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e you the devil in the labyrinth? RAW novel - Chapter 76
-라이트닝 볼트
타닥, 번개가 튀는 듯한 소리가 나더니 푸른 섬광이 대기를 찢으며 멧돼지를 닮은 몬스터에게 작렬했다. 검은 연기와 함께 몬스터는 바닥에 쓰러지더니 움직임이 없다.
죽은 듯하다.
“마법이라는 거 상당히 쓸만한데? 도망가는 녀석 굳이 따라다니지 않아도 되고.”
길유미가 잽싸게 달려 나가 몬스터를 창끝으로 툭툭, 건드려보고는 말했다.
오늘 하루 이 녀석을 잡기 위해 유현의 일행은 하루 종일 숲을 뛰어다녀야 했다. 그 중에서 길유미가 제일 발에 땀이 나도록 달렸다. 오기가 강한 탓인지 그녀는 상당히 끈질겼다. 어쩌면 굳이 류트가 마법을 쓰지 않아도 몬스터가 지쳐 쓰러졌을지도 모른다.
“락피그는 전기 마법에 약하니까요. 가죽은 돌덩어리 같은데 이상할 정도로 전기에 약하더군요. 다른 마법이었으면 그대로 놓쳤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제 옆구리는 왜 찌르고 있습니까?”
류트가 길유미의 행동에 의아한 표정을 짓자, 그녀는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에이, 이제 슬슬 말 놓을 때 되지 않았어? 여기로 온지 벌써 1달이 다 되어 가는데. 나이도 비슷하잖아.”
류트는 은은한 미소만 지으며 대답이 없었다. 둘의 모습을 지그시 바라보던 유현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웃고는 있지만 내심 불편해 보이는 얼굴이다. 아무래도 저런 성격에는 어려움을 느끼는 듯하다.
“꽤나 멀리 나왔네.”
유현은 작게 중얼거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넓은 숲이 보인다.
현재 일행이 있는 곳은 로베리아가 아니었다.
지금 있는 곳은 로렐라이, 그녀의 던전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4달 전쯤에 고블린들과 싸웠던 그곳은 아니다. 거기는 이미 고블린들에게 반쯤 공략된 곳인지라 위치를 바꿔야 했다.
덕분에 로렐라이는 처음부터 던전을 재건해야 했다. 본래라면 힘든 일이겠지만 로베리아에서 지원을 하고 있는 덕분인지 수월하게 재건이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훈련소에서 쏟아져 나온 플레이어들도 그녀의 재건에 힘을 보태고 있다. 딱히 그녀를 위해서 일하는 건 아니다. 그녀를 돕는 만큼 보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일행이 주로 하고 있는 퀘스트들은 로렐라이가 던전을 안정화 할 때까지 에이리어의 몬스터를 사냥하는 일이었다. 마을을 건설하는 것에도 벅찬 그녀였는지라 마을 근처로 쳐들어오는 몬스터를 처리하는 것도 상당히 고된 일이었다.
게다가 그 중에서 락피그는 던전의 농토를 파헤치고 다니는 고약한 녀석이었다. 이것이 단순한 문제는 아니었던 것이 아직 식량 사정이 궁핍한 로렐라이로서는 빠르게 식량 생산 능력을 늘리는 게 중요한 목표였다. 락피그는 그런 로렐라이에게 상당히 유해한 몬스터였다.
덕분에 지금 유현의 일행은 퀘스트를 받아 락피그를 사냥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나저나 이거, 먹을 수는 있을까요?”
질문을 한 것은 이서연이다. 그녀의 물음에 나무 그늘에서 휴식을 하던 송가연이 메모지를 꺼내 읽더니 말했다. 이번 몬스터에 대해 조사한 메모지였다.
“조사한 내용으로는 먹어도 문제가 없다고 하네. 생긴 것처럼 맛도 돼지고기랑 다를 게 없다고 하니, 육포로 가공해도 좋대. 마을로 가져가서 고기로 팔아도 돈이 될 거야.”
“음? 정말? 이 녀석은 그, 독 같은 거 없는 거야?”
“응. 그런 것 같아.”
길유미가 눈을 번뜩이며 묻자 송가연은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만 그 뒤에 말을 덧붙였다.
“다만 가져가려면 고기를 전부 해체해서 서로 나누어 가져가야 할 걸. 보다시피 몸집이 꽤 크니까.”
