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7
7화 레벨업!(3)
레벨(LEVEL).
레벨을 올리면 강해진다는 건 상식이다. 게임이나 소설 같은 매체에서도 그럴진대, 현실에 있는 헌터에게는 어떻겠는가.
레벨은 헌터의 기본적인 능력을 의미한다. 동시에 헌터의 등급을 의미한다.
1레벨 F등급에서 시작한 헌터가 20레벨이 되면 D등급이 된다. 참고로 E등급은 없다.
그리고 20레벨이 된 D등급 헌터가 40레벨이 되면 C등급 헌터가 된다.
등급이 오를수록 그 힘의 차이는 압도적으로 커진다.
물론 이 시스템은 공평과는 거리가 멀었다.
운과 재능을 모두 이어받은 헌터라면 각성하는 순간 100레벨이 넘는 것도 가능하니까.
그렇게 벌어진 차이는 결코 간단히 따라잡을 수 없다.
‘강해진만큼 강한 마수를 잡을 수 있고, 그에 걸맞은 막대한 양의 경험치를 쓸어가니까.’
거기서 가장 중요한 사실이 드러난다.
결국 레벨을 쌓기 위해 필요한 것은 경험치다.
강함은 어디에서 오는가? 이에 대한 답은 명확하다.
그것은 경험치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나는 그런 경험치를 10만 배로 받는다.
뚜두둑.
나는 깍지 낀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장시간 구부정한 자세로 마수를 해체하느라 굳은 몸을 풀어냈다.
스릉.
등에 메고 있던 검을 꺼내 자세를 잡았다.
“위험할 것 같아요. 여기서는 길드원 형들을 부르는 게···.”
내가 앞으로 나서자 막내가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야 앞에 있는 상대는 그냥 고블린도 아니고 대장 고블린이다.
“키르륵.”
녀석은 조잡한 날붙이를 헝겊으로 말아쥐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달려들 듯 기분 나쁜 울음소리는 덤이다.
나는 어쩔 수 없다는 투로 말했다.
“앞에선 전투 중이라 우릴 신경 쓸 틈이 없을 것 같은데.”
고개로 슬쩍 뒤쪽을 가리키자, 막내의 시선도 길드원 쪽으로 향했다.
내가 말했던 대로 갑자기 나타난 고블린 떼를 상대하느라 정신이 없다. 아무리 고블린이 쉬운 상대라곤 해도 수가 많아지면 방심해선 안 된다.
“일단 내가 처리해 볼 테니까. 위험해 보이면 도와줘.”
“그, 그래도······.”
단호하게 말하자 막내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건 힘들지 않을까요?”
막내 녀석이 괜한 소리를 하는 건 아니었다. 내 평판이나 나에 대한 이야기를 분명 알고 있을 거다.
과거에 들었던 모욕적인 별명들이 떠오른다.
고블린 하나도 못 잡는 병신, 땜빵을 넘어서 구멍, 쓰레기 헌터······.
거듭 말하지만 그 시절의 나는 심각했다. 검 하나 제대로 휘두를 줄 몰랐으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당연하게 하는 그런 것들이 어려웠다.
물론 지금은 아니다.
‘눈앞의 대장 고블린이 경험치 덩어리로 보인다.’
네임드 몬스터 쿠훌렌과 비교하면 위압감은 없는거나 마찬가지. 긴장되기는커녕 입가에 침이 고일 정도다.
그럼에도 나는 녀석을 마주한 채 움직이지 않았다.
‘대장 고블린이 혼자 다닐 리가 없단 말이야.’
대장이란 거창한 이름이 붙었지만, 정확히는 동네 골목대장이라고 보는 게 맞다. 늘 자신의 힘을 과시하며 뒤에 서너 마리의 고블린을 끼고 다니니까.
“키르륵!”
“키륵!”
‘역시.’
내 예상대로 어둠 속에서 다섯 마리 정도 되는 고블린들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우리가 모르는 동굴의 굴을 통해 뒤를 잡은 듯했다. 고블린 치고는 머리를 썼다.
“히, 히익······. 이지한 헌터님. 이제 어쩌죠? 저도 고블린 다섯 마리랑 한 번에 싸운 적은 없는데······.”
고블린들을 확인한 막내 녀석이 울기 일보 직전이었다. 헌터나 되는 녀석이 엄살이 심하다. 길드에 속해 있으니 능력이 없는 건 아닐 텐데.
