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276
276화 No.50 전이미궁 (2)
– 후두두둑.
우블렉의 잔해가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닿아서 좋을 게 없다는 사실 정도는 모두가 알고 있었고, 마법사들이 시기적절하게 방어막을 둘러쳤다.
– 치이익—
검은 액체가 배리어에 닿을 때마다 연신 타들어 가는 소리와 매캐한 연기가 흘러나왔다.
예상대로 강한 산성과 독성을 띤 듯하다.
이내 검은 비가 멎자 서청용이 허공에 손을 저었고, 방 안에 가득하던 오물들이 빠르게 사라져 갔다.
“잠시 정비하겠습니다.”
전투가 워낙 일방적이었기에 입은 피해도 없고, 정비할 거리도 없었다.
그래도 혹시 모를 변수를 잡아내기 위해 모두 자신의 상태를 점검했다.
그런 가운데 서청용이 이수독에게 말했다.
“눈치챘겠는데요.”
“그럴 겁니다. 척후가 당했으니.”
방금 상대했던 우블렉들은 문지기, 또는 척후병 같은 존재.
첫 번째 방에서 대기하다가, 누군가가 던전에 입장하면 곧바로 돌진해서 자폭한다.
그리고 그 사실을 고스란히 부패의 마녀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다음 방부터 어떤 식으로든 수작을 부려 오겠군요.”
“달라지는 건 없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죠.”
이수독이 무덤덤한 대답에 서청용도 고개를 끄덕여 동의했다.
애초에 부패의 마녀가 이곳을 요새화했다는 사실도, 수작을 부리리라는 사실도 알고 들어온 거니까.
그저 계속 나아갈 뿐이다.
서청용이 모두에게 지시했다.
“다음 방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준비하십시오.”
마법사들이 마나를 사방으로 넓게 퍼뜨리자 지면에 마법진들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어떤 것은 사람 하나가 겨우 발을 딛고 서 있을 정도고,
어떤 것은 방을 가득 채울 정도로 넓다.
‘무조건 큰 걸로 가는 게 맞지.’
마법진이란 크고 복잡할수록 강력하게 마련.
순간이동 마법진 역시 마법진이 커질수록 한 번에 움직이는 인원수가 늘어난다.
그리고 토벌대 수십 명을 전부 이동시키려면 당연히 가장 넓은 것을 선택해야 한다.
이런 기본적인 공략법은 모두 숙지하고 있었기에, 장내에서 가장 큰 마법진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이내 발밑이 환한 빛으로 채워지더니,
– 파아앗—!
시야가 번쩍했다가 급격히 어두워졌다.
다음 방으로 이동한 것이다.
그나마 이곳은 아주 캄캄하지는 않고, 횃불들이 벽에 걸려 장내를 밝히고 있었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낡은 벽들이 사면을 둘러싼 방.
차이점이라면 아무것도 없이 텅 비었다는 것이다.
“……?”
“……뭐야, 없어?”
모두가 긴장의 끈을 늦추려던 찰나,
내가 위쪽을 가리키며 외쳤다.
“위다!!”
“!!”
모두의 시선이 머리 위를 향했고, 천장에 붙어있는 검은 덩어리들을 발견했다.
그 즉시 우블렉들이 토벌대 사이사이로 떨어져 내리더니, 기사의 형상으로 변해 검을 휘둘렀다.
– 카가각,
대원 하나가 놈과 검을 맞대는 것을 시작으로 전투가 막을 열었다.
내 양옆으로도 다크 우블렉 두 마리가 떨어져 내리더니 한 놈은 검을 사선으로 베고, 한 놈은 찔러 왔다.
나는 몸을 슬쩍 기울이고, 반 걸음 물러나서 그것들을 회피했다.
놈들이 계속 따라붙으며 공격을 이어 가려 했으나,
– 서걱,
하나는 당규영이 그림자 쌍검으로 토막 내고, 다른 하나는 이수독이 도를 휘둘러 형체도 없이 날려 버렸다.
다른 토벌대원들 역시 잠시 당황했을 뿐, 평정심을 되찾고 전투에 임하니 어렵지 않게 압도한다.
그러나 곧 첫 번째 방과 마찬가지로, 우블렉들의 형체가 흐물흐물 무너져 내리더니.
– 퍼퍼펑!
일제히 폭발하며 검은 액체를 흩뿌렸다.
진영 깊숙이 침투한 채로 폭발했기에, 몇몇은 그것을 피하지 못하고 뒤집어쓰고 말았다.
– 치이익—
“이런……!”
“크윽.”
방어구가 순식간에 녹아내리고 살갗은 중독되어 검게 물든다.
