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cension Through Skills RAW novel - Chapter 143
제 143화
143. 32층, 검의 신. 에힐리 (3)
‘가속?’
바드레이는 순간 당황했다.
왜냐하면 에힐리의 시련은 검과 관련되지 않은 스킬의 모든 사용을 금지하는 시련이었다.
가속은 속도를 빠르게 하는 스킬이지 검술이 아니기에 사용이 불가능했다.
시련의 조건을 깨부수려면 신의 수준만큼 강해져야 하고, 적어도 지금의 태산은 아니었으니 하나였다.
그렇다면 정답은 하나였다.
‘저게 새로 얻은 검술인가? 독특하네.’
태산의 몸에서 떨어져 나왔기에 그도 태산이 무엇을 얻었는지 당장은 알 수 없었다. 태산이 새로운 검술을 만들었고, 그가 스킬을 주로 사용했으니 스킬 쪽이라 생각할 뿐이었다.
‘하지만.’
가속은 적에게 돌진하는 속도를 빠르게 하는 스킬. 어떤 스킬인지는 전부 알고 있었다. 막아내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순식간에 접근한 태산이 검을 휘둘렀다.
막아서려는 바드레이는 당황했다.
검격의 속도가 달라졌다.
“큭!”
바드레이가 손을 어지럽게 움직였다. 검이 부딪히는 소리가 시끄럽게 울려 퍼졌다.
바드레이는 당혹스러운 얼굴로 공격을 막았다.
아까보다 배는 빠른 공격이었다.
‘민첩이 이렇게 오를 수가 없는데?’
가속은 돌진 속도에만 영향을 주지 민첩에는 아무 상관관계가 없다. 태산은 계속해서 검을 휘둘렀다.
[당신은 강격을 발동했다.]카아앙!
순간 바드레이의 팔이 튕겨 나간다. 바드레이는 당황하지 않고 자세를 빠르게 정비했다.
강격은 데미지를 올려줄 뿐 아니라 순간적으로 검에 들어가는 힘을 증가시켜주는 스킬. 가속까지 사용한 마당에 강격을 사용한다 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
하지만 바드레이는 다음의 합에 다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카앙!
“읏.”
바드레이의 팔이 다시 밀려났다.
‘뭐야?’
강격은 한 번 부딪히면 스킬의 효과가 사라진다. 하지만 태산은 두 번이나 공격했고, 강격을 다시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강격의 효과가 남아 있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지금 태산의 검술 자체는 그리 대단하게 변하지 않았다. 마음을 추스르고 냉정을 찾으면 문제없이 막아내고 반격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상상도 못 한 변화에 손이 어지러워져 방어만 할 수밖에 없었다.
[당신은 도약을 발동했다.]카아아앙!
태산이 검을 올려 벴다. 묵직한 감각과 함께 바드레이의 몸이 허공에 떴다.
거리를 벌리고 착지한 그가 헛웃음을 흘렸다.
“스킬이 변했어?”
가속, 도약, 강격.
그 모든 스킬들이 설명과는 전혀 다른 효과를 보여주고 있었다.
“대체 뭘…….”
태산은 말로 설명하기보단 직접 보여주기 위해 움직였다.
카각!
검이 부딪혔다. 바드레이의 눈빛이 변했다. 그의 팔이 어지럽게 움직이더니 이윽고 수많은 칼날의 잔상을 만들었다.
폭풍흉터의 첫 번째 검. 늑대이빨.
태산은 여태까지처럼 같이 폭풍흉터를 써서 막아내는 대신 검 끝을 밀어 넣었다.
[당신은 흘리기를 발동했다.]태산의 검에 바드레이의 검이 닿으려는 순간, 그대로 미끄러졌다.
그건 다음 공격도 마찬가지였다.
가속과 강격과 마찬가지로 흘리기가 계속 발동되고 있었다.
“뭐 이런…….”
쿠웅!
태산이 바닥을 밟으며 검을 휘둘렀다. 큰 소리와 함께 바드레이가 밀려났다.
어딘가 어색하던 태산의 움직임이 전투를 지속할수록 더더욱 빠르고, 더더욱 정교하게 변해나갔다.
전세가 역전됐다. 바드레이는 이제 막기에 급급했다.
카가각!
태산이 검을 내려찍었다. 바드레이가 검으로 막으려 들었다.
[당신은 연속 공격을 발동했다.]카아앙!
검이 부르르 떨렸다. 거센 진동이 바드레이의 팔을 타고 전해졌다. 순간적으로 검을 놓치려는 걸 간신히 추슬렀지만 틈을 너무 크게 보여줄 수밖에 없었다.
