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Black-Haired Foreigner RAW novel - Chapter (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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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7
수락하시겠습니까?
귀환자, 이세계인.
현대 지구와는 다른 세상에서 살다가 세계의 경계를 넘어 이곳으로 온 자들.
그들은 오랫동안 마나, 이능력이 보편화된 세계에서 수행했기 때문에 마나가 보편화된 지 고작 10년밖에 안 지난 지구보다 발전된 마나 운용법을 갖고 있었고, 그래서 대체로 지구인 플레이어보다 강했다.
하지만 그들의 가치는 딱 거기까지였다.
귀환자가 강력한 플레이어 자원이기는 하지만, 단신으로 국가나 기업 등의 조직에 대적할 수는 없다.
인류가 쌓아 올린 빛나는 현대 문명의 금자탑은, 고작 중세 판타지나 무림 같은 미개한 야만인들에게 무너질 정도로 호락호락하지 않았으니까.
대격변이 일어난 지 10년, 플레이어의 시대가 된 지금.
현대 지구는 차원 난민을 받아들여 한층 더 높은 문명의 발전을 이룩했다.
플레이어 길드들이 도떼기시장처럼 귀환자 영입에 나서는 것도 그들이 결국 조직과 문명의 힘 앞에서는 개인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었다.
원래 세계에서 왕이었건, 황제였건, 무림맹주였건, 마교의 교주였건 현대에서는 플레이어 A일 뿐이다.
아니 진짜 이세계에서 군대를 데려온다 하더라도, 현대 문명과 맞서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것이 지금까지의 상식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 상식이 모두 산산 조각나고 있었다.
SF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우주전함들이 서울 하늘 전체를 뒤덮었을 때.
사람들은 원초적인 공포를 느꼈다.
[여기는 인류연합 우주군 소속 제1차원함대다.] [우리는 분쟁이 아닌 문명 간의 교류를 위해 이곳에 도착했다.] [곧 정식 절차를 거쳐 귀국에 사절단을 보내도록 하겠다.]서울 전역의 모든 TV와 라디오, 컴퓨터가 해킹당하며 인류연합의 메시지를 발송했다.
서울뿐만이 아니었다.
미국의 워싱턴과 뉴욕, 프랑스의 파리, 영국의 런던, 독일의 베를린, 인도의 뉴델리와 뭄바이, 중동의 두바이, 이스라엘의 텔아비브 등등.
세계 모든 주요 도시에 인류연합의 차원함대가 차원 도약으로 나타나 똑같은 메시지를 발송했다.
느닷없는 재앙에 세계 각국의 반응은 엇갈렸다.
그들이 보낸 사절단을 맞이해 일단 외교를 시도하는 국가도 있었지만, 역으로 그들을 영토를 침범한 적으로 규정, 교전수칙에 따라 공격한 국가도 있었다.
중국이 그런 나라였다.
중국 베이징 상공에 나타난 제4차원함대에 맞서, 중국의 주석은 중난하이에서 감히 중국의 영토를 침입한 오만무도한 인류연합의 함대에 응징을 내리기로 결심했다.
중국 인민해방군 로켓군 군사기지에서 수십 기의 둥펑 극초음속 미사일이 발사되고 중국의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가 하늘을 날았다.
지구-2의 중국군 출신으로 이루어진 제4차원함대 기함, 차원전함 비룡 호.
“사령관님! 적이 반격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감히 구세주님께서 직접 이끄는 인류연합의 질서에 귀순을 거부한 건 물론, 그분의 함대를 공격하다니, 평행세계의 우리 조국은 한심하기 짝이 없군. 교전수칙대로 대응하라.”
“알겠습니다! 전 병력, 적 공격을 요격하고 중난하이에 참수 작전을 실행한다.”
중국이 자랑하는 최첨단 극초음속 미사일은 제4차원함대의 차원전함이 펼치는 마력장을 뚫지 못하고 산화했고, 중국의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는 차원모함에서 출격한 요격기에 의해 단 1기도 남김없이 모조리 격추당했다.
곧이어 차원전함의 주포가 열리며 한줄기 섬광이 번쩍였다.
쿠-콰-콰-콰-콰!
중난하이에 죽음의 빛이 내려앉았을 때, 중국의 주석을 포함한 모든 수뇌부가 그 자리에서 증발해 사라졌다.