피해를 입은 자들은 즉시 방어구를 벗어던지고 포션을 들이켜 대응했다.
거기에 마법사들이 해독, 회복 마법을 중첩해서 걸자 금세 소란이 잦아들었다.
서청용은 차분한 어조로 같은 지시를 내렸다.
“빠른 정비 후 다음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이윽고 토벌대는 장내에서 가장 큰 마법진을 찾아내 마력을 불어넣었다.
시야가 환하게 밝아진다.
– 파아앗!
이번에도 횃불이 방을 밝히고 있었다.
즉시 모두의 시선이 위쪽을 향했으나 다행히 천장에는 아무것도 붙어 있지 않았다.
그 대신,
– 절그럭절그럭절그럭!
온통 새까만 갑옷의 기사들이 돌진해 오는 중이었다.
근접 클래스들이 앞으로 나서며 진형을 형성하고, 그들과 격돌한다.
– 콰앙—!
그런데 이 방에는 기사들만 있는 게 아니었다.
로브 입은 마법사의 형상이 넷.
마찬가지로 우블렉에게 잡아먹혀 온통 새까맣다.
놈들은 우리가 나타난 순간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바닥의 자그마한 마법진이 밝게 빛났다.
그 의도를 파악한 서청용이 다급히 외쳤다.
“마법사! 마법사 잡아!”
“!!”
이수독의 손에 들린 도가 흐릿해지더니 우블렉 마법사 둘의 상반신이 잘려 나갔다.
뒤이어 서청용과 원거리 클래스들도 화력을 집중하려 했으나, 그 순간 접근했던 우블렉 기사들이 일제히 폭발했다.
– 퍼퍼펑!
“크윽……!”
모두 쏟아지는 검은 액체를 막는데 전력을 돌려야 했고, 그 짧은 틈에 남은 두 우블렉이 마법진을 완성해 버렸다.
환한 빛이 토벌대원들을 집어삼킨다.
– 파아앗!
잠시 후, 빛이 사그라들고 남은 것은 원래 인원의 절반 가량.
서청용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텔레포트 마법이 작동하여 절반이 다른 방으로 넘어간 것이다.
남은 우블렉들까지 정리한 후, 이수독이 장내를 둘러보며 짧게 혀를 찼다.
“당했군.”
‘어쩐지 이럴 것 같더라.’
부패의 마녀가 이 던전에 자리를 잡은 시점에서 예견된 일이었다.
토벌대의 전력은 그야말로 막강해서, 정면으로 맞붙으면 조금도 승산이 없다.
‘그래서 인원을 분산시키려는 거지.’
방금 전처럼, 소형 순간이동 마법진을 발동시켜 일부만 다른 방으로 넘긴다.
그럼 자연스레 토벌대가 둘로 나뉘고, 그걸 여러 차례 반복하면 모두 사방으로 뿔뿔이 흩어질 터.
‘그럼 각개격파가 가능해지지.’
또는 각개격파에 실패하더라도 대원들을 상당히 소모시킬 수 있을 것이다.
방금 같은 전투를 소수의 인원으로 치러야 할 테니 말이다.
또한 이건 언제나 적에게 선공권이 있기에, 알면서도 당하는 구도가 나온다.
선택권도 많지 않고.
‘그냥 잘 싸우는 수밖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최소한의 피해로 적들을 쓰러뜨리고, 최대한 효율적인 루트를 찾아 보스방에 도달하는 것뿐이다.
이수독도 그리 생각했는지 지시를 내렸다.
“정비하고 넘어간다.”
그러더니 근처에 있던 교직원에게 묻는다.
“합류가 가능하겠습니까.”
“……불가합니다.”
우블렉들이 발동시켰던 마법진은 이미 효력을 다한 상태.
다른 대원들이 마력을 불어넣었으나 아무 반응도 없다.
이수독이 또 물었다.
“통신기는 작동합니까.”
“아니오, 완전 먹통입니다.”
교직원이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전이미궁의 모든 방들은 텔레포트 마법진으로 연결된 것을 제외하곤 완벽하게 격리된 공간.
이수독도 혹시나 해서 물었을 뿐, 안 된다는 사실쯤은 진작에 파악했을 거다.
이내 정비가 끝나고, 마법사들이 다른 마법진을 작동시켰다.
– 파아앗—!
시야가 확 밝아졌다가 조금 어두워졌다.
뒤이어 내 옆에서 어마어마한 존재감이 느껴졌는데, 이수독이 기세를 잔뜩 끌어올려서 그렇다.
다음 순간 그의 도가 번뜩이며 막대한 도풍(刀風)이 우블렉들을 휩쓸었다.
