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World Gold Rich RAW novel - Chapter (256)
이세계 골드리치-256화(256/256)
<결말의 이야기>
[보상 지급은 이걸로 전부 끝났네요!] [그럼 서쪽 팀은 원래 층으로 돌아가시고!] [동쪽 팀은 미개척층 입구까지 가보도록 하겠습니다!]칸이 레바테인을 거머쥔 후,
나타샤는 시험을 마무리지었다.
“드디어 미개척층…….”
“야. 우리 아빠가 그랬는데, 미개척층으로 가는 길이 엄청 이쁘데.”
이제 칸과 다섯 여인은, 갈망하고 고대해온 미개척층 입구를 볼 수 있었다.
“나 죽을 것 같아요…….”
물론 그 전에, 이브를 안전한 곳으로 보내줄 필요가 있었다.
“시험관님. 이 아이는 치유의 샘물로 보내주십시오.”
칸은 그리 했다.
[알겠습니다!] [환상족, 이브님은 치유의 샘물로 보내 드리고, 나머지 분들은 100층으로 가겠습니다~]딱
나타샤가 손가락을 튕기자 이브의 몸이 빛살로 가득 찼다.
“주인님… 간호하러 와 주실거죠……?”
이브는 새끼 강아지처럼 끙끙거리며 말했다.
칸은 알았다 답할 수 밖에 없었다.
“헤헤…….”
이브는 만족한 듯 편안한 얼굴로 떠나갔다.
[그럼 선별인원 여러분은 준비하세요!] [곧 포탈이 열립니다!]이제 남은 이들은 100층으로 떠나야 했다.
“…조금 긴장되는데?”
굳은 얼굴의 베르몬트를 시작으로,
4명의 여인은 긴장한 채 포탈을 기다렸다.
포탈은 칸이 하품을 할 때 나타났다.
[99층 통관 포탈이 생성되었습니다!] [한 명씩 차례대로 들어가 주세요!]무지갯빛 포탈은 묘한 기운이 흘렀다. 4명의 여인은 눈치를 보며 들어가기를 주저했다.
“내가 먼저 들어갈게.”
그래서 칸은 선두를 끊었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걸어서 포탈로 들어갔다.
[포탈로 입장합니다.]그러자 시야가 일변하며 새로운 광경이 보였다.
99층의 모습이었다.
“…대박이네.”
99층은 아름다웠다. 신이 창조한 낙원이라 해도 무리가 없었다.
[99층은 모든 종족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자연 훼손을 막기 위해서 그렇다는데, 조만간 테마파크로 쓰일 예정이라고 하네요. 공룡들을 데려온다나 뭐래나~] [아무튼, 힘의 탑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 바로, 이 99층이지요~]99층은 고목부터 자잘한 잡초까지, 다른 층에서는 볼 수 없는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었다. 저기 있는 잡초만 꺾어 먹어도 마나량이 쑥쑥 올라갈 것이 분명했다.
‘그랬다간 감옥에서 썩겠지만.’
칸은 쓸데없는 입맛을 다시며 99층의 풍경을 구경했다.
그러다보니 시간은 잘도 흘러, 어느새 포탈 끝에 도달했다.
[조금만 있으면 100층이네요!] [여러분에게 100층을 보여드릴 생각을 하니 저까지 긴장되는 건 왜일까요~]나타샤의 방송 멘트도 조금만 더 들으면 끝이었다.
“끝이라니 아쉽다~”
“테마파크로 개방되면 무조건 와야겠군.”
“저기 꽃 하나만 따먹으면 정령 친화력이……!”
4명의 여인의 아쉬운 듯 잡담을 나눴다.
칸은 차분히 눈을 감았다. 얼마 후 포탈의 끝이 다가왔고,
칸은 포탈의 힘에 이끌려 100층으로 옮겨졌다.
[힘의 탑 100층, ‘미개척층으로 가는 길’에 도착했습니다.]시야가 뜨이며 100층이 보였다.
처음 든 생각은, 100층과 99층과는 정반대라는 것이었다.
“여긴 진짜 삭막하다…….”
“유령 나올 것 같아…….”
하늘과 땅은 시커먼 암흑으로 가득 차 있었으며,
미개척층으로 가는 길은 교량 하나가 끝이었다.
일정 간격으로 설치된 횃불마저 없었다면 어둠 뿐이었다.
[자자~ 아직 입구도 안 갔는데 긴장하시면 어떡해요~] [모두 저를 따라 오세요!]나타샤의 안내를 들으며 선별인원들은 겨우 걸어나갔다.
