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250
화
포포니가 실버 코어를 얻기 위해서 움직이는 동안 나와 텀덤은 따로 따로 이동을 했다.
텀덤에게도 부유선을 하나 줘서 지상으로 움직인 어금니 괴수의 뒤를 쫓게 했다. 그리고 나는 삼등신 인간형 괴수의 뒤를 밟았다.
놈들이 움직인 곳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워낙 덩치가 있는 것들이라서 흔적을 크게 남기고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런 놈들이 평소엔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신기하긴 하지만, 어딘가 근거지를 두고 웅크리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 본다.
하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으니 도망갈 곳은 없다고 봐야 할 거다.
그나저나 마눌은 괜찮을까 모르겠다. 걱정이네.
이런 저런 걱정을 하면서 한동안 흔적을 쫓아 가다보니 삼등신 녀석이 쿵쿵 거리면서 걸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아무리 봐도 저 덩치는 적응이 되지 않는다. 120미터 정도 될까? 머리, 몸통, 다리가 각각 40미터 정돈데 어깨 넓이가 40미터 정도니 생긴 것이 참 우스꽝스럽게 생겼다.
그런데 저 놈을 어떻게 데드존에 집어넣지? 잠시라도 걸음을 멈추게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보폭 때문에 좁은 게이트 입구로 들어가지 못할 것 같은데?
하지만 저 괴수 놈의 걸음을 멈추게 할 뭔가가 근처에 없다. 다른 몬스터들이 있기는 하지만 하나같이 웅크리고 바들바들 떨기만 한다. 어떤 놈은 그렇게 떨고 있다가 괴수의 발에 밟혀 죽는 것도 봤다.
그런 놈들은 저 괴수의 흥미를 끌지 못한다. 그러니 결국 저 놈의 걸음을 멈추려면 나를 미끼로 쓰는 수밖에 없나?
조금 더 가까이 가면 놈이 부유선의 은폐를 느끼고 걸음을 멈추지 않을까?
나는 이런 생각으로 삼등신 괴수에게 조금 더 다가갔다. 어차피 데드존의 입구를 열기 위해서는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 결국 놈의 한 두 걸음 안쪽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말이다. 70미터 정도까지 다가가야 제대로 데드존 입구를 놈의 발 밑에 만들어 낼 수 있다. 자자 조금만 더 다가가자.
그리고 내 의도는 그대로 먹혀 들어갔다.
그렇지 않아도 상처가 심해서 경계심이 높은 놈인데, 뭔가 가까이 다가온 것을 느꼈는지 우뚝 멈춰서 내 부유선이 있는 방향으로 몸을 돌린다.
이때를 기다렸다. 나는 부유선의 속도를 높여서 놈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놈의 발밑에 최대한의 크기로 데드존의 입구를 열었다.
굳건하게 발을 받쳐주던 뭔가가 갑자기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 것 같은가?
거기에 제대로 반응을 하기 전에 밑으로 떨어져 내리기 마련이다.
물론 괴수 정도 되는 놈들은 뭔가 다른 수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랜드 마스터도 마음을 먹으면 에테르를 이용해서 잠시간 몸을 허공에 멈출 수도 있다고 들었다. 고다비 그랜드 마스터 같은 경우에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기술을 사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그랜드 마스터라도 전혀 생각지 못한 상황에선 당황하기 마련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삼등신 괴수 역시 그랬다.
우어억!
그저 짧은 비명만 남기고 데3 데블 플레인의 공간에서 사라져버렸다.
“하하하하. 성공이다!”
나는 부유선 안에서 번쩍 손을 들고 만세를 불렀다.
데드존에 삼등신 놈을 잡아 넣은 것이다.
“텀덤, 텀덤 어떻게 되었어?”
나는 곧바로 텀덤을 호출했다.
“놈을 발견했습니다. 조금 더 이동한 후에 어르신들을 부르기로 했습니다. 일단 준비하시라고 연락은 드렸습니만, 너무 급하게 연락을 해서 조금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하코테 깝딴은?”