태산은 그걸 놓치지 않았다.
두 자루의 검을 동시에 움직여 바드레이에게 휘둘렀다. 바드레이가 한 손을 움직여 막았지만 두 자루의 검 전부를 막아내지는 못했다.
서걱.
태산의 검이 바드레이의 가슴팍을 베었다.
바드레이가 멍하니 갈라진 자신의 의복을 내려다봤고 태산은 숨을 골랐다.
[당신은 상급 검술 [어빌리티 소드]를 만들었다.]배운 것이 아니었다. 얻은 것도 아니고 익힌 것도 아니었다.
태산 스스로가 만들어낸 검술이었다.
[조건 달성] [에힐리는 결과에 흡족해한다.]시련의 클리어를 알리는 시스템 창이 뜬다.
바드레이가 픽 웃는다.
“이건 상상 이상인데.”
스킬과 관련된 쪽으로 변화할 거라곤 예상했다. 어쩌면 스킬을 쓸 수 있을 수도 있다고는 머릿속 한 곳에 생각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건 그 이상이었다.
스킬들의 효과 자체가 바뀌었다.
‘이건…….’
미궁이란 시스템. 그 자체에 간섭하는 검술이었다.
그리 생각하던 순간 갑자기 바드레이의 몸이 빛가루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오. 이걸로 끝났다는 건가?”
그가 받은 육체는 에힐리가 시련을 위해서 임시로 내려준 육체. 시련이 끝났으니 거둬가는 건 당연했다. 바드레이가 씁쓰름하게 사라져 가는 손을 바라봤다.
“아깝네.”
무척이나 오랜만에, 기억도 나지 않는 시간 만에 검을 쥘 수 있었다.
그것도 이제 끝이라는 게 너무 안타까웠다.
“그래도 나름 재미있었어. 이제 내가 했던 말이 어떤 건지 알겠지?”
태산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건 누군가와 대련해야만 얻을 수 있는 깨달음이었다.
그 혼자서는 알 수 없다. 너무나도 높은 스탯과 경지에 30층의 몬스터는 그의 검술을 막을 수 없다. 당연히 단점과 한계를 깨닫기 힘들고, 그대로 내려갈 수밖에 없다.
죽기 직전에 가서야 겨우 느낄 한계와 해결점을, 같은 검술을 쓰는 유령과 대련하여 얻을 수 있었다.
“고마워.”
“나 말고 에힐리한테도 감사해. 그가 만들어준 거니까.”
바드레이의 육체는 어느샌가 거의 다 무너지고 있었다.
이제는 상반신밖에 남지 않았다.
그가 씨익 웃었다.
“나도 궁금하거든. 네가 뭘 배운 건지. 같이 봐보자고.”
그 말과 함께 바드레이는 사라졌다.
허공에 흩어진 빛가루들이 한데 뭉쳐 유령의 형상을 이루기 시작했다.
태산은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봤다.
* * *
유령은 다시 태산에게 돌아왔다.
헤아릴 수 없는 시간 만에 육체를 얻고, 다시 잃었음에도 무척이나 밝은 모습이었다.
그게 연기인지 진심인지 알기 어려웠지만 그를 배려한다는 건 태산도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태산도 아무 말 없이 정리를 시작했다.
[에힐리는 당신에게 사도의 계약을 제안한다.]“안 받아.”
태산은 언제나처럼 거절했다. 에힐리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지 순순히 물러났다.
제단에선 더 이상 신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유령이 말했던 대로 담담한 신이었다. 오히려 유령은 이게 특이한 거라고 말했다.
“그래?”
[제 사도보다 너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졌다고 생각하면 될 거야.]자세히는 알지 못하지만 그의 가능성에 큰 기대를 한 것 같았다.
“좋네.”
에힐리는 그에게 두 가지 보상을 주었다. 하나는 스킬이었고 하나는 장신구였다.
[특수 상시발동 스킬 : 검을 쥔 자] [숙련도 : 1%] [검의 신이 인정하는 수준에 도달한 자. 무기를 다루는 적과 싸울 때, 그 빈틈과 약점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무기를 든 적을 상대로 효과를 얻는 스킬이었다. 조건이 제한적이라지만 빈틈과 약점을 더 잘 알아차린다니 이득은 컸다.
그리고 장신구는 검의 손잡이 끝에 다는 폼멜이었다.
[에힐리의 신도가 만든 폼멜] [공격력 + 10] [검의 신을 믿는 자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폼멜. 검의 신도 제법 만족스러워한 완성도다. 에힐리의 기운이 조금 깃들어 있다.] [검의 균형을 잡는 데 도움을 준다.] [이 효과는 언제든지 해제한 후 다른 무기로 옮길 수 있다.]“좋아.”
