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first day of my life in living alone, a portal opened RAW novel - Chapter 207
207. 잘 지내
바라보고 있어도 보고 싶다는 말.
보고 있어도 또 보고 싶다는 말.
보고만 있어도 행복하다는 말.
전부 진실임을 깨달은 지 오래다.
지율이를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미소가 입매를 끌어당긴다.
“지율아.”
“응!”
“뭐가 그렇게 새롭고 행복해?”
진심으로 궁금했다.
“전부 다아아아.”
“다?”
“응! 아빠랑 맛있는 거 먹을 때도 행복하고, 같이 요트 타고 강척 갈 때도 행복하고, 코―잘 때도 행복하고, 애들이랑 같이 돌아다닐 때도 좋고, 또…….”
지율이도 나와 같았다.
무엇을 하는지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누구와 같이 하느냐다.
“자, 그럼 열심히 만든 밀크본 버터를 먹어볼까?”
나의 물음에 지율이가 활짝 웃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응!”
그러자 다른 아이들도 기다렸는지 줄지어 소리쳤다.
“고옴!”
“삐이!”
“멍!”
싹이도 미소를 머금은 채 말을 보탰다.
“기대되는구나.”
주위를 둘러보던 무룩이가 나지막이 목소리를 냈다.
“……냥.”
* * *
버터야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
풍미가 훨씬 훌륭한 밀크본 버터야 말할 것도 없다.
원래는 브라운 팝콘을 먹을 때나 사용하려고 만든 건데, 팝콘만 먹기에는 아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 만든 버터여서 더 그랬고, 아무리 영양성분이 뛰어나고 맛있어도 팝콘만으로 밥을 대신할 수는 없다.
일단 아이들과 함께 식사부터 하기로 했다.
밀크본 버터를 활용하는 동시에 쉽고 간단하게 빨리 만들 수 있으면서도 맛있어야 됐다.
“배고프다냥…!”
굶주린 맹수가 된 무룩이가 포악해지기 직전이었다.
사실 그래봤자 와서 앞발로 건드리며 재촉을 할 뿐이었지만.
“금방 해줄게.”
내가 웃으며 말하는데, 지율이도 계속 옆을 지켰다.
“나도 왕 배고파!”
“알았어, 조금만 기다려.”
오늘의 메뉴는 바로 버터누들.
일종의 파스타 같은 것이다.
어쩌면 서양의 라면과 비슷한 포지션일지도.
서양에도 라면이 있고, 진짜로 겹치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간단하다는 얘기지.
우선 스파게티면부터 삶는데, 바로 조리가 가능하도록 얕고 평평한 팬을 사용한다.
물을 자작하게 넣어 면을 익히는 것이다.
삶을 때는 소금을 살짝 더해 간을 하고, 오일도 한 스푼이 조금 안 되게 넣어주면 좋다.
아예 치킨스톡을 넣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면이 적당히 익고 물이 자작해진 상태면 기호껏 버터를 넣어서 녹여준다.
1인분 기준 버터 한 숟갈 분량이면 충분하다.
“와아……. 냄새 너무 좋아.”
까치발을 든 지율이가 눈까지 감고는 버터향을 음미했다.
나는 미소를 지으면서 요리를 이어나갔다. 약불로 줄이고 파마산 치즈가루를 넣는데, 나는 덜 익어서 치즈와 같은 상태의 밀크본 열매를 사용했다.
마무리로 후추를 기호껏 부리면 된다.
나는 후추를 넉넉하게 치는 편이었고, 지율이와 싹이에게는 아주 조금만, 다른 아이들의 그릇에는 후추를 생략했다.
버터누들에는 다른 재료를 넣지 않는 편이 좋다. 자칫 잘못하면 버터의 풍미를 해칠 수 있기에.
“자, 먹…….”
내가 운을 떼는 순간 아이들 모두 버터누들을 먹기 시작했다.
다들 엄청 배가 고팠던 모양이었다.
“많이들 먹어.”