뒤이어 미사일을 발사한 중국 로켓군, 중국 공군의 모든 기지 위에 게이트가 열리며 빔 폭격이 이어졌다.
지구-1의 강대국이었던 중국이 모든 전력을 제거당하고 백기를 들 때까지 걸린 시간은 정확히 72시간.
같이 저항을 택한 러시아 역시 소련군 출신 제2차원함대가 발사한 차원 폭격에 크렘린궁이 불타고 그토록 자랑하던 핵전력과 군사기지가 증발하는 수모를 겪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계종이 점거한 아프리카 대륙과 구 북한 땅을 함대의 불길로 정화하라.”
“이곳이 구세주님의 고향이군요.”
“그분의 고향에, 그분에게 바칠 땅을 우리 손으로 만들자.”
대격변 당시, 균열과 몬스터 웨이브를 막아내지 못하고 멸망한 옛 북한 땅과 아프리카 대륙.
지금은 이세계의 환경에 완전히 침식당해, 인간이 아닌 몬스터가 지배하는 필드가 된 그곳에도 인류연합의 차원함대가 워프했다.
모든 차원함선의 주포가 열리며 융단 차원폭격이 실시됐다.
[끼에에에에에에에엑!] [크르르르르르르르르르!] [캬아아아아아아악!]무차별 폭격에 몬스터들이 고통스러워하며 죽고, 그들이 오염시킨 대지가 다시 원래 모습을 되찾았다.
폭격으로 죽지 않은 고위험 몬스터들은 함대에서 강하한 영웅들이 직접 처리했다.
“테라포밍 장치를 설치한다.”
몬스터들의 정리가 끝난 다음 세워진 건, 거대한 기계 첨탐.
그 어떤 환경이라도 시간을 들여 지구 환경으로 변하게 만드는 테라포밍 장치였다.
그렇게 지구-1의 인류가 버린 땅이었던 아프리카와 옛 북한 땅이 차원함대에게 정리당하는 사이.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는 지금 인류연합의 사절단과 전 세계 모든 정상이 대면하고 있었다.
지잉.
유엔 본부 회의장에 홀로그램으로 인류연합의 대표가 모습을 드러냈다.
“당신들이 원하는 게 무엇입니까?”
지구 측 대표가 물었다.
[우리는 당신들과 같은 지구의 인류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건 평화적인 교류입니다.]“중국과 러시아가 사실상 멸망했습니다. 이게 당신들이 원하는 교류입니까?”
지구 측 대표가 입을 다물었다.
그들의 말에는 틀린 구석이 없었다.
실제로 중국과 러시아는 차원함대에게 선제공격을 감행했고, 이 전쟁에서 죽은 민간인 사상자는 없었다.
인류연합은 전쟁을 끝낸 뒤에 중국과 러시아에 괴뢰 정권을 세우지도 않았다.
덕분에 중국과 러시아는 지금 극심한 혼란에 빠져 있었다.
“구 아프리카와 구 북한 땅을 공격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이쪽 세상의 국제법으로는 필드는 무주지이며, 필드를 다시 원래 형태로 복원하면 영유권 주장이 가능하다고 들었습니다. 그대로 실행했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그들의 말에 모두가 침묵했다.
필드는 무주지.
원래 형태로 복원하면 영유권 주장이 가능하다.
이 조항은 어차피 지금 기술로는 필드의 복원이 불가능해서 만들어진 조항이었다.
장차 미래에 이계화 복원 기술이 등장하더라도, 어차피 강대국에서 개발될 기술이니 강대국들이 미리 필드라고 불리는 옛 땅을 다시 속령으로 합법적으로 집어삼키기 위한 함정 조항이었다.
이계화된 필드는 인류가 살 수 없는, 몬스터의 땅이 되었지만 역으로 이계화를 통해 던전 너머에서나 나오는 미스릴, 오리하르콘, 아다만티움, 마정석이 잔뜩 묻힌 희귀 자원의 보고가 되었으니까.
그 필드를 다시 인류가 살 수 있는 땅으로 만들 수 있다면, 당연히 이득이었다.
드넓은 아프리카 필드는 이미 원주민도 전부 사라진 무주공산이기에 더더욱 그랬다.
물론 그 함정에는, 갑자기 평행우주의 지구에서 지구보다 몇 단계 앞선 SF 기술력의 지구통합국가가 우주함대를 이끌고 필드를 테라포밍한다는 선택지를 고려하지는 않았다.