약 10분 후. 칸과 4명의 여인은 100층 끝자락에 도달했다.
“여기가 100층의 끝부분…….”
“조금만 더 가면 미개척층 입구라는 거지…….”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교량이 끝나갔다.
암흑이 걷혔고, 미개척층 입구가 서서히 드러났다.
“저게 입구…?”
“뭐가 저렇게 거대해…?”
입구는 성문에 가까운 철벽이었다.
[미개척층 입구는 단단한 철문으로 건설되어 있으며, 관리국의 철처한 관리를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선별인원 여러분이 파괴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데요~ 뭐 여러분은 정식 입장 자격을 얻었으니 상관없죠!]나타샤의 말은 들리지 않았다. 입구를 본 여인들은 입을 벌린 채 나아갈 뿐이었다.
‘…철문 뒤에 있는 존재 때문이겠지.’
철문 뒤에서 숨쉬고 있는 존재.
101층의 수호자, 데몬이 있었으니. 여인들이 긴장하는 건 당연했다.
‘얼마 뒤면 데몬이랑 붙겠구나…….’
레바테인으로 환상족을 찍어눌러 종족 서열 1위를 얻어낸 다음이라면, 인간족을 건드릴 적수는 없을 테니 미개척층으로 들어가면 되었다.
‘…얼마 안 남았다.’
칸은 의지를 다지며 발걸음을 멈췄다. 교량의 끝에 도달했기 때문이었다.
[다 왔네요~] [이제 열 걸음만 더 걸어가면 미개척층 입구입니다!] [물론 걸어가기는 힘들겠지만.]교량과 철문 사이는 텅 비어 있었다.
철문에 도달하려면 텔레포트를 발동하던가, 한 번에 뛰어서 넘어가야 했다.
‘철문 가는 게 어렵진 않은데…….’
물론 철문에 도달하는 것이 문제는 아니었다.
지금 문제는, 철문 앞을 지키는 비현실적 존재였다.
‘쟤가 왜 여기에…….’
칸은 그를 바라보았다.
“저게 누구야?”
“모르겠는데.”
뒤따라온 4명의 여인은 그를 보긴 했으나, 그녀들은 아직 그를 알지 못했다.
그를 알아낸 것은 단 한 명, 나타샤였다.
[……?]그러나 나타샤도 그가 왜 왔는지 모르겠다는 듯 해괴한 얼굴이었다.
‘…나타샤도 모른다 등장이라는 건가.’
칸은 미간을 좁혔다. 현 상황에서 알아낼 정보가 없었다.
할 수 있는 건 하나, 직접 물어보는 것이었다.
‘나타샤도 벙어리가 된 것 같으니…….’
칸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이 왜 여기 왔습니까?”
“…허허.”
그는 허탈한 웃음을 흘리며 지팡이를 두드렸다.
그러자 일순 바람이 몰아치며 시야를 방해했다.
칸이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는 눈 앞에 당도해 있었다.
그가 말했다.
“탑의 최고 권력자인 1성을 당신이라 칭하다니. 처세술이 좋은 친구는 아닌가 보네.”
“허례허식을 좋아하는 분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걸 어찌 확신하지?”
“치장을 좋아하는 남자가 3골드 짜리 정장을 입는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나를 옷차림으로 평가한 건가?”
“안 될 거 있습니까?”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분위기. 탑의 최고 권력자인 1성과 칸은 스파크 튀는 시선을 교환하며 대화를 주고 받았다.
“웃기는 친구일세…….”
1성의 목적이 칸의 죽음이라면,
절망적인 미래가 기다릴 뿐이었다.
“…오신 목적을 알려주실 수는 없는 겁니까?”
칸은 최대한 공손함을 유지하며 말했다.
“목적? 그건 자네에게 있네.”
그러자 1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날 해하려는 게 아닌가?’
칸은 1성이 말하기를 기다렸다.
1초, 2초, 3초.
1초가 1시간 같은 침묵이 지나갔고,
기다림 끝에 1성이 말했다.
“자네 나랑 협상 좀 하지.”
일개 인간족에게, 탑의 모든 걸 관장하는 최고 권력자가 협상을 걸어왔다.
* * *
어느덧 차분해진 분위기.
여인들은 다리에 남아 기다리는 상황에서.
철문 위 외루의 칸은 맞은 편의 1성을 바라보았다.