나는 피식 웃고는 버터누들을 한 입 먹었다.
“음!”
절로 ‘음’ 소리가 나올 정도로 맛있었다.
들어간 거라고는 소금과 버터 정도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입에 쫙쫙 달라붙는 느낌.
버터라서 미끄러지며 술술 들어갔지만, 탱글한 면이 입 안에서 춤을 추는 듯했다.
“어때? 맛있어?”
나의 물음에 지율이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응! 엄청 맛있어!”
“천천히 꼭꼭.”
“응! 아빠도!”
지율이는 다시 한 포크 뜨려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왜 그래?”
내가 묻자 지율이가 조금 부끄러워하듯 말했다.
“잘 먹겠습니다를 안 했어.”
“하하하, 지금 하면 되지.”
“이미 먹고 있는데.”
나름대로 규칙이 있나 보다.
“다음부터 안 까먹고 하고, 기도도 하고 그러면 되지.”
“응! 그럼 오늘은…….”
뭘 어떻게 할지 기대가 된다.
“잘 먹고 있습니다?”
“하하하하하! 그래그래, 아빠도 잘 먹고 있네.”
그렇게 다들 버터누들을 한 가닥도 남기지 않고 접시를 깨끗이 비웠다.
* * *
밀크본 버터 적당량과 커다란 브라운 팝콘의 꽃잎을 뜯어서 구웠다. 역시나 씨앗들뿐만 아니라, 꽃잎도 바삭해지면서 고소한 향이 제곱으로 강해지는 느낌이었다.
브라운 팝콘 씨앗도 버터가 녹고 있는 팬에 부었다.
톡!
씨앗 하나가 위로 튀어올랐다.
“오?”
지율이의 시선이 위로 갔다가 내려왔다.
톡, 토톡! 토토톡!
씨앗들이 살짝살짝 튀어오르더니 몇몇은 원래의 두 배 이상 부풀어올랐다.
“커졌어!”
지율이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러게. 이미 팝콘 상태인데 진짜 팝콘처럼 더 부푸네.”
나는 부풀어오른 씨앗 한 알을 집어서 지율이에게 건넸다.
“먹어봐.”
“아빠 먼저.”
장유유서도 안다.
“하하, 고마워. 괜찮으니까 지율이 먼저 먹어봐.”
“알았어, 그럼 먹어본다?”
“응.”
지율이는 조심스레 브라운 팝콘 씨앗을 베어 물었다. 그리고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되게 맛있다!”
“그래?”
“응!”
우리는 튀기지 않은 브라운 팝콘 씨앗과 튀긴 브라운 팝콘 씨앗 그리고 구운 브라운 팝콘 꽃잎을 간식으로 챙겼다.
“드디어…!”
언젠가 지율이와 함께 대형마트에 들렀을 때 충동적으로 사뒀던 빔프로젝터.
평소에 영상 같은 것을 보면 노트북이나 태블릿 PC 등을 사용하니 쓸 일이 없었다.
팝콘도 준비했는데 큰 화면으로 무언가 보고 싶었다.
아이들과 다 함께 영화관 느낌이 나도 좋을 듯했고.
“이게 문제네.”
휴도 전체가 내 것이니 공간이야 남아돌았다.
그렇다고 빔프로젝터를 쏠 벽이 많다는 뜻은 아니었다.
어디에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데, 빔프로젝터를 유심히 보던 싹이가 말했다.
“벽이 필요한 것이라면 얼마든지 만들어줄 수 있다.”
“그냥 벽이야 집도 그렇잖아. 하얗고 평평한 벽이어야 돼.”
“그것도 어렵지 않다.”
싹이가 손짓을 하자 바닥에서 굵은 줄기 하나가 튀어나와 꿈틀거렸다. 그리고 순식간에 자라나더니 새하얀 꽃잎이 이불처럼 펼쳐졌다.
싹이는 꽃의 위치를 조정해서 거대한 꽃잎 한 장만 우뚝 서게 만들었다.
“오……!”
