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tiring from the national team, Poten exploded RAW novel - Chapter 122
122화. 아이언 실드 VS 커뮤니티 실드 (2)
8월 5일 목요일 아이언 디쉬.
“좋습니다! 반드시 보여 주겠어요!”
페어의 제안에 자신 있게 대답하는 데이비드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마치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날 수 없다고 믿는 굳은 신념.
한치우는 그런 데이비드를 보며 웃을 수밖에 없었다.
“하하하! 야, 데이브. 내기에서 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너까지 무슨 소리야!? 그래. 우리의 수비 전술이 융통성이 없는 것은 인정해. 그렇지만.”
“아니, 아니. 주장인 네가 그런 소리를 하면 안 되지. 왜 융통성이 없다고 생각하지?”
“응?”
한치우의 되물음에 데이비드의 표정이 멍해졌다.
데이비드가 정신을 차리고 눈에 힘을 주는데, 한치우는 데이비드를 보지 않고, 페어를 보며 미소 짓고 있었다.
“할 말이 있으면 해도 좋아.”
페어 역시 지지 않는 미소로 한치우를 마주 보았다.
“우리의 아이언 실드는 파이브백으로 내려앉아 수비만 하는 전술이 아니에요.”
“혹시 캡틴이 부상으로 빠져 있는 상황에서 로빈을 스위퍼로 전환하며 공격적으로 변화시켰을 때를 이야기하려는 거라면 이미 알고 있어. 아까도 말했지만, 웨스트햄의 모든 경기는 이미 봤으니까.”
페어가 다 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부지런하시네요.”
“내가 듣기론 너 역시 상대의 분석을 철저하게 한다고 들었는데?”
“아, 예. 어렸을 때부터 보는 것도 좋아했거든요. 배울 것도 많았고요. 뭐, 습관이에요. 제가 유럽에 오긴 했지만, 아무래도 정보가 많이 부족했고, 경쟁에서 이기려면 남는 시간에 많이 봐야 했어요.”
“훌륭해! 선수들은 어느 순간부터는 보는 것을 소홀히 하지. 물론, 클럽마다 뛰어난 전력 분석 코치가 있기 때문에 자신의 개인 훈련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어.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남이 이야기해 주는 것보다 자신이 직접 보고 느껴야 한다는 거야. 그리고 그라운드에서 부딪히며 깨달아야 하지. 내가 본 게 맞는지. 내가 예상한 대로 움직이고 있는지 말이야.”
페어가 진심을 담아 둘을 보며 이야기했다.
“하하! 칭찬을 들으려고 한 건 아니었어요.”
“그래. 하지만 마땅히 칭찬받아야 하는 자세야. 그럼, 계속 이야기하지. 로빈이 스위퍼로 나오는 공격적인 전술은 이미 지난 시즌 리그 33라운드에서 맨시티에 네 골이나 실점을 허용했어. 그리고 맨시티 역시 이에 대해 대비를 하지 않았을까? 빈센트 할스라면 말이야.”
“예. 그렇죠. 그럴 거예요. 하지만 그 경기에서 우리는 세 골을 따라갔어요. 캡틴 해머스가 없는 데도 승점 1점을 가져올 수도 있었죠. 만일, 그때 로빈이 스위퍼의 자리에 더 익숙한 상태였다면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지금 네가 하는 얘기는 다 가정일 뿐이지. 그리고 이미 결과가 나온 경기를 두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어. 내가 봤을 때 그 경기에서 웨스트햄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고 생각하니까.”
“어차피 오늘 페어가 하는 이야기도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들이죠. 수비에 치중한 아이언 실드가 깨지지 않을지도 모르고, 우리 선수들이 더 단단하게 버틸 수도 있죠.”
