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 Survival Game RAW novel - Chapter 215
214화
버린 것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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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혁아, 섬에서…… 섬에서 보자. 아무 일 없을 거야. 괜찮을 거야.”
따스한 손길이 불안한 시선이 가득한 진혁의 머리칼을 쓸어 넘겼다.
벙커가 있는 섬으로 떠나기 위해 정부에서 마련한 배가 있는 항구로 온 진혁의 가족.
그러나 배의 정원이 찬 탓에 한배로 갈 수 없게 되었다.
“민지를 부탁한다. 진혁아.”
혹시 몰라 자식들을 먼저 배에 태운 것이, 자식들과 떨어지는 것이 될 줄 몰랐다.
진혁의 아빠는 불안과 미안함이 담긴 시선으로 진혁을 바라보았다.
진혁이 아빠의 시선을 마주했다.
불안하지만 아들에게 신뢰를 보내는 아버지의 눈빛.
정신없고 시끄러운 상황에서 많은 말보다도 더 많은 마음이 담긴 눈빛이었다.
“……조심하거라.”
“아버지도요. 꼭…… 섬에서 봬요.”
“그래.”
그것이 부모님과의 마지막이었다.
쿠르르릉-!! 촤아악-!!
“선실 안으로 들어가십시오! 어서!!”
변덕스러운 날씨는 순식간에 풍랑을 일으켰다.
내내 풍랑에 시달리던 사람들이 갑판에 나와 잠깐 숨을 돌리는 그 짧은 시간에.
파도가 치고 바람이 일며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쏴아아아- 쿠르릉!!
“꺄아아악!!”
철썩-!!
높은 파도가 예고도 없이 배를 뒤집을 듯이 일었다.
황급히 선실로 도망치던 사람들은 중심을 잃고 하나둘 쓰러졌다.
배가 기울고, 기울어진 방향으로 사람들이 쓸려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풍랑에 대비해 갑판엔 무거운 짐들이 없다는 것.
쿵-!
“으윽……!”
“악!”
“일어나요!! 서둘러!!”
넘어지고 부딪혀도 크게 다치는 사람은 없었다.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를 부축하여 일으켜 주며 서둘러 대피했다.
그 대피하는 사람들 속엔 진혁과 그의 여동생 민지도 있었다.
“민지야! 오빠 손 놓으면 안 돼!!”
“응!”
답답하다는 민지를 데리고 처음으로 선실을 벗어났는데.
하필이면 오늘, 예상치 못한 이상기후가 일어났다.
아무런 문제 없이 항해가 이뤄졌어도 안심하는 게 아니었는데. 섬에 도착할 때까지 가장 안전한 곳에 있는 게 맞았는데.
‘젠장…….’
쏴아아아아-
“오빠! 나 앞이 안 보여!!”
“괜찮아 민지야! 오빠 뒤만 따라와!!”
민지를 둘러메고 뛰기엔 배의 중심이 온전치 않아 더 위험한 상황.
진혁은 가까스로 넘어지지 않기 위해 중심을 잡으며 선실 쪽으로 향했다.
쿠우웅- 쿵-
촤아아악!! 쏴아아아!!!
“대피하세요!! 어서!!”
“엄마야!!”
“뛰어!!”
미처 대피하지 못한 사람들의 비명 소리와 쉴 새 없이 몰아치는 비바람, 파도가 부딪히는 소리 그리고 배가 기우는 소리.
눈도 잘 뜰 수 없는 상황에서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중심.
진혁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러나 맞잡은 손으로 느껴지는 동생의 온기가 그를 움직였다.
‘지켜줘야 해. 내가.’
동생을 지킬 수 있는 건 자신뿐이다. 민지를 부탁한다고 했던 아버지의 말과 끝내 눈물을 흘리시던 어머니.
자신이 민지를 지키지 못하면, 부모님의 마음은 무너질 것이다.
진혁이 지키고자 하는 것은 민지뿐만 아니라 가족, 전부였다.
쿠르릉-!! 촤아아아악-!!
“!!”
“꺄아아악!!”
“으악!!”
힘겹게 걸음을 옮기는 도중, 높은 파도가 배의 왼쪽을 강타했다.
