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147)
제147화. 부모님 소환
그날 밤.
B17 남서쪽에 있는 포션 제조소 앞은 또다시 전쟁터로 변했다.
“보코하람 놈들이다!!”
“망할…! 빨리 본대에 연락해!”
“와아아아!”
“모두 돌격해라! 본대가 오기 전에 점령해야 한다!”
150명이 넘어가는 보코하람의 전 병력이, 몇 겹으로 방어망이 형성된 포션 제조소 정면을 향해 돌격해왔던 것이었다.
이번에는 트럭 같은 이동 수단도 없었다. 전원이 두 다리로 달려오면서, 빠른 속도로 장애물을 제거하면서 전진해오고 있었다.
“씨발 새끼들! 하필 오늘 쳐들어오다니…!”
포션 제조소를 지키고 있는 슬러터하우스의 간부, 브루스가 난감한 표정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현재 본대에 안 좋은 일이 생겨서, 최소 방어 병력을 제외한 모든 인원이 본사에 모여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이곳, 포션 제조소도 20명도 안 되는 인원이 지키고 있는 상태였다.
‘오늘만 아니면 됐는데, 하필 타이밍이…!’
“크악!”
“아아악!”
그의 귀에, 억지로 버티다가 비명을 지르면서 쓰러지는 부하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브루스가 다급히 통신병인 옆의 부하에게 물었다.
“본대는 언제 온대?!”
“이제 막 출발했다 합니다!”
“씨발! 안 돼, 너무 늦어!”
이제 출발했다면, B18 구역의 가장 외곽인 여기까지 도착하는 데 아무리 빨라도 20분은 걸린다.
하지만 현재 전투 현황으로 봐서는 5분도 못 버틸 기세였다.
“…일단 전원 주차장 뒤로 후퇴해!”
브루스는 어쩔 수 없이 마이크를 통해 부하들에게 지시했다.
이미 부하들이 목숨을 걸고 방어하든 말든 방어망이 무너지는 속도는 별 차이가 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럴 바에야 그냥 주차장에서 최대한 시간 끄는 게 낫다.’
그때 전방을 지키던 부하들이 몸을 돌려 전속력으로 주차장 안쪽으로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우당탕!
동시에, 마지막 보루나 다름없던 보호막이 씌워진 포션 제조소의 정문이 박살이 났다.
“와아아아!”
함성과 함께 물밀듯이 주차장 안으로 달려오는 수많은 보코하람 클랜원들.
그들의 절반 이상이 주차장 안에 들어왔을 그때였다.
“지금이다! 가동해!”
브루스의 외침에,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던 부하 한 명이 마법진 가동 버튼을 눌렀다.
동시에, 주차장 전체에 설치된 다중 마법진이 모두 한꺼번에 발동되었다.
“엇…?”
“으으으…?”
“…아니! 네가 여기 왜…!”
특히 ‘저주 마법진’ 때문에 정신 상태 이상에 걸려서 혼란, 혹은 환각에 빠져 허우적대는 적들이 아주 많았다.
“됐어!”
적군의 대부분이 마법진에 묶인 것을 확인한 브루스는 쾌재를 불렀다.
“이제 나머지 병력만 어떻게 막아내면 돼! 전원, 건물 안으로 적들이 들어오는 것만 필사적으로 막아라!”
“네!”
“그리고 어비스 미사일 발사 준비해!”
브루스는 뒤를 돌아보며 지시했다. 그러자, 미리 대기하고 있던 포병들이 어비스 미사일을 자주포 안에 장착하기 시작했다.
저거 한 방이면, 마법진 쪽에 있는 주 병력의 절반 이상이 온몸이 찢겨 나갈 것이다.
“조준! 발… 어?”
발사를 외치려던 브루스는 순간 당황하면서 눈을 부릅떴다.
주차장 전체에 활성화된 마법진이, 갑자기 일순간에 사라져버린 것이 아닌가?
“뭐야?! 어떻게 된…!”
고개를 돌리며 외치던 브루스가 순간 얼음처럼 굳어버렸다.
마법진 가동 기계 앞 부하를 비롯해 근처에 있던 부하들의 목이, 막 몸과 분리되어 바닥에 떨어지고 있는 게 보인 것이다.
막 어비스 미사일을 발사하려 했던 포병들까지 전부 말이다.
그리고, 그들을 죽인 것이 확실해 보이는 보코하람 클랜원 복장의 한 사내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헉!’
사내의 얼굴을 확인한 브루스는 속으로 기겁했다.
반사적으로 검을 뽑아 들면서 그는 자신도 모르게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알롭스키…!’
