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cension Through Skills RAW novel - Chapter 298
제 298화
298. 녹색 마녀 (3)
“불멸자들이 너를 죽이고 싶어 하는 건, 네가 그들이 가지지 못한 가능성을 가졌기 때문. 즉 그들이 포기했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난 아니란다.”
마녀는 처연히 웃었다.
“나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어.”
스륵.
태산의 팔목을 두른 채찍이 스멀스멀 마녀에게 다가간다.
차를 마시던 마녀가 채찍을 보고 웃음을 흘린다.
“이리 오렴.”
채찍이 마녀에게 몸을 비빈다. 마치 오랫동안 떨어져 있던 부모를 만난 아이와 같은 움직임이었다.
“그 아이가 너에게 이걸 팔았구나. 그리운걸.”
“상점 주인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드워프 왕. 모든 것을 잃어버렸지만 그걸 되찾을 힘이 없어 마법사와 계약을 맺은 아이. 불쌍한 아이지.”
상점 주인과 같은 세계의 마녀. 그리고 태산이 만든 팔목 보호대의 주인.
채찍을 쓰다듬던 마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선은 쉬고 있으렴.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꾸나.”
* * *
태산은 물끄러미 숲을 바라봤다. 온갖 식생이 자라나며 움직이는 이곳은, 51층의 신비가 살아가는 숲과 비슷한 점이 있었다.
[요동치고 흔들리는 잡초] [스스로 움직이며 대지를 뒤흔드는 강인함을 가지고 있다. 반발력이 매우 강하며 조화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특정한 조건이 충족되어야만 다룰 수 있다.]이곳에 있는 많은 식생들에게서 정보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정보들은 한 번 본 적이 있는 내용들이었다.
‘연금술.’
51층의 그렘린이 다루고 그에게 가르쳐주었던, 마법과는 다른 힘.
이곳에 있는 대부분은 그와 비슷했다.
연금술은 분명 유용하지만 미리 영역을 설치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었다. 그래서 지구로 돌아갈 때가 아니면 사용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곳에서 미궁에서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숙련도를 올릴 수 있을까. 태산이 나뭇잎을 만지작거렸다.
“어떠니?”
어느새 태산의 등 뒤에 서 있던 마녀가 물었다.
“이곳은 내가 만들어낸 나의 영역. 나의 세계란다.”
“거대하군요. 그리고 강하고요.”
태산이 나뭇잎에서 손을 뗐다. 빈말이 아니었다. 이 숲은 태산이 본 그 어떠한 세계보다 강대했다.
세계 그 자체를 창조하는 존재. 그것이 불멸자.
그야말로 신의 위업이었다.
필멸자는 감히 바라지도 못할 일임에도, 마녀는 불만족스러운 얼굴이었다.
“헤아릴 수 없는 시간을 투자해서 만든 내 자랑스러운 세계지. 하지만 신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너라면 알 거란다.”
마녀는 쓴웃음을 지었다.
“내 영역은 그들의 영역과는 다르겠지?”
태산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초월자. 스스로 관장하는 영역을 가지고 있는 존재들.
그들의 영역은 그 자체로 완전했다. 누구도 범접할 수 없으며 간섭할 수 없고, 신의 개념이 절대적인 법칙을 가지고 있었다.
여태 많은 신의 영역에 초대받은 태산은 알 수 있었다.
그들의 영역은 그 자체로 하나의 우주였다.
오로지 그들의 법칙과 규칙으로 돌아가는 영역이었다.
그에 반해 마녀의 영역은 분명 강하지만 단순한 세계에 불과했다. 불완전하며, 마녀의 법칙이랄 것이 존재하지 않는 평범한 세계였다.
“초월자는 스스로 관장하는 영역이 생기지. 그들은 자신의 영역 안에서는 절대자나 다름없어.”
마녀가 무릎을 굽히며 바닥을 쓸었다. 잡초들이 그녀의 의지에 따라 쓸려 내려갔다.
“그에 반해 불멸자는 단지 강하고 필멸을 뛰어넘었을 뿐. 그게 끝이야. 보다 드높은 세계를 보지는 못해.”
마녀는 중얼거렸다.
“나와 그들의 차이는 무엇일까? 무엇이 그들은 초월자가 되게 만들고, 무엇이 나를 불멸자에 머물게 한 것일까?”
