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helor Degree RAW novel - Chapter 194
194화. 등선각
문장이 기이하단 얼굴로 종알거렸다.
“한 수사가 도전했던 10명의 수사들은 사실 대부호 가문들에서 본 섬의 호위대 중 고계 인사들을 초빙한 것입니다. 각각의 수행은 그리 높지 않으나 항상 해역의 요수들과 싸우고 다른 수사들과의 대결이 빈번하니 실전 기술이 대단한 이들인 게지요. 같은 수준의 수사는 물론이고 이, 삼성 정도 높은 수준의 수사와 싸워도 손쉽게 승기를 잡는 수사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별 말씀을, 제가 운이 좋았나 봅니다.”
한립은 웃으며 예의를 차렸다. 사실 실전 경험이 풍부한 것으로 따지면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을 자신이 있는 한립이었다.
청년은 선산 방향을 보더니 웃으며 물었다.
“그럼 이번에 오신 것은 등선각(登仙閣)에 수속하기 위해서 입니까?”
“맞습니다. 정식으로 거주 절차를 밟아 적당한 거처를 찾을 생각입니다.”
“하하! 등선각이라면 여러 번 가봤으니 제가 안내하지요. 어차피 가던 길이기도 하고 청운산(靑云山)은 규모가 커서 길을 찾기가 어렵거든요.”
상대가 먼저 호의를 베풀자 한립은 고맙다며 제안을 받아들였다. 나란히 날아가면서 청년은 산맥 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본 섬의 청운산은 삼대 봉우리인 천주봉(天柱峰), 천소봉(天宵峰), 천문봉(天門峰)외에도 작은 봉우리들이 367 좌가 있어 각각에 크고 작은 동굴과 산골이 무수히 많습니다. 수련할 거처를 찾기에 어렵지 않다는 것이죠.
당연히 청운산 대부분이 영맥이 흐르는 지역에 속한다지만 영기가 더 짙은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산봉우리가 높을수록 영기가 충만해 가장 영기가 짙은 36개의 산봉우리를 두고 10년에 한번 영지 쟁탈 대회를 벌이지요. 36개 산봉우리에 거주하는 이들 중 이길 만 하다고 여겨지는 이에게 도전해 그의 거처를 차지하는 것입니다.
산봉우리 중 가장 영기가 농축된 정상은 축기기에 이른 선사가 자유롭게 선택해 전체를 거처로 삼지요. 연기기 수사들은 동굴이나 산골 등을 찾아 거처를 마련해야 하지만요.”
“축기기 수사들은 산봉우리 정상을 독점할 수 있단 말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본 섬의 웬만한 곳은 축기기 수사들이 이미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립은 머리를 굴리다가 조금 흥분해서 물었다.
“그럼, 삼대 봉우리는 저렇게 높으니 분명 영기가 충만하기가 이를 데가 없겠습니다.”
“당연하지요. 가장 높은 천주봉은 본 섬의 영안(靈眼)이 있는 곳으로 도주인 목룡 진인이 수련을 하는 장소여서 다른 이들의 출입이 엄금되어 있습니다. 듣기론 이미 결단기 중기의 수행을 지녀 대단한 능력을 지녔다더군요.
천문봉과 천소봉에는 부도주인 원군 진인과 간금 진인의 거처가 있습니다. 비록 천주봉에는 못 미쳐도 다른 지역의 수 배에 달하는 영기가 밀집되어 있다 합니다.”
문장은 말을 하며 부럽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고 한립도 묘한 표정을 지었다.
“문 수사, 그럼 부도주들도 결단기 선배인 것입니까?”
“예, 두 분은 결단기 초기 수사로 함께 수련을 하는 반려이기도 합니다.”
그 말에 한립의 미간이 슬쩍 좁아졌다.
괴성도에만 결단기 수사가 셋이나 된다는 것이 그의 예상을 벗어났던 것이다.
생각에 잠긴 그는 문장과 청운산 중간쯤에 도달해 간혹 법기를 타고 날아가는 다른 수사들과 마주쳤다. 하지만 그들은 전혀 상관하지 않고 제 갈 길을 갔다.
잠시 후 문장의 안내를 받아 겨우 어떤 산봉우리에 도달했다.
그곳엔 2층 건물이 하나 있었는데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 낡고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그 대문 앞에 한쪽 구석이 너덜너덜한 편액이 걸려 있었고 괴상한 글씨체로 등선각이라 적혀 있었다.
글자를 확인하고도 믿을 수 없었던지 한립은 자기도 모르게 문장을 바라보았다.
“이곳이…….”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이곳이 등선각입니다.”
그는 유감스런 얼굴로 손 벽을 쳤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등선각에 등록을 맡은 선배님의 성격이 좀 괴팍하시니 주의 하십시오!”