‘일단 이것부터 해볼까.’
나는 고블린들을 바라보며 위압 스킬을 발동했다.
『 스킬 ‘위압 Lv.3’을 사용합니다. 』
『 대상을 위압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대상의 능력치가 9% 감소합니다. 』
그 효과는 확실했다.
“키륵?!”
대장의 뒤에 있던 다섯 마리의 고블린이 주춤거리며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런 부하들을 보며 대장 고블린이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냈다.
“키르륵!”
“키륵···.”
대장의 호통에 부하들이 마지못해 다가왔다. 스킬의 레벨이 3이라 그런지 대장에게는 효과가 미미한 모양이다.
『 스킬 [ 위압 Lv.3 ] 획득 』
『 스킬 [ 위압 Lv.4 ] 획득 』
『 스킬 [ 위압 Lv.5 ] 획득 』
뭐, 그래도 상관 없었다. 나는 스킬을 사용하는 것만으로 10만배에 달하는 경험치가 누적된다. 순식간에 위압 스킬이 Lv.5가 되었다.
나는 한 발자국 앞으로 움직이며 다시 한번 위압 스킬을 발동했다.
『 스킬 [ 위압 Lv.6 ] 획득 』
『 스킬 [ 위압 Lv.7 ] 획득 』
대장의 눈치를 보느라 도망치지 못했던 고블린들이 차례차례 쓰러졌다.
털썩. 털썩.
당황한 대장 고블린이 좌우를 번갈아 보지만, 모든 부하들은 모두 기절한 상태다. 놀랍기는 나도 마찬가지였다.
‘효과가 굉장한데. 이건 실전에서도 써먹을 여지가 크다. 이러면 잡몹을 신경쓰지 않아도 되고.’
물론 지금 내 능력치는 각종 스킬들로 강화된 상태. 고블린과 비교하기 미안할 정도로 강하다. 그래도 기쁜 건 어쩔 수 없다.
고블린 한 마리도 상대하기 꺼려했던 게 바로 며칠 전이다. 손도 대지 않았는데 놈들이 기절한다.
입꼬리가 절로 올라간다.
“키, 키륵···.”
허세를 부리던 대장 고블린의 머리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내가 한 발자국 다가갈 때마다 녀석은 저도 모르게 뒤로 슬금슬금 물러나고 있다.
“그러면 슬슬 하려던 걸 해볼까.”
그렇게 말하는 순간이었다.
털썩.
“응?”
내 뒤에 서 있던 막내가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그러고 보니 말이 없길래 뭐하나 싶었다.
나는 괜히 멋쩍어서 뒤통수를 긁었다.
“······이 정도로 약할 줄은 몰랐는데.”
뭐, 이미 쓰러졌으니 어쩔 수 없다. 대장 고블린을 처리하고 깨우면 되겠지. 나는 곧장 대장 놈을 향해 달려갔다.
『 스킬 ‘보법 Lv.10’의 효과가 발휘됩니다. 』
『 스킬 ‘민첩 Lv.10’의 효과가 발휘됩니다. 』
스으윽!
순식간에 벌어져 있던 거리가 줄어든다.
“키륵?!”
대장 고블린이 날붙이를 들어 올리기도 전에 나는 녀석의 앞에 도달했다. 녀석의 눈이 왕방울처럼 커졌다.
빠악!
나는 발로 대장 놈의 배를 차서 밀어냈다. 녀석은 바닥을 몇 번 굴렀지만 바로 자세를 다시 잡았다.
“키르륵!”
분노한 녀석이 곧바로 내게 달려든다. 녀석은 손에 든 날붙이를 마구잡이로 휘둘러댔다. 어떤 규칙도 없는 무차별적인 공격.
얼핏보면 위협적이지만.
캉. 캉. 캉.
『 스킬 ‘검술 Lv.10’의 효과가 발휘 됩니다. 』
내 눈에는 조잡한 공격으로밖엔 안 보인다. 나는 검으로 가볍게 모든 공격을 막아냈다.
쿠훌렌 상대로는 벽을 느꼈던 검술이지만, 이런 고블린을 상대로하니 오히려 내가 압도적인 상황을 연출한다.
“키륵······. 키륵······.”
정신없이 날붙이를 휘둘러대던 대장 고블린이 헉헉 대기 시작했다. 일방적인 결과였지만 나는 불만족스러웠다.
