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130
130화 7주 차 멘토링, 대인전 (15)
“수고했어.”
“감사합니다.”
홍연화는 개선장군처럼 당당하게 귀환했다.
900점대인 북궁한설을 경기 내내 압도하며 실력을 증명했기에, 콧대가 하늘을 찌를 듯 높아진 모습이었다.
그러나 나와 눈이 마주치자,
“…….”
삽시간에 겸손함을 되찾고 눈치를 살핀다.
자신은 900점대를 압도했지만, 바로 앞에 그런 자신이 손도 못 쓰는 상대가 있다는 사실을 떠올린 것이다.
그렇게 눈알을 살살 굴리면서도 한편으로는 나한테서 뭔가 기대하는 게 있어 보이는데, 아마 이번 경기에 대한 피드백이 듣고 싶은 거겠지.
만약 홍연화에게 꼬리가 있었다면 약하게 살랑거리고 있지 않았을까.
나는 칭찬할 점은 칭찬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수고했어. 같이 연습한 대로 잘 운영했네.”
“……!”
인정받았다는 사실이 기쁜지 홍연화의 안색이 한층 더 밝아졌다.
꼬리가 있었다면 맹렬한 꼬리 프로펠러가 돌아갔을 것 같았다.
홍연화는 일단 여기까지 하고, 나는 당규영에게 물었다.
“이제 저만 남았네요. 저쪽에는 누가 나온답니까?”
“다시 물어봐야지.”
김갑두 팀의 마지막 멤버는 무슨 일을 처리하고 오는지 한참 늦어지고 있었지만, 아무리 늦어도 지금쯤은 도착했어야 한다.
과연 당규영이 메시지를 보내자 금세 답장이 돌아왔다.
[당규영:왔음?] [김갑두:웅 왔엉! >.<] [당규영:누군데] [김갑두:그럼 공개합니당! 대망의 마지막 멤버는 바로……!] [김갑두:두구두구두구……!] [김갑두:(드럼 치는 개구리 이모티콘)] [김갑두:조벽!입니당!]“뭐? 조벽?”
당규영이 눈썹을 찡그렸다.
김갑두가 저렇게 마지막까지 꽁꽁 숨길 정도라면 900점대 중에서도 꽤 실력 있는 멤버일 거라 예상은 했지만, 설마하니 선도부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
[당규영:아니 지금 장난해?] [당규영:이럴 거면 처음부터 얘기를 했어야지] [당규영:(방망이 든 여우 이모티콘)] [김갑두:서프라이즈양!] [김갑두:(깜짝 개구리 이모티콘)] [김갑두:(윙크하는 개구리 이모티콘)] [당규영:(정색하는 여우 이모티콘)] [당규영:(방망이 든 여우 이모티콘)] [김갑두:…….] [김갑두:핸디캡 뭐 걸어 줄까]‘조벽’이라는 두 글자가 나온 순간부터 모두의 이목이 나에게 집중되었다.
당규영은 갑자기 선도부가 튀어나와서 허를 찔리기는 했어도, 나라면 어련히 잘하겠다 싶은지 크게 걱정하는 기색은 아니었다.
홍연화 역시 내가 이길 거라 생각하는 것 같았고.
반면 송천혜의 표정은 급격히 심각해졌다.
같은 선도부원으로서 조벽이 강하다는 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반면, 내 실력은 아직 정확히 가늠이 안 되니 조벽이 이기는 쪽에 무게가 실리는 것이다.
그리고 곽지철은 조벽 쪽에 거는 걸로도 모자라 은근히 내가 졌으면 하고 바라는 눈치였다.
자기만 질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지, 내가 조벽한테 두들겨 맞는 게 기대되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이래저래 마음에 안 들어서 조금만 갈구기로 했다.
“너 왜 눈을 그렇게 떠?”
“내 눈이 어때서 말이냐.”
“상당히 불순한 의도가 엿보이는데.”
“……불순하기는, 잘못 본 거다.”
잘못 봤다면서 슬며시 시선을 돌리는 곽지철.
찔리기는 찔리나 보다.
나는 조금 더 눈빛으로 갈구다가, 고개를 돌려 당규영에게 물었다.
“이거, 제가 지면 어떻게 돼요?”
“2대 2니까 매치 포인트 한 경기 더 하겠지.”
그리고 그 마지막 경기에는 각 팀에서 가장 강한 카드, 송천혜와 조벽이 출전해서 승부를 겨루게 될 것이다.
당규영이 송천혜에게 물었다.
“조벽 상대로 승률은 어때?”
“누가 우위라 보기 어렵습니다.”
송천혜와 조벽은 대인전 매칭 또는 선도부 간의 대련으로 여러 번 맞붙어 보았는데, 그날그날 컨디션에 따라 승패가 좌우되는 편이란다.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고.