그는 떠나기 전까지 한립을 챙겨 주었다. 담담하게 그를 배웅한 한립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침착한 얼굴로 2층 건물로 걸어갔다.
그가 문 앞에 도착하자 귓가에 어두운 목소리가 울렸다.
“들거라. 문 열렸으니!”
흠칫 놀라 바로 건물로 들어갔다. 일단 안으로 들자 한립은 두 눈을 부릅뜰 수밖에 없었다.
외부의 모습과 정반대로 내부는 화려하고 호화스러웠던 것이다.
바닥은 붉은 비단으로 깔려 있었고 벽에는 옥이며 온갖 보석들이 박혀 반짝였으며 처음 보는 화려한 화초가 건물의 구석구석을 장식하고 있었다.
그 앞쪽으로는 괴상한 돌 침상이 놓여 있었는데 남색 기운을 뿜어내는 것이 분명 진귀한 보물임이 분명했다.
그리고 침상 위에 현란한 붉은 가죽옷을 입은 초췌한 얼굴의 중년인이 기대고 앉아 있었다. 그는 거대한 하얀 진주를 안고는 한립을 바라보았다.
한립은 조금 당황스러웠으나 일단 예를 올리고 공손히 말을 꺼냈다
“선배님 처음 뵙겠습니다. 정식으로 본 섬에 거주하는 수속을 밟으려 하는데 혹시 그 업무를 담당하고 계시는지요?”
“정식 거주? 보증인은 있느냐?”
“있습니다.”
그는 바로 고가의 수결이 된 보증서를 꺼내 중년인에게 넘겨주었다.
중년인은 만만한 자가 아니었다. 영력의 파동으로 보아 축기 후기의 강자가 분명했다. 그는 보증서를 훑어보다가 눈을 빛냈다.
“본 섬에 새로 온 수사가 겨우 오성의 수행으로 호위대 인물을 이겼다던데, 그게 바로 너로구나!”
중년인은 품에 있는 거대한 진주를 쓰다듬었다. 상대의 물음에 놀란 한립은 서둘러 겸양을 표했다.
“운이 좋았을 따름입니다.”
“흥! 운은 무슨…….”
중년인이 차갑게 냉소했다. 상대의 태도에 한립은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겨우 며칠 전 일이 이렇게 소문이 났단 말인가?
“네게 패한 호위 녀석이 마침 내 불민한 제자라 말이야! 겨우 자기 수행에도 못 미치는 수사에게 패배하고 돌아와 지금은 벌을 받으며 면벽 수련을 하고 있지.”
그 말에 한립도 쓴웃음을 지었다.
공교롭게도 그와 관련이 있었다니, 상대가 제자를 대신해 화라도 내는 것은 아닐까 조금 불안해 졌다. 가만히 그를 보던 중년인이 말했다.
“걱정 말거라. 후배들 일에 끼어들 정도로 한가하지 않으니. 다만 5년 후 내 못난 제자 녀석과 다시 한 번 붙어 봤으면 좋겠구나. 승패를 떠나 네게 책임을 물을 일은 없을 것이야.”
한시름 놓은 한립이 바로 응답했다.
“선배님께서 말씀하시는데 거절할 수 없지요.”
“그럼 정식 거주에 관한 일을 처리하자 꾸나!”
중년인이 손에서 밝은 빛을 뿜어 진주를 사라지게 하고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수속은 아주 간단해서 그가 꺼낸 서책에 한립의 이름을 올리는 것으로 끝이었다.
당연히 항구에서 임시로 받은 녹색 영패는 반납하고 정식으로 남색 옥패를 교부 받았다.
남색 옥패는 은은한 빛을 내는 저계 법기였는데 중년인의 말에 따르면 방수효과가 있어 실용성이 높다 했다. 이어 다른 서책을 꺼낸 그는 한립에게 그것을 던져 주었다.
“금색으로 표시된 곳은 이미 주인이 있으니 하얀 색으로 표시 된 곳에서 알맞은 곳을 선택하거라. 큼, 콜록…….”
중년인이 몸이 안 좋은지 몇 마디를 하지도 못하고 연신 기침을 했다. 아무래도 중병에 걸린 모습이었다.
한립이 서책을 펴보니 괴성도 지도 전체가 금빛과 하얀 빛이 어우러져 반짝이고 있었다. 그러나 반짝이는 곳은 지도의 중심부인 푸른색 구역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제야 청운산의 규모가 자신의 예상을 초월한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놀랍게도 섬 전체의 4분의 1에 달했다.
한립은 지도를 보며 고민에 빠졌다. 금광에 비해 하얀 빛을 내는 곳이 더 많았으나 밝기의 정도가 상당히 떨어졌다.
