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48
Chapter 48 – 김서현(4)
김서현은 생각했다.
언제든지 도망칠 수 있도록 준비하자고.
사지가 잘리고, 몸 대부분이 정상기능을 못하는 마인이다.
그러나 그 마인이 상격이라면 이야기는 조금 많이 달라진다.
중격과 상격은 고작 경지 하나 차이에 불과하지만, 그들이 가진 힘의 차이는 고작 경지 하나의 차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늘과 땅. 만큼은 아니더라도 산봉우리와 하늘 정도는 된다.
그러나 중격 끄트머리에 있는 열 명과 상격에 이제 막 들어간 존재가 격돌하면 상격이 열에 아홉은 승리한다.
검귀, 나박천.
그는 유명한 인물이다.
상격에 들어가면서 영웅이 될 수 있음을 거절하고, 사람을 베는 맛이 좋다며 마인측에 몸을 맡겨 천 명의 민간인을 베었다.
의심할 여지 없는 최악의 마인.
그렇기에 김서현은 이서하와 나박천이 충돌하는 시간에 탈출로를 모색하고 있었다.
이서하는 뛰어나다.
모든 기록을 역대급으로 갈아 치우면서, 그 존재감은 더욱 강해진다.
알려진것보다 숨겨진 게 더 많다.
만약에 상격에 이제 막 들어간 존재였다면, 김서현은 싸울 것이다.
그러나 나박천은 상격을 넘어서 최상격을 바라보는 인물이다.
그가 세계에 자신의 이명을 울린 지 어언 10년이 넘었다.
솔직하게 말해서 김서현은 놀라고 있다.
아무리 상대가 죽어가는 와중이라지만, 그는 그 검귀와 대등하게 싸우고 있으니까.
***
쩌어어어엉!
검과 검이 부딪친다.
경파가 충격파가 되어서 사방을 흔들었다.
나는 눈을 크게 떴다.
나박천의 움직임을 조금이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성신안으로 모든 움직임을 살폈다.
나박천이 검을 어떻게 쥐는지, 발은 어떤 식으로 디디는지, 어떤 움직임을 취하는지.
하나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 눈을 부릅떴다.
-어처구니가 없군.
흑천이 무어라 중얼거렸다.
그러나 들리지 않았다. 모든 집중을 나박천에게 쏟아붓고 있어서.
쩌어어엉!
검과 검이 부딪쳤다. 이번에는 조금 덜 밀렸다.
흑검을 념으로 움직였다.
나박천이 검을 한 번 휘두르자 2자루가 박살이 났다.
그러나 상관없다.
흑검 두 자루로 그의 힘을 빼면 이득이니.
역천을 검과 다리에 밀어 넣었다.
‘균형을 잃으면 안 돼.’
다리를 바쁘게 놀렸다. 내가 지금 나박천하고 싸울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은 균형이다.
[흑신무의 숙련도가 증가합니다!]흑신무는 육체를 잘 다루게 하는 법이다.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몸 내부에 존재하는 피의 단위, 장기의 움직임까지 통제할 수 있는 궁극의 육체를 완성하는 것.
나박천이 눈을 부릅뜨고 다리에 힘을 주었다. 팔이 움직인다. 성신안으로 보았다.
검의 궤적이 그려진다. 몸을 미리 피한다.
미세한 단위로 피할 수 있지만, 그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조금이라도 스치면 안 돼.’
약간의 상처라도 입으면 안 된다.
그가 지닌 재능이 내 상처를 끊임없이 늘려서, 내 전투력을 악화시킬 테니까.
몸의 궤적을 틀었다.
흑영보.
빠르게 이동할 뿐인 보법이 지금에 와서 가장 적합했다.
[흑영보의 숙련도가 크게 증가합니다. 흑섬보(B+)의 일부를 깨우쳤습니다!]-쥐새끼 같은 놈이!
“칭찬 감사.”
입이 멋대로 움직였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내 모든 신경이 나박천에게 집중되어 있었기에.
우웅!
검이 순간 흔들린다. 검귀, 그 이명을 허투로 얻은 것은 아닌 듯 그의 검이 급변했다.
그의 검은 모든 것을 가르는 쾌검이지만, 쾌검만 잘 다루는 것이 아니다.
강검, 유검, 중검, 환검, 변검. 기본적으로 다섯 개의 검로도 제대로 다룰 줄 안다.
이번에는 중검.
중검의 특징은 상대의 경로를 틀어막고, 상대가 강제적으로 방어할 수 밖에 없도록 한다.
역천을 둘렀다. 손을 뻗었다. 역천이 손끝을 타고 올라갔다.
“안돼!”
-크힛.
김서현이 빠르게 뛰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나박천이 웃었다.
그래서 나도 웃어줬다.
흑신무黑神武.
흑린黑鱗.
사아악─!
새까만, 하늘을 거스르는 힘이 손을 휘감았다.
고작 손 부분만 휘감은 채, 비늘같은 구조를 가진 힘.
흑신무의 절대적인 방어력을 더해주는 흑린이었다.
손을 뻗었다. 단번에 나박천에게 크나큰 부상을 주기 위해서.
콰아아아아아앙!
반으로 부러진 직검이 충격을 받으며 한 번 더 반으로 부러졌다.
흑린을 휘감은 손이 나박천의 심장으로 향했다.
-커헉!
나박천이 피를 토하며 충격파의 충격으로 뒤로 물러났다.
[흑신무의 숙련도가 증가합니다!]‘아쉽군.’
나는 흑린을 거뒀다.
조금 전 고작 2초가량 썼는데도, 역천이 30% 정도 사라졌다.
그만큼 나박천이 힘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전방을 주시했다.
나박천의 눈가가 떨렸다.
믿을 수 없는 것을 본 표정.