“맞는 말이야. 빈센트 할스가 커뮤니티 실드에서 백 퍼센트의 전력을 숨기고, 프리시즌 경기처럼 우승에 목적을 두지 않을 수도 있지. 하지만 결국, 프리미어 리그가 개막하면 맨시티가 아니더라도 해머스의 자리를 노리는 팀들이 반드시 아이언 실드를 부수려고 들 거야.”
“쉽게 부서질 우리가 아닙니다!”
데이비드가 한치우의 말에 다시 힘을 얻었는지 목소리가 굵어졌다.
“데이브가 있어요.”
“그렇습니다! 데이브가, 응?”
“그때와는 분명하게 달라요. 데이브가 있어요. 캡틴 해머스가 수비의 중심에 있을 거예요. 아이언 실드 안에 캡틴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상당히 커요. 이것은 자신 있게 얘기하는데 눈으로 보는 거와 직접 뛰는 것과는 달라요. 데이비드가 있으면 아이언 실드의 공격 모드는 더 빛을 내게 될 거예요. 그리고 맨시티가 쉽게 골을 넣을 수 없도록 잘 막아 주겠죠.”
이번에는 페어가 한치우의 진심을 느낄 수가 있었다.
‘좋은 팀이구나!’
한치우는 데이비드를 믿고 있었고, 데이비드는 한치우에게 힘을 얻고 있었다.
페어는 자신의 마지막 선수 생활을 마감할 곳으로 선택한 웨스트햄이 어쩌면 생각 이상으로 괜찮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을 받았다.
‘슐츠 박사님께서 그렇게 칭찬하신 이유가 있었어.’
한스 박사는 뮌헨에서 휴가를 보내는 동안 페어를 만났을 때, 뮌헨에서보다 동런던에서의 생활이 더 마음에 든다고 말했었다.
“하하! 박사님! 너무 하신 것 아닙니까? 동런던으로 가신지 일 년이 채 되지도 않았습니다. 설마 평생 거기 눌러앉아 있으실 생각은 아니시겠죠? 언젠가는 뮌헨으로 돌아오셔야죠.”
“뮌헨에서는 내 자리가 없어. 이것은 자네도 인정할 거야. 하지만 동런던에서는 내가 아주 바쁘지. 날마다 나를 얼마나 귀찮게 하는지 어떤 날은 스마트폰의 전원을 꺼 버리고 싶을 정도라니까?”
“말씀하시는 표정은 전혀 귀찮다는 얼굴이 아니신데요?”
“하하하! 그렇게 보이나? 그래. 맞아. 전혀 귀찮지가 않아. 오히려 고마울 정도이지. 진짜 손이 많이 가는 녀석들인데, 그만큼 마음이 가는 녀석들이야. 바이언과는 뭔가 달라. 사람을 울컥하게 하는 힘이 그 녀석들에게는 있어. 스스럼없이 대하지만 존중할 줄 알고, 어린아이처럼 순수하지. 목표를 위해서 노력을 아끼지 않아. 아! 물론, 바이언에 감동이 없다는 얘기는 아니야. 오해는 하지 말아 주게.”
“아, 아닙니다! 오해라니요. 박사님의 진심이 느껴져서 감정이 조금 올라왔어요.”
페어의 얼굴이 붉어진 것이 한스 박사는 기분이 상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때부터였다.
페어 포크츠가 웨스트햄의 경기를 찾아보기 시작한 것은.
“좋아! 캡틴! 아이언 실드의 공격 모드도 내기에 포함이다!”
기억에서 밖으로 나온 페어가 데이비드의 눈을 뚫어 버릴 듯한 기세로 입을 열었다.
“좋아요!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하시는 거죠?”
“마치 내가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내기를 한다고 생각하는군?”
“솔직히 좀 그렇습니다. 내기를 하는 것도 그렇게 마음에 들지도 않고요.”
“이 내기는 누가 이기고 지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야. 내가 이기든, 네가 이기든 결국에는 우리에게 이익이 되는 게임이니까.”
“예?”
데이비드는 페어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한치우는 느낄 수 있었다.