내가 감탄하자 싹이가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됐는가?”
“완벽해!”
나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빔프로젝터를 설치하고 노트북에 연결했다.
아이들과 다 같이 볼 것은 이미 정해둔 상태.
발랄한 음악 소리와 함께 커다란 꽃잎에 화면이 떠올랐다.
옛날 애니메이션이었다.
갈색 고양이와 회색 쥐 캐릭터가 나와서 앙숙이지만 결국 둘도 없는 친구 사이인 내용.
기본적으로 대사가 없고, 과장된 행동과 상황을 보는 것인지라 지율이 말고 다른 아이들도 재미있게 볼 듯했다.
내 취향이야 이런 애니메이션보다는 영화겠지만, 다 같이 즐겁게 볼 수 있다면 이게 더 좋았다.
“냥?”
고양이 캐릭터가 나오자 무룩이가 눈을 휘둥그레 뜨고 집중하기 시작했다.
다른 아이들도 금세 빠져들었다.
나는 브라운 팝콘 씨앗을 하나 입에 쏙 넣고는 우물거렸다.
애니메이션보다, 애니메이션을 보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게 더 재밌었다.
* * *
다음 날 아침.
자는 중에도 뭔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는데, 구석에서 무룩이가 브라운 팝콘 꽃잎 한 장을 양 앞발로 고정한 채 뜯어먹고 있었다.
“입에 맞나 보네?”
내가 다가가서 묻자 무룩이는 대답 대신 꽃잎을 한 번 더 물어뜯었다.
“이제 곧 밥 먹어야 되는데 계속 그거 먹을 거야?”
“밥도 먹을 수 있다냥.”
“그거 먹으면 배부르잖아.”
“괜찮다냥.”
고양이도 간식 배와 밥 배는 따로 있는 모양이다.
딱! 딱!
밖에서 나는 소리에 걸음을 뗐다.
“뽥?”
꼭꼭이가 텃밭의 브라운 팝콘을 쪼아먹고 있었다. 정확히는 꽃잎을 한 장만 떼어먹고, 드러난 씨앗들을 먹는 중이었다.
“맛있어?”
“뽥뽥.”
“그래, 많이 먹어.”
한동안 안 보이더니, 브라운 팝콘이 생기자 귀신같이 찾아왔다.
종종 여기저기 알을 낳고 다녀주는 덕에 잘 지내고 있음은 알 수 있었지만.
아침식사는 꼭꼭이의 알로 계란말이, 계란찜, 계란 프라이까지 했다. 그리고 수프와 채소를 곁들였다.
브라운 팝콘 꽃잎 구운 것은 수프에 찍어서 먹어도 잘 어울렸다.
식사를 마친 다음은 강척에 갈 차례.
“같이 가고 싶으면 손 들어!”
지율이가 자신의 손을 들어 보였다.
하지만 아이들은 서로의 눈치를 살피다가 지율이를 보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다들 우리와 함께 있는 것을 가장 좋아하는 듯하지만, 굳이 휴도를 벗어나고 싶어 하지는 않아 했다.
아무래도 강척에 가면 평소와 다르게 행동에 제한이 생기니 조금 꺼려질 수도 있겠다 싶었다.
“무룩이는 안 가? 카페에 또 놀러 가기로 했잖아.”
나의 제안에 무룩이는 하품을 하고는 대답했다.
“다음에 가겠다냥.”
“그래 그럼.”
싹이는 언제나 지율이의 손목에 싹이뱀을 팔찌처럼 채우고 있어서 항상 같이 다니는 느낌을 받는다나.
나는 아이들과 함께 브라운 팝콘들을 요트에 실은 뒤 강척으로 향했다.
* * *
“지율아아아아아!”
마중을 나온 조여진이 활작 웃으며 양손을 위로 흔들었다.
“언니이이이이이!”
지율이도 조여진을 반겼다.
“안녕하세요?”
조여진의 인사에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잘 지냈어요?”
“저야 항상 잘 지내죠. 조금 바쁜 것만 빼면 최고예요.”
