 민주가 입원해있는 VIP 병실로 걸음을 옮겼다.
걸어가는 내내 해준은 말이 없었다.
냉정함을 되찾은 김정후는 일단 사태를 수습에 열을 올렸다.
“일단 제작진과 언론에는 가벼운 빈혈로 말해놓을게요. 벌써 실검에 올랐으니 최대한 빨리 이쪽에서 얘기해주는 게 추측성 기사를 막는 길이에요. 그리고, 병에 대한 건 민주에겐 비밀로 하죠. 민주 부모님 여행에서 돌아오면 상의해서 어떻게 할지 결정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네. 대표님 뜻대로 하세요.”
해준의 대답에서 영혼이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 당장에 민주의 건강도 걱정이지만, 해준의 멘탈도 염려스러웠다.
어느덧 도착한 VIP 병실.
걸음을 멈춘 해준이 멈칫하며 뒷걸음질 쳤다.
“안 들어가세요?”
멘붕 상태의 차해준을 보며 김정후가 물었다.
“저··· 저는 그냥 갈게요.”
이 모든 게 자기 탓이라고 생각하니, 차마 민주 앞에 서서 제대로 눈을 마주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만나셔야죠.”
“아, 아닙니다. 민주한테는 급한 일이 생겨서 먼저 간다고 전해주세요. 그럼 전.”
잠시 멍해 있던 해준은 도망치듯 병원을 빠져나왔다.
***
[러블리엔젤 민주 연애타운 촬영 중 실신] [충격! 러블리엔젤 민주 활동 중단 “건강상의 이유?···” 석연치 않은 소속사의 해명] [심층취재] [민주 러블리엔젤 활동 적신호 최악의 경우 탈퇴 가능성도 제기] [속보] [민주 암 확진 판정] [단독] [시한부 판정 앞으로 1년··· 민주의 건강 상태는?!] [단독]···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인터넷 매체와 신문을 중심으로 단독, 속보가 쏟아져나왔다.
JH 홍보팀이 다방면으로 언론을 틀어막았지만, 병원의 누군가가 기자에게 돈을 받고 정보를 흘린듯했다.
열애설 이후 다시 한번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른 민주.
기사를 접하고 놀란 지인의 연락과 쏟아지는 별스타 DM으로 민주도 자신의 상태에 대해 강제로 알아버렸다.
조용히 해결책을 찾으려던 김정후 대표의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다.
“너희 부모님은 긴급하게 비행기 타고 돌아오고 계셔.”
“여행 끝나고 오셔도 되는데.”
“상황이 이렇게 됐는데 맘 편히 여행 못 하지. 배 타고 계시는 게 더 곤욕일걸?”
“히이잉···.”
정밀 검사 결과 상황은 더욱 안 좋아졌다.
의사의 말처럼 이미 전신에 암이 퍼졌고, 치료는 불가. 남은 시간은 길어야 1년 정도라고 했다. 기적이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민주는 스물한 살에 죽음을 맞이할 운명이 되었다.
“오빠는요?”
“그, 급한 일이 있다고 잠깐 나갔어.”
“아··· 네.”
어쩐지 민주 얼굴의 그늘이 더 깊어졌다.
지금 이 순간 곁에서 누구보다 힘을 보태야 할 남자친구가 사라졌으니 당연한 반응이다.
‘그 자식!···’
김정후가 어금니를 깨물었다.
해준은 민주에게 남은 시간이 채 1년도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듣더니 도망치듯 사라져버렸다.
‘그렇게 안 봤는데.’
김 대표는 해준에게 실망했다.
힘든 상황에 닥쳤을 때 진짜 밑바닥 나온다고.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봉사도 열심히 하던 차해준이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다.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치료에나 신경 써. 병원비는 내가 다 책임질 테니까.”
“고맙습니다. 대표님.”
***
그 시각.
해준은 차원의 농장에서 미친 듯이 땅을 일구고 씨앗을 심었다.
포테의 상점에서 구매한 비싼 포션을 물처럼 뿌리며 심고, 수확하고. 심고, 수확하고를 반복했다.
“이것도 아냐. 이것도.”
수확한 작물 중 A등급 효능을 확인하고는 이내 어두운 얼굴로 변했다가 다시 새로운 씨앗을 심었다.
고랑을 파 씨앗을 심고, 흙을 덮어 물을 줬다.
또다시 비료를···.
“어? 벌써 다 떨어졌네. 포테. 성장 포션 10개 구매할게. 등급업 포션이랑 붕붕드링크도.”
[1,750pt입니다. 더 필요하신 물품은?]“필요하면 얘기할게.”
[그런데 도대체 뭘 생산하려고 그러시나요?]“아냐.”
구구절절하게 설명한 시간조차 부족했다.
비록 이곳의 시간이 현실보다 빠르게 흐른다 해도 농장에 온 지 벌써 4일째. 꼬박 하루 동안 민주를 혼자 남겨놨으니 최대한 빨리 현실 세계로 돌아가야만 했다.
‘빈손으로 갈 수는 없어. 뭐라도 만들어가야지.’
민주가 암에 걸렸다는 말을 듣자마자 해준은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게 뭐가 있는지 생각했다.
옆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건 바보 같은 짓.
그녀를 살리기 위해 뭐라도 해야 했다.
‘닥치는 대로 만들다 보면 분명 뭔가 만들어질 거야.’
작물이 자라는 동안 해안가에서 A등급 식재료들을 낚았다.
레시피 노트를 확인하며 질병에 효과가 있는 요리들을 만들었다.
체력이 회복되는 용왕 해신탕, 면역력이 증가하는 묵은지 김치찌개를 비롯해 새로운 레시피의 요리도 만들었다.
[문어솥밥] – 한 그릇 통째로 먹으면 원기 회복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4일 밤낮으로 꼬박 매달려 얻은 결과물치고는 초라했다.
좌절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요리를 담아 민주가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
하루 사이에 민주는 꽤 수척해져 있었다.
“오빠.”
“아직 밥 안 먹었지? 이거 좀 먹어.”
바리바리 싸 온 음식을 꺼내놨다.
“우와~ 뭘 이렇게 많이 가져왔어요?”
“너 약식동원이라는 말 알지? 음식이 곧 약이야. 이럴 때일수록 든든하게 먹어야 힘내서 병을 이겨내지.”
“그렇지않아도 배고팠는데. 헤헤···. 여기 음식 좀 맛없는 거 같아요.”
애써 밝은 미소를 지으며 농담을 했다.
“VIP 병실 식단이 뭐 그래. 오빠가 여기서 요리하면 사람들 엄청 올걸요? 아, 병원에 사람 많은 건 안 좋은 건가? 큭.”
“······.”
“잘 먹을게요!”
민주가 평소처럼 숟가락을 들고 밝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