송가연의 말대로 락피그의 몸집은 거대했다. 크기는 대략 5M가 넘었으니 통째로 끌고 가는 건 힘들어 보였다. 할려고 하면 못할 것도 없지만 쓸데없는 짓이다.
거기서, 유현은 앞으로 나섰다.
“그럼 내가 마석도 채취할 겸 해체하도록 할 게. 너희들은 쉬고 있어. 아, 류트랑 궁민이는 날 돕고.”
저렇게 큰 놈을 손질하기에는 아직 일행의 경험이 부족하다. 그나마 류트와 남궁민이 큰 문제없이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 유현은 그 둘을 불렀다.
“흐음. 오늘은 고기 파티입니까. 나쁘지 않군요.”
“뭐, 형만 일하게 둘 수는 없죠.”
오늘은 고기를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한 탓인지 딱히 불만은 없어 보였다.
*
락피그를 잡기 위해 꽤나 멀리까지 나와야 했기 때문인지 야영을 해야 했다. 튜토리얼 때도 이미 어느 정도 경험을 쌓았고, 여기서 1달이나 보낸 탓인지 일행은 빠른 속도로 잠자리를 완성했다.
“벌써 1달이군요.”
모닥불에 장작을 집어넣으며 류트가 중얼거렸다. 타오르는 불꽃에 환하게 비추어지는 그의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무표정하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얼굴이다.
그는 잠자리에 든 일행을 힐끗 살펴보더니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나저나 모두 좋은 분들입니다. 내심 불편할 법도 한데 저를 좋게 봐주니까요.”
“네가 쓸모없는 녀석은 아니니까. 무엇보다 마법을 가지고 있는 게 제일 큰 이유겠지.”
마법사의 존재는 상당히 유용했다. 게다가 류트는 근접 전투도 별 문제 해내는 녀석이었다. 오히려 일행들 중에서 제일 근접 전투를 잘한다고 해도 좋았다.
류트가 굳이 강화 마법을 사용하지 않아도 남궁민을 손쉽게 쓰러뜨릴 정도다. 남궁민이 비록 훈련소에서 많은 성장을 보였지만 쌓은 경험은 압도적으로 부족했다.
류트의 존재로 일행은 큰 위험 없이 퀘스트를 클리어하고 있었다. 몬스터를 추적할 때나, 맞설 때나 모두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다.
게다가 상황에 따라 그가 풀어 놓는 잡다한 설명들은 일행들의 성장에 좋은 영양분이 되고 있었다.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 생각입니까? 계속해서 이렇게 잡다한 퀘스트만 하고 있을 생각은 없을 테고요. 들리는 소문으로는 퀘스트와 관련 없이 에이리어를 벗어나 미궁으로 나가려는 분들이 있다고 하더군요.”
“레날드, 그가 만든 파티를 말이야?”
“알고 있었나 보군요. 상당히 덩치 큰 분이었습니다.”
레날드는 훈련소에서 유현에게 동료가 되라고 제안했던 남자였다. 훈련소 안에서도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앞으로도 어떻게든 유명세를 떨칠 것 같다고는 생각했다.
그런데 벌써 미궁으로 나가려고 하는 건가.
요정의 던전은 인간의 마을을 중심으로 요정의 결계, 에이리어 순으로 이루어져 있다. 에이리어를 벗어나는 순간 지금 것 보았던 에이리어의 환경은 허물어지고 미궁이 모습을 드러낸다.
어두운 미로가 맞이해주는 것이다.
지금 레날드의 파티는 그런 미궁으로 나가기 위해 에이리어를 떠돌고 있는 듯했다. 어떻게 보면 조금 빠른 감이 있기는 하지만 나쁜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되기도 했다.
그들은 남들보다 먼저 길을 개척하고, 더 빠른 성장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플레이어들의 성장 속도는 어마어마했다. 덕분에 로렐라이의 에이리어는 빠르게 안정화 되고 있는 중이었다.
일행이 재건 중이던 로렐라이에 왔던 첫날에 바로 경험했던 몬스터 러쉬를 생각하면 이제는 평화롭게 되었다고 생각해도 좋았다.
더 이상 마을을 공격하려는 몬스터 떼는 볼 수 없다. 다만 가끔씩 락피그 같이 농밭을 습격하는 놈들이 조금 있을 뿐이다.
