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17
Chapter 17 – 홍유화(1)
“……졌어?”
홍유화는 명단을 바라봤다.
그녀와 추종자들이 조를 만들고 얻은 점수는 9점.
그럼에도 그 순위는 2위에 불과했다.
1등, 이서하 조-30점.
2등, 홍유화 조-9점.
3등, 김서현-8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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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점. 이게 말이 되는 점수인가?
10점 만점이라고 분명히 공지했는데, 30점?
“그,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에.”
“10점 만점에 30점은 도대체 뭔 헛소리……인가요.”
홍유화의 추종자들이 한숨을 내쉬었다. 서우주 교관은 완고하기로 유명한 교관이다.
조교들 사이에서도 나오는 이야기가 심상치 않다.
이서하랑 에르실, 김아라가 어마어마한 괴수를 잡았다고 이미 소문이 파다했다.
“괘, 괜찮으신가요, 홍유화 님?”
푸른 머리의 추종자가 홍유화를 걱정하며 말했다.
홍유화는 도도하게 고개를 올렸다.
“괜찮아. 다음에 더 잘하면 되지.”
“여, 역시 홍유화님!”
“역시 고귀하셔…….”
“너희도 수고했어. 오늘 가서 푹 쉬어.”
홍유화는 추종자들을 뒤로하고 몸을 돌렸다. 자신이 머무는 펜트하우스로 향했다.
습관적으로 주변을 확인했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털썩.
홍유화는 침대에 드러누웠다.
“내가, 내가 2등?”
씨잉.
홍유화가 이를 악물었다. 억울했다.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이 학교에서 10점을 받은 인물들은 역사적으로 따져도 3명도 채 되지 않는다. 그런데 30점? 장난해?
“이건 사기잖아!”
홍유화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이번에는 자신이 있었다.
추종자들로 괴수들을 한곳에 유혹해서 모아두고, 자신이 마법으로 쓸어버린다. 간단하지만, 화력에 자신이 있었던 홍유화는 내심 1등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 증거가 바로 김서현. 그 김서현을 따돌렸다.
그러나 억울했다. 2등, 내가 2등이라니.
입학시험에서 4등을 먹고 이번 등수 시험에서 처절하게 발버둥쳤다. 그럼에도 이서하란 벽을 넘을 수 없었다.
홍유화는 발을 동동 굴렀다.
-유화야.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다. 나를 알기 전에 상대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할아버지의 말이 떠올랐다.
맞는 말이다. 홍유화는 할아버지의 말을 떠올렸다. 언제나 자신을 올바른 길로 끌어다 주는 할아버지.
홍유화는 할아버지의 말을 떠올리며 집사를 시켜서 몰래 입수한 이서하의 사진을 마법으로 둥실 띄웠다.
염동 마법이란 학문을 익히는 이들이 처음 입문하는 간단한 마법.
그것으로 홍유화는 천장에 이서하의 사진을 붙였다.
잘때마다, 이서하가 잘 보이게.
그래야 자신이 이 억울함을 곱씹으면서 복수할 수 있지 않겠는가.
아침과 저녁, 그리고 누울 때마다 저 얼굴을 보면서 새롭게 각오를 다질 거다.
홍유화는 천장을 바라봤다.
얄밉게 히죽-웃으면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이서하가 보였다.
“억울해…….”
왜 사진이 하필 또 저런 거지.
내려다보는 이서하가 묘한 느낌을 줬다.
홍유화는 몸을 돌려 베개에 눈물을 묻히며 다짐했다.
다음에는 절대 안 져.
패배감에 몸부리치며 홍유화는 잠에 들었다.
***
“과학만이 발달했던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약 70년 전, 세계에 이상 현상이 일어났지. 너희가 알다시피, 다른 세계의 것들이 이 지구와 겹쳐지면서, ‘마나’라 불리는 힘이 관측되기 시작했다.”
올백머리로 머리를 넘긴 교수가 무뚝뚝하게 말했다.
“지금은 그때보다 많은 게 밝혀져 있지만, 아직 이 세상에는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많다. 탑, 던전, 게이트……이 세계는 아직 미지의 것들이 가득하지. 거기다가 다른 세계에서 온 종족과 초월자들도 존재한다.”
핑그르르.
교수의 설명을 들으면서 펜을 돌렸다. 다 아는 내용이라서, 라기보다는 집중이 안 된다.
요즘 들어서.
더 정확하게는 어제부터 시선이 자꾸 느껴진다.
굉장히 강렬한 시선.
위치는 내 자리에서 오른쪽 위치.
시선을 슬쩍 돌리니 홍유화가 보였다.
홍유화는 이글거리는 눈으로 강의하는 교수님을 노려보고 있었다.
-주인, 저 계집이 아까부터 주인을 노려보고 있었다.
흑천마검이 내 옆에 착 달라붙어서 말했다.
‘아, 어제 시험 때문인가.’
괴수 사냥 시험에서 등수를 알렸으니, 승부욕이 강한 홍유화라면 나를 많이 의식할 거다.
홍유화는 승부욕이 엄청 강하니까.
“……따라서 너희는. 음, 시간이 되었군.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하겠다. 다들 점심을 잘 먹도록.”
교수가 수업을 마쳤다. 책을 정리하고 바깥으로 나가자 애들이 우르르 일어나며 급식실로 향했다.
이런걸 보면 어린애긴 한데.
“서하야, 가자.”
“응.”