배가 크게 휘청이며 대피하던 사람들이 일시에 한쪽으로 쓸려 내려갔다.
“꺅! 오빠!!”
“윽……!”
진혁이 반사적으로 민지를 품에 안았다. 잡고 있던 손을 더 꽉 움켜쥐었다.
“꺄악!!”
주르륵-
진혁과 민지를 포함한 사람들이 속절없이 기울어진 배를 따라 쓸려 내려갔다.
쿵-!
“꺄아악-!!”
“으아아아아악!!”
첨벙- 첨벙-
마치 기울어진 접시 위의 내용물이 후드득 떨어지듯이, 사람들이 비명과 함께 바다로 떨어졌다.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물에 빠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큭…….’
그 정신없는 상황 속에서 쓸려가는 도중 진혁은 가까스로 눈을 떴다. 그렇게 진혁과 민지 또한 배의 난간에 부딪혀 튕겨 나가기 직전.
쿵-!
덥석-!
진혁이 배의 난간을 붙잡았다.
“꺄아악!! 오빠!!!”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배 밖으로 튕겨 나간 민지가 진혁의 손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 비명을 질렀다.
차가운 빗물과 우렁차게 울리는 파도 소리가 당장이라도 그녀를 삼킬 듯이 사방에서 울렸다.
“민지야!! 아래 보지 마!!”
반사적으로 아래를 보려던 민지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고개를 들어 진혁을 바라보았다.
“오, 오빠……!”
“아래 보지 말고!! 조금만 참아! 금방 올려줄게!!”
진혁이 애써 민지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어린 여동생을 안심시키기 위해 최대한 침착한 모습을 보이려 애썼다.
빗물에 난간을 잡은 손도, 민지를 잡은 손도 미끄러웠지만, 불안한 모습을 보일 수 없었다.
‘제발, 조금만……! 제발!’
그런 진혁의 바람이 이루어진 것일까.
촤아악-
“!!”
배를 기울였던 파도가 부서지며 배가 다시금 원래의 상태로 바로 섰다.
그 순간, 몸이 붕- 뜨는 듯한 느낌과 함께 누군가가 던지듯이 진혁이 배 안으로 들어왔다.
쿠웅-!
진혁이 고꾸라지듯 난간 너머에 얼굴을 찧었다.
입술이 찢어져 피가 나고 부딪힌 충격에 정신이 없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진혁은 민지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애썼다.
고통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민지를 꽉 붙잡은 손. 그곳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후다닥-
넘어지자마자 황급히 몸을 일으킨 진혁이 민지를 확인했다.
배가 휘청이며 그 반동으로 자신은 배에 올라왔지만, 민지는 올라오지 못했다.
심지어 조금 전의 휘청임으로 민지가 배에 부딪혔다.
“민지야!!”
“오빠!!”
“괘, 괜찮아?! 안 다쳤어?!”
“오빠 나도 올려줘!! 무서워!!”
“지금 올려줄게!!”
진혁이 양손으로 민지를 붙잡아 올렸다. 버거웠지만, 민지는 조금씩 끌어 올려졌다.
빗물에 미끄러지는 것만 조심하면, 조금만 더 끌어 올리면…….
쿠르릉-
“!”
하늘이 부서질 듯이 거대한 천둥이 쳤다. 일순간 집중력을 흩트릴 정도의 큰 소리의.
진혁이 순간적으로 움직임을 멈췄다. 정말, 찰나의 순간이었다.
촤아아악-!!
“!!”
그 찰나의 순간에 거센 파도가 배를 덮쳤다. 그리고.
“……미, 민지…….”
민지가 사라졌다.
“민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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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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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 민지야!! 민지야!! 안 돼! 안 돼!!!]그때의 비명이 귓가를 맴돈다.
터벅.
[콰아아- 콰아아아아-] [쏴아아아아-]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한 파도 소리도, 끝없이 퍼붓던 빗소리도.
생생하게 떠올랐다.
터벅.
“민……”
진혁은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시스템으로 생성된 민지에게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
뒤돌아 있던 민지가 서서히 몸을 돌려 진혁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을 마주하는 순간, 진혁은 심장이 쿵 내려앉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오빠?”