1성은 자기 할 말 끝났다는 듯 칸이 말하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니까 1성님 말은, 105층을 넘어간 순간 행성 멸망이 걸린 타임어택 퀘스트가 진행될 것이며, 101층 공략은 최소 300년 후 클리어를 전제로 설계되었다. 그러니 101층 도전은 최소 100년 후로 미뤄라, 라는 겁니까?”
“그렇네.”
“지금 도전하면 행성 자체가 멸망할 테니까요?”
“잘 알아들었군.”
“…….”
칸은 허탈하게 고개를 숙였다.
미개척층 공략을 위해 달려왔는데,
알고보니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
“우리 관리국은 이 행성에서 만 년 이상을 장사할 계획이네. 앞으로 천 년 정도는 주민들이 성장하는 편안한 방송이 목적이지.”
“그럼…….”
“모든 것이 계획대로였네. 자네의 등장을 예측 못한 건 불찰이었지만, 자네만 없었다면 101층 클리어는 최소 500년 뒤의 이야기였어. 그건 확실하네.”
“그럼 말입니다…….”
“말하게.”
힘이 쭉 빠진 칸은 멍하니 말했다.
“…지금 저는 101층을 클리어할 수 있고, 수십 년 내에 105층 진입도 할 수 있지만. 그렇게 했을 때 행성의 멸망은 불가피하다는 겁니까?”
“이해력이 빠르군. 그게 맞네. 자네같은 인간족이 만 명쯤 더 있다면 타임어택 퀘스트를 클리어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주민들 수준으로는 택도 없어.”
“왜 그딴 퀘스트를…….”
“음?”
“아니… 아닙니다…….”
칸은 고개를 숙이며 연신 마른세수를 했다. 유저의 위대함을 뼈저리게 실감했기 때문이었다.
‘…인간족이 없을 때의 이 세계관은, 300년이 넘어도 101층 하나 공략 못하는 세계관이었다…….’
어찌보면 이해가 되긴 했다. 유저들은 죽어도 다시 부활하지만, npc들은 그런 거 없었으니까. 101층의 수호자 데몬을 본 선별인원들을 발을 들여놓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니 101층 클리어는 최소 500년 후다! 같은 소리를 1성이 당당하게 할 수 있었겠지.
“뭐, 나도 맨입으로 하는 소리는 아니네.”
“…예?”
칸이 고개를 숙이고 침묵을 지키던 그때.
1성은 갑자기 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자네가 미개척층으로 들어가면 내 장사가 망하는 거잖나. 그러니 자네가 나를 도와주면, 나도 자네를 도와주는 게 이치에 맞는 거지.”
“…무슨 말이십니까?”
“눈치 빠른 친구가 왜 이러나. 내 자네 이득을 보게 해주겠다는 말일세. 소위 말하는 고위층 커넥션에 자네를 껴주겠단 말이지.”
칸이 미간을 좁히고 침묵을 지키자,
1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직설적인 제안을 말했다.
“자네 상단의 세율을 20%로 낮춰주고, 왠만한 범죄는 전부 묵인해 주겠네. 그게 도둑질이든 살인이든, 4성의 권력을 침해하지 않는 선이라면 뭐든지 말일세.”
“…….”
“이게 나의 최종 제안이며, 번복은 없네.”
“…잠깐만요.”
“어떻게 하겠나.”
1성이 두 팔을 벌렸다.
“하나는 나와 맞서는 죽음의 길이고, 다른 하나는 나와 손을 잡는 행복의 길이네. 듣자하니 자네는 딸도 있다던데, 뭐가 좋은 선택인지는 세 살배기 꼬마도 알 수 있겠군.”
1성이 말했듯 이건 꼬마도 답을 아는 선택지였다.
칸의 답도 정해질 수 밖에 없었다.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다.”
미개척층의 끝을 보는 건 매력적이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 도전할 수는 없었다.
“현명한 선택이네.”
1성은 칸의 어깨를 두드리고 뒤돌아 멀어졌다. 그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걸려 있을 것이 분명했다.
“하…….”
칸은 허무한 얼굴로 하늘을 보았다. 별 하나 없이 검은 하늘이었다.
“…이제 뭐하지.”
칸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럴 필요는 별로 없었지만.
“…할 일이야 하나밖에 없지.”
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새로이 얻은 레바테인으로 환상족을 무찌르고, 인간족의 위치를 공고히 하는 것이었다.
“…간만에 선전포고나 해야겠네.”
* * *
“너 그거 들었어?”