최근 보코하람의 전력을 몇 단계 이상 끌어올린 신입 용병.
단 이틀 만에 1팀장의 자리를 꿰찬, 러시아산 괴물.
슬러터하우스 클랜 입장에서는 갑작스레 등장한 재앙과도 같은 존재.
그 알롭스키가, 언제 등장했는지도 모를 정도로 홀연히 나타나 그의 눈앞에 서 있었던 것이었다.
“네가 브루스군.”
그런 그를 향해 알롭스키가 검을 고쳐 잡으면서 입을 열었다.
“슬러터하우스의 1팀장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한번 보자.”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알롭스키가 돌격해왔다.
까앙!
“큭…!”
간신히 검을 들어 막아낸 브루스가, 인상을 찡그리며 뒤로 한참을 물러섰다.
손아귀가 찢어질 듯한 고통이 몰려왔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단 한 번의 합에 그의 자세가 완전히 무너진 것이 문제였다.
검을 잡은 두 손이 하늘로 들어 올려진 자세라, 이어지는 알롭스키의 두 번째 공격을 이제는 알고도 못 피하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어쩔 수 없다!’
브루스는 이를 악물고는 마나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렸다.
그리고는 고유 능력을 사용하면서 있는 힘껏 검을 내려쳤다.
“……!”
검을 휘둘러오던 김진성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방어를 무시한 채 공격해오는 브루스의 검에 실린 마나의 양이 예사롭지 않았던 것이었다.
‘위험하다!’
김진성은 본능적으로 알 수 없는 위기감을 느끼고는, 자세를 틀어 공격을 최대한으로 피해내었다.
그 선택은 신의 한 수가 되었다.
서걱.
“!!”
김진성이 들고 있던 검이, 깔끔하게 잘려나갔다.
‘뭐지?’
아무런 저항도 없이 순두부처럼 썰리는 검에 김진성은 눈을 부릅뜰 수밖에 없었다.
이건, 콜로세움 본선 때 공허 몬스터들을 처음 상대하는 그 느낌과 비슷했다.
‘아무래도 이놈의 고유 스킬인가 보군.’
속으로 확신한 김진성은, 곧바로 브루스의 얼굴을 향해 전력을 다해 주먹을 휘둘렀다.
막 공격을 마친 브루스는 다급히 몸을 틀어 공격을 피해내려 했지만, 김진성의 주먹이 한발 더 빨랐다.
퍼억!
그 주먹 한 방에, 브루스의 머리가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이후 힘없이 쓰러지는 그의 시체를 보면서, 김진성은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위험했어.”
방금 브루스의 공격을 피하면서 느꼈던 서늘한 기분이, 아직도 김진성의 온몸에 남아 있었다.
그리고 곧, 그를 서늘하게 만들었던 브루스의 스킬이 김진성의 눈앞에 알림창으로 떠올랐다.
▶ 악인을 처치하셨습니다.
▶ 비스 크리마를 180포인트 얻었습니다.
▶ 상대방의 스킬인 ‘살(殺)’을 획득했습니다.
▷ 살(殺) : 모든 것을 건 일격을 적에게 가합니다. 일격 속도는 사용자 민첩 수치의 5배에 달하며, 순간적으로 적의 방어력을 모두 무시합니다.
– 사용 시 최대 마나의 절반을 소모합니다.
▶ 상대방의 특성인 ‘선택받은 무인’을 획득했습니다.
▷ 선택받은 무인 : 영구적으로 모든 능력치가 90 증가합니다.
▶ ‘살(殺)’ 스킬을 획득하기 위해 기존의 스킬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방어력 무시 스킬이었군.’
김진성은 그제야 방금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본능적으로 안 피했으면 한 방에 죽었겠군. 역시, 아무리 B구역이라도 괜히 간부 자리를 꿰찬 게 아니야.’
속으로 생각하며 김진성은 다시금 깨달았다.
여기는 전 세계의 최강자들만 모이는 곳, 셀레포 대륙이라는 점을 말이다.
‘그나저나 스킬을 하나 지워야 하는데….’
김진성은 어떤 스킬을 지울 것인가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방어력 완전 무시’라는 엄청나게 좋은 조건을 가진 스킬을 버릴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딱히 지울 게 없는데. 이런 상황이면 기존 스킬을 합성해서 슬롯을 하나 비워버리는 게 낫겠어.’
이후 김진성이 스킬을 합성할까 고민에 빠졌을 그때였다.
“와아아!”
“드디어 포션 제조소를 점령했다!”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오는구나! 하하하!”