나는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손이 조금 부상을 입었다.
‘아직 완전하지 않아서 그런가.’
그럼에도 효과는 능히 만족스러웠다.
흑신무는 통한다. 자신보다 훨씬 윗격의 상대에게도 말이다.
-버러지가! 네놈은! 네놈은 무슨 일이 있어도 죽여버리겠다!
나박천이 검을 크게 들었다.
-갈갈이 찢어 죽여주마!
지금까지 보였던 간결한 동작이 아닌, 강한 기술을 쓸 모양.
그러나 나는 회피의 준비를 하지 않았다.
저 정도의 고수는 언제든지 공격 경로를 바꿀 수 있다.
[흑섬보의 숙련도가 통달했습니다! 흑섬보의 일부를 깨우쳤습니다!] [흑섬보(B+)의 모든것을 깨우쳤습니다! 기예란에 흑섬보(B+)가 추가됩니다!]-흑섬보의 장점이지. 어떤 형식으로든 한 번에 한하여 무조건 회피가 가능한 보법이니까.
흑천을 들고 앞을 주시했다.
나박천이 검을 들었다.
화륵!
검은색과 회색이 뒤섞인, 보기만 해도 정신을 깎아나가는 것 같은 불꽃 같은 것이 검에 둘렸다.
‘극섬멸혼검.’
자연스레, 어떤 기술을 쓸지 머릿속에 떠오른다.
나박천을 한두 번 잡아본 게 아니라서.
거대한 범위를 가진 공격기술이다.
저 검을 제대로 된 상태에서 쓰면 산을 두 동강 내버리는 미친 기술!
다르게 말하자면, 그만큼 나박천이 몰린 상태라는 것이다.
나는 역천을 끌어올렸다.
그는 무엇보다 흑린을 경계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내 방어 면적을 확인했다.
그리고 극섬멸혼검 정도쯤 된다면, 고작 흑린으로 막을 수 없다.
흑린은 절대무적의 방어력을 자랑하지만, 그 면적은 한없이 작다.
불꽃이 타오른다.
흑색과 회색이 뒤섞인, 형형색색의 불꽃이 검을 타고 길쭉하게 늘어졌다.
그 길이만 3m에 달한다.
‘차분하게.’
-차분하게.
흑천이 말했다.
흑천을 들었다. 나는 앞으로 뛰쳐나갔다.
-그대로 죽어라.
그것은 하나의 선고였다.
나박천의 말에 따라 세계의 법칙이 흔들렸다. 검을 내리그었다. 동시에 흑천에 남은 역천을 모조리 때려 박았다.
불꽃이 타올랐다. 모든것을 베는 마검이 휘둘러졌다. 그것은 모든것을 가리지 않고 베어냈다.
바로 앞까지 왔을 때, 나는 흑천을 땅에다가 박아넣고, 역천을 터트리듯이 뿜었다.
후우우우우웅!
흑신무黑神武
오의奧義
무저갱無底坑
부정한, 검은색의 폭풍이 모든것을 집어삼켰다.
*
그것은 검은색의 폭풍이었다.
모든것을 부정하는, 부정의 폭풍.
‘뭐, 지.’
모르겠다.
나박천은 저런 무공은 본 적이 없다. 부정한 힘을 사용하는 무공이라니.
마인은 외법(外法)으로 신체를 만든다.
바깥에서 온 신으로부터 힘을 받고, 그 힘을 받아들여 세상의 법칙을 일그러트린다.
그리고 그런 마인이 상격이 된다면, 이 세계에서 오염된 권능을 사용할 수 있다.
저 소년의 힘 역시 외법과 비슷하다.
그러나 달랐다.
나박천은 저런 힘따위는 모른다. 외법마저도 부정한다고? 도대체 무슨 법칙을 가지고 있길래.
후오오오옹!
나박천은 권능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는 다만 검으로 사람을 베어 죽이는 데에 희열을 느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권능을 사용했다.
자신의 모든것을 베는 검이 폭풍에 집어 삼켜졌다.
꺼지지 않는 부정한 불꽃이, 모든것을 일그러트리는 권능이, 모든것을 부정하는 폭풍에 삼켜졌다.
-뭐냐!
그렇기에 그는 절규했다.
권능이 사라진다.
저 폭풍은 자신의 모든것들을 부정했다.
자신이 세월을 올려 쌓은 무공, 자신의 육체를 바치고 세계의 마력을 바쳐서 얻은 육체, 그리고. 자신이 세계에 새겼던 이명까지도.
그것은 모든것을 집어삼켰다.
-뭐냔 말이다!
그것은 공포였다.
자신이 처음 외계에서 온 외적이라 불리는 적을 맞닥트렸을 때, 이런 기분을 느꼈다. 강대한, 그러면서도 자신은 도저히 대적할 수 없었던, 절대적인 존재에게 한없이 모자랐던.
그는 뛰어난 검사였다.
그렇기에 그는 느낄 수 있었다. 이 세계는 언젠간 패배한다. 저들에 의해서 말이다.
그렇기에 그는 마인이 되었다.
-크힛.
그는 입을 비죽였다.
검을 들었다. 손잡이만 남고, 날이 3cm 정도밖에 남지 않은 마검을. 그리고 그것을 휘둘렀다.
서걱.
무언가 갈리는 소리가 들렸다. 모든것을 부정하는 검은 폭풍은 기세를 올렸다.
서걱서걱서걱.
베었다. 또 베었다. 그러나 저 폭풍은 모든것을 집어삼켰다.
마치 무저갱처럼 모든것을 빨아들였다. 모든것을 베는 검기가 이윽고 모든것을 빨아들이는 폭풍에 집어 삼켜졌다.
그리고. 그것이 그의 마지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