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word Sense RAW novel - Chapter 233
78화 배후 (3) >
확연하게 달라진 말투에 문주 양정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아마도 자신이 알고 있던 ‘그’가 아닌 다른 존재가 된 것을 어렴풋이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놈의 표정에서 이 모든 것이 드러난다.
나는 사련검과 시야를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보인다.
다만 내가 하는 말을 그대로 전하라고 했더니, 자신의 말투대로 하는 사련검이다.
각색하지 말고 그대로 전달해.
-노예 주제에 까다롭구나. 너.
누가 노예라는 거야.
후우.
전달이나 제대로 해라.
다시 한 번 짧게 네가 인악면이냐 라고 말해.
-알았어.
“인악면이냐고 물었잖아. 응?”
…….젠장. 모르겠다.
그래 말투야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네놈 누구야?”
문주 양정이 경계심이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이제 확실하게 복면인들의 우두머리가 아님을 알아차렸나 보다.
“흐으응. 그건 네가 알 바가 아니지.”
“…….무슨 사술을 부린 거지?”
“알 바가 아니라고 했잖아.”
사련검에게 조종당하고 있는 복면인들의 우두머리가 마차의 바깥쪽을 고개짓 하며 문주 양정에게 말했다.
“잘도 저질렀더라?”
바깥에 시신들이 널브러져 있다.
전부 사천성 무림 연맹 지부의 무사들이었다.
입막음을 위해서 전부 죽인 것이다.
그 말에 문주 양정이 가늘어진 눈매로 콧방귀를 뀌었다.
“흥.”
점혈까지 당해서 언제 죽을지도 모를 상황에 배포가 남달랐다.
조금도 위축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그래 일반 여자들도 아니고 무림의 여성들마저도 노릴 정도라면 그 정도 배짱은 보여줘야지.
“당당하시군.”
비웃음을 보이던 놈이 입을 열었다.
“보는 눈과 듣는 귀가 많으면 죽이는 것은 당연지사지.”
“동료애가 지극하시군. 한데 이를 어쩌지? 이 정도 상처라면 고작 일 각도 버티지 못하고 죽을 텐데 말이야.”
검이 복부를 관통했다.
치료하지 않고 내버려두면 죽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그런 나의 말에 비웃음을 흘리던 놈의 표정이 무섭게 일그러졌다.
“당장 이걸 풀고 공전에게 건 사술을 푼다면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가도록 하겠다.”
이 자의 이름이 공전인가 보다.
동료를 살리려는 마음이 지극한 것 같은데, 상황 파악이 덜 된 것 같다.
“그럴 거였다면 굳이 이런 짓도 안했지.”
“하!”
놈이 기가 차했다.
그러더니 날카롭게 노려보며 말했다.
“설마 네놈들이 누군지 모를 거라 생각하느냐?”
응?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이다.
일부러 시간 간격을 두고 멀리 떨어지고 나서 노린 것이었는데, 설마 내가 개입한 것을 눈치라도 챈 걸까?
하긴 그럴 수도 있다.
서로 한패인 게 드러났으니 복면인의 우두머리가 말해줬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필히 이놈을 죽여야…..잠깐 이상한데.
지금 네놈들이라고 했나?
복수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나와 영영이를 통틀어서 한 말 치고는 이상하다.
한 번 시험해봐야 겠다.
“호오. 제법 영리한 구석도 있네.”
“…….서로 간섭하지 않기로 했을 텐데. 이런 식으로 들쑤신다면 어머니께서 가만히 계실 것 같으냐?”
어머니라…..
역시 회귀 전에 들었던 그 소문이 사실이구나.
한데 서로 간섭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은 지금 이놈이 오해하는 자들과 서로 알고 지내던 관계라는 말이 된다.
대체 어떤 자들을 말하는 건지 궁금해진다.
어떤 대사를 전달해야 놈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올까?
그때 아직 지시를 내리지도 않았는데 사련검이 제멋대로 입을 열었다.
“이쪽에서 찜해둔 것을 노리면 곤란하거든. 흐으응.”
……..제법인데.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했다.
악명 높은 향화열락궁의 궁주 주사련의 검이라서 이런 경험이 많은 건가.
어쨌거나 사련검의 임기응변에 놈이 반응을 보였다.
“찜해뒀다고? 설마 봉황당의 계집들을 말하는 것이냐?”
“글쎄.”
무조건 긍정을 표할 필요없다.
내가 이 자와 안면이 있는데 지금은 껄끄러운 관계라면 내 자신의 모든 것을 밝히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다.
“…….소검선이로군.”
놈의 입에서 내가 거론되었다.
어째서 갑자기 나라고 여긴 거지?
사련검 잠시 아무 대답하지 않고 물끄러미 쳐다만 보고 있어봐.
문주 영정이 피식하고 웃으며 말했다.
“맞췄나 보군. 하긴 네놈들이 움직일 만한 이유는 만들어놓은 판에 방해가 되는 작자들을 처리하는 것일 테니 말이야. 안 그렇나?”
아직 답하지 마.
자기 스스로 뭔가를 더 얘기할 거야.
