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159)
#159화 부실기업? (2)
신상 그룹.
다른 그룹의 총수들은 전부 참석한 상황인데, 신상 그룹의 강석호만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따로 불참 통보조차 없는 상황.
그렇기에, JD는 아주 신랄하게 강석호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예전 강장환 회장님이 운영할 때는 신상 그룹이 아주 뛰어난 그룹이었어요. 나라를 생각해서인지, 힘없는 정치인들을 향한 후원도 아주 대단했죠.”
재벌 총수들은 그저 침을 꿀꺽 삼켰다.
“하지만, 새로운 회장이 달라지고는 너무 달라졌어요. 호랑이 아버지에 개 아들입니다. 다들 아시겠어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총수들을 향해 JD가 말을 이었다.
“신상 그룹이 지난번과 이번을 합쳐서 성금을 얼마 냈는지 아십니까?”
JD가 자신의 오른 손가락을 하나씩 펴며, 총 4개의 손가락을 펼쳤다.
“4억입니다, 4억. 고작해야 4억을 모금했어요. 신상 그룹의 국내 순위가 몇 위죠? 8위에서 9위를 왔다 갔다 합니다. 그런데 성금 순위가 50등에서 놀고 있어요!”
흡사 식사 테이블을 내려칠 것만 같은 JD의 행동과 핏대 선 모습에, 총수들은 그야말로 식은땀을 흘릴 지경이었다.
“여기 오정수 회장님과 최기현 회장님을 보세요. 이 두 분은 재벌 순위 90위가 안 되는 분들입니다. 그러나 모금 순위는 각각 1등과 2등을 차지하셨죠. 이 얼마나 애국자들입니까? 그에 반해 신상 그룹의 강석호란 작자는…….”
몸을 부들부들 떠는 JD의 모습.
더욱 신랄하게 비판하려고 하는 찰나에 강석호가 도착했다.
“아, 죄송합니다. 이거, 택시가 밀려서 말이죠.”
딱히 미안한 것 같지도 않은 유들유들한 사과.
특히 이곳에 있는 총수들의 나이로 50대에서 60대가 흔하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굉장한 결례를 저지르는 상황이나 다름없었다.
“아니, 강 회장. 지금 택시를 타고 왔다는 겁니까? 신상 그룹에는 승용차가 없어요?”
어처구니없어하는 JD를 향해 강석호가 어깨를 으쓱이며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승용차를 타나 택시를 타나, 차는 똑같이 밀리는 거 아닙니까? 오늘 승용차 기사가 휴가라서 택시를 타고 왔지요.”
세상 그 누가 대통령이 부르는 데 지각을 할까?
파워 게임을 하는 게 아닌 이상, 절대로 해선 안 될 일이었다.
지금이 신군부가 아니라 하더라도 강석호의 태도는 분명히 결례 중의 결례.
다만, 이러한 행동을 하는 강석호는 그야말로 피가 마르는 것 같았다.
‘제발 안기부만 가지 않았으면.’
윤기를 어지간히 믿지 않으면 절대 할 수 없는 행동.
그렇기에, 강석호는 입고 있는 러닝의 등 부분이 식은땀으로 축축하게 젖었음에도 태연한 표정을 가장한 채, 테이블 식기로 손을 가져다 대었다.
“휴우, 오늘 아침을 걸렀더니 왜 이렇게 배가 고픈지. 잘 먹겠습니다.”
이미 다른 총수들도 식사하는 상황이긴 했지만, 지금은 JD가 발언하고 있는 상황.
JD는 그야말로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을 느끼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지만, 강석호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아예 쐐기를 박아 버렸다.
“아, 각하. 그러고 보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입에 음식물을 넣은 채로 말문을 연 강석호의 태도.
“뭡……니까?”
눈에서 광선이 나간다면 그대로 강석호의 몸을 꿰뚫어 버릴 정도로 진노한 눈빛.
하지만, 강석호는 그 눈빛에 지지 않고 윤기에게 지시받은, 폭풍과도 같은 발언을 던졌다.
“저희 기업들 사정 좀 봐주십시오. 허구한 날 모금이다 성금이다 하면서 돈을 털어 가면, 저희는 무슨 돈으로 장사합니까? 우리 기업들은 정치인들의 용돈 주머니가 아니라고요. 여러분, 안 그렇습니까?”
마침내 JD의 분노가 터졌다.
* * *
그야말로 광분해서 난리를 치는 JD를 가까스로 막을 수 있던 것은 최기현이었다.
[각하, 각하의 품격이 이곳에서 무너져선 안 됩니다. 상인들이 보고 있습니다.]다른 재벌 전부가 보고 있는 상황에서 ‘상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최기현은 신경 쓰지 않았다.