다른 무엇보다 탈부착이 자유롭다는 점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태산은 폼멜을 바로 카버트의 유물에 착용했다.
“이거 설명 점점 길어지네.”
착용한 순간 태산은 곧바로 검의 무게가 달라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몇 번 휘둘러 확인해 본 그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좋은데?”
좀 더 휘두르기 편해졌다. 미세한 차이지만 수천수만 번을 휘둘러야 하는 입장에선 체감이 무척 컸다.
[그럼 이제 다 끝냈지? 빨리 확인하자고. 궁금해 죽겠다.]유령이 태산을 재촉했다. 태산이 치웠던 시스템 창을 열었다.
[당신은 상급 검술 [어빌리티 소드]를 만들었다.] [당신은 검술을 창조해냈다. 칭호 [종사의 자격]을 얻었다.] [상급 검술 [폭풍흉터의 검]이 상급 검술 [어빌리티 소드로 통합되었다.] [당신은 스스로 검술을 만들었다. 업적 달성. 힘 + 50, 민첩 + 50. 지능 + 50, 체력 + 200]업적 달성의 수치가 무척이나 높았다.
50이라면 어지간한 테마층 클리어만큼의 수치였다.
단순히 검술 창조만으로도 이 정도의 수치였다
[빨리. 빨리 열어봐.]이제는 스킬을 확인할 때였다. 유령이 흥미진진하게 기다렸다.
[상급 검술 : 어빌리티 소드] [숙련도 : 7%] [미궁의 모험가가 창조한 유일무이한 검술. 미궁의 시스템을 근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멸망한 세계의 왕자가 사용하던 검술을 기초로 만들어졌다. 몇 가지 스킬을 검술과 완벽하게 연계하여 사용할 수 있다.] [진짜네.]유령이 실소를 흘렸다.
최상급 기술인 아이락 무기술은 소유자가 무기가 아닌 육체의 어느 부위로 공격해도 데미지가 들어가게 한다. 미궁의 시스템 자체에 간섭하는 기술이었다.
지금 태산이 만든 검술도 다르지 않았다. 그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는 스킬의 내용을 변환시키는 것이 가능하니 유령이 볼 때 조금만 더 발전시킨다면 최상급을 노려볼만한 수준이었다.
단적으로 숙련도의 변화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의 폭풍흉터의 검의 숙련도는 39%. 그게 어빌리티 소드와 통합되어 숙련도가 옮겨갔을 템에도 어빌리티 소드의 숙련도는 7%밖에 되지 않았다.
그만한 차이가 두 가지 검술에는 있다는 의미였다.
[스킬의 내용이 어떻게 변했는지는 알 수 없나?]“지금 보니까…… 대충은 알 수 있겠는데.”
스킬들을 살펴보니 내용이 추가된 것들이 몇 개 있었다.
궁금하지만 그보다 먼저 확인할 게 있었다.
[칭호 : 종사의 자격] [검술을 창조해낸 자. 제자들에게 자신이 만들어낸 검술을 전수할 수 있는 경지. 수많은 검사 중에 극소수만이 이 경지에 오를 수 있다.] [힘 + 50] [민첩 + 50] [지능 + 50] [공격력 + 20] [방어력 + 20] [검술의 숙련도 상승 속도가 대폭 상승한다.] [당신이 원한다면 당신의 검술을 타인에게 전수해줄 수 있다.]“이거 너도 얻었냐?”
[얻긴 했지. 원본의 폭풍흉터의 검을 나에게 맞게 이것저것 뜯어고쳤으니까. 상당히 좋은 칭호야. 숙련도 상승이 체감상 40% 이상? 그 정도는 되더라고.]“그건…… 상당히 메리트가 있는데.”
태산은 그 외에 스킬의 숙련도 상승 스킬이나 칭호가 몇 개 더 있었다. 서로 어떤 식으로 영향을 줄지 모르지만 최소 50% 상승량을 추가로 받는다는 의미였다.
거기에다 전수라는 부분도 있었다.
‘이태연이나 강준혁에게 전수 가능하다는 의민가?’
다음에 만나면 확인해볼 생각이었다.
[근데 나 슬슬 진짜 궁금하거든?]유령이 열기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가 무엇을 바라는지는 태산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근데 나도 잘 몰라.”
유령과 싸울 때는 설명을 하나하나 읽어가며 싸우지 않았다. 대충 감을 잡은 다음에는 자신의 감각에 기대어 전투를 이어나갔다.
“가서 직접 실험해보면 알기 쉽겠지.”
태산이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