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e you the devil in the labyrinth? RAW novel - Chapter 144
플레이어들끼리 라비락을 완전히 토벌할 수 있는가?
류트의 말에 유현은 솔직히 말해서 가능하다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못한다고 말하는 것 또한 힘들었다.
요컨대-. 애매했다.
‘지금의 플레이어들이 라비락을 상대할 수 있을까?’
유현이라고 플레이어들의 수준이 어느 정도 되는지 정확히 제단 할 수가 없었다.
라비락들은 일반적인 몬스터들과는 많이 달랐다. 욕망에 이끌리는 건 몬스터들과 다를 게 없지만 녀석들은 지능적이다. 집단적인 움직임에 매우 강하다는 것이다.
그런 녀석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이쪽이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거나 라비락 못지않게 완벽한 팀워크를 보여줘야 했다.
그 동안 겪었던 소수끼리의 싸움이 아닌 백이 넘는 다수의 싸움이니까.
여러 명이 모인 파티가 하나의 괴물을 잡는 거랑은 완전히 다른 일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플레이어들이 그런 싸움에 경험이 없다는 것이다. 거대한 집단 싸움에서부터는 개개인의 힘뿐만이 아니라 또 다른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 동안 플레이어들이 누군가와 호흡을 맞추어 봤자 파티 단위다.
유현이 쉽게 대답을 하지 못하자 류트가 말을 꺼낸다.
“발견된 라비락 부락의 크기를 볼 때 숫자는 아무리 못해 400이 넘습니다. 상당히 대규모 전투가 될 가능성이 크죠. 하지만 문제는 플레이어들에게 그런 대규모 전투에 대한 경험이 없다는 겁니다. 지휘할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있는지도 의문이고요.”
“확실히 그렇지.”
역시 류트는 플레이어들의 문제를 정확히 알고 있다. 유현이 생각하던 걸 그대로 지적하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그는 어딘가 비관적인 태도였다.
“분명 두세 마리 정도는 어렵지 않게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의 플레이어들이 있기는 할 겁니다. 하지만 싸우게 될 때 덤벼드는 건 수백의 라비락. 과연 그들이 감당할 수 있을까요?”
“감당해 내야겠지. 이번 일을 극복해 낸다면 플레이어들의 성장은 더욱 가속될 거야.”
“극복하지 못하면 치명적인 사건이 될 수가 있습니다. 플레이어들 중에서 제일 성장이 좋은 이들이 한 번에 몰살당하는 일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이번 토벌에 참가하게 될 플레이어들은 전부 최전선에 있는 이들이 아닙니까?”
“치명적인 사건···.”
지금 류트의 말은 쉽게 넘길만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이번 일이 실패하면 많은 이들이 죽을 것이다. 성공하더라도 큰 피해가 날 수도 있겠지.
토벌에 참가할 정도면 나름대로 레벨이 어느 정도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 정도 되면 귀환석 정도는 가지고 있을 터.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불행한 죽음 같은 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귀환석이라고 무조건적으로 목숨을 구해주는 기적의 물건은 아니었으니까.
지금 시기에서 레벨이 높은 플레이어가 많이 죽게 될 경우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분위기가 크게 꺾일 수가 있다.
그 흐름은 훈련소에서 나올 신규 플레이어들에게도 크게 영향을 줄 것이다.
그런 일은 유현뿐만이 아니라 로베리아에 있는 그녀도 결코 좋아하지 않을 터.
“로베리아에서 도와주는 건 없는 건가?”
유현의 물음에 류트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없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런가.”
류트가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을 테니 아마 사실이겠지.
“하지만 잊고 있는 게 있어. 류트.”
“제가 잊고 있는 게 있다고요?”
그렇다. 류트는 잊고 있는 게 있다.
“만약 내가 온 힘을 다해 이번 토벌에 힘을 쓴다면 과연 실패할까?”
“그거 진심으로 하는 말입니까?”
어딘가 류트는 한 방 먹은 듯한 얼굴을 했다. 가늘게 뜬 눈이 크게 떠진다. 그 모습이 재미있어서 유현은 쿡쿡 웃었다. 류트는 알고 있었다.
평소에 유현이 진심을 다해 싸우지 않는다는 걸.
“분명 지금 시기에서 플레이어들만으로는 힘들지도 몰라.”
가능할지 불가능할지는 유현도 정확히 알 수 없다. 불확실하다.
이번 기회로 새롭게 능력을 보여주는 인물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난 이번 토벌이 실패로 끝나게 둘 생각은 없어. 이번 토벌은 단순히 로렐라이를 위해서 싸우는 게 아니었으니까.”
“로렐라이를 위해 싸우는 게 아니다?”
류트가 이해하지 못하는 얼굴을 한다.
그런 류트를 향해 유현은 나직이 말했다.
“이번 토벌이 성공적으로 끝났을 때 볼 수 있는 일행의 성장이 궁금하거든.”
*
아침이 되자 유현은 곧 바로 마을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레날드와 접촉을 시도했다.
다행히 에이리어를 탐사하러 가기 직전에 레날드와 만날 수 있었다.
마을 입구에서 그는 자신의 파티와 함께 무언가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이른 아침에 마을로 돌아와서 다행이었다.
만약 조금만 더 늦었다면 하염없이 며칠은 기다려야 했겠지.