애초에 삼우도 그렇고, 와이케이도 그렇고, 다른 재벌들과의 협업은 거의 하지 않는 상황이었으니까.
물론, 최기현 덕분에 JD가 정신을 차렸다고는 해도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만찬이 재개된 것은 아니었다.
사실상 곧바로 끝나 버린 만찬.
최기현을 비롯한 재벌 총수들이 모두 자택으로 돌아갔을 때, JD는 씨근거리며 비서실장을 불러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번 일, 절대 신문이나 TV에 보도되는 일 없도록 해.”
“알겠습니다.”
괜히 불똥이 튈까 싶었던 비서실장은 괜히 이유를 묻는 일 없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신상 그룹. 거긴 당장 해체해 버려!”
JD의 폭탄선언.
부실기업 관리 제도의 첫 번째 희생양으로 신상 그룹이 선정되었다.
* * *
부실기업.
사실, 80년대에서 90년대까지 부실기업이 아닌 제도는 찾아보는 것이 불가능했다.
왜냐하면, 부실기업의 정의 자체가 쉽게 축약하면 ‘부채가 많은 기업’이기 때문이었다.
80년대 기업들의 평균 부채율은 무려 500퍼센트.
만 원짜리 물건을 담보로 5만 원의 빚을 지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이게 가능했던 것은 어디까지나 IMF 전까지 한국이 초고도 성장을 이루고 있던 나라였기 때문이다.
사업을 말아먹는 것 자체가 등신 소리 듣기 좋은 상황.
그렇기에 은행들은 어지간한 기업에는 거의 무제한으로 돈을 빌려주었고, 기업들은 그 돈을 바탕으로 계속해서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신상 그룹 역시 마찬가지.
물론, 신상 그룹은 강석호가 꾸준히 아버지인 강장환에게 ‘무리한 확장’의 위험성을 이야기했기 때문에 부채 비율은 이 시대의 기업들치고 상당히 낮은 편이었다.
250퍼센트.
다른 기업들을 생각한다면 신상 그룹이 부실기업 관리 대상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 상황이지만, 신군부는 안 되는 걸 가능하게 만드는 집단이었다.
“각하께서 아주 단단히 분노하신 것 같군.”
JSD의 말에 비서실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가뜩이나 내년 총선으로 골치가 아프신 상황이었는데, 강 회장이 그런 망발을 하니 치명타가 터진 것이지요.”
원래 역사에서는 다른 그룹이 신상 그룹 대신 해체를 당한다.
그 이유에는 모금 문제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총선 때문.
JD는 총선에서 지역 지지를 해당 기업의 총수에게 부탁하지만, 당시 해당 기업의 총수는 도저히 그러한 부탁을 들어줄 경황이 없는 상황이었다.
가정적으로 극심한 슬픔에 빠져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하지만, JD는 그러한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해당 그룹의 전격 해체를 결정했고, 불과 2일 만에 그 해체는 이루어지게 되었다.
물론, 지금 역사에서의 해체 대상은 신상 그룹.
총선과 관계없이, 강석호가 한 행동 자체가 그야말로 신군부 입장에서 도저히 좌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기에 결정된 사항인 것이다.
“해체 수순은 어떻게 밟기로 되었지?”
비서실장은 자신이 들고 있던 보고서를 JSD에게 내밀었다.
“잠시 뒤에 각하께 올릴 보고서입니다만, 이걸 보시는 게 더 이해가 빠르실 겁니다. 그래도 간략하게 설명을 하자면, 일단 내일 해체 발표가 날 겁니다. 모래에는 신상 그룹의 주거래 은행인 유일은행이 채권단을 신상 그룹에 보낼 것이구요. 어음을 막지 못하니, 당연히 1차 부도가 확정. 이후로 2차 부도도 당연한 수순입니다.”
“신상 그룹이라는 이름이 역사에서 사라지겠군?”
“그렇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비서실장을 바라보던 JSD가 보고서의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다.
‘분명 그 내용이 들어가 있을 텐데…….’
JSD가 찾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신상 그룹의 계열사들이 향후 어떤 그룹으로 흡수될지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룹을 해체한다.]이것은 단순히 기업을 사라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건방진 기업을 분해해서 말 잘 듣는 기업에 나눠 주는 작업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JSD는 이 부분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고, 이내 그 부분을 찾아낼 수 있었다.
“금산 철강에 상당한 혜택을 주는 것 같은데?”
“예, 그렇습니다. 각하께서 힘든 와중에 큰돈을 바친 금산 철강이 기특하다며 신경을 써 주라고 하셨으니까요.”
하지만 JSD는 짐짓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식으로 따지면, 이번에 최고로 혜택을 받아야 하는 기업은 와이케이 쪽 아닌가? 금국이 27억이면 와이케이는 50억이었으니까.”
