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 became the strongest Alba RAW novel - Chapter 87
87화-힘이 달리는데
유순태와는 밥을 먹고 헤어졌다.
대충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하고 식사하고 나니 할 일이 없어졌다.
남자 둘이 술도 안 마시고 이 정도 이야기했으면 꽤 오래 이야기한 것이기도 하다.
유순태는.
안 본 사이에 조금 자유로운 영혼이 된 것 같았다.
양건호와 닮은 느낌도 났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사람을 돕고 다니는 양건호와 사람을 죽이고 다니는 각성자들 찾아서 처단하는 유순태 둘 다 자신의 생명을 도외시한다.
이해는 할 수 없지만 그들이 선택한 길 무운일 빌 뿐이다.
유순태는 유순태대로 나는 나대로 길을 떠났다.
지난번에 가려던 산길로 향해 양건호와 쉬었던 움막에서 쉬기도 하면서 산을 넘어 사천으로 들어갔다.
그래서 이틀 후 낮에 사천 공항 앞에 도착했다.
멀리에서 정찰해 보았는데 공항에는 크고 작은 항공기들이 불에 타거나 서로 충돌한 상태로 멈춰있었다.
그리고 유순태가 말한 미군 수송기가 서쪽 활주로 끝에 추락해 있었다.
왜 미군 수송기가 추락했나 궁금했는데 비행하던 수송기가 비상착륙을 한 모양이다.
방향도 착륙하는 방향이 아닌 이륙하는 방향으로 랜딩기어도 내리지 못하고 동체가 갈리며 멈춰서서 있었고 기수 부분은 물속에 살짝 잠겨있다.
그리고 그 주변에 악어들이 햇빛을 쐬려고 나와 있었다.
활주로로 나와 있는 악어들만 5, 60마리, 물속에서 돌아다니는 녀석들도 그 정도는 되는 것 같다.
유순태는 나만 저 녀석들을 처리할 수 있을 거라고 말했지만 쉽지 않아 보였다.
일단 보이는 것만 백 마리 정도인데 한 번에 상대하기는 힘들어 보였다.
게다가 적을 피하거나 유인할만한 지형지물이 없는 활주로라서 더 그랬다.
일단 처음 정찰한 것이니 근처에 자리 잡고 몇 번 더 정찰하는 게 좋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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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을 더 정찰해봐도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렇게 된 이상 정면승부다!’
정면으로 맞서서 수를 줄이고 퇴각하는 식으로 며칠 이어가다 보면 보충되는 것보다는, 더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결심하고 은신처를 떠나 활주로를 향해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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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콰쾅-!
활주로에서 폭발음이 들렸다.
‘누가 선수 친 거야?’
나는 활주로로 달려갔다.
콰콰쾅-! 타타탕-!
전투복을 입은 소총수들과 무동력 슈트의 입은 병사들이 악어들과 싸우고 있었다.
소총수들은 후방에서 지원하면서 수류탄을 던졌고 무동력 슈트를 입은 병사들은 각자 무기를 들고 휘둘렀는데 그 무기가 특이했다.
대장으로 보이는 사람은 슈트를 강화한 것인지 오른손 팔목 부분에서 두꺼운 40cm 정도의 칼이 튀어나와 있고 그걸로 악어를 공격했다.
‘오! 저거 괜찮은데?’
다른 병사들도 작두처럼 길쭉하고 투박하게 생긴 통짜 쇠로 만든 칼을 들고 자르는 병사와 통짜 쇠로 만든 몽둥이를 휘둘렀다.
‘이건, 아이템이 아니라 대장장이가 전용 무길 만든 거야.’
북한산 카페 건물 입구에 자리 잡은 대장장이가 생각났다.
나처럼 복장 자체가 아이템인 사람은 전용 무기를 따로 만들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아니면 저 칼날이 달린 슈트처럼 손톱 대신 칼날이면 어떨까 싶었다.
콰콰쾅-! 타타탕-! 탕! 탕!
무동력 슈트 4명에 일반 소총수 2명이 한 조였다.
그런 조가 4개여서 총 24명의 한 중대? 소대? 아무튼 그렇다.
‘싸우기는 잘 싸우는데···.’
한 조가 악어 한 마리씩을 맡아 처리하고 있다.