“인간족의 선전포고 말하는 거지!”
“맞아!”
“…이제 어떡해? 환상족이 지면 대체 어떻게 되는 거야?”
“나도 몰라……!”
칸의 선전포고가 탑 전체에 울려퍼졌다.
탑의 주민들은 전투로 벌어질 일들을 우려했다.
“야! 설마 환상족이 지겠냐!”
“인간족이 환상족을 어떻게 이기냐!”
아직까지 환상족 추종 대열에서 이탈하지 않은 자들은 많았지만, 그들은 소수에 불과했다.
“이번에도 인간족이 이길지 몰라.”
“지금까지 계속 이겨왔으니까 이상한 일은 아니지.”
과반수의 주민은 칸의 승리를 진심으로 걱정했다. 지금껏 칸의 패배 전적이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래서 인간족이 진짜 이겨버리면 어떻게 되는 거야…?”
“아 몰라… 요즘 세상이 너무 혼란해…….”
탑은 역사상 이례 없는 혼란에 빠져들었다.
모든 주민이 생계를 내던지고 전투 결과에만 관심을 기울였다. 이 혼란이 어찌나 컸는지 탑 바깥까지 이야기가 퍼져, 전투 당일에는 탑 내외부가 서열 격상 이야기로만 가득 차게 되었다.
그건 칸이 콜로세움에 선 순간까지 변하지 않았다.
‘…전부 걱정하는 눈치들이네.’
콜로세움을 둘러싼 십수만의 군중. 그들의 얼굴은 우려로 가득 차 있었다. 그간의 변화로 많은 피해를 본 종족들은 울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칸은 상관하지 않았다.
인간족은 수백 년간 핍박을 받아 왔다. 피해 몇 년 봤다고 죽을상을 하는 타 종족들에게 자비를 베풀 이유는 없었다.
‘나는 인간족을 안전한 위치로 끌어올린다.’
칸이 해야 할 일은 하나. 눈 앞의 환상족 대표, 빛의 검사 루나라를 패퇴시키는 것이었다.
“당신의 강함은 익히 들었지만, 지금의 선전포고는 이르다 생각되는군요. 신속하고 깔끔하게 무찔러드리겠습니다.”
백금의 레이피어를 휘두르며 말하는 루나라. 칸은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전투 자세를 취하지도 않았다.
이번 전투는 어렵겠지만, 승리할 자신이 있었다.
[양측 대표는 열 보 뒤로 물러나십시오!]때마침 야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루나라를 주시하며, 칸은 뒤로 열 걸음 물러났다. 그러자 야타의 마지막 권고가 들려왔다.
[지금이 마지막으로 전투를 취소할 기회!] [양측 대표 중 항복할 분은 없습니까!]그러나 칸과 루나라 모두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관리국에게 전투를 막으라 지시받은 야타는 헛숨을 들이키고는, 마지막 안간힘을 쓰기 시작했다.
[정말 없습니까―!] [이대로 칸님이 승리할 시 환상족은 종족 혜택을 2개나 잃으며, 앞으로 천 년을 인간족과 함께해야 합니다!] [환상족 대표 루나라님! 지금 항복하시면 인간족과 동맹을 맺는 것으로 전투를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정말 항복하지 않으실 겁니까―!]죽기 직전까지 짜낸 간절한 목소리. 가상한 노력이었지만, 환상족의 자존심을 무너뜨리기엔 부족했다.
“환상족은 죽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무릎을 꿇지 않습니다.”
루나라는 단호한 얼굴로 레이피어를 치켜들었다. 그 날카로운 검의 끝은 오롯이 칸을 주시하고 있었다.
결국 야타는 목표를 변경했다.
[그럼 칸님은 항―]“안 합니다.”
그러나 칸도 단호박 먹는 걸로는 타인에게 밀리지 않았다.
물론 그게 아니더라도.
잉그리드, 베르몬트, 아스트리드, 하르미노가 관전석에 앉아 있는 상황이었다. 항복은 애초부터 선택 가능한 옵션이 아니었다.
[그럼… 본 전투를 시작하겠습니다.]야타는 체념한 얼굴로 전투의 시작을 준비했다. 그는 마음 속으로 5초를 세며 적절한 타이밍을 기다렸다.
바람이 멎어들고, 관중의 웅성거림이 잦아들었다. 순간 야타는 직감하여 소리쳤다.
[전투를 시작하십시오!]콰아아앙―!
