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202
화
어쨌거나 코무스 그 놈들이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건 확인을 했다. 하지만 그래봐야 듀풀렉 게이트를 못쓰게 만드는 것 말고는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이젠 그랜드 마스터라도 겁이 안 난다. 포포니가 곁에 없어도 그랜드 마스터 하나 정도는 어떻게든 해결을 할 수 있을 실력이 되었다. 물론 내가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것은 아니다. 다만 그랜드 마스터의 공격을 한 두 번 정도는 맞아도 즉사하지 않을 수준이 되었다는 말이다. 그러니 그 사이에 데드존으로 공격을 하거나 아니면 허브 기지로 도망을 가는 것을 선택할 시간의 여유가 있다.
물론 상대가 우리 장인 정도의 능력자라면 뭐 어려울지도 모른다. 우리 장인은 기합소리로 게이트를 박살내는 것이 가능한 양반이니 말이다.
그러니 나를 잡으러 오는 놈들도 그와 유사한 어떤 방법을 가지고 올 가능성이 높다. 듀풀렉 데드존이 현재로선 최강의 무기이긴 하지만 그 입구가 열리는 것을 막을 수단이 있다면 그 때는 정말 곤란하게 되는 거다. 게이트 입구가 열리지 않으면 허브 기지로 도망을 가는 것도 불가능하고, 데드존으로 공격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원래 이 게이트 입구를 여는 것이 몬스터의 코어를 이용하기 때문에 일정 이상의 견고함을 넘을 수가 없다. 게이트를 여는 것이 코어의 에너지이니 그 에너지의 범위 안에서 게이트 입구가 유지된다. 그런데 그보다 강한 충격을 그 입구에 주게 되면 당연히 게이트 입구는 닫혀버리는 거다.
아직은 그런 비밀을 아는 이들이 없지만 이런 약점이 들키는 날에는 정말 곤란하게 될 거다. 그 전에 도구의 힘이 아닌 본연의 힘을 키워야 하는 거지. 아무렴. 그래서 내가 장인어른에게 매일 터지면서도 꿋꿋하게 훈련을 받고 있는 거 아니겠어?
응? 그래 사실 안 받고 싶다고 해도 안 받을 수 있는 훈련이 아니니까 그저 저런 말로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흐흑, 정말로 장인어른은 너무 과격하시다.
“남편 무슨 생각해?”
게리와 이야기를 하는 동안 상점에서 보급 작전을 수행하던 포포니가 어느 틈에 곁에 와 있다.
“음. 코무스 놈들이 다시 설치기 시작하는 것 같아서 걱정이네. 그래서 잠깐 어떻게 할까 고민을 좀 했어.”
“우웅. 그렇구나. 그런데 남편 듀풀렉 게이트 언제 또 설치 할 거야?”
“듀풀렉 게이트?”
“웅, 그거 아직도 하나만 있는 걸로 사람들이 알잖아. 그러니까 이제 하나 더 해도 되지 않나?”
“그래도 되겠지. 점점 가속도를 붙여 가다가 나중에는 한 달에 하나 정도씩 만들어 낼 생각이니까. 지금쯤 하나 더 만들어도 될 것 같기는 하네.”
“그렇지? 웅. 그러니까 남편, 여기 모라산 마을하고 우리 마을하고 연결하는 거 하나 만들자. 응? 오고 가는 것이 편하게 말이야.”
“하지만 그렇게 되면 헌터들은 그걸 이용하지 못하게 될 텐데?” “에헤헤. 대신에 우리 아저씨들하고 아줌마들이 많이 쓸 거야. 히히.”
딱 보니 답이 나왔다. 이것도 장모님이 뒤에 계신 것이 분명하다. 그럼 우리 포포니는 도대체 뭘 받았을까? 으음. 그냥 장모님 부탁을 들어 줄 포포니는 아니고.
“왜에? 응? 왜 그렇게 보는 거야? 남편?”
“솔직히 말해봐. 장모님께 뭐 받기로 했어?”
“어? 에헤헤헤헤헤. 들켰다.”
들킨 것이 아니라 포포니 너는 뭘 숨기고 하는 그런 거 못하는 사람이잖아.
“그래서 뭘 받기로 했는데?”
“웅, 전에 그거 자클롭에서 나온 지식코어. 그거 이상하잖아. 그래서 그거 좀 알아봐 달라고 했더니 엄마가 그럼 뭘 줄 거냐고 해서….”
“그래서 듀풀렉 게이트를 설치해 준다고 한 거야? 그럼 듀풀렉 게이트를 거점 도시에 연결을 하지 뭐하러 모라산 마을과 연결을 해? 거점 도시가 더 큰 도시잖아.”
“에헤. 그래도 모라산에서 원하는 건 다 얻을 수 있은데 뭐. 그리고 꼭 거점 도시 가려고 하면 또 여기서도 갈 수 있으니까. 그리고 선주민들인 모라선과도 교류를 하려면 이쪽과 연결되는 것이 더 좋지. 사실 그래야 모라산 마을이 더 발전을 할 거고 말이야.”
오호라. 포포니 우리 마눌께서 그렇게 머리를 쓰셨단 말이지?
“그런데 겨우 지식 코어에 대해서 알아보는 걸로는 좀 부족하지 않아? 우리 포포니 그거 말고 또 뭐가 있지? 응?”
“아이, 남편 왜 갑자기 그렇게 징그럽게 목소리를 깔고 그래 으헤헤. 웃겨 남편.”
뭐 웃으라고 하는 재롱이다. 재롱. 그래도 대답을 해야지?
“으갸갸. 간지러 남편. 아, 알았어. 그거 지식 코어 자클롭거 잘 만들어진 걸로 하나 받기로 했어. 엄마가 챙겨 준데.”