“………”
예상대로 놈이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한데 이를 어쩌시나? 귀살권마까지 동원했는데 아무런 성과도 없이 살려놨으니 네놈들의 존주라는 작자도 아주 노여워했겠군.”
‘!!!’
순간 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들이 알고 있는 그 조직은 다름 아닌 금안의 조직이었다.
내가 직접 마주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행이다.
그랬으면 찰나에 감정이 드러날 뻔 했다.
-뭐라고 할까?
잠깐만 있어봐.
처음으로 금안의 조직 그 자체가 아니라 그들을 알고 있는 자들과 접선을 한 셈이었다.
이제야 아귀가 맞아 떨어진다.
그렇지 않아도 그 암시귀라 불렸던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괴인을 보고서 금안의 조직 혹시 관련이 있지 않을까 의문을 가졌던 참이었다.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문제는 이들의 배후 역시도 금안 못지않게 껄끄러운 자라는 게 문제다.
-껄끄럽다고?
무림 맹주 백향묵이 직접 나서도 어찌 해보지 못한 괴물이 이들의 배후다.
그래서 일부러 멀리 보내고 처리하려 했던 거였고.
그런데 계획을 달리해야 할 것 같다.
최대한 이 상황을 이용해야 겠다.
-재밌겠네. 깔깔깔.
사련검 네 역할이 중요해졌다.
-이제 목갑에 안 넣는다고 약조하면 도와줄게. 자기야.
……중요한 순간에 협상질 하지 말라고.
-흐으응. 글쎄에에.
콧소리까지 내는 게 자신은 손해 볼 게 없다는 식이다.
후우. 알았다. 방도를 찾아볼게.
-깔깔깔 좋아. 우리 자기는 내가 도와줘야지.
그럼 시키는 대로 해라.
사련검이 공전이라는 자의 입을 통해 말문을 뗐다.
“존주를 함부로 입에 담다니 너나 이 자의 목숨이 아깝지 않나 보네?”
“…….어머니께서 자식들을 건드리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네놈들이 모시는 존주야 말로 잘 아실 텐데.”
오히려 더 강하게 나온다.
금안의 조직을 알면서도 두려워하지 않다니.
하긴 그러니 그런 악명을 떨칠 수 있었겠지.
오히려 잘됐다.
자극하기 더 좋으니까 말이다.
“존주께서 네놈들의 어미에게 눈 하나 깜빡이실 것 같아?”
“네놈이!”
그 말에 문주 영정이 분노를 참지 못했다.
혈도를 점했는데 얼굴에 핏줄까지 선 것을 보면 정말 충성심이 강한 것 같다.
사련검 이렇게 해.
-정말?
그래.
나의 지시에 사련검이 의아해했지만 이를 따랐다.
사련검이 공전이라는 자의 몸을 움직였다.
-콱!
문주 영정의 목을 손으로 움켜잡은 것이었다.
“컥!”
“목숨이 간당간당한데 나오는 태도가 썩 마음에 들지 않네. 역시 그냥 죽여야 겠어.”
사련검이 하는 말에 목이 졸려서 눈동자의 핏줄이 선 문주 영정이 증오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네….네놈이 정녕 선을….넘으려는….것이냐?”
“이쪽의 일에 먼저 간섭한 것은 네놈들과 네놈의 어미다.”
“이노오옴!!”
목을 조르면서도 자극하는 말에 놈의 분노가 극에 치닫고 있었다.
사련검의 목소리가 내 머릿속을 울렸다.
-죽지 않을 만큼 조르고 있긴 한데, 이래도 괜찮아? 뭐 정보 같은 걸 얻어내려고 그러는 거 아니었어. 이러면 정보는커녕.
정보라니.
내 목적은 다른데 있다.
서로 간섭하지 않기로 했는데, 껄끄러운 사이라면 더 좋은 활용도가 있지 않나.
이들끼리 서로 싸우게 만들면 된다.
-호오. 우리 자기. 제법 머리 좀 굴릴 줄 아는데.
내가 알고 있는 그 어머니라는 작자의 성정이라면 절대로 가만히 있지 않을 거다.
어떻게든 복수를 하려 들 게 틀림없다.
그렇지 않아도 이제는 나를 대놓고 노려서 어찌 할까 고민 중이었는데, 이런 기회를 놓칠 수야 있나.
-언제까지 조르고 있을까?
네가 조종하고 있는 그놈이 죽을 때까지.
이놈은 살아 있어야 하니까.
그때 놈의 입을 열었다.
“컥……아직…..검…..들을…..전부…..회수하지…..못했다는 건….네놈…..들이….그것을….극복하지….못했다는….걸 텐데?”
응?
이건 무슨 소리야?
생각보다 흥미로운 정보가 놈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검을 회수하지 못했는데 무언가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게 대체 무슨 의미지?
사련검 목에서 손을 떼 봐.
공전이 놈의 목에서 손을 떼자 미친 듯이 기침을 해댔다.
“쿨럭….쿨럭…..쿨럭….”
“……지금 무슨 소릴 한 거지?”