나는 김서현과 함께 밥을 먹으러 내려갔다. 식당은 자리가 꽤 비어 있었다. 식당 자체가 워낙에 넓은 데다가, 학년마다 따로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제 무슨 괴수를 잡았어? 조교들이 엄청 호들갑을 떨던데.”
“좋은 걸 잡았지.”
김서현의 말에 적당히 대꾸를 해주며 나는 한식 쪽으로 향했다.
김치와 제육볶음, 설렁탕과 돈까스, 밥을 담고 자리를 잡았다.
“……또 제육이야?”
“너는 떡볶이잖아. 매일 먹는데 안 질려?”
“응, 떡볶이는 항상 맛있는데.”
김서현이 해맑게 웃으며 내 맞은편에 앉았다.
나는 김서현이 담아온 걸 바라봤다. 보기만 해도 매워 보이는 붉은 빛깔의 떡볶이와 튀김과 만두, 비엔나소시지가 있었다.
그 옆에는 크림 파스타와 찍어 먹을 빵까지.
“너는 그거 먹고 힘낼 수 있겠어?”
“어? 여, 역시 적, 적은가? 하, 하하. 나, 남자면 좀 더 많이 먹어야지.”
김서현이 내 말에 어색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아이스크림과 빵을 추가로 받는 게 보였다.
“허, 헉! 호, 홍유화 님, 그, 그렇게 드셔도 됩니까?”
“호, 홍유화 님이 서, 서민 음식을 푸고 있어?”
경악어린 소리에 나는 고개를 돌렸다. 소리의 근원지에는 홍유화의 추종자들이 있었고, 그 중앙에는 홍유화가 있었다.
자세히 보니 내가 담은 메뉴랑 똑같았다.
제육볶음, 돈까스, 설렁탕에 밥과 김치.
“…….”
이건 좀 심하지 않냐.
이렇게 의식하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
어처구니없는 눈으로 홍유화를 바라보니 홍유화와 눈이 마주쳤다.
불처럼 이글거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게 부담스러워서 시선을 슬쩍 돌리니, 홍유화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짓고 있었다.
“…….”
진짜 어이가 없네.
*
수업이 끝나고, 나는 운동을 하러 훈련장으로 향했다.
훈련장에는 많은 이들이 있었다. 근육을 뽐내며, 500kg을 드는 박운혁이나 이미 땀에 흠뻑 절은 서가연 등.
“사람 진짜 많네.”
“그래도 여기 훈련장 엄청 좋아. 땀 냄새가 거의 안 나거든. 기구들도 모두 최신 물건이고.”
김서현이 싱글거리며 말했다.
“원래 다니던 학교는 진짜 애들 땀 냄새 때문에 죽을 것 같았는데.”
“그건 좀 심했다.”
나는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며 서가연을 바라봤다. 서가연이 마법에 흥미를 느껴줬으면 좋겠는데.
‘이걸 강제로 시킬 수도 없고.’
역시 원작대로 그 사건이 일어난 뒤에 마력을 개화시켜야 하나.
“오늘은 가볍게 2시간만 할까?”
“……그러자.”
김서현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정말 하기 싫지만, 살아남기 위해서는 해야 했다.
“그럼 간단하게 50kg부터 시작할까.”
진짜 좀 봐줘라.
그런 내 마음과는 달리 김서현은 싱글벙글하며 벤치 프레스에 무게를 추가하고 있었다.
지긋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옆을 바라보니 홍유화가 있었다.
“홍유화 님? 갑자기 벤치 프레스를 하시게요.”
“응, 기본적인 근력의 중요성을 느껴서.”
홍유화가 도도하게 말했다.
추종자는 의아해하며 이내 자세를 잡아주기 시작했다.
“허리를 반듯이 펴시고, 봉이 가슴보다 조금 더 위로……아, 홍유화 님은 가슴이 크시니까 그냥 가슴하고 맞추셔도 될 것 같아요.”
홍유화가 누워도 수박만한 가슴은 잘 퍼지지 않아, 추종자가 당황해 하며 말했다.
“뭐야, 유화도 벤치 프레스 하게? 좋은 생각이야. 마법사라도 운동은 하면 손해는 없거든.”
“너, 몇 킬로야?”
“몇 키로라니? 난 5……아, 서하가 드는 무게 말하는 거구나. 이거 50kg인데?”
“55kg으로 줘.”
김서현의 말에 추종자가 당황해 했다.
“유화는 근력 운동 안 하지 않아?”
“안 하는 걸로 아는데.”
“읏.”
김서현이 내 귀에 조그맣게 속삭였다. 나도 귀에 속삭이자 김서현이 볼을 빨갛게 물들였다.
……갑자기 이상한데.
나는 애써 시선을 홍유화에게 돌렸다. 홍유화는 55kg짜리로 무게를 올리고 벤치 프레스를 힘겹게 들었다.
“끄흣.”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끄응……흐읏……끄윽…….”
얼굴은 이미 새빨개진 지 오래. 이를 악물고는 그걸 가슴 아래까지 내린 다음, 한번 하고 다시 제자리로 올렸다.
거칠게 헉헉거리면서 홍유화가 나를 바라봤다.
“허억……흣, 하, 하악, 봐, 봤지?”
그리고는 묘하게 승리감을 가진 표정으로 뿌듯하게 웃고는 그대로 다른 운동을 하러 갔다.
“……유화가 승부욕이 진짜 강한가 보다.”
“그러게.”
뿌듯하게 웃는 홍유화를 보며,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거 최소 5번은 해야 되는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