조용히 중얼거린 마녀는 태산을 바라봤다.
“나는 그걸 알기 위해 마법사와 계약을 해 이곳에 들어왔단다.”
태산이 본 불멸자. 비틀린 신비를 추구한 꼽추는 질투에 미쳐버린 존재였다. 초월자가 되지 못했기에 그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필멸자를 죽이려 하고 있었다.
마녀는 그와 달랐다. 그녀는 불멸자의 자리에서 벗어나 초월자가 되고 싶어 하고 있었다.
“너라면 그걸 알 수 있을까?”
불멸자가 초월자가 되는 방법.
태산이 고개를 저었다. 그라고 그런 걸 알 리가 없었다.
“저도 모릅니다.”
“아니. 너는 알 거란다.”
마녀는 말했다. 확신에 찬 어조였다.
“그러지 않으면 이곳에 들어올 수 없게 만들었거든. 너 스스로는 알지 못하더라도, 네가 쌓아 올린 것은 그 답을 알 테지.”
일어난 마녀가 지팡이를 흔든다. 숲이 요동치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세계 자체가 그녀의 손아귀 안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설령 그녀가 초월자가 아니더라도, 그녀는 홀로 완전한 불멸자인 건 변함이 없었다.
“그러니 거래를 하자꾸나. 대단한 아이야.”
흔들리는 세상을 뒤로하고 그녀는 빙긋 웃었다.
“너는 내가 원하는 걸 보여주렴. 대신, 나는 네가 바라는 것을 주도록 하마.”
[서브 퀘스트 시작] [불멸자인 녹색 마녀는 초월하여 자신만의 영역을 가지고 싶어 한다. 그녀는 당신이 그 방법을 알려주기를 바란다.] [퀘스트 조건 : 초월자가 되기 위한 단초] [보상 : 마녀의 마법.]“받아들이겠니?”
조용히 웃는 마녀의 모습에 태산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브 퀘스트 시작]“고맙구나.”
“거부권은 없어 보이는데요.”
그가 거부하면 제압해서라도 수락하게 만들 기세였다. 마녀가 멋쩍게 웃었다.
“미안하구나. 하지만 나도 필사적이거든.”
그녀가 손뼉을 쳤다.
“자. 그럼 바로 시작하자꾸나.”
* * *
[……그래서 저에게 오신 겁니까?]“너라면 이 아이와 괜찮은 싸움을 할 수 있을 테니까.”
호수의 거인이 떨떠름히 말했다.
[저야 주인님의 명령이라면 따르겠습니다. 그럼 이대로 싸우면 되는 겁니까?]“그래. 열심히 싸우렴. 서로를 죽일 각오로.”
마녀가 거리를 벌리며 느긋하게 구경하기 시작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나도 불멸자와 초월자. 그걸 가르는 기준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몰라.”
“그러니 이것저것 확인해보겠다 이거군요.”
“맞아. 전투는 아주 간단히 알 수 있는 기준점이지.”
호수의 거인이 힘을 끌어모았다. 태산이 검을 들었다.
쿠구구궁!
힘이 폭발했다.
호수의 거인은 정말 죽일 각오로 태산을 노렸다. 태산 또한 진지하게 거인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녀는 물끄러미 그 모습을 지켜봤다.
‘역시 강하네.’
그녀는 조용히 감탄했다. 자신의 영역에서 벗어나지 않았지만 여러 가지 눈과 귀가 있기에 미궁 내의 전체적인 이야기는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태산이라는, 신들이 관심을 가지는 모험가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그 오만하고 깐깐한 신들이 직접 관심을 가지는 모험가.
그리고 불멸자들이 증오하여 죽이고 싶어 하는 모험가.
그 강함과 힘에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직접 보게 된 태산의 힘은 경이로웠다.
그가 지금 상대하고 있는 호수의 거인은 그녀도 나름 신경을 써서 만든, 필멸의 존재 중에서 최상의 힘을 가지고 있는 존재였다.
그런 존재를 아직 심층도 밟지 않은 모험가가 어렵지 않게 상대하고 있었다.
“신들이 관심을 가질 수준은 차고 넘치네.”
하지만 부족하다.