“그 쪽도 함께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건 다행이네. 그럼 마샤는?”
“이번에는 마샤도 오라고 했습니다. 에스폴의 몬스터 약화 능력에 깝딴의 능력, 거기에 형님의 디버프까지 더해지면 어떤 효과가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그래 알았어. 나는 우리 마누라 좀 챙기고나서 다시 연락할 테니 너도 그쪽 사냥 준비 잘 해.”
“알았습니다. 형님.”
나는 텀덤에게 어금니 괴수의 사냥 준비를 맡기고 포포니에게 툴틱을 연결했다.
그런데 연결만 되고 포포니의 반응이 없다.
나는 숨죽여서 툴틱으로 전해지는 영상을 살폈다.
포포니의 시야와 툴틱의 화면이 비슷하게 맞춰진 것 같다. 이 사람이 이런 기능은 또 언제 배운 거야? 이거 적용하려면 제법 복잡한 거라고 했는데 말이지.
포포니는 드레이크와 뱀 사이의 공간으로 들어갈 생각인 모양이다.
나도 그 선택이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해파리 녀석은 보이지 않는 촉수를 지니고 있어서 언제 공격이 들어올지 알 수가 없는 놈이다. 더구나 놈이 촉수 하나 둘 정도로 은밀하게 포포니를 노린다면 포포니로서도 감당하기 어렵다.
그러니 애초에 녀석과는 멀리 떨어져서 뱀과 드레이크 놈의 사이로 파고 드는 것이 최선이다. 적어도 놈들은 해파리 처럼 따로 사용할 수 있는 어떤 수단은 없어 보이니 말이다.
툴틱 화면에 저기 멀리 은색의 코어가 들어온다.
아직도 거리는 상당히 멀다. 코어와의 거리나 드레이크와 뱀과의 거리나 비슷해 보인다.
아직도 놈들은 포포니의 접근을 모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개인용 은폐 도구는 사실 그다지 믿음직하지 못하다. 그것은 보라색 등급의 몬스터에게도 간혹 들킬 정도로 은폐 기능이 떨어지는 물건이다. 지금 그걸 포포니가 사용하고 있으니 입술이 바짝바짝 마른다.
저 놈들은 혹시 포포니가 가까이 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으면서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그런 생각 때문에 긴장이 되서 자꾸만 마름침을 삼키고 있다.
어째 기분이 좋지 않다.
“포포니 물러나! 어서! 아니 허브 기지로 들어가 어서!!”
나는 갑자기 밀려드는 불안감에 툴틱에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그와 동시에 포포니가 순간 가속을 하면서 실버 코어를 향해서 달려간다. 그리고 뭔가 포포니 근처에서 폭발하는 충격이 툴틱에 전해져서 화면이 흔들린다. 그래도 포포니는 곧바로 실버 코어를 향해서 달리고 있다.
“포포니, 위험하면 그냥 포기해. 실버 코어 따위보다 당신이 더 중요해. 그러니까…”
“차앗!”
내가 포포니에게 뭐라 떠드는데 포포니의 기합소리가 들리고 앞쪽에 게이트 입구를 만들어서 거기로 뛰어드는 것이 보인다. 그리곤 곧바로 암전이다.
툴틱은 세포니 행성에서 이쪽과 연결이 되지 않는다. 나는 곧바로 부유선 안으로 허브 기지와 연결되는 게이트 입구를 열었다.
그래, 실버 코어 따위 못 얻어도 포포니만 무사하면 되는 거다.
게이트 입구가 열리자 곧바로 포포니가 뛰어 나온다.
나는 포포니를 얼싸안고 깊은 포웅을 했다. 그리고 포포니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고 길게 입맞춤을 했다.
“내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다음부턴 그런 거 하지 말자. 마눌.”
나는 포포니의 얼굴을 가슴으로 끌어안았다.
“우웅, 남편 걱정 많이 했구나? 남편의 마음이 느껴져. 헤헤헤. 우리 남편 어쩌면 좋아. 이렇게 땀에 폭삭 젖었네? 헤헤.”