한참 기침을 해대던 놈이 상기된 얼굴로 이죽거리며 말했다.
“크…..흐흐….네놈들이 어째서 그 불길한 검들을 찾는지 어머니께서…..모를 거라 생각했나?”
역시 예상대로다.
놈이 말한 것은 다섯 요검인 것 같다.
“아니. 생각해보니 네놈들의 존주란 작자도 어쩌면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군. 그러니 쉽사리 어머니를 건드리지 못한 거겠지?”
뭔가 엄청난 정보가 있다.
이걸 알면 금안의 조직이 어째서 요검을 노리는지, 그리고 이들이 무엇을 알아냈기에 서로 간섭하지 않기로 맹약을 맺은 건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사련검이 공전을 통해 놈에게 말했다.
“너….뭘 알고 있는 거지?”
그 말에 문주 영정이 눈살을 찌푸렸다.
가늘어진 눈매로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이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네놈 시술자가 아니로군.”
“뭐?”
“그러니 내게 되묻는 게 아니냐? 하긴 예전부터 네놈들의 존주라는 작자는 조심성이 많다 못해서 수하들은커녕 누구도 믿지 못했지.”
아주 자극을 한다.
나야 화 날 게 없지만 진짜 금안의 조직이었다면 이 자리에서 놈을 죽여 버렸을 지도 모른다.
다행스러운 것은 아직 내가 금안의 조직이 아니라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한 거다.
더 길게 하면 금방 탄로 날 것 같다.
사련검 이렇게 전해.
“네놈들이 제대로 알고나 하는 소리인지 묻는 거다.”
“크하하하하핫.”
그 말에 놈이 광소를 터뜨리다 정색하며 말했다.
“알고 있으니 하는 소리가 아니더냐? 아무리 시술을 받지 않았어도 지금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정도는 네놈도 분명 알아들었을 터인데.”
“…….”
“어디서 사술을 펼치는지 모르겠지만 존주나 네놈보다 높은 자가 있을 것이 아니냐? 그럼 전달해라. 지금이라도 그만두면 어머니와 존주의 계약은 유효할 거라고 말이다.”
……아무래도 여기까지인가 보다.
여기서 더 물어보면 가짜인 게 탄로가 날 거다.
확실한 건 요검을 찾는 이유가 무언가를 극복하기 위함이라 했다.
머리를 굴려보자.
시술자라는 것은 아무래도 기이한 회복 능력을 가진 자들을 의미하는 것 같다.
삼대 금지인 봉림곡에서 만났던 그 두 눈이 금안인 자가 내게 금상지체의 시술을 받았냐는 말을 했었다.
그때 이후로 나 역시 회복 능력을 가지게 되지 않았었나.
‘…….극복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 말은…….목을 베는 것 이외에 뭔가 다른 약점이 있는 건가?
아니면 이들에게 넘어서지 못할 무언가가 있다는 건데,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뚜렷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면 좀 더 계획을 변경해야 겠다.
-응?
사련검 지금부터 내가 시키는 대로 그대로 행동해.
나는 사련검에게 해야 할 것을 알려주었다.
-나 참 우리 자기는 별걸 다 시키네.
하라는 대로 하기나 해.
-깔깔깔 뭐 재밌기야 하겠네.
사련검이 공전이라는 자의 입으로 말을 했다.
“네 말대로 그대로 전했더니 만장일치로 결정이 났다.”
문주 영정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럼 혈도를 풀고 공전에게 걸은 사술을 풀어라. 빨리!”
“아니. 이제 서로에게 간섭하지 않기로 한 것은 없던 걸로 하겠다.”
“뭣?”
-콱!
“커억!!”
사련검이 일어나 놈의 목을 두 손으로 움켜잡았다.
“네….네놈….”
“이대로 죽어라.”
아주 세게 힘을 가하자 문주 영정의 두 눈이 터질 것처럼 붉어졌다.
점혈 때문에 움직일 수도 없으니 죽음의 공포에 드리워졌을 거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촤악!
무언가가 가르는 소리가 마차 안을 울렸다.
문주 영정의 두 눈동자에 비친 공전이라는 자의 목이 사선으로 갈라지는 것이 보였다.
-푸슉!
피가 분수처럼 위로 뿜어져 올랐다.
놈의 목을 움켜쥐고 있던 공전의 손아귀도 풀어졌다.
“쿨럭…쿨럭….이…..이게 대체….”
놈이 기침을 하며 영문을 몰라했다.
-쿠르르르르!
그때 짐마차가 공전이라는 자의 목처럼 사선으로 갈라지며 단면이 밑으로 쓸려내려 갔다.
윗 부분이 통으로 갈라진 것이었다.
덕분에 바깥이 보이게 되면서 놈의 눈동자로 악귀 가면을 쓰고 있는 누군가가 다가오는 것이 아주 선명하게 보였다.
그것은 바로 나였다.
“쿨럭…쿨럭……그, 그대는?”
그런 놈에게 나는 말했다.
“본좌는 혈마다.”
“혀, 혈마?”
놈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끝
ⓒ 한중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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