확실히 대단하지만, 마녀가 바라는 수준까지는 아니다.
그녀가 바라는 것은 초월자가 되는 힘이다. 저 정도 힘이야 필멸자 시절의 그녀 또한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초월자가 되지 못했다. 겨우 저 정도로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힘이 아닌 다른 종류의 문제인가?‘
그녀는 미궁에 자리 잡을 무렵. 계약의 조건으로 마법사에게 말했다. 초월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할 모험가가 찾아올 때, 자신의 영역으로 초대해달라고.
마법사는 승낙했다.
그렇게 마녀와 마법사는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에 가까운 이야기였다. 불멸자가 초월자가 되는 법 따위.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그것이 그리 간단했다면 수많은 불멸자가 질투에 미쳐버릴 이유가 없었다.
마녀도 그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녀가 계약을 맺은 이유는, 말 그대로 일말의 희망 때문이었다.
마녀는 일단 싸움을 멈출 생각이었다. 전투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태산의 힘을 파악하려는 순간이었다.
호수의 거인이 거칠게 힘을 터트렸다.
[이것도 막아 봐라!]소용돌이치는 물의 소용돌이. 산을 분쇄하고 바다를 가르는 일격.
태산은 그런 소용돌이를 향해, 입을 열었다.
“흩어져.”
퍼어어엉!
소용돌이가 폭발하며 물이 사방으로 비산한다. 거인이 경악하고, 마녀의 동공이 커진다.
“언령?”
방금 태산이 보여준 힘은 그녀 또한 알고 있는 힘이었다.
의지만으로 세상에 물질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힘.
필멸자는 가질 수 없는, 오로지 필멸의 격을 벗어난 자들만이 얻어낼 수 있는 힘이었다.
‘어떻게?’
의문이었다.
그리고 흥미가 생겼다.
필멸자로서 언령을 가져냈다면, 어쩌면 정말로.
마녀가 흥분을 가라앉히며 지팡이를 흔들었다. 굉음과 함께 호수의 거인이 처박혔다.
[주, 주인님?]“여기까지.”
싸움을 멈춘 마녀가 태산을 바라봤다.
상기된 마녀는 고조된 어조로 말했다.
“단서는 찾아낸 것 같구나. 이제 천천히 이야기해 보자꾸나.”
* * *
마녀는 태산에게 꼬치꼬치 캐물었다. 어떻게 언령을 얻어냈고, 어떤 식으로 다루냐고 말이었다.
태산은 그에 대한 답을 해줬다.
“영격 상승?”
마녀는 아리송한 얼굴이었다.
“그건 무슨 스킬이니?”
“저도 자세히는 모릅니다.”
전생 시절. S급을 상대하면서 얻어낸 스킬. 그 효과는 분명 놀라웠다. 고신의 괴물을 상대로도 발동되어 태산이 많은 것을 얻게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너무나도 대단해서 오히려 알 수 없었다. 영격 상승은 무엇에서 비롯되었고 그 한계가 어디에 있는지. 그 전부를 말이었다.
“마녀께서도 모르시는 겁니까?”
그녀는 불멸자. 그리고 태산은 필멸자였다. 여타 태산을 만난 신들은 태산이 가진 힘에 대해서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있었지만, 마녀는 태산이 정확히 무엇을 가졌는지 모르는 기색이었다.
“나는 불멸자니까.”
마녀가 담담히 말했다.
“분명 강력하고 불멸이지만, 딱 그뿐이란다. 네가 가진 대략적인 힘에 대해서는 파악할 수 있어도, 초월자들처럼 그 모든 것을 알아낼 수는 없지. 참으로 보잘것없는 자리야.”
마녀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니까 일일이 확인해봐야겠지. 다시 한 번 해보자꾸나.”
태산은 마녀의 말대로 계속해서 언령을 사용했다.
여러 가지 조건에서 사용하면서, 그 강도, 그리고 영향을 미치는 정도를 계속해서 파악했다.
“막아보렴. 꿇어라.”
[녹색 마녀는 복종의 선언을 발동했다.]의지를 담은 선언이 태산을 짓밟으려 든다. 무릎이 강제로 굽혀지며 마음속 깊은 곳에서 마녀에게 굴복하려 한다.
하지만 태산은 의지를 모아 내뱉었다.