“아, 출산준비물을 장모님께서? 그래서 우리 포포니가 나한테 부탁을 하는 거였어?”
“우웅. 남편 해 줄 거야?”
“당연하지. 해 줄게. 걱정하지마.”
“우와아아. 남편 최고!”
최고는 뭐가 최고야? 우린 부부니까. 뭐든 해 줄 수 있는 거지. 쿠쿠쿠. 저렇게 좋아 하는 것을 보기 위해서 뭔 짓을 못할까. 커엄.
또 툴틱이 시끄럽다. 듀풀렉 게이트가 새로 등장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이번에 새로 생긴 듀풀렉 게이트는 모라산 마을과 대지의 일족 마을 사이를 연결하는 것으로 이용자는 대지의 일족으로 한정이 되었다.
왜냐하면 대지의 일족 마을에서 헌터들이 드나드는 것을 반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그 쪽으로 헌터들이 가 봐야 별로 할 일도 없다. 사냥은 대지의 일족 전사와 대전사들이 알아서 하는 곳이라 헌터들이 발을 붙일 곳이 아닌 까닭이다. 그렇다고 이알 상점에서 손해를 보면서 게이트를 유지하는 것은 아니다. 게이트에 들어가는 코어는 대지의 일족 마을에서 책임을 지는 걸로 되어 있고, 대지의 일족 마을 사람들도 사실 따지고 보면 VVIP손님이다.
왜냐고? 그야 그들이 모두 일류 헌터를 넘어서는 사냥꾼이기 때문이다.
몬스터 부산물이나 코어 같은 것은 일반 헌터들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런 귀한 손님들이 이알 상점을 이용하게 되니 상점의 매출이 급성장을 하는 것도 당연하다.
물론 그렇다고 대지의 일족들이 무작정 과소비를 하는 이들은 아니다. 대지의 일족에게 괴물에서 나오는 모든 것은 대지를 정화시키는 재료이기 때문에 낭비는 있을 수가 없다.
뭐 그래도 워낙 코어 가격이 높게 형성되어 있으니 필요한 것을 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거기에 프락칸이신 우리 장모님과 마을의 촌장이신 우리 장인께서(사실 나는 장인이 촌장이란 사실도 몰랐다.) 마을 사람들에게 개인 툴틱의 사용을 허락했기 때문에 대지의 일족 사람들은 생활의 혁명적인 변화를 맞이했다.
물론 선주민에게 주는 툴틱에는 그 어떤 감시 체계도 없어야 한다는 요구를 연합에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아, 그래 그렇게 말하고 툴틱을 주긴 했는데 완전히 믿을 수는 없는 일이라서 요즈음 이알-게이트 회원 중에서 기계 계통으로 밝은 사람들이 툴틱을 비롯해서 여러 기계들을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쪽으로 연구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음. 물론 그 연구비 지원은 이알 상점과 내가 한다.
내가 파는 스티커들은 여전히 인기가 있고, 다른 데블 플레인으로도 팔려 나가고 있기 때문에 텔론은 계속 쌓이고 있는 중이다.
겨우 강화 탄성과 전투지원 스티커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텔론이 쌓이는 것이다.
거기다가 이알 상점의 흑자도 무시하지 못한다. 듀풀렉 게이트의 이용비용도 상당한 흑자가 되지만 이알-게이트 회원들과의 윈윈 거래에서도 적잖은 이익을 내고 있다. 물론 회원이 아닌 손님들과의 거래 역시 적자는 보지 않는다. 게리의 말로는 거점 도시 밖에서 뭔가를 거래해서 손해는 보는 것은 멍청이나 하는 짓이란다.
아무튼 그렇게 쌓이는 텔론들은 모라산 마을에 투자가 되고, 헌터들이나 일개미 중에서 각자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원도 한다.
물론 헌터들이야 사냥을 하는 쪽이 훨씬 벌이가 좋겠지만 그래도 먹고 사는 걱정이 없다면 굳이 사냥을 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지내고 싶다는 이들도 있다.
그런 이들이 기계나 전자, 화학, 공학, 예술까지 여러 분야에서 활동을 시작하고 있다.
물론 아직은 미미하기 짝이 없는 성과만 있을 뿐이지만 그래도 저들이 언젠가는 모성의 과학과 문화를 뛰어 넘을 때가 올 수도 있지 않겠는가.
뭐 사실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긴 하지만.
왜냐고? 그야 모성에서 일정 이상의 기술에 대해서는 외부 유출을 철저하게 막고 있기 때문이지. 뭐 그래도 어느 정도까진 이미 풀려 있는 상황이라 모성의 조치가 늦은 감이 있는 일이다.
초창기에 식민 행성들이 개척될 때에 이미 모성의 과학 기술 전반에 대한 내용이 식민 행성으로 풀린 적이 있었다. 그러니 기본적인 기술들은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진 상황이라고 보면 되는 거다.
그래 딱 그 정도다. 살아가는데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과학 기술은 널리 알려져 있는 거다.
그리고 그 기술들을 우리 데블 플레인의 사정에 맞게 고치는 것은 각 데블 플레인에서 살고 있는 헌터들과 일개미들이 몫인 거다.
그 일을 지금까지는 주로 연합의 주축이 되어 했고, 그 외에 일부 개인들이 음지에서 진행해 왔었다. 그런데 이젠 이알-게이트에서 양지로 드러내놓고 지원을 하고 있는 거다.
그것도 과학 이외에 여러 분야에 걸쳐서 지원을 시작했으니 시간이 흐르면 성과가 나올 거다. 뭐가 되었건 나오긴 하겠지. 커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