소총수가 총으로 견제하면 무동력 슈트 4명이 악어의 팔다리 위주로 공략해서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목숨을 끊어내는 식이다.
손발도 잘 맞아서 한 마리씩 착실하게 상대하고 있지만 악어의 수가 많아서 외곽에서 몇 마리씩 공격하다가 악어들이 달려들면 피하는 식이다.
안정적인데 답답했다.
오늘부터 악어들을 공략하려고 했는데 끼어들기도 마땅치 않아서 일단은 지켜 보기로 했다.
‘저대로는 공략 못 해. 저러다가 물러날 거야.’
내 예상대로 군인들은 천천히 물러서서 활주로를 벗어났다.
그리고 잠시 정비하다가 공항 밖으로 물러섰다.
나는 잠시 지켜보다가 활주로로 들어갔다.
군인들은 십여 마리를 처리하고 떠났다.
‘이거 왠지 경쟁하는 것 같은데?’
이런 식으로 번갈아 가며 잡다가 마지막에 잡는 사람이 저 수송기를 가지게 되는 건가 싶었다.
나는 저들을 봤지만, 아직 저들은 나를 보지 못했다.
내가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저들이 어떤 행동을 할지 궁금했다.
“갑옷소환-!”
일단 가볍게 악어들을 상대해 보기로 했다.
손톱을 뽑고, 악어를 향해 달려갔다.
슈카카카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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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악어를 20마리 정도 처리하고 은신처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음 날 같은 시간에 활주로로 나갔다.
군인들이 활주로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내가 처리한 악어시체들은 아침에 모두 사라졌을 테니 그걸 보고서 기다리는 건 아닐 것이다.
‘그럼, 어제 철수할 때 정찰을 하나 남겨 둔 것 같네.’
정찰을 남겨 둔 게 맞으면 관리가 잘되고 있는 거다.
나는 대기하는 군인들을 보면서 활주로로 걸어갔다.
군인들 가운데 무동력 슈트를 입은 한 군인이 다가왔다.
어제 보기로는 오른손에 칼이 달린 군인이다.
적당한 거리까지 다가온 군인이 입을 열었다.
“저는 부산 3군단의 한윤섭 대위입니다.”
“···.”
한윤섭은 자신을 소개하며 인사했고 나도 말없이 고개를 까딱했다.
“어제 저희 병사가 분홍색 공돌이 인형 탈을 쓴 사람이 악어들을 물리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저···게이트를 파괴하신 분 맞으시죠?”
역시 정찰을 남겨 두었고 갑옷 입은 나를 알아보았다.
부산까지 내 이야기가 전해 진 걸 보면 군대 기반 그룹들에는 거의 다 알려진 것으로 봐야 한다.
“맞습니다.”
“역시 맞는군요. 목표가 수송기안에든 물자라면 저희와 협력해서 공략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같이 공략하면 시간도 아끼고 좋을 것 같습니다.”
“수송기를 같이 공략하자고요?”
이렇게 대기하며 말을 걸 때부터 예상했던 일이다.
이야기를 더 들어봐야겠다.
“예. 저 수송기안에는 무기와 탄약들의 물자가 있는 것으로 압니다. 저희도 필요해서 공략하려고 온 것인데 저희가 처음 정찰할 때보다 악어의 수가 너무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저희만으로는 조금 힘듭니다.”
유순태는 탈출한 미군에게 이곳에 물자가 남겨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는데 이들은 누구에게 들었을까. 누군가 지켜 본 사람이 있을 수도, 같은 사람에게 들었을 수도 있다.
“제가 같이할 이유가 있을까요?”
“공략하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안의 물자를 절반씩 나누시죠.”
나누는 거야 그렇다고 쳐도 믿음이 문제다.
오늘 처음 본 우리에게 믿음이 있을 리가 없다.
“우리가 서로 믿을 수 있겠습니까? 우린 처음 본 것 아닙니까?”
“맞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선생님의 소문을 많이 들었습니다. 현재까지는 게이트를 없앨 수 있는 유일한 분인데 적대 행위를 한다는 건, 이런 괴물이 있는 세상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선택할 수 없는 일 입니다.”
좋은 말인데 그렇게 말하고 뒤통수치는 사람이 아니라는 증거는 없다.
사실 처음 본 사이에 믿음이 생길 리가 없다.