“싫어.”
[당신은 부정의 선언을 발동했다.]태산을 짓밟던 의지가 사라진다.
태산이 이마를 눌렀다. 고통스러웠지만, 버틸 수는 있었다.
[언령의 숙련도가 1% 올랐다.]“필멸자가 선언을 저항한다 이거지?”
마녀의 얼굴엔 감탄이 서렸다.
“놀라운걸.”
“그게 그리 대단한 일인 겁니까?”
“대단한 일이지. 애초에 필멸의 격을 벗어났다는 건, 필멸자와는 아예 다른 영역에 존재한다는 의미란다. 예를 들어 네가 컵 안에 갇힌 개미를 죽이려고 하면, 개미가 저항할 수 있겠니?”
불가능하다. 인간이 컵을 뭉개버리면 개미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죽어버린다.
필멸자와 필멸의 격을 벗어난 존재에게는 그만한 힘의 격차가 있었다.
“지금 네가 행한 것이 그런 일이란다.”
컵 안에 갇힌 개미로서, 인간의 살의를 버티고 견뎌낸다.
필멸을 벗어난 존재의 언령을 이겨낸다는 건 그런 의미가 담겨 있었다.
“언령을 다룰 때마다 두통이 있다 이거지?”
잠시 생각하던 마녀가 말했다.
“아마 네 격이 의지에 담긴 힘을 다루기에 충분하지 않아서 그럴 거란다. 격을 올리면 올릴수록 줄어들겠지만, 완전하게 해결하기는 힘들겠지. 애초에 의지란 건 필멸을 벗어나야만 다룰 수 있는 힘이니까.”
필멸자가 언령을 다룬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었다.
하지만 태산은 실제로 언령을 다루고 있었다.
마녀는 조용히 생각했다.
‘영격 상승인가.’
태산이 언령을 얻어낸 건 영격 상승으로 세계를 상대하여 개념 스킬을 얻어냈기 때문이었다. 마녀는 태산에게 그 이야기를 듣고 영격 상승 또한 파악해봤다.
그리고 알아내면 알아낼수록 놀라웠다.
영격 상승은 영혼에 담긴 힘을 강탈한다. 거기까지는 그리 대단하지 않았다. 상대를 죽여 그 힘을 빼앗는 것은 그리 드문 능력은 아니었다.
하지만 강탈이란 것은 그 한계선 또한 명확한 종류의 힘이었다. 아무리 대단하더라도 자신보다 강한 자의 힘을 강탈하는 경우는 무척 드물었다.
그에 반해 영격 상승에는 그 한계선이 없었다.
필멸의 끝자락에 닿은 자라도, 고신들의 도구로서 세계를 부수려는 괴물들도, 세계 그 자체의 의지도.
그 무엇 하나 가릴 것 없이 힘을 강탈했다.
‘저건 뭐지?’
기나긴 세월을 살아온 마녀조차 이해할 수 없는 힘이었다.
자신의 영역 안에 있는 몬스터를 데려와 태산이 영격 상승을 사용하는 것을 직접 보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힘의 흐름을 이해할 수 없었다.
불멸자인 자신이 필멸자가 가진 스킬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태산이 다루는 회색의 힘에 마녀의 동공이 확장했다.
태산이 회색을 거칠게 휘둘렀다. 숲의 일부가 분쇄하며 사라졌다.
쿠구구궁…….
그 안에 담긴 힘은 필멸의 힘을 뛰어넘은 무언가.
마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것은 무엇이니?”
“저도 모릅니다.”
태산이 손을 털며 말했다. 그도 고신들이 이 힘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기에 노리고 있다는 것 정도밖에 알지 못한다. 신들도 회색의 힘에 대해서는 제대로 답해주지 않았다.
“……놀랍네.”
그녀의 눈썹이 가늘게 떨렸다.
그녀가 이해할 수 없는 힘들.
저것들이 초월의 길로 나아가는 단초가 되리라.
마녀가 웃었다.
“역시 이곳이 정답이었나?”
수천, 수만 년. 그 이상을 찾아다녔다. 불멸을 벗어나 초월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
반쯤 포기하고 있던 길이 드디어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마녀는 흥분을 가라앉히며 말했다.
“계속 확인해보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