“그, 그렇긴 합니다만…….”
“더군다나 나도 자네도, 와이케이한테는 꽤 많은 도움을 받았어. 그걸 생각하면, 이건 솔직히 금산 철강에 너무 과한 혜택을 주는 것 같은데?”
“으음…….”
비서실장의 인척 역시 미니 백화점을 운영하고 있었기에, JSD의 말에 딱히 반론을 꺼내지 못했다.
“어차피 와이케이에 좀 더 특별한 대우를 해 준다고 하더라도 각하의 심기를 거스를 일은 없을 거야. 재조정을 하는 건 어떻게 생각하지?”
설득력 있는 JSD의 말에 비서실장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제 생각이 짧았던 것 같습니다. 다시 조정해서 보고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JSD는 오른손을 들며 고개를 저었다.
“아아, 금방 올리지 말고, 내일 나한테 다시 와. 나하고 같이 검토해 보는 게 좀 더 안전하지 않겠어? 혹시라도 각하께서 불편해하시더라도 자네 혼자 문제 생기는 일은 없게 할 테니까.”
예전의 JSD라면 절대 상상하지 못할 말.
심기 경호라 하여, JD의 심기조차도 불편한 일이 없어야 한다고 주창했던 JSD의 입에서 이러한 발언이 나온 것이다.
하지만, 윤기라는 존재가 JSD를 바꿨다.
세상에 자신을 인정해 주는 또 하나의 존재.
그렇기에, JSD는 예전의 자신을 잊은 채로 이러한 발언을 내뱉었고, 비서실장은 비서실장대로 그럴듯한 근거가 있는 말이었기에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내일 다시 뵙도록 하겠습니다. 아침에 집무실에 찾아가면 될까요?”
“낮이 좋겠군.”
“알겠습니다.”
비서실장과 헤어진 뒤, JSD는 곧바로 최기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 * *
“죄송합니다. 할아버지께서 현재 미국으로 출국 중이셔서, 제가 유선상으로 지시를 받고 올 수밖에 없었어요.”
윤기는 JSD를 향해 친근하게 바꿨던 어투를 유지한 채, JSD의 집무실에서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아니, 아니야. 출국 중이라는 사실은 나도 이야기를 들었으니까. 그래도 회장님이 행동이 빠르셔서 좋아. 귀국할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했으면 좀 곤란할 뻔했거든.”
곤란의 이유는 다름 아닌 JD의 성화.
그렇지 않아도 신상 그룹을 최대한 빠르게 해체하겠다고 벼르는 JD인지라, JSD라고 해도 오늘 낮이 데드라인이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께서 연락을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면서, 귀국할 때 꼭 보답하시겠다고 말씀하셨어요.”
“보답이라니……, 오히려 내가 감사를 드려야지. 저번에 윤기 선생에게 실례한 것도 있으니, 이번에는 꼭 도와주고 싶었어. 사내라면 은혜를 입었으면 갚아야 하잖아?”
“은혜라니요. 저희 삼우는 이미 받은 은혜가 차고도 넘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JSD는 고개를 저었다.
“삼우가 그렇게 생각할지라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목록을 제출해. 내가 책임지고 해당 계열사들을 와이케이가 가지게 해 줄 테니까.”
“정말……, 그래도 될까요?”
짐짓 JSD를 어려워하는 윤기의 모습에선 윤기가 와이케이의 실질적인 전략가라는 사실이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그랬기에 JSD는 더욱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니까. 내가 두 번 말하게 할 건가?”
“아, 아닙니다.”
윤기가 건넨 목록.
목록을 확인한 JSD는 대충 한번 슥 훑어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며칠 안에 소식이 갈 거야. 최 회장님께는 기대하셔도 좋다고 전해 드리고.”
“예, 정말 기뻐하실 겁니다.”
JSD는 약속대로 비서실장을 향해 명령에 가까운 토의를 한 뒤, JD에게 보고서가 올라가게끔 조치했다.
* * *
조직의 우두머리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하나는 우두머리가 너무나도 뛰어나 혼자 조직의 일을 대부분 할 수 있는 경우.
삼국지 촉나라의 제갈량이 바로 이러한 종류의 인물이었다.
나머지 하나는 리더십이 너무나도 뛰어나 측근들이 조직의 일을 알아서 잘하는 경우.
윤기가 전자와 후자를 합친 느낌이라면, JD는 바로 후자에 가까운 인물이었다.
“뭐, 알아서 잘했겠지. 이렇게 시행해. 하지만, 속도는 빨라야 할 거야.”
비서실장을 향한 JD의 지시.
하지만 몇 시간 후, 금산 철강의 오정수 회장이 시뻘게진 얼굴로 JD를 향한 알현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