“여러분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말씀입니까?”
“예 말씀드린 대로 저희는 3군단 군인입니다. 제한적이지만 저희 영역의 치안과 질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런 세상이 끝나기를 바라는 사람들입니다. 저희는 절대 선생님과 적대 행위를 하지 않습니다.”
“그건 두고 봐야겠죠.”
나도 그렇고 말을 하는 한윤섭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건 서로 알고 있다.
“예 당장은 믿기 힘드시겠지만, 믿어 주시면 실망하지는 않으실 겁니다.”
결국 직접 싸워보는 수밖에 없다.
“그럼, 일단 가볍게 손발을 맞춰 볼까요?”
한윤섭은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예 좋습니다.”
한윤섭은 동료들에게 가서 병사들을 준비시켰고 나는 갑옷을 입었다.
“갑옷소환-!”
갑옷을 입고 악어들을 향해 걸었다.
군인들이 실력이 있다면 내가 움직이기에 편하게 알아서 지원할 거다.
천천히 속도를 올렸다.
쿵! 쿵! 쿵! 쿵!
달려가는 나를 보고 악어들이 입을 벌리며 달려들었다.
“크와아아앙!”
손톱을 뽑고 빠르게 악어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뛰어들어 빠르게 악어들의 손발이나 옆구리를 긁고 지나갔다.
슈카카칵-!
내 손톱에 악어들의 손발이 잘리거나 상처 입어 휘청거렸다.
내 뒤를 따라온 군인들은 상처 입은 놈들의 숨통을 끊거나 입을 벌려 공격하려는 악어들의 입안에 수류탄을 던져 넣었다.
쿠콰쾅-!
어렵지 않게 네 마리 악어를 처치하고 몸을 돌렸다.
‘시작이 나쁘지 않아. 몇 마리만 더 잡아 볼까?’
저녁때까지 30마리 정도를 잡고 정리했다.
나는 어제보다 잡기 편해져서 조금 더 잡은 거지만 군인들은 고무됐다.
저들로선 나 하나 추가된 것으로 전날의 두 배를 잡은 것이지 당연한 일이다.
한윤섭도 역시 약간 상기 된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선생님! 오늘만 서른 마리를 처리했습니다. 벌서 절반 정도를 줄였으니 이틀만 더 싸우면 모든 악어를 정리할 수 있을 겁니다!”
“예, 다른 위협이 없으면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다른 위협이요?”
너무 순조로운 게 마음에 걸렸지만, 괜히 쓸데없는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아닙니다. 가능하면 내일 끝내버리죠. 여기 너무 오래 있는 것도 안 좋으니까요.”
“예, 알겠습니다.”
한윤섭은 부하들을 정리해서 떠났고 나도 은신처로 향했다.
내일 조금 무리하면 나머지 절반도 다 끝낼 수 있다.
***
슈카카카칵-!
이른 아침부터 악어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활주로 입구 쪽에서 시작했던 공격이 어느새 수송기의 기수가 잠겨있는 물가로까지 이어졌다.
지상에서 싸우는 게 불리하다는 걸 늦게나마 느낀 악어들이 물가로 도망쳤기 때문이다.
‘남은 놈들은 스무 마리가 조금 넘어. 이제야 도망치는 게 그나마 다행이지.’
이전에 작은 모터보트를 타고 악어들과 싸워봤지만, 물속에서 저들과 싸울 수는 없다.
그래서 바닷물 속으로 들어가서 눈만 내밀고 있는 악어들을 보며 경계선에서 선 채 지켜보기만 했다.
한윤섭이 옆으로 와서 물었다.
“어떻게 하죠? 이렇게 대치 상태로 있어야 합니까?”
나는 옆에 있는 수송기를 보았다.
물속에 잠긴 건 기수 부분뿐이다.
“여기서 수송기를 열 수 있습니까?”
“화물 적재문이 이쪽이니 여는 건 문제 없습니다.”
“그럼, 저와 몇 명만 경계하고 나머지는 짐을 전부 내리죠. 저 녀석들 물에서 나오길 기다리는 것보다 그게 더 나을 겁니다.”
“예, 알겠습니다.”
한윤섭은 대답하고 한 조만 남기고 비행기 꼬리 부분으로 가서 화물 적재문을 강제로 열었다.
