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isor Jihoon Kim RAW novel - Chapter 124
123. 탈환 (3)
「보수당, 후보 개인 간의 선거연대 허용, 당 대 당 단일화 논의는 없다.」
「보수당 내부에선 정현석 대표의 결정에 긍정적, 오랜만에 가치 있는 대화 나눠.」
「진보단일화세력, 보수당 단일화 꼼수 부려. 」
「대안당, 정현석 대표가 결단해야. 여전히 당 대 당 단일화 제안 유효······.」
“오늘 신문보기가 무서웠는데 내가 괜한 걱정을 했네.”
전날 저녁 비행기로 제주도로 내려온 지훈과 정현석은 아침 일찍부터 선거 유세 겸 제주도에서 열리는 최고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특히 당 내부의 분위기가 좋습니다. 아무래도 대표님께서 책임지겠다고 말씀하신 것 덕분이기도 하고 또 후보의 재량에 맡기겠다고 하신 것이 유효한 제안이었던 것 같습니다.”
“당 내부의 분위기만 좋아서 되나, 일단 오늘 최고위원회 모두발언에서 사과부터 해야 할 것 같지?”
“네. 당 대 당 연정과는 다른 성질이지만 일반 국민의 시선과는 다를 수 있으니까요.”
지훈의 말에 정현석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공식선거 첫날부터 후보한텐 미안하지만 사과할 건하고 가야지.”
잠시 후, 두 사람이 탄 미니밴은 현장 최고위원회가 열리는 고희종 제주도지사 후보의 캠프 앞에 멈춰 섰고, 정현석과 지훈은 캠프 사무실로 들어섰다.
정현석이 시간에 맞춰 도착하자 미리 준비된 자리에 앉아 있던 최고위원들과 제주지역 후보들이 정현석에게 인사를 해왔고, 정현석은 그들의 손을 맞잡으며 가벼운 덕담을 해주었다.
현장 최고위원회가 시작되자 정현석은 모두발언을 시작했다.
“먼저 지난 며칠간 단일화에 관련된 논란으로 정치권이 국민 여러분의 마음을 어지럽게 한 점에 대해서 사과드리겠습니다.”
정현석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최고위원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카메라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또한, 제 입으로 단일화는 없다고 말해놓고 우리 당의 결정은 다르게 나온 점에 대해서도 사과드리겠습니다.”
정현석은 고개를 다시 숙이고는 자리에 앉아 정면을 주시했다.
“다만, 제가 약속드렸던 후보의 의사에 반하고 당에서 단일화 지역을 지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약속을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드리겠습니다.”
정현석이 그렇게 사과의 말을 마치자 본격적인 최고위원회가 진행되었다.
“이번 공식선거유세 일정을 제주도에서 시작하게 된 것은 제주도가 우리 당에서는 특별한 의미를 가졌기 때문입니다.”
정현석은 준비한 모두 발언을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지난 두 번의 지방선거에서 우리 당은 제주도민 여러분께 선택받지 못했습니다. 이것은 우리 당이 제주도민 여러분의 기대에 못 미치는 후보들로 마음을 얻지 못했다는 증거입니다.”
정현석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옆자리에 앉은 고희종 제주도지사 후보의 등에 손을 얹고는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이전에 우리 당이 했던 실수를 만회하고 나아가 제주도민 여러분이 만족하실 수 있는 후보를 고르기 위해 고심하며 공천작업을 진행했고, 여기 자리하고 계시는 고희종 후보를 우리 당 후보로 모시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정현석의 말이 끝나자 고희종은 고개를 숙였고 자리한 최고위원들은 작은 박수를 보냈다.
“고 후보께서는 9급 공무원 출신으로 1급인 지방행정 연수원장을 지내실 정도로 자타가 공인하는 지방행정 전문가이십니다. 또, 제주 출신으로 진정 제주도민께서 원하시는 도정을 펼칠 적임자라고 저희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현석은 그렇게 말하며 다시 한번 확신에 가득 찬 표정과 목소리로 입을 열기 시작했다.
“이 자리에 참석하신 고희종 도지사 후보님을 비롯한 지금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여 선거 운동을 하고 계시는 제주도의원 후보님들이 사기충천해서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중앙당 차원에서 모든 지원을 다 하도록 하겠습니다.”