‘역시 상위 스킬로 넘어가려면 특별한 계기가 필요한 건가?’
내가 습득한 검술, 근력, 인지, 민첩 같은 스킬들은 기본 스킬로 분류된다. 별도로 등급이 매겨져 있지 않다.
반면 ‘상급 검술’, ‘거인의 힘’, ‘바람의 흐름’ 같은 고급 스킬들은 그 효과부터가 차원이 다르다.
전투를 거듭하면 자연스레 상위 스킬을 얻기를 기대했는데.
단순 전투로는 어려운 모양이다.
‘젠장, 역시 재능이 문제인 건가.’
나는 혀를 찼다.
10만 배나 되는 경험치.
그러나 모든 것의 시작이 되는 재능이 내게는 없다.
간단한 이야기였다.
십만 번 같은 행동을 반복해도 그 결과는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재능 있는 사람은 그 반복 속에서 깨달음을 얻는 반면. 재능 없는 사람에겐 십만 번의 행동이 그저 무의미한 노동에 불과한거다.
‘그래, 세상은 원래 불공평한 법이지.’
다른 강력한 헌터들의 무용담을 들어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그들은 스킬을 손에 넣으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그냥 얻는다.
나는 그들을 부러워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물론 포기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내 경험치는 10만배니까.
아무리 무재능이어도.
사람인 이상 미친 듯이 휘두르다보면 뭔가 깨닫는 게 있지 않겠어?
“키륵?!”
내 살기를 느낀 대장 고블린이 움츠러들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봐줄 생각은 없다. 나는 온 집중을 검 위로 쏟았다.
『 스킬 ‘인지 Lv.10’의 효과가 발휘 됩니다. 』
시간이 조금이지만 느리게 흐르기 시작한다.
나는 대장 고블린을 정확히 절반으로 나누어 가상의 선을 그렸다. 그렇게 그린 선을 따라 사력을 다해 검을 휘두른다.
촤아악!
끝이 아니다. 다음 동작을 위해 재빨리 검을 가져온다. 이번에는 가로로 선을 그어 다시 한 번 벤다.
후두둑.
검을 거두어들이자, 동강동강 나뉜 고블린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모든 집중을 쏟아부은 두 번의 베기였다.
‘이걸 계속해서 반복하다 보면 뭔가 되겠지.’
아직 위압 스킬을 맞고 누워있는 고블린이 다섯 마리나 있다. 저 녀석들을 베다 보면 얻는 게 있을지도 모르지.
그렇게 발걸음을 옮기는 순간이었다.
『 경험치를 획득하셨습니다. 』
스킬에 집중하다 보니 잊고 있었다. 처음부터 고블린을 잡으려던 이유는 이것 때문이었다.
경험치.
이것말고 뭐가 있겠는가.
『 특성 ‘무재조정(EX)’의 효과가 발휘됩니다. 』
『 획득 경험치가 10만 배가 됩니다. 』
10만배에 달하는 경험치가 내게로 흘러들어 온다.
“!”
나에게만 보이는 희미한 빛이 몸 주변을 감싼다.
그 빛의 강렬함에 나는 눈을 감아야 할 정도였다.
촤르르르륵!
『 레벨업! Lv.4가 되었습니다. 』
『 레벨업! Lv.5가 되었습니다. 』
『 레벨업! Lv.6이 되었습니다. 』
『 레벨업! Lv.7이 되었습니다. 』
···
..
.
『 레벨업! Lv.20이 되었습니다. 』
시야를 전부 가릴 정도로 많은 메시지가 올라온다. 메시지를 확인하는 내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와, 미쳤네. 정말.’
정말이지 기가 막힌 레벨 업 속도였다.
레벨 20.
F급 게이트에서 3개월을 보내야 도달할 수 있는 레벨이다. 간혹 대형 길드의 자제이거나, 재벌 3세의 경우에는 그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키는 일도 있다곤 들었다.
하지만 내가 레벨 20이 되는데 걸린 시간은 고작 몇 분.
그것도 고블린에게 여러 실험을 하느라 걸린 시간이다. 누군가가 보았다면 감탄을 너머 경악했을 만큼의 성장 속도다.
‘아니지, 아직 끝이 아니지.’