세계 강대국에서 극비리에 연구 중인 지구-2의 문명 수준은 이능력이 존재한다는 점만 제외하면 현대 문명과 거의 같았으니까.
애초에 그런 정신 나간 가능성을 고려할 리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 그 정신 나간 가능성이 현실이 된 것이다.
그제야 그 자리에 있는 모두는 깨달았다.
지구-2의 인류연합이 지닌 기술은 지구-1로서는 불가해의 영역이었다.
이세계와 게이트는 이제 일상이지만, 지구-1의 기술로는 이세계도 게이트도 통제가 불가능한 재해 현상에 불과했다.
하지만 인류연합은 게이트를 자유자재로 사용하고 있었다.
이미 전쟁을 시도한 러시아와 중국은 72시간 만에 지도에서 사라졌다.
세계 각국은, 아니 지구-1은 인류연합에 사실상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상대의 조건이 그렇게 가혹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압도적인 문명, 기술 격차에 지구-1은 서서히 지구-2의 인류연합에 종속당할 것이다.
자발적으로.
“······당신들이 원하는 게 무엇입니까?”
[지구-1과의 외교관계 수립을 통한 평화로운 교류, 우리 인류연합이 정화한 필드의 영유권 인정, 그리고······.]인류연합 대표가 경건한 표정을 지었다.
[······인류연합의 영도자, 77억 인류의 유일한 구세주 김덕성 님의 절대적인 안전과 지위 보장입니다.]인류연합 대표의 말이 끝나면서 홀로그램 화면에 김덕성의 얼굴과 이름이 떠올랐다.
그 모습을 본 모든 현장 사람들이 경악했다.
특히 한국의 대통령은 경악을 넘어 실신 직전까지 가고 있었다.
김덕성.
그에 대해서는 다들 알고 있었다.
역대 최강의 귀환자.
전략병기급 강자이자,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할 플레이어 인재.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그런데 그가 단순한 귀환자가 아니라, 미래 평행세계 지구 통합 정부의 독재자였다는 말인가?
[수락하시겠습니까?]경악에 빠진 모두의 모습을 인류연합의 대표가 웃으며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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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함대를 호출한 나는 경악하는 길드 관계자와 재벌가 망나니를 내버려 두고 그 자리에서 이탈했다.
앞으로 뒷일은 인류연합에서 알아서 잘 처리하겠지.
그렇게 서울대병원에 도착한 나는 부모님을 만나고, 빌헬미나의 힘으로 어머니의 병을 치료하고 멋대로 게이트를 열어 도착한 다른 히로인들과 조우했다.
그리고 나는 부모님에게 열여섯 히로인들이 전부 내 아내라는 사실을 설명하는 데 긴 시간을 소모해야 했다.
다행히 부모님은 아주 납득을 못하지는 않았다.
“하긴, 요즘 잘나가는 길드장들은 아내를 여럿 두는 경우도 있으니까.”
“일부다처제가 합법인 이세계 문명에서 살다온 귀환자 중에도 그런 사람이 있다는데, 우리 아들이 그럴 줄은 몰랐네.”
“아무리 그래도 보통은 서너 명이라던데, 열여섯 명은 좀 너무 많은 거 아니니?”
어머니가 그렇게 말한 그때.
나는 움찔했다.
사실 열여섯 명이 아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사토우 레나가 아직 안 왔으니까.
그녀까지 합치면 열일곱 명이다.
하지만 그 사실을 말해야 하나?
지금도 살짝 현실을 못 받아들이는 부모님을 보니 살짝 머뭇거려진다.
하긴 나라도 아들이 귀환했는데 며느리를 열여섯명 데리고 오면 당황할 것 같기는 하다.
그래도 매도 먼저 맞는 편이 낫다고, 말하는 게 좋겠다.
내가 그렇게 결심한 그때.
“잠깐! 김덕성 님! 저도요! 저는 왜 빼놓으세요!”
팟!
게이트가 열리면서 연두색 머리 미소녀가 등장했다.
사토우 레나였다.
그녀의 등장에 아버지와 어머니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어머니가 내게 말했다.
“아, 아들. 혹시 며느리가 여기서 또 한 명 더 있는 거니?”
“아······. 네.”
나는 어머니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돌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