정현석의 말에 다시 한번 참석자들은 작은 박수를 보냈다.
“제주에서 승리하고, 그 승리의 훈풍이 북상해 전국에서 우리가 승리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다시 한번 제주도민 여러분의 지지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정현석은 그렇게 모두발언을 마쳤고, 뒤이어 고희종 후보의 발언과 제주지역 현안에 대한 최고위원회의가 계속되었다.
잠시 후, 첫 공식 선거유세 시간이 다가오자 정현석과 고희종은 자리에서 일어났고 지훈은 정현석의 옆으로 다가가 고희종의 이름과 당의 색깔로 된 점퍼를 건넸다.
지훈이 건넨 점퍼로 갈아입은 정현석은 고희종과 공식 유세 장소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는 캠프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정 대표님! 결단해주십시오!”
그때, 대기하고 있던 미니밴으로 향하던 정현석의 발걸음을 막는 사람이 있었고, 지훈과 정현석은 놀란 표정으로 그 남자를 바라보았다.
흰색 점퍼 차림의 후보는 딱 봐도 자신이 대안당의 제주도지사 후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복장으로 정현석에게 소리쳐왔고, 기자들은 흥미로운 주재라는 듯 연신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댔다.
삽시간에 벌어진 일에 경찰 경호 인력도 놀라 다가왔지만, 지훈의 괜찮다는 듯한 손짓에 더 다가오지 않고 있었다.
“정현석 대표님께서 제주지역 보수 후보끼리 단일화가 될 수 있도록 길을 좀 놔주십시오!”
정현석은 상대의 옷에 적힌 이름을 슬쩍 보고는 상대를 보고 입을 열었다.
“우리 부용환 후보님께서 급하신 마음에 이렇게 찾아오신 것은 알겠지만, 제가 따로 이어드리진 못할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정현석은 짧은 말을 마치고는 미니밴에 올라타려 했고, 지훈은 그런 부용환을 막아섰다. 대안당 후보인 부용환은 어떻게든 막아야겠다 싶었는지 힘으로 정현석에게 다가오려 했었다.
지훈이 막는 틈을 타 정현석은 미니밴으로 올라탔고, 지훈마저 올라타자 최준호는 차를 출발시켰다.
“죄송합니다. 제가 내렸어야 했는데 내리면 안 될 것 같아서······.”
지훈이 올라타자 최준호는 지훈을 향해 말해왔고 지훈은 괜찮다는 듯 손사래를 쳤다.
“잘했어, 최 비서마저 내렸으면 차는 누가 출발시켰겠어. 내가 있으니까 이번 상황에는 최 비서 생각이 맞아.”
지훈은 그렇게 말하며 최준호를 안심시켰고 정현석을 바라보았다.
“대표님, 괜찮으십니까?”
정현석은 자신에게 괜찮냐는 듯 물어오는 지훈을 바라보며 크게 웃기 시작했다.
“야, 나는 괜찮은데 네 꼴을 한 번 봐라.”
정현석은 그렇게 말하며 차량에 항상 비치된 손거울을 지훈에게 건넸다.
손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확인한 지훈은 급하게 머리를 다시 손보기 시작했다.
“경호하는 사람들 부르지 그랬냐.”
“아무래도 경호해주시는 경찰분들 덩치가 크다 보니 무슨 사고가 생길 것 같아 제가 막았습니다.”
“어휴, 그나저나 저 양반은 뭐야?”
“우리 당에서 고 후보 공천을 발표하자마자 대안당 부용환 후보가 단일화해야 한다고 줄곧 지역 언론에 말해왔습니다. 다만 우리 후보께서는 논의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 따로 보고 드리지 않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런 일이 생길 줄 몰랐습니다.”
“괜찮아, 누군들 이렇게 예의 없게 찾아올 거라고 생각했겠냐?”
정현석은 지훈에게 괜찮다며 말해왔다.
“아무래도 부용환 후보는 언론을 타기 위해 이런 행동을 벌인 것 같습니다.”
“언론?”
“네. 오늘 대표님을 따라 중앙지와 방송국 기자들이 꽤 많이 따라왔습니다. 아무래도 지역 언론에다 대고 말하는 것은 차이가 있으니까요······ 정치적 행동인 것으로 보입니다.”