‘페어 포크츠. 완벽하게 해머스가 되기로 마음먹었어!’
* * *
전반전도 이십 분이 지나가고 있었지만, 골이 나오지 않는 지지부진한 경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공의 점유율은 맨시티가 압도적으로 높았지만, 헤르만을 지나 웨스트햄의 골대 안으로 공을 집어넣기가 어려운 이유는 확실히 데이비드의 존재가 컸다.
크로스가 올라오면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먼저 몸을 띄어 머리로 공을 건드렸고, 동료가 놓친 공격수를 최종적으로 막아내 주고 있었다.
그럼에도 웨스트햄의 수비수들은 점점 정신적으로 지쳐 가고 있었다.
더운 날씨에서 아이언 실드를 상대하는 것도 숨이 막히지만, 아이언 실드를 유지하는 일도 상당한 스트레스였다.
“놓치지 마!”
“젠장!”
파박!
삐익 – !
주심의 휘슬이 웸블리 스타디움의 그라운드를 길게 울렸다.
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 !!!!!
그리고 지독한 야유가 쏟아져 내렸는데,
공을 잡은 프레디가 릴을 상대로 돌파에 성공하는 순간,
릴은 자신을 지나가려는 프레디의 어깨를 무리하게 밀어내며 손으로 유니폼을 잡아당겨 버렸다.
위험한 반칙은 아니었지만, 주심은 바로 뛰어가 릴에게 구두로 경고를 주었다.
오후 다섯 시 경기라 할지라도 무더운 날이었다.
프레디가 눈치껏 그라운드에 넘어진 채로 일어나지 않았고, 선수들이 물과 음료를 찾아 아웃라인 근처로 모였다.
맨시티의 의료진이 그라운드로 올라오며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히카르두! 좀 더 내려와서 받고 올라가!”
할스 감독이 크게 손을 휘저으며 아웃라인을 밟은 채 맨시티 선수들에게 여러 가지를 주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파블로의 귀에 대고 다시 전술을 지시하는 모습이었다.
할스 감독이 파블로에게 집중하는 틈에 그랜트 감독이 조용히 아웃라인 가까이 갔다.
“너무 처져 있다! 라인을 올려! 한에게 공이 연결될 때까지는 위에서 해도 좋아!”
손을 모아 외치는 그랜트 감독의 말에 한치우의 얼굴이 밝아졌다.
기다리던 순간이었던 것이다.
“데이브! 로빈!”
한치우가 주심의 눈치를 보며 재빨리 데이비드와 로빈을 불렀다.
그리고 그랜트 감독 가까이에서 빠르게 말을 했다.
“로빈. 그냥 올라오지 말고! 알지?”
“흥! 이제 좀 할 만 해지려나? 맡겨만 줘! 확실하게 미끼를 문 것을 확인하고 올라갈 테니까!”
“데이브!”
“알아! 이제 내가 보여 줘야 할 때라는 걸!”
로빈이 이제 살 것 같다는 표정이 된 것과 달리, 데이비드는 이온 음료를 들이켜며 눈으로는 벤치에 앉아 있는 페어를 보고 있었다.
이제 앞으로 25분이었다.
탁! 탁!
“릴! 마이크!”
한치우가 둘의 어깨를 두드리며 날개들을 불렀다.
휙 – 휙 –
그리고 말하는 대신에 양팔을 벌렸다가 안으로 모으는 동작을 반복했다.
둘은 한치우가 무엇을 원하는지 단번에 알았고, 앞으로 어떤 전술 변화가 생기게 될 것인지 이해했다.
“아쉬! 데릭!”
마지막으로 한치우는 자리를 찾아가며 투톱을 부르고 손가락으로 눈과 발을 가리켰다.
데릭의 얼굴이 확 펴지며 이빨을 보이는 미소가 그려졌고, 아슈르의 눈빛이 칙칙하게 가라앉았다.