굳이 따져야만 한다면 4.8대 5.2 정도로 조벽이 아주 미세하게 높다.
즉, 경기의 행방을 전혀 알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이번에는 송천혜가 나한테 물었다.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요?”
“모르지, 핸디캡 잘 걸면.”
“뭘로 거실 건가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당규영 역시 기다리던 중이었기에, 나는 당규영에게 답했다.
“크리스탈 충전 속도 가속으로 할게요.”
“충전 속도 가속, 나쁘지 않네. 배율은?”
“3배로요.”
충전 속도가 3배라면 1%씩 충전되던 크리스탈이 3%씩 충전된다는 뜻.
충전이 훨씬 빨리 끝나는 만큼 경기 시간도 대폭 단축된다.
당규영이 다시 김갑두와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메시지 창을 슬쩍 보니 귀여운 개구리 이모티콘들이 난무한다.
그러나 당규영의 무표정에 아주 미세한 변화조차 없는 걸로 보아, 저 두꺼비 선배님은 이번 경기 끝나면 바로 다시 차단 아닐까 싶다.
어쨌든 두 사람은 잠시간의 협상 끝에 나름의 합의점에 도달한 듯했다.
“3배는 안 되겠고, 2.5배로 하잔다.”
“일부러 높게 부른 건데 어떻게 2.5배가 됐네요.”
“이건 우리 쪽에 맞춰야지. 저렇게 조벽으로 뒤통수를 쳤는데.”
원래는 2배 정도가 목표였지만, 당규영은 조금 더 유리한 조건을 받아 왔다.
협상을 잘한 것도 있고, 김갑두 역시 조벽에 대해 마지막까지 숨겼다는 점이 찔려서 반걸음 양보한 것 같다.
따라서 크리스탈 충전 속도는 2.5배가 되었다.
‘이걸 곽지철한테 줬으면 더 좋았겠지만…….’
600점대끼리의 대결에 김갑두가 핸디캡을 걸게 해 줬을 리가 만무한데다, 해 줬더라도 곽지철이 자존심을 세우면서 거절했을 거다.
저놈은 이래저래 일공한테 뚜드려 맞을 운명이었던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순간이동 마법진에 오르는데, 송천혜가 나에게 당부했다.
“안 되겠다 싶으면 어떻게든 소모전으로 끌고 가세요. 그럼 마지막은 제가 해 볼게요.”
“아니, 이건 그냥 이길란다.”
“……자신 있으신가요?”
“당연하지, 작전도 미리 다 짜 놨어.”
이름하여 손형택 작전.
나는 크리스탈을 들고 열심히 도망 다닐 셈이었다.
* * *
“크리스탈 충전 속도 2.5배다."
김갑두가 조벽을 앞에 두고 핸디캡을 설명했다.
“여러모로 시간이 촉박할 거다. 그래 봤자 상대는 600점도 안 되니 이기는 건 어렵지 않겠지. 정말 중요한 건 다음이다.”
핸디캡이 어떻든 김호를 쓰러뜨리고 동점을 만드는 건 이미 기정사실이고, 이어질 송천혜와의 매치포인트가 본 경기라 봐도 무방하다.
같은 선도부원으로, 조벽의 입장에서도 결코 녹록하지 않은 상대.
“그러니 첫 경기에서는 가능한 힘을 비축하는 게 좋을 거다.”
“알겠습니다.”
“미안하다, 내 욕심 때문에 두 경기나 수고를 시키는구나.”
김갑두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당규영 팀이 자리하고 있을, 맞은편 먼 곳의 절벽을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이렇게 내기하는 거, 궁상맞고 구차하다는 거 나도 안다. 이겨 봤자 부질없는 짓이기도 하지. 데이트 한 번에 극적인 변화가 있으랴? 하지만…….”
“…….”
“1학년부터 해 온 짝사랑이다. 이대로 포기하기보다 아주 작은 기회라도 바랄 뿐이야.”
조벽은 누군가에게 연애 감정을 느껴본 적이 전혀 없었기에 김갑두의 심경이 어떨지 공감하지 못 했다.
그래도 그가 자신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는 것 정도는 이해했고, 다 제쳐 두더라도 이건 대인전이었다.
해서 그는 담담한 어조로 답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부탁한다.”
조벽이 순간이동 마법진을 타고 아래로 이동하자, 스코어보드에 양측의 이름이 떠올랐다.
[조 벽 993점 vs 김 호 569점]‘김호.’
조벽이 김호에 대해 아는 것은 많지 않았다.
오며 가며 소문 몇 개를 주워들은 게 전부.
본래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는 성격이라 대부분 한 귀로 듣고 흘렸지만, 그 온갖 소문 중에 단 하나 귀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고현우의 친우라고 했다.’
대인전 배치 고사에서 고현우와 조벽의 승부는 철검이 파괴되며 어중간하게 끝났었고, 조벽은 언젠가 제대로 겨룰 날이 오기를 고대하며 그의 이름을 뇌리에 새겨 두었다.