정현석은 지훈의 말에 어떻게 처리해야 좋을까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고, 지훈은 그런 정현석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고민 중이십니까?”
“그래, 아무래도 내가 처리해줘야 우리 후보가 편하게 선거 운동을 할 것 같은데.”
“그냥 저렇게 혼자 떠들다 지치도록 두시죠.”
지훈이 그렇게 말하자 정현석은 의외라는 듯한 표정으로 지훈을 바라보았다.
“오늘도 저렇게 대표님 앞을 막으며 속된말로 깽판을 치는 이유가 뭐겠습니까? 결국, 자신의 인지도를 올리기 위함일 겁니다.”
“인지도라······.”
“네. 우리 당 후보와 진보당 후보, 더불어 현직 도지사인 무소속 후보에게도 인지도가 밀리는 분입니다.”
“그렇지.”
“애초에 완주할 의지가 있는 분이면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할 일 하며 캠프 차원에서 단일화 제안을 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정치적 행동을 해오는 것을 보니 다른 속셈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속셈이라······ 예를 들자면?”
정현석의 물음에 지훈은 굉장히 조심스럽게 입을 열기 시작했다.
“제주도지사는 제왕적 도지사라고 불릴 만큼 권한이 막강합니다. 특히 제주 시장과 서귀포 시장을 임명할 만큼의 인사권한도 있고요.”
지훈이 그렇게 운을 떼자 정현석은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몸값을 올려서 자리를 두고 단일화 제안을 할 거다? 그러기 위해 노출을 높여서 지지율을 늘리는 게 목적이다. 이거지?”
“네. 어디까지나 제 추측이긴 합니다만, 지방선거에서 저런 행동을 해오는······ 정치 자영업자들이 꽤 있는 편이니까요.”
“그래, 네 말대로 일단은 무시하자.”
“네. 하지만, 따로 고희종 후보님께는 말씀해주시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지훈의 말에 정현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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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이 좀 나오나?”
“네. 아무래도 정현석을 찾아가신 것은 참 잘하신 부분 같습니다.”
캠프 사무장의 말에 부용환은 뭐가 그리도 기쁜지 껄껄 웃기 시작했다.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순위 9위에 정현석의 이름이 10위에 후보님의 이름이 올라있고, 언론사들도 현장 사진을 받아 쓰고 있습니다.”
“하하, 안 그래도 여기 오는 길에 중앙당에서 연락받았어.”
“그렇습니까?”
“그래. 정현석이 안 된다고만 하니까 자기들도 답답한 처지였는데 내 덕에 계속해서 얘기를 꺼낼 수 있게 됐다고 말이야.”
보수세력 단일화라는 화두를 던진 대안당 입장에서는 정현석의 철저한 무시로 단일화 논의가 동력을 잃어가자 방법을 찾고 있었다.
그 와중에 부용환이 정현석에게 들이댔고, 그로 인해 단일화는 다시 여론의 관심을 얻어가고 있었다.
“그나저나 지지율이 올라야 할 텐데 말이야.”
“딱 5%만 나와도 협상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
“네. 아무래도 후보님까지 포함하면 도지사 후보가 4명입니다. 5% 지지율이면 현 도지사의 구미를 당길 수 있을 겁니다.”
“더 자극적인 게 필요할 것 같은데. 정현석이도 내일 중앙으로 올라 가버리면 어떻게 더 나를 노출할 방법이 없고 말이야.”
부용환의 물음에 캠프 사무총장은 잠시 고민하다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환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상대 후보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 버리는 게 어떻겠습니까?”
“무슨 소리야?”
“후보님은 보수진영 승리를 위해 몸을 버릴 각오가 되어 있는데, 상대는 나를 무시한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런 상황이 뭐가······.”
부용환의 물음에 캠프 사무총장은 웃으며 부용환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건넸고, 그의 말을 들은 부용환은 놀란듯한 표정을 한번 짓고는 잠깐 고민에 빠졌다.
“좋아. 고희종 캠프 사무실 앞에다가 준비해봐.”
“네. 알겠습니다.”
자신의 제안이 받아들여지자 캠프 사무총장은 재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