“각 산봉우리의 정상은 연기기 수사는 기거할 자격이 안 되니 다른 지점을 보거라.”
문장이 설명해 준 그대로였다.
남은 지역은 동굴이든 산골이든 빛이 훨씬 떨어졌다. 한립이 고개를 들고 중년인에게 물었다.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선택한 지점에 얼마나 큰 거처를 마련한다 해도 아무 제한이 없는 것입니까?”
의외의 물음인 듯 했으나 중년인은 곧 비웃으며 답해주었다.
“거처를 중심으로 방원 십리는 네 개인 공간이다. 능력만 된다면 얼마든지 큰 거처를 마련할 수도 진법을 설치할 수도 있지.”
“그럼 이곳도 하얀 빛이 있으니 영맥이 흐르는 곳입니까?”
그는 지도의 한 지점을 짚어 보여주었다.
“여기는!”
지도를 확인한 중년인의 낯빛이 변했다.
그가 짚은 곳은 뜻밖에도 괴성도 밖의 지역으로 정말 희미하게 하얀 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이곳은 소환도(小寰島)로 겨우 육, 칠십 리 정도의 면적인데 확실히 몇 리 정도는 희미한 영맥이 존재하지. 이미 소형의 방어진을 설치해 두어 수백 명 정도가 사는 작은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설명을 하는 그의 표정이 묘했다. 한립은 그의 말을 끊지 않고 기다렸다. 상대가 이상한 기색을 드러냈으니 그에 대한 설명이 있을 것이라 예상한 것이다.
“이 섬은 괴성도 입장에서도 계륵이라 볼 수 있다. 영맥이 흘러 그냥 버려두기엔 아까우나 영기가 흐르는 지역의 범위와 농도가 너무 부족하지.
정말 이곳을 선택한다면 다른 선사들의 방해를 받진 않겠지만 청운산 거처에 비해 3분에 1 밖에 안 되는 희박한 영기 속에서 수련해야 한다. 그럼 수련 효율이 확연히 떨어지겠지.
이전에 너처럼 이곳을 독점하고 수련을 하던 선사들도 몇 년 못 가서 이곳으로 돌아오곤 했다. 그들은 대량의 영석을 납부하고 다시 거처를 배정받더라도 그 섬에선 더 이상 못 버티겠다고 했지. 아무래도 선사의 수련에 가장 중요한 것은 영기이니 말이야.
게다가 규정상 이 섬을 거처로 선택한 선사는 보호 의무를 지게 되어 그곳에 설치된 진법에 드는 영석을 충당해야 한다. 당연히 거주민들에게 받은 영석으로 일부는 해결할 수 있고 본 섬에 따로 공납을 할 필요도 없지.
그러나 거주민들이 내는 영석 만으로는 방어진법이 소모하는 영석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야.”
“그곳에 거처를 마련한다면 실질적으로 소환도의 도주가 되는 셈이겠습니다.”
한립의 말에 노인이 웃었다.
“히히, 그렇게 볼 수도 있겠구나.”
자신이 구구절절하게 소환도의 단점을 설명해 주었음에도 본인이 원한다면야 아무 상관이 없었다.
중년인은 흥미롭다는 듯 다시 한립을 살피곤 냉소했다. 정말 그 섬을 택해도 아마 막대한 영석 소모에 놀라 당장 돌아올 지도 모른다.
그는 기껏해야 1, 2년 내에 한립을 다시 볼 것이라 확신했다.
정말 그의 말대로 소환도 도주가 되어 수련도 잘 되고 실리를 챙길 수 있었다면 벌써 누군가 그 자리를 차지했지 아직까지 남아 있을 리가 없었던 것이다.
조금 더 머리를 굴려보던 한립이 머뭇거리지 않고 당차게 말했다.
“그럼 전 소환도로 하겠습니다.”
한립의 명쾌한 답에 중년인은 무어라 더 말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품에서 금색 붓을 꺼내, 지도책에 점을 찍었고 한립이 택한 곳이 순식간에 금빛으로 변했다.
이후 품에서 옥으로 된 서책을 꺼낸 중년인은 금색 붓으로 무언가를 적더니 한립에게 주었다. 한립이 고개를 숙여 확인하니 바로 현지 언어로 쓰인 자신의 이름이었다.
중년인이 담담하게 설명했다.
“그것은 소환도가 네 수련 거처라는 증명서이자 섬 거주민의 명단이니 잘 챙기거라.”
그는 지도책을 품에 놓고 다시 침상에 드러눕더니 손을 휘적거렸다.
아주 분명한 축객령이었다. 한립은 바로 예를 올리고 눈치 있게 물러났다.
등선각을 나온 한립은 청운산의 경치를 둘러보거나 다른 선사들과 안면을 틀 마음이 전혀 없었기에 바로 고가 인근의 거처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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