이후 고현우의 소문은 김호와는 달리 상당히 자주, 그리고 대개 긍정적인 쪽으로 들려왔는데, 공략전 배치 고사 1위를 달성한 뛰어난 검술 실력, 준수한 외모, 그리고 모난 곳 없이 둥글둥글한 성격으로 쉽게 다른 학생들의 호감을 샀던 것이다.
따라서 친구가 되기를 바라는 이들이 셀 수도 없었으나, 고현우가 계속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탓에 아무도 그 바람을 이루지 못했다.
그런데 누군가가 김호에 대해 넌지시 물었을 때, 고현우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렇게 답했단다.
– 김 형은 본인이 인정한 친우요. 본인에게는 과분한 인연이지.
이것이 조벽에게는 아주 강한 의미를 가졌다.
그 고고한 학 같은 고현우가 인정한 사내라면 반드시 그럴 만한 이유가 존재할 터.
그렇다면 김호의 500점대라는 점수, 또는 세간의 ‘겁쟁이’라는 평가 등에 미혹되어 그를 경시했다간 자칫 크게 허를 찔릴지도 모른다.
김갑두는 송천혜와의 경기에 대비해 힘을 비축하라 당부했지만, 어쩐지 그래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전력을 다해 임한다.’
조벽의 각오와 함께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3] [2] [1] [Start!]고지대에서 주변 환경을 살피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
특히 이번 주 대인전에서는 크리스탈의 위치를 파악해야 하기에 최우선 순위다.
조벽은 절벽을 빠르게 올랐다.
곰 같은 거체에 어울리지 않는 민첩함으로 순식간에 꼭대기에 다다라 주위를 살핀다.
그리고 반대편의 김호와 금세 마주칠 줄 알았는데,
‘없군.’
절벽 위는 아무도 없이 그저 휑했다.
김호가 조금 늦게 올라오나 싶었지만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일단은 크리스탈에 집중한다.’
조벽이 시선을 내려 절벽 아래 일대를 주의 깊게 살폈다.
그런데 찬찬히 시선을 옆으로 옮기던 도중, 시야 한 켠에 빠르게 움직이는 무언가가 걸렸다.
‘저건…….’
그 무언가는 바로 절벽 위쪽에는 그림자조차 안 비추었던 김호였다.
그는 무작정 한 방향을 잡고 질주하는 중이었는데, 그 끝에는 간이 제단과 크리스탈이 있었다.
마치 크리스탈의 위치를 미리 파악해 둔 듯한 움직임.
김호가 그 사실을 어떻게 알아냈는지는 의문이지만, 그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 것은,
‘늦었군.’
선수를 빼앗겼다는 것.
허나 조벽은 김호를 따라 간이 제단 쪽으로 달리려다가, 이내 생각을 바꾸었다.
‘어차피 다음 행선지는 정해져 있다.’
크리스탈을 충전해야 하니 결국은 성소 쪽으로 이동할 터.
따라서 그는 먼 곳에 등대처럼 우뚝 솟은 암석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과연 그가 성소에 거의 가까워질 무렵,
– 위잉-
성소가 한 지점으로 빛기둥을 내려보냈다.
그 빛기둥이 가리키는 곳은 크리스탈이 있는 곳이자 김호가 있는 곳.
그리고 그곳과 자신 사이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다.
일찌감치 성소로 직행했기에 김호와의 격차를 상당히 좁힐 수 있었던 것이다.
[크리스탈 2%] [크리스탈 5%]2.5배라는 사실을 증명하듯 크리스탈 충전도가 무서운 기세로 차오르고 있었다.
김갑두의 말마따나 이번 대인전은 시간이 촉박하다.
– 탓!
조벽이 더욱 강한 기세로 땅을 걷어차며 내달렸다.
동산처럼 불룩불룩 솟은 절벽을 오르내리고 기암괴석들을 지나쳐, 마침내 김호가 시야에 들어올 정도까지 따라잡았다.
“…….”
계속 등을 보이며 달리다가, 슬쩍 어깨 너머로 돌아보는 김호.
그 눈빛에 다급한 기색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
그러고 나서 너한테는 관심도 없다는 듯 다시 시선을 앞으로 돌리고 달려 나간다.
“놓치지 않겠다.”
조벽이 공력을 두 다리에 집중해 더욱 속도를 높였다.
김호가 도망치는 속도도 빨랐으나, 조금씩 두 사람의 거리가 가까워졌다.
거의 김호의 등 뒤까지 따라잡은 조벽이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그리고 일권을 막 앞으로 뻗어 내는데, 돌연 김호가 등을 홱 돌리며 한 손을 마주 앞으로 뻗었다.
– 펑—!
손과 주먹이 충돌하고 조벽이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서포터가 다 해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