민지가, 맑은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살아생전 웃음기 어린 밝은 목소리로.
진혁의 심장이 쿵쿵 뛰었다.
민지다. 정말, 민지다.
마지막 순간, 두려움 가득하던 그녀의 시선이 떠올랐다. 자신을 향해 살려달라 외치던 시선이.
“오빠!”
그러나 그 기억은 눈앞의 민지가 활짝 웃음과 동시에 사라졌다.
타닷-!!
진혁은 반사적으로 민지에게 달려갔다. 한순간의 실수로 잃어버린 제 여동생에게.
“민지야……!”
와락-
진혁이 민지를 끌어안았다.
오랫동안 그리워했던 온기가 느껴졌다.
울음이 터져 나왔다. 저도 모르게 오랫동안 쌓여있던 말을 울음과 함께 토해냈다.
“미안, 미안해……. 오빠가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너를 구하지 못해서. 손을 놔버려서.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눈물이 끝없이 쏟아졌다.
날카로운 창이 가슴을 파고들 듯이 괴로웠다. 욱신거렸다.
민지는 그런 진혁의 품에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눈을 깜박였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눈만 깜박이던 민지는 이내 작은 손을 들어 오빠의 등을 토닥였다.
진혁의 울음이 더욱 서러워졌다.
“미안해……. 바보처럼 네 손 놔버려서 미안해……. 민지야, 미안해…….”
“괜찮아. 오빠.”
숨이 넘어갈 듯이, 진혁은 오열했다.
토닥토닥…….
“괜찮아…….”
그렇게 한참을, 오랫동안 풀지 못했던 울분을 토해냈다.
쌓이고 쌓여 썩어 들어가는 오랜 죄책감을 눈물과 함께 토해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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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탁. 탁…….
상담사는 서류를 두드리며 다 죽어가는 얼굴로 앉아있는 진혁을 바라보았다.
동생의 데이터를 구현하고, 눈물을 터트리며 용서를 구할 때만 해도 치료가 성공적이라고 생각했다.
오랫동안 풀지 못한 감정을 풀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진혁의 죄책감은 잘못된 방향으로 이어졌다.
용서를 구하는 것을 넘어서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죗값을 치르길 바랐다.
진혁의 실수로 동생이 죽은 것은 맞지만, 그것이 진혁의 죄는 아니었음에도.
진혁은 책임지려 했다. 책임질 수 없는 무게를.
탁. 탁…….
‘흐음…….’
결국, 치료는 실패였다. 아니, 트라우마를 더욱 자극하는 꼴이 되어 버렸다.
진혁이 가진 상처는 생각보다도 깊었고, 심각했다.
다른 사람들은 후련함을 느낄만한 상황에서도 그는 자신의 상처만 더욱 깊이 파고들었다.
“죽여주세요.”
“……?”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던 진혁이 입을 열었다.
상담사는 순간 자신이 그의 말을 잘못 들은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나 공허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진혁의 시선을 마주하니, 잘못 들은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이진혁 씨.”
“죽고 싶어요.”
“안 됩니다.”
“…….”
인류에겐 남은 인류가 소중하다.
인류의 멸종을 막기 위해 벙커를 만들었지만, 살아남은 인류는 예상의 10분의 1도 미치지 못했다.
거기에다 다시 지구로 돌아갈 때까지 이 중 몇 사람이 살아남을지도 모르는 일.
“이진혁 씨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잊지 마십시오.”
“살지 말았어야 했어요.”
진혁의 주변 모두가 죽었다.
섬에서 만나기로 했던 부모님은 끝내 오지 못했고, 가상세계로 들어오는 그날까지 진혁은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닌 날들을 보냈다.
자신이 살아있는 것이 이토록 원망스러울 줄이야.
마치 가족을 죽이고 살아남은 듯한 감정이 그를 괴롭게 했다.
“이진혁 씨…….”
상담사가 깊은숨을 토해냈다.
“힘든 건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럼 없애주세요.”
“……예?”
진혁이 공허한 시선을 들었다.
죽을 수도, 그렇다고 이대로 살 수도 없다. 그렇다면……
“지워주세요.”
“…….”
“기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