“바빠요?”
“요즘 헌터들은 전부 일거리 넘쳐나잖아요. 흰색 차원문이 계속 생겨나니까. 그래도 많이 익숙해졌어요.”
“하긴, 그렇죠. 초창기만 해도 어떻게들 버티냐 해는데, 또 다들 익숙해지네요. 뭐, 처음보다는 어느 정도 규칙이 생긴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러니까 말이에요. 그럼 바로 식당으로 모실게요?”
“네, 그래요.”
나는 큼지막한 봉지에 브라운 팝콘 세 개를 따로 챙겼다.
“그건 뭐예요?”
조여진이 묻자 지율이가 대답했다.
“브라운 팝콘이야!”
“브라운 팝콘? 팝콘처럼 생기긴 했다.”
“되게 맛있어!”
“그래?”
“응!”
내가 꽃잎을 벌려 씨앗 몇 개를 건넸다.
“먹어봐요.”
“진짜 팝콘이네요?”
“이것들이 씨앗이에요.”
“우와… 신기하다.”
조여진은 조심스레 씨앗 하나를 입에 넣더니 미소를 머금은 채 눈을 크게 떴다.
“음! 맛있다!”
지율이가 괜히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치? 맛있지?”
“응! 너무 맛있네? 팝콘 비슷한데 다르네! 와, 별게 다 있다 세상에는 진짜.”
조여진은 또 브라운 팝콘을 입에 가져가고는 말햇다.
“그런데 의외네요.”
“뭐가요?”
“색깔이 갈색이라서 달콤할 줄 알았거든요. 약간 카라멜 팝콘 같기도 해서.”
“아, 그렇게 먹어도 맛있겠네요.”
집에 가면 달콤하게 응용해서도 먹어봐야겠다.
“이쪽으로요.”
나와 지율이는 조여진의 차를 타고 이동했다.
따로 싣고 온 브라운 팝콘들은 JMT 글로벌의 직원들에 의해 이동됐다.
* * *
“안녕하십니까.”
조민택은 나를 향해 고개를 꾸벅였다. 그리고 지율이를 보면서는 콧수염이 위로 들썩거릴 정도로 활짝 웃었다.
“지율아, 안녕?”
“안녕하세요!”
“오늘 같이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엇! 아빠랑 제가 맛있는 거 가져왔는데.”
“그래?”
“네!”
지율이가 눈짓을 했고, 나는 봉지에서 브라운 팝콘을 꺼내들었다.
“이겁니다.”
조민택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오…? 이건… 상상도 못했네요. 튀겨오신 건가요?”
조여진이 깔깔 웃으며 끼어들었다.
“아니야, 저게 원래 저런 거야.”
“원래?”
나는 브라운 팝콘의 꽃잎 그리고 안쪽의 씨앗들을 보였다.
“이햐아아아, 팝콘 안에 팝콘이로군요. 이대로 먹을 수도 있나요?”
“그럼요. 겉이랑 씨랑 다 먹을 수 있습니다. 맛도 좋고, 응용법도 다양할 듯합니다.”
“좋군요, 좋네요. 간식으로 딱인데, 이런 게 대중화가 되면 좋을 텐데 말이죠. 아무래도 신품종은 전부 고급이다 보니…….”
오면서 생각한 게 있었다.
“그거 관련해서도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어떤…….”
그러다 문득 우리가 길에서 만나자마자 얘기를 나누고 있음을 인지했다.
“일단 자리 옮겨서 얘기하실까요?”
나의 물음에 조민택이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네, 그러시죠. 안 그래도 예약도 해뒀습니다. 바로 근처입니다.”
그렇게 다 같이 걸음을 떼는데 지율이가 손을 크게 흔들었다.
“안녀어엉! 잘 지냈어?”
지율이가 인사를 건네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의외의 조합 둘이 서 있었다.
마블 드래곤인 레오와 오팔 드래곤인 오팔이였다.
귀촌 첫날 차원문이 생겼다 208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