엑소슈트만 못해도 무동력 슈트는 짐을 내리는 데 특화된 장비 중 하나다.
두 사람이 들어야 하는 탄약 박스를 혼자 두 개 들 수 있다.
병사들이 열심히 탄약 박스들을 실어 나르는 동안 눈치 없는 악어들이 한두 마리 정도는 튀어나와 금방 썰려 나갔다.
이대로라면 정말 무리 없이 끝나겠다 싶은 순간, 바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물속에 있던 악어들은 뭔가에 놀란 듯 서둘러 옆으로 비켜서고 물 아래에서 큰 무언가가 쑥 튀어나왔다.
좀비 악어도 다른 괴물들보다는 큰 녀석들이었다.
꼬리까지 5m 정도 되는 녀석들이 대부분인데 그런 좀비 악어들이 새끼로 보일 정도로 큰 악어가 물속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마치 고대에 있었을 것 같은 악어 공룡 같았다.
공룡이든 거대 악어든 몸뚱이에 썩은 부분이 중간중간 있는 좀비이고 물속에서는 더 빨리 썩을 텐데 저런 존재들이 어떻게 물속에서 돌아다니는지 궁금했다.
무려 20m가 넘는 거대 좀비 악어가 물 밖으로 걸어 나왔다.
“괴, 괴물이다!”
“저, 저걸 어떻게 해?”
“옮기던 거 내려놓고 뒤로 빠져!”
병사들은 옮기던 박스들을 내려놓고 뒤로 확 빠졌다.
‘어째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았어.’
좀비든 동물형 괴물이든 수가 많으면 그들을 이끌 다른 괴물이 등장하거나 괴물들이 들러붙어 다른 괴물로 변하곤 했다.
악어가 백 마리가 있는 걸 본 후에 뭔가 있어도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순조롭게 수를 줄여 나가면서도 찝찝했던 거다.
나는 거대 악어의 앞에 섰다.
알림음이 나오지 않는 걸 보면, 저놈은 악어와 종류가 다른 괴물이 아니라 좀비 악어가 그냥 큰 거다.
악어를 향해 달려갔다.
놈은 큰 덩치만큼 느렸다.
슈카카카캉-!
덩치가 크고 느린 만큼 가죽이 더 두꺼웠다.
내 손톱은 악어의 몸에 길게 붉은 줄을 만들기는 했는데 상처를 입히진 못했다.
“크아아앙-!”
악어는 내 손톱이 거슬린 듯 나를 향해 어슬렁어슬렁 걸어왔다.
덩치가 크다 보니 둔중하게 한 발짝 걷는 건데, 바로 앞으로 금방 다가왔다.
쿵-!
내려치는 앞발을 피하고 바닥에 쓸리듯 움직이는 악어의 뱃가죽으로 내려왔다.
악어의 신체 중에 가장 부드러운 부분은 뱃가죽이다.
나는 바로 양손의 손톱을 박아 넣었다.
콰아악-!
손톱이 박혔다.
양손에 힘을 주고 앞으로 주욱 그었다.
콰드드드득-!
깊이 박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확 그어진 상처에서는 썩은 피가 쏟아져 내렸다.
“크와아아앙-!”
악에는 배를 땅에 비비며 몸을 뒤틀었다.
깔리지 않으려고 나는 몸을 굴려 겨우 빠져나왔다.
빠져나온 나를 향해 악어는 커다란 꼬리를 휘둘렀다.
피할 사이가 없어서 휘둘러지는 꼬리에 손톱을 박아 넣고 꽉 끌어안았다.
“크어엉-!”
악어는 깜짝 놀라 꼬리를 세차게 휘둘렀고 그 바람에 꼬리를 놓치고 바닥을 뒹굴었다.
쿠쿠쿠웅-!
갑옷을 입은 이후로 이렇게 내팽개쳐지듯 땅에 부딪히고 구른 적은 없었다.
“크윽!”
머리가 살짝 어지러웠다.
‘이거 덩치가 작다 보니 힘이 달리는데?’
생채기 조금만 내고 이렇게 충격받다 보면 내 손해가 클 것 같다.
좋은 방법이 없을지 궁리하는 내 눈에 수송기의 열려있는 화물 적재문이 보였다.
나는 벌떡 일어나 적재문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수송기 안에서 빛나는 상자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