삐비빅 –
주심의 휘슬이 신경질적으로 울렸지만, 이제 여유를 찾은 선수들은 한 모금이라도 더 마시며 남은 병들을 밖으로 던졌다.
삑 –
툭 –
프레디가 프리킥을 짧게 파블로에게 연결했다.
한치우가 재빨리 달려들며 공을 빼앗으려고 하자,
투웅 –
파블로가 다시 공을 뒤로 밀어냈다.
“옆에 간다! 빨리!”
파바바바바박!
공을 넘긴 파블로가 놀라 외칠 정도로 달리는 발소리가 상당히 컸는데, 단단한 근육이 뒤덮인 팔뚝을 크게 흔들며 데릭이 전력 질주를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고 아슈르도 열심히 움직이며 초반보다 강한 압박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 선수 사이사이로 연결하는 맨시티 수비수들의 패스 연결도 만만치 않았다.
“큭!”
아슈르와 데릭의 사이로 공이 빠지며 다시 파블로에게 쉽게 연결되었다.
“뒤에 조심!”
파블로는 프레디가 외쳐 주지 않아도 달려드는 한치우의 발소리에 긴장하고 있었다.
퉁 – !
그래도 프레디가 외치는 소리를 듣고, 위치를 가늠하여 오른발 바깥쪽으로 공의 밑을 찍었다.
촤아아아 –
회전이 걸린 공이 튕겨 나가듯이 솟아오르며 빠르게 파블로의 오른쪽 뒤로 휘어졌다.
날아가는 공은 프레디의 앞쪽 공간으로 정확히 떨어질 듯이 보였다.
파악!
“!”
그때, 이제까지 자기 위치를 고수하던 릴이 빠른 속도로 중앙으로 이동하며 중간에서 공을 낚아챘다.
만일 파블로가 정확하게 프레디의 발밑으로 연결을 해 주었다면, 릴에게 공을 빼앗기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아이언 실드는 공격으로 전환을 시작했고,
파바바바 –
릴은 놀란 프레디의 옆을 지나며 이제까지 참아 왔던 스트레스를 풀어 버리려는 듯 골대를 향해 질주를 시작했다.
* * *
드디어 내 눈에 침 뱉기 좋은 얼굴이 바뀌는 것이 보였다.
나는 파블로의 옆에서 재빨리 떨어지며 공을 받아 줄 공간을 확보했다.
파블로는 순간, 나를 잡아야 할지 달려오는 릴을 막아서야 할지 망설이다가 나를 따라 달려오기 시작했다.
맨시티의 왼쪽 풀백이 빠르게 릴의 앞을 막아섰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릴의 뒤로도 프레디가 쫓아오고 있었다.
‘다들 헛다리 짚기가 뛰어나.’
나는 파블로가 내 쪽으로 와 줘서 다행이었다.
왜냐하면 이 위치에서 공을 잘랐을 때 가장 위험한 것은 내가 아니었다.
화악 –
내 시야 안으로 검은 인영이 확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흑표범이 드디어 발톱을 드러내고 센터백 사이로 몸을 날리고 있었다.
파앙 –
릴은 타이밍을 맞춰 콜 도일의 옆으로 골대를 향해 공을 빠르게 밀어 넣었다.
내가 파블로를 데리고 빠져 주며 릴이 골대를 보이는 시야가 넓어졌다.
공은 이제 막 자리를 잡기 시작한 센터백 사이로 공이 빠지며 골대 왼쪽을 향해 계속 굴러갔다.
“설마, 슛?”
내 옆에서 파블로가 멍청한 소리를 했다.
‘하긴, 저걸 잡을 거로 생각하지는 못할 테니.’
뭐,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언뜻 보면 슛처럼 보이겠지만, 저건 분명한 패스였다. 받을 사람을 생각하고 일부러 길게 빼 준.
우리 팀에서 나만큼이나 아슈르의 속도를 잘 아는 것이 바로 릴이었다.