플레이어들은 자신들이 사냥할 몬스터를 찾기 위해 더욱 멀리 퍼지고 있다. 현재 그 선두에 레날드의 파티가 있었고.
유현은 류트의 질문에 천천히 고민해보고는 대답했다.
“안 그래도 로렐라이의 신전에 미궁의 나침반을 요구한 상태다. 원정대 등록은 이미 끝난 상태고. 미궁의 나침반이 준비 되는 대로 미궁을 탐사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탐사를 위한 돈은 충분히 모았다. 지난 1달 동안 일행은 열심히 퀘스트를 클리어 했다. 몬스터를 사냥한 숫자도 또한 다른 파티에 비하면 압도적으로 많다고 자신할 수 있다. 그에 따른 마석의 수익도 짭짤했다.
유현의 말에 류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름 타이밍도 좋군요. 이제 곧 수습 병사가 된 플레이어 분들도 미궁을 탐사하게 될 것입니다. 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니 벌써 준비 중에 있다고 하더군요.”
“흠. 그래?”
“예. 어떻게 보면 이제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말해 일행 분들이 아직 부족한 부분이 여러 있지만, 유현님과 저라면 큰 문제없이 커버할 수 있겠죠.”
“너무 자신하고 있는 거 아닌가? 미궁이 어떤 곳인지 네가 잘 알고 있을 텐데.”
“후후. 그 만큼 제가 유현님을 믿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나는 아직 미궁 탐사를 경험해 본적이 없다만?”
“그렇습니까? 그래도 지난 1달 동안 보여주신 모습이라면 큰 문제는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류트는 아부를 떠는 게 아니었다. 그 동안 유현을 조심히 살펴보며 내린 류트의 판단이었다. 그 동안 유현이 보여준 파티장으로서의 결정은 모두 훌륭했다.
저번에 빵집에서 보여주었던 말은 단순히 허세가 아니었다는 것처럼.
그라면 미궁 안에서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만들어낼 것이다. 어느새 류트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굳이 처음에 성공하지 못해도 상관없다.
실패를 하더라도, 그 실패를 거름으로 하여 다음에 성공하면 된다. 애초에 미궁 탐사가 언제나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류트가 군으로서 일하던 원정군도 실패는 항상 있었다.
···그렇지만 굳이 류트가 말하지 않아도 유현은 이미 1주일 전부터 미궁을 탐사할 계획을 하고 있었다.
슬슬 레벨 제한 영역을 걱정할 때가 되었다. 안 그래도 이제 로렐라이가 레벨 제한을 건다는 소문이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맴돌고 있었다. 류트 또한 부정하지 않으니 아마 사실일 것이다.
본래 요정의 던전 주위로 만들어져 있는 에이리어들은 설정된 레벨을 넘을 경우 몬스터 사냥에 페널티를 부과했다. 그건 높은 레벨의 존재가 에이리어의 몬스터를 무차별적으로 사냥하는 걸 막기 위한 것이었다.
일행의 성장은 그 동안 오른 레벨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들이 아무것도 얻은 게 없다면 레벨은 오르지 않았을 것이다. 레벨은 단순히 싸움에 참전하기만 한다고 오르는 게 아니었다.
‘슬슬 직업을 얻어야 하는 시기.’
게다가 무엇보다 일행이 직업을 얻기 위해서는 미궁으로 나가야할 필요가 있었다.
업적 점수를 쌓기 위해서는 그에 어울리는 원정군 활동을 보여야 하는 것이다. 굳이 그게 아니더라도 네임드 몬스터 사냥이 있겠지만 현재 로렐라이의 에이리어에는 네임드 몬스터가 없었다.
아쉬운 일이다. 하지만 그래서 그녀가 이곳에 던전을 만든 거겠지만. 강력한 몬스터들이 서식하는 에이리어에 무작정 던전을 만들 수는 없는 일이었다.
네임드 몬스터가 언제가 생겨날 수는 있겠지만 그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고 있을 수도 없었다.
‘게다가 여관 주인이 준 영령의 매개체도 사용해 봐야하고.’
안식처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건 조건 미달이라는 소리다. 그에 어울리는 업적 점수를 쌓고 오라는 거겠지. 재능이 없다거나, 같은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애들을 위해서도, 자신을 위해서도 탐사를 진행해야 했다.
이번에 마을로 돌아가면 미궁의 나침반이 준비되었는지 확인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