나는 고개를 들어 바닥에 쓰러져 있는 고블린들을 봤다. 하나하나가 엄청난 경험치 보따리나 다름 없었다.
앞쪽에서 전투하는 길드원들에게 빼앗기기 전에 처리해야지.
서걱, 서걱!
기절한 고블린들을 사냥하는 건 누워서 떡먹기 였다. 위압 스킬의 편리함을 느끼며 나는 레벨을 확인하기 위해 상태창을 불러왔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치직······. 치지직······.
불러낸 상태창이 불안정한 노이즈를 내뿜고 있었다. 마치 내가 처음 회귀했을 때와 비슷한 상태였다.
치직, 치직!
붉은 스파크가 튀는 것 같기도 했다.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려봤다가 움찔했다. 찌릿한 감각이 몸을 타고 흘렀다. 갑자기 레벨업을 너무 많이해서 고장이라도 난건가? 그건 말이 안되는데.
‘당장은 기다려보는 수밖에 없나.’
나는 감전된 손을 털며, 기절한 막내에게로 다가갔다. 마정석은 챙겨놔도 탐지기에 걸리므로 전부 토해내야 되서 의미가 없다.
툭툭.
“일어나. 몬스터 해체할 시간이다.”
“으으······. 네?”
비몽사몽 간에 눈을 뜬 막내가 일어났다.
녀석은 인벤토리에서 물을 꺼내 벌컥 벌컥 마시더니, 주위를 보고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어?”
나와 바닥에 널부러진 고블린, 앞에서 여전히 싸우고 있는 길드원을 순서대로 쳐다보더니 눈을 크게 떴다. 쓰러지기 전의 상황이 기억났나보다.
“대장 고블린, 대장 고블린은 어떻게 된 거에요? 설마 그 녀석도···?”
녀석의 벌어진 입이 다물어질 줄을 몰랐다. 대장 고블린은 조각조각나서 바닥에 널부러져 있기는 하다. 나는 설명하는 게 귀찮아서 대충 말했다.
“앞에서 다 잡아줬어. 해체나 하자.”
잠시 굳어 있던 막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 다행이네요. 전 정말로 큰일 나는 줄 알았어요. 으음, 근데 제가 왜 기절했던거죠? 이런 적은 처음인데.”
“······. 나가면 보약 한재 지어먹어라.”
나는 괜히 찔려서 고블린 사체나 뒤적거렸다. 어차피 내가 고블린들을 전부 쓰러뜨렸다고 해도 믿지도 않을 거다.
“자! 이제 여기서부터 보스의 영역이다. 막내랑 땜빵은 대기하면서 마정석 채취하고 나머지는 들어간다.”
그렇게 세웅 길드가 보스방에 도착했을 때였다.
띠링!
‘응?’
계속 노이즈를 일으키던 상태창이 복구 되었다.
『 스테이터스 』
이름 : 이지한
나이 : 24
레벨 : 20 [ 잠김 ]
등급 : F
특성 : 무재조정(EX)
보유 스킬
– 검술 Lv.10, 근력 Lv.10, 인지 Lv.10, 보법 Lv.10, 체술 Lv.10, 민첩 Lv.10, 자연 회복 Lv.10, 맷집 Lv.10, 기억 탐색 Lv.10, 지력 Lv.10, 해체 Lv.10, 위압 Lv.7
그런데 레벨 부분이 이상했다. 20이란 숫자 옆에 ‘잠김’이라는 회색 글씨가 새겨져 있다.
‘뭐야, 내 레벨이 잠겨있다고? 고블린까지 잡았으니까 20이 넘어가야 정상인데······.’
내 그런 의문에 답하듯 뒤늦게 붉은 메시지가 떠올랐다.
『 F등급의 최대 레벨인 ’20’ 을 달성하셨습니다. 』
『 특성 ‘무재조정’에 특수효과가 추가됩니다. 』
이번에도 기존과는 다른 붉은색 메시지 창이었지만, 이미 난 알고 있었다. 색깔이 중요한 게 아니란 걸.
‘중요한 건 내 특성에 특수효과가 추가 되었다는 거지.’
멋대로 내 레벨 업을 막는 게 어딨냐. 시스템에게 항의라도 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일단 무슨 소리를 하나 보자.’
나는 손가락을 움직여 무재조정의 정보를 살폈다.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천천히 특수 효과를 읽어나간다.
‘이건······.’
장난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