당고테를 포함한 클랜원들이 일제히 환호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까지 방어에만 급급했을 뿐 침공은 시도조차 못 했던 보코하람 클랜이, 창설 이래 처음으로 앙숙인 슬러터하우스 클랜의 점령 구역을 빼앗은 것이다.
* * *
우당탕!
또 하나의 의자가 부마스터, 이삭의 바로 옆으로 날아가 벽에 부딪혔다.
“…….”
이삭은 익숙하다는 듯,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씩씩대고 있는 제이슨을 조용히 쳐다보았다.
뭐 또 던질 것이 없나 사방을 둘러보는 그. 하지만 최근 며칠 동안 이미 전부 집어던져 박살 낸 상태라서, 이젠 주변에 멀쩡한 물건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그는,
“으아아악!!”
분노의 샤우팅과 함께 책상을 있는 힘껏 쾅! 내리쳤다.
두꺼운 책상에 주먹 크기만 한 구멍을 낸 뒤에야 그는 발작 비슷한 행동을 멈추었다.
“…말도 안 돼. 다른 새끼도 아니고 당고테, 그 무식한 원숭이 대가리 새끼한테…!”
소파에 힘없이 앉으면서 머리를 감싸 쥐고 중얼거리는 제이슨. 그러는 그의 두 손은 아직도 분노로 인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어젯밤, 보코하람 클랜은 B17 구역의 여러 곳을 동시다발적으로 침략했다.
당시 내부 문제를 해결하느라 주요 거점 내 방어 병력을 잠깐 줄인 상태였던 보코하람 클랜 입장에서는 날벼락을 맞은 셈이었다.
뒤늦게 부랴부랴 지원군과 함께 달려갔지만, 이미 적군은 모든 거점을 점령한 후 방어망을 형성한 상태였다.
“어떻게 천하의 슬러터하우스 클랜이, 저 보코하람 놈들한테 B18 구역을 3분의 1이나 빼앗기냔 말이다!!”
“…….”
“이게 다 하청 클랜 놈들 때문이야! 그놈들이 어젯밤 지랄하지만 않았어도…!”
어젯밤 일을 떠올리며 제이슨은 다시금 이를 빠드득 갈았다.
어제 오전까지만 하더라도 제이슨에게 충성을 맹세했던 동맹 클랜의 마스터들이, 돌연 어젯밤 모두 동맹을 철회하겠다고 선언한 것이었다.
– 어제 너의 X같은 진군 때문에 부하들을 3명이나 잃었어! 더는 개죽음 당하게 둘 순 없다!
– 적들 수준도 파악하지 못한 채로 무작정 돌격하는 단세포 돼지 새끼에게 계속 내 부하들의 목숨을 맡길 순 없소.
잠적한 후 클랜 마스터들이 전화로 한마디씩 내뱉은 말에 화가 머리끝까지 난 제이슨은, 즉시 전군을 끌어모아 네 명의 행방을 찾으라고 지시했다.
그로 인해 주요 거점에 주둔하던 방어 병력이 최소한으로 줄어버렸고, 결국 어젯밤과 같은 최악의 사태가 벌어졌던 것이었다.
“야! 그 네 명, 행방 찾았어?!”
“일단 블러드 스쿼드는 본진인 B16 구역에 그대로 머무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발견한 정찰병을 향해 바로 쌍욕과 함께 흉기를 휘둘렀다고 하더군요.”
“올리버, 이 키워준 은혜도 모르는 짐승 새끼가…!”
제이슨의 두 눈이 분노로 인해 시뻘겋게 변했다.
“밑의 애들한테 전달해. 보코하람 클랜과의 관계만 정리되면, 첫 번째로 블러드 스쿼드 새끼들부터 전멸시킨다고!”
“그리 전달하겠습니다, 마스터.”
“나가 봐.”
축객령을 받은 이삭이 고개를 숙인 후 조용히 마스터실을 나갔다.
홀로 남은 제이슨은 바로 스마트폰을 꺼내든 뒤, 전화번호를 하나 검색했다.
– 트리운포 간부, 파블로.
수신자 명을 바라보면서 제이슨은 속으로 생각했다.
‘트리운포 놈들까지 이 일에 끌어들이고 싶지는 않았는데,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가 없어.’
동맹까지 와해된 이상, 현저하게 격차가 벌어진 보코하람의 전력을 이젠 남은 슬러터하우스 병력으로는 막아내기 힘든 수준까지 왔다.
이 위기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두 클랜의 부모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한 트리운포 클랜의 중재뿐이었다.
마음을 먹은 제이슨은, 통화 버튼을 누른 후 스마트폰을 귀에 가져갔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