둘은 아직도 훈련장에서 틈틈이 단거리 시합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릴은 일부러 길게 밀어낸 것이 분명했다.
아슈르에게 이 정도 거리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놔둬! 뒤에 막아! 사람 봐!”
‘아!’
그런데 릴도 나도 하나를 잊고 있었다.
‘위고 바르테즈!’
위고가 빠르게 골대를 놔두고 굴러오는 공을 향해 튀어나왔다.
보통의 골키퍼보다 훨씬 빠른 발을 가진 골키퍼가 맨시티의 수문장이었다.
파바바바 – ! 파악!
촤아아아악 –
공을 먼저 건드린 것은 아슈르였다.
하지만 공을 골대 안으로 넣기에는 위고의 대응이 너무 좋았다.
퉁!
빠른 판단으로 각도를 줄이고 나온 위고의 손끝에 아슈르가 공의 밑을 찍어 찬 슛이 걸리고 말았다.
진짜 보는 내가 아쉽게도 공은 골대 바깥을 한 번 더 맞으며 밖으로 나가고 말았다.
“아슈! 좋아!”
“릴!”
그래도 둘이 서로 엄지를 보여 주는 모습에 아쉬움을 견딜 수 있었다.
이제부터 시작이었고, 우리의 첫 번째 슛일 뿐이었다.
“코너킥이야! 올라와!”
“뒤에 봐! 왜 계속 놓쳐!”
“밀지 마!”
“잡지 마!”
“팔 내려라.”
“아, 진짜! 적당히 당겨라!”
코너 플래그에서 마이크가 코너킥을 차려고 준비 중인데 골대 앞은 아수라장이었다.
데이비드와 데릭이 가장 많은 견제를 받았고, 로빈까지 엉켜있었다.
아슈르가 가까운 골대 앞에서 위고의 시야를 가려 주었고, 나는 페널티 에어리어 쪽에서 엉켜 있는 곳과는 조금 떨어져 파블로와 함께 서 있었다.
마이크가 양팔을 위로 들었다.
킥의 마스터에게 인정받은 녀석이다.
마이크가 사인을 주면 거의 약속한 대로 공이 날아온다.
나는 마이크의 손목에 집중했다.
저기서 손목이나 손가락이 어떻게 돌아가고, 나오느냐에 따라서 공의 방향과 높이, 각도 등이 결정된다.
사인을 주고, 팔을 내린 마이크가 앞으로 달려오며 공에 발을 맞추었다.
퍼어엉 –
“끝까지 봐!”
“사람, 사람! 사람!”
“휜다!”
마이크의 다리가 아직도 위로 솟구치고 있는데, 공은 벌써 빠르게 휘어지며 아슈르의 머리 위를 지나고 있었다.
골대 앞에서 여러 명의 머리가 한 번에 솟구치며 어떻게든 공을 건드려 보려고 애를 썼다.
나는 파블로의 옆에서 한 발 더 뒤로 물러났다.
휘어지는 공에 시선을 빼앗긴 파블로는 내 움직임을 알아채지 못했다.
공은 아슈르의 머리를 지날 때, 골대 쪽에서 바깥쪽으로 심하게 꺾이며 골대 쪽으로 달려드는 데이비드와 데릭의 머리를 무안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덕분에 수비수들까지 중심이 골대 쪽으로 쏠린 것은 사실이었다.
파블로 역시 중심이 그쪽으로 향했으니까.
나는 왼발을 잔디 위에 단단히 박았다.
이제 공은 파블로의 뒤통수에서 내 오른쪽 앞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팍!
박아 놓은 왼발을 잔디에서 떼어 내며 몸을 왼쪽으로 기울였다.
스화아아아 –
뻐! – 어엉!
허리 높이에서 스윙을 시작한 오른발이 정확히 공을 때렸다.
촤르르르르르 – !!!
그리고 언제 들어도 좋은 소리가 귓가를 스치듯이 맴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