“이런 아침부터 나를 찾아온 걸 보면 고민은 끝난 건가?”
여전히 변함없이 무거운 목소리로 묻는다.
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고민은 전날에 모두 끝났다.
네파가 라비락들에게 끔찍하게 살해당함으로서 일행은 큰 동기를 얻을 수 있었다. 단순히 에이리어에 해가 되니까 토벌한다가 아닌, 복수를 위해 싸운다가 되었다.
“저희 파티도 이번 토벌에 참가하겠습니다.”
유현의 말에 레날드가 씨익 웃었다.
“환영한다. 내심 참가해 주었으면 했는데 정말로 다행이군.”
그는 정말로 기쁜 듯이 웃었다. 그의 미소에 이야기를 엿듣고 있던 레날드의 파티원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를 쳐다볼 정도였다. 이윽고 그 시선이 유현에게 모인다.
“이 남자가 뭐 대단합니까? 전에 보니까 파티원들도 전부 꼬맹이들이던데.”
활을 들고 있는 소년, 앤디가 눈살 찌푸리며 말했다.
볼 부근에 있는 주근깨가 인상적인 소년이었다. 남궁민과 비교할 때 체형은 상당히 얇아 몸이 가벼워 보였다.
말은 그렇게 하고 있지만 정작 본인도 유현의 일행과 비슷한 또래로 보였다.
그걸 레날드도 알고 있는지 헛웃음을 터뜨리며 앤디를 꾸짖었다.
“유현의 파티원들은 너랑 나이가 비슷하다. 또는 겨우 한 살 아래겠지. 꼬맹이라면 너도 꼬맹이다.”
“으윽···”
레날드의 말에 앤디는 입을 닫았다.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힌다. 그리고는 힐끗 유현을 노려봤다. 마치 이 모든 게 유현 탓이라는 것처럼.
그 광경을 흥미롭게 쳐다보던 유현이 입을 열었다.
“레날드 씨. 그리고 좋은 소식이 하나 있습니다.”
“좋은 소식?”
“라비락들의 부락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냈습니다.”
유현의 말에 레날드는 물론이고 레날드의 파티원 모두가 깜짝 놀란 얼굴을 했다.
“그게 정말인가?”
“제가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습니다.”
레날드가 흥분한 듯 주먹을 꽈악 쥔다. 그의 눈동자에 맴도는 뜨거운 열기는 뒤에 있던 일행들에게도 전염이 된 듯 레날드의 파티원들의 얼굴에도 힘이 들어갔다.
“···그런가. 발견했는가. 대단하군 유현.”
“운이 좋았습니다.”
그래, 확실히 운이 좋았다.
네파의 죽음이 아니었으면 라비락들의 부락을 찾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네파의 죽음이 라비락들이 어디에 있는지 이끌어내었다.
정말로 운이 좋았다.
*
그 후로 레날드는 탐사 일정을 취소했다.
그들이 이른 아침부터 탐사를 진행하려 했던 건 라비락들의 정확한 위치를 알아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유현이 그 위치를 알아왔으니 굳이 탐사를 할 이유가 없어졌다.
다시 연락을 줄 테니 기다리라는 레날드의 말에 따라 여관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송가연이 유현에게 말을 걸어왔다.
“레날드 씨는 만났어요?”
“만났지. 다행히 마을을 떠나기 직전에 붙잡을 수 있었어.”
“그거 다행이네요.”
그리고서 그녀는 테이블에 착석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목욕을 하고 온 것인지 그녀에게서 은은한 꽃향기가 났다.
그러면서도 책의 오래된 냄새가 잘 조화되어 있다.
“이번 토벌 성공할 수 있을까요.”
책을 조용히 읽고 있던 그녀가 갑자기 넌지시 물었다.
“왜? 걱정 돼?”
유현의 말에 책에 시선을 꽂고 있던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조금은요. 이번에는 저희만 움직이는 게 아닌 수많은 사람들이 움직이게 될 테니까요.”
“그건 즉 다른 사람들을 믿을 수 없다는 거야?”
“글쎄요.”
송가연이 마른 미소를 지었다. 수긍하면서도 부정하는 듯한 미묘한 미소.
뭔가 더 묻고 싶어 유현이 입을 열려고 할 때였다.
“으아아, 배고파! 오빠 아직 주문 안했죠?”
목욕을 막 끝낸 길유미가 아직 물기가 남아 있는 머리카락을 그대로 보이며 걸어오고 있었다. 평소의 포니테일이 아닌 머리를 푼 그대로였다.
그렇게 보니 평소의 어쩐지 외견이 어른스럽게 느껴졌다. 포니테일을 하고 있을 때 그녀는 활기찬 어린 소녀 같지만 머리를 푸니 무언가 다르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성격이 바뀌는 건 아닌지 활기찬 분위기 그대로 테이블에 착석한다.
“유, 유미야. 그러다가 감기 걸려!”
뒤에서 이서연이 달려와 길유미의 머리 위로 수건을 얹었다. 그리고는 그녀의 긴 머리카락을 정성스럽게 닦아주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마치 언니처럼 보였다.
이서연의 말에 길유미는 이서연의 손길을 즐기듯 눈을 감으며 기분 좋은 미소를 흘렸다.
그 모습을 보니 어제 밤 보여주었던 모습들이 멀게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