콜로세움 사면에서 봉화가 터져나왔다. 목숨과 서열을 건 마미작 전투의 시작이었다.
“신속하게 끝내드리죠!”
타앗!
루나라는 즉시 땅을 박찼다. 소리도 없는 날카로운 움직임, 빛처럼 빠른 쇄도였다.
칸이 눈을 한 번 깜빡인 순간, 루나라는 눈 앞에 당도하여 레이피어를 내지르고 있었다.
“죽으십시오!”
서슬퍼런 대사에 등골이 서늘해질 지경. 그러나 이런 공격에 당해주기에 칸은 너무 강해져 있었다.
[‘레바테인’을 장비합니다.]“…무슨!?”
믿을 수 없이 빠른 장비 속도, 경악이 터져 나오는 레바테인의 살기, 환상족 대표를 놀라게 만든 두 조합은 절대적인 일격이 되어 날아갔다.
콰아아앙―!
“크흑…!”
마나의 10%만을 소모한 검격. 그러나 레바테인의 일격은 루나라를 고통스럽게 하기에 충분했다.
“무슨 공격력이…! 크흡…!”
타앙!
루나라는 간신히 레바테인을 쳐내고 거리를 벌렸다. 그래 봐야 달라지는 건 없었지만.
“끝내겠다.”
한 번의 합으로 알아본 루나라의 힘은, 칸이 전개하는 최후의 공격을 견딜 수준에 이르지 못 했다.
“끄, 끝낸다는게 무슨…….”
떨리는 눈동자의 루나라. 칸은 말 대신 행동으로 답했다.
그는 레바테인을 두 손으로 쥐어 마지막 특수 능력을 발동했다.
[특수 능력, 광발 발동!] [보유 마나의 100%를 소모하여 불의 폭발을 일으킵니다!] [데미지 최상, 범위 중간이 적용되었습니다!]콰가가강―!
칸이 레바테인을 땅에 내리꽂자 지면이 폭발하며 사방으로 갈라졌다. 그리고 그 틈새에서 붉은빛이 서서히 일어나 번지더니, 콜로세움의 바닥에서 신격이 담긴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푸화아아아아―!
레바테인의 소유자인 칸은 아무 피해가 없었지만, 콜로세움에 남아 있던 루나라는 버틸 수 없었다.
“하, 항복…….”
루나라는 차마 볼 수 없는 끔찍한 모습이 되어 바닥에 널부러졌다. 콜로세움의 군중들을 할 말을 잊은 채 그 광경을 멍하니 보기만 했다. 야타 또한 입을 벌린 채 다음 행동을 정하지 못했다.
결국 칸이 나서서 손을 번쩍 들어올렸고, 야타는 그제야 루나라를 치유의 샘물로 이동시켰다. 그러고도 정신을 못차려 칸의 승리를 알리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뭐, 굳이 알릴 필요도 없겠지만.’
칸의 승리는 누가 봐도 확실했다. 아무도 토를 달 수 없는 완벽한 승리였다.
인간족은 이제 과거의 영광을 아득히 뛰어넘어 최강의 종족이 되었다.
앞으로 특별한 위험도 벌어지지 않을 것이며, 무궁한 영광의 길만이 남아있을 것이다.
이런 영광을 이루어낸 주인공, 칸은 수천 년을 써도 못 쓸 엄천난 부(富)로 인생을 즐기면 되었다.
“즐긴다라…….”
과거부터 품어왔던 칸의 소망. 인간족을 드높은 위치에 올려두면 고삐 풀린 말처럼 즐기겠다는 원대한 야망.
그것을 이룰 때가 온 것이었다. 막상 때가 오니 조금 얼떨떨하긴 해도, 어쨌건 즐겨야 했다.
“…뭐부터 즐겨야 할까.”
칸은 잠깐 고민했고, 결정했다. 그는 신발 특수능력 블랭크를 발동하여 콜로세움 좌석 속으로 순간이동했다.
그의 위치는, 첫 여친 베르몬트의 옆자리였다.
“칸… 이, 이겼구나… 그 빠른 시간에…….”
알딸딸한 얼굴의 베르몬트였지만, 귀여우니 괜찮았다.
칸은 베르몬트를 보며, 그녀가 그토록 원했던 말을 말해주었다.
“데이트하자.”
“…뭣!?”
순간 베르몬트의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물론 아주 잠깐이었다.
베르몬트는 금세 감동한 듯, 세상 더 없이 밝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응! 꼭 하자!”
(이세계 골드리치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