포포니는 내 품 속에서 뭐가 그리 좋은지 헤실헤실 웃는다. 아! 이 여자의 이 웃음에 내 모든 것이 들어 있는 것 같다. 이 순간 나는 이 여자가 얼마나 귀한 사람인지 다시 한 번 깨닫는다.
“헤헤헤. 남펴언!!”
포포니가 내 품에서 이렇게 나를 부르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나는 잠시 잊었던 모양이다. 그 따위 실버 코어에 눈이 멀어서 포포니가 그토록 위험한 곳에 가도록 그냥 두다니 말이다. 다시는,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사위 거기 있은가?”
이런 장인께서 툴틱을? 어쩐 일이지?
“넵. 장인어른 여기 있습니다.”
“그래. 이쪽은 출발 준비가 되었는데 그래 자네하고 포포니는 어떤가?”
아무래도 장인께서 포포니가 걱정이 되신 모양이다.
“네. 아내는 제 곁에 있습니다. 아무 탈도 없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이쪽에서 데드존에 인간형 괴수 하나를 잡아넣는 데에 성공을 했습니다.”
“오호? 그래? 그것 참 잘 했구먼. 그런데 그 녀석 그곳에서도 죽지 않고 회복을 할 가능성이 높지?”
“아무래도 그럴 것 같습니다.”
“음, 그놈은 어디 안전한 곳에 가서 다른 괴수들이 오지 못할 곳에서 잡아야겠구먼. 알겠네. 그럼 텀덤이 미행하고 있는 그 어금니 괴수라고 했던가 그 놈부터 잡기로 하지.”
“조금 더 가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늘 괴수들이 달려오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나는 장인을 만류했다. 하지만 장인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대응책을 이야기하신다.
“전에 봤더니 그 은폐 말이야. 자네가 직접 하니까 아주 괜찮더군. 괴수들도 찾지 못하고 말이지. 이번엔 어금니 괴수인가 그거 잡아서 죽이기 직전에 은폐 그거부터 하기로 하세.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 마누라 데려다가 정화 의식까지 해 버리는 거야. 어떤가 내 생각이.”
“아니 저기 장인어른. 그 정화는 아무래도 하늘호수 마을 근처에서 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응? 그럴 필요 있나? 그 쪽은 워낙 이전부터 물의 구슬에 영향을 받아서 정화가 별로 필요 없는 땅이 되어 있던데? 몰랐나?”
“네? 물의 구슬이 땅까지 정화를 합니까?”
나는 깜짝 놀라서 물었다.
“아니 그건 아니지만 일단 물이 정화가 되어 있으니까 땅도 거기에 영향을 받은 거지. 워낙 오래 그런 상태가 되다보니까 그 쪽으로는 괴물들도 접근을 하지 않지 않나. 그게 전부 그런 이유인 거지.”
나는 장인의 설명에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어쩐지 마을 근처에 몬스터들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 했더니 그런 이유가 있었던 거였다.
그래도 괴수의 사체를 엄한 곳에서 정화의식에 써버리기엔 아깝다는 생각은 여전히 든다.
“커엄. 뭐 정화를 하고 나서 거기에 마을을 세워도 될 일이 아닌가. 어차피 하늘호수 마을로는 부족할 것이 분명하니 말이지.”
아, 이런 돌팅이.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알겠습니다. 장인어른. 그렇게 해 보죠.”
“아빠, 조금 있다가 봐. 우헤헤.”
“커엄. 거 좀 조심조심해라. 아빠 놀래키지 말고. 그래 좀 있다가 보자.”
역시 장인어른 포포니 걱정이 많으셨던 모양이다. 이거 잘못하면 한동안 시달리게 될지도 모르겠네? 뭐 내가 잘못한 거니까 시달려도 할 말은 없는 거고.
자자, 이젠 어금니 녀석을 해결하러 가자. 그 놈을 그대로 두면 새로운 지역코어가 될지도 모를 일이니까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