– 콰아아아아—!
다음 순간 놈들은 검은 액체 한 방울조차 없이 삭제된 상태였다.
‘역시 세긴 세네.’
A랭크 영웅의 위용.
학사 측에서 이수독과 서청용에게 토벌을 맡긴 데에는 역시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
“……!”
모두 반쯤 경악한, 반쯤 존경스런 눈빛을 보냈다.
그러나 이수독은 무덤덤한 어조로 한마디 내뱉었을 뿐이었다.
“이동한다.”
* * *
– 콰아아아—!
이수독이 절초를 꺼낼 때마다 다크 우블렉들은 아무것도 못하고 삭제되기 바빴다.
그러나 아무리 A랭크 영웅이라도 그런 강한 공격을 무한정 날릴 수는 없는 노릇.
전력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다고 한곳에서 오래 휴식을 취할 수도 없었는데,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발동되는 마법진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몇 명이 어느 방으로 넘어가게 될지 알 수 없다.
그보다는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게 나은 선택이었고, 이수독이 전력을 추스르는 동안에는 나머지 토벌대원들이 우블렉들과 전투를 벌였다.
– 파아앗!
놈들이 텔레포트 마법진을 발동시킬 때마다 인원이 야금야금 줄어들었다.
절반이 뚝 떨어져 나가기도 하고, 두세 명만 떨어져 나가기도 한다.
그렇게 미궁을 계속 나아가다 보니 남은 인원은 일곱 명뿐.
나, 이수독, 당규영, 제갈소소, 그리고 교직원들이다.
“이동한다.”
또다시 이수독의 지시가 떨어지고, 마법진이 환하게 빛났다.
– 파아앗!
모두 비슷한 양상의 전투가 벌어지리라 예상했지만,
이번 방은 다른 곳보다 유달리 넓었다.
‘중간 보스 방.’
과연 이전보다 배 이상으로 많은 우블렉 기사와 마법사들이 우리를 포위하고 있으며, 그 사이로 거구의 기사가 걸어나온다.
한 손에는 방패, 다른 손에는 사람 몸집만 한 철퇴를 든 채로.
“…….”
이수독과 놈이 몇 초간 시선을 교환했다.
곧 그의 기세가 급격히 치솟더니, 놈을 향해 도를 사선으로 그었다.
– 콰드드득—!
주변에 자리했던 우블렉들은 모조리 쓸려 나간 반면, 거구의 기사는 중간 보스답게 방패를 앞세워 버텨 냈다.
그리고 엄청난 속도로 돌진해 오더니 철퇴를 내려찍었다.
– 콰앙—!
놈과 이수독이 격돌함과 동시에, 우리를 포위하고 있던 우블렉 기사들도 사방에서 거리를 좁혀 왔다.
‘이건 써야겠는데.’
금지 스킬이고 뭐고 가릴 상황이 아니라, 나는 주먹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그리고 검붉은 불꽃이 깃든 주먹을 그대로 앞으로 내뻗었다.
– 콰콰콰콰—!
내달리는 화염 폭풍에 정면이 뻥 뚫려 버렸다.
그러나 놈들의 숫자는 아직도 한참 남은 상태.
기사 몇이 빈자리를 채우며 빠르게 접근해 오다가,
– 서걱,
갑자기 조각조각 잘려 나간다.
제갈소소가 끼어들어 검을 휘두른 것이다.
당규영과 교직원들도 각자의 위치에서 밀려드는 공세를 막아 낸다.
한편,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우블렉 마법사 다수가 텔레포트 마법진에 마력을 불어넣는 중이었다.
이전 방들에 비해 숫자도 많아서 완성되는 속도도 빠르다.
‘막힐 거 같긴 한데.’
그래도 시도는 해 봐야지.
나는 그런 생각과 함께 인페르노 피스트를 내질렀다.
그러나 예상대로, 어떻게든 사수하겠다는 듯 우블렉 기사들이 우르르 모여들며 두꺼운 벽을 형성했다.
– 콰콰콰콰—!
그 결과 화염 폭풍이 마법사들에게 닿기 전에 사그라들었고, 마법진이 완성되고 말았다.
밝은 빛이 뿜어져 나오며 나를 집어삼킨다.
– 파아앗—!
‘당첨이군.’
여태까지 우블렉들이 숱하게 텔레포트 마법진을 발동시켰음에도 계속 이수독과 붙어 있었지만, 끝내 떨어져 나온 모양이다.
‘다행히 혼자는 아니네.’
나는 당규영, 제갈소소와 시선을 교환했다.
서포터가 다 해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