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ektu Sword Zone Central Expedition Punishment RAW novel - Chapter 250
250화 성동격서. 5.
“요새 군악 오라버니가 엄청 잘 나간다는 소문이 사실이었네. 어쩌지?”
문지기가 당연한 걸 왜 묻냐는 듯 말했다.
“어쩌긴 뭘 어째? 절차를 밟아야지.”
“절차?”
“민원 넣으러 온 거 아니냐? 네놈들 얼굴을 보니 딱! 그거 같은데?”
“민원?”
“네년은 어디 홍루에 있느냐?”
“홍루?”
상관가인이 못 들을 말을 들었다는 듯 되묻자.
문지기가 게슴츠레한 눈으로 상관가인의 온몸을 훑으며 입맛을 다시고는 그것도 모자라 시선을 상관가인의 가슴에 고정한 채 침까지 꿀꺽 삼키며 말했다.
“내 근무 끝나면 찾아갈 테니 돌아가서 깨끗이 씻고 기다리거라. 반반한 데다 불룩하고 야리야리한 것이 아주 쫄깃하겠구나.”
“뭐?”
상관가인이 자기가 들은 게 맞는지 환청을 들은 건지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귀를 의심하며 되묻자 문지기가 눈치 없이 또 한 번 성질을 건드렸다.
“이 오라버니한테 잘 보이면 대종사 알현하는 시간이 짧아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허니 가서 깨끗이 씻고 기다리거라. 오라버니 근무 곧 끝난다.”
“이 새끼가 오냐오냐해주니까 아주 뵈는 게 없구나.”
상관가인이 더는 못 참겠다는 듯 문지기를 향해 따귀를 날렸다.
헌데 ‘짝’ 하는 파공성이 날 시간이 지났음에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어쭈 피해? 이 새끼가 한 대로 끝날 걸 아주 매를 버는구나!”
상관가인이 이번엔 단순히 손바닥이 아닌 내력을 실은 권과 장을 십자축 수법으로 배와 얼굴을 향해 동시에 날렸다.
헌데 얼굴을 향해 날아가던 권은 문지기가 뻗어낸 당랑포선의 수법에 흘러지고, 배를 향해 날아들던 장은 허리를 비틀어 흘려내는 수법에 문지기의 몸을 스치지도 못하고 빗나갔다.
“어쭈 한 가닥 있었다 이거지? 너 오늘 뒈졌어!”
상관가인이 공수격술(空手擊術) 중 본인의 특기인 용봉쌍수족의 수법으로 상대방이 숨 쉴 틈도 없이 하단 종아리부터 중단 허벅지 허리 상단 가슴 목 얼굴에 발과 주먹을 연이어 날려댔다.
거의 동시에 덤으로 쌍기각과 연환퇴까지.
거기에 격산타우의 공력을 실은 연화장과 혈영장까지 정말 죽일 듯 날려댔으나 단 한방도 명중시키지 못하고 모두 문지기의 몸을 벗어났다.
이쯤 되니 상관가인의 얼굴에 분노보다는 공포가 어렸다.
“너 누구야? 뭐 하는 놈이야?”
“밑천이 이게 다냐? 꽤 하긴 하는구나. 홍루에서 몸을 팔긴 아까운 무공이야.”
“이 새끼가 자꾸 홍루 홍루 할래?”
상관가인이 호흡을 가다듬고는 내력을 모아 다시 덤벼들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상관가인이 문지기를 진짜 죽여버릴 작정인 듯했다.
지켜보던 하선이 조용히 상관가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무당의 무공이오. 게다가 무당의 대 장로급을 능가하는 엄청난 고수요. 누님.”
“젠장! 어쩐지 털끝 하나 건드릴 수가 없어.”
“저자는 싸울 생각이 없고 오직 피할 생각만을 하고 있으니 너무 자괴감 가지실 필요 없소. 누님도 피하기만 한다면 저 정도 할 수 있소.”
“대체 저놈이 뭐길래? 뭔 놈의 문지기 따위가 저리 강한 거야?”
“난 누군지 알 것 같소.”
“알아? 저놈이 누군데? 뭐 하는 놈인데? 무당의 반도야 그래서 무당에서 쫓겨나 이리로 숨어든 거야?”
하선이 문지기를 보고 웃어 보이자 정체가 탄로가 난 것을 깨달은 문지기가 말했다.
“나는 흑도맹 수문장 장청하라 한다.”
장청하라는 말에 상관가인이 반갑기도 하고 놀랍기도 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 너! 청하? 이놈이 누님을 놀려.”
“오랜만이오. 누님.”
“그 잘난 얼굴은 왜 그 지경이 된 거야?”
“누님 오는 거 보고 골려 주려고 역용을 좀 했지.”
“이놈이! 우리 오는 줄 알고 있었나?”
“악양에 들어서는 순간 보고가 들어오지 않았겠소?”
“그랬군.”
“들어갑시다. 대종사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대문에서의 한바탕 소동이 마무리되자.
숨어 보며 낄낄대던 당군악이 곧바로 튀어나와 일행들을 맞았다.
“거 장난 좀 더 치지 그랬냐? 재밌던데.”
“아시지 않습니까? 가인누님 성질이 좀 더럽습니까? 저러다 정말 눈 뒤집히면 감당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당군악이 안내한 방으로 들어간 일행들은 석다물에게 들은 얘기를 당군악에게 풀어 놓기 시작했다.
한참을 대꾸 없이 듣던 당군악이 탄식하듯 말했다.
“그동안 마의 발호를 막기 위한 거라 믿고 했던 일들이 고작 무림의 분쟁을 막는 것에 불과했다는 말이로군.”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긴! 마존이란 놈과 우린 세상을 보는 시선의 크기부터가 다른 듯하구먼. 내가 지금 들을 것이 사실이라면 그놈들은 이미 세상 전체의 반 이상 먹어치우지 않았느냐?”
“이제 시작이라 하셨습니다. 반드시 막아낼 것이라고도 하셨습니다.”
“그래서 두태와 청하와 혜광을 이젠 내어 달라? 걔들이 뭐 그렇게 대단하다고!”
“대단하지도 않은데 왜 그리 붙잡아 두고 싶어 하십니까?”
당군악이 할 말이 없는 듯 헛트림을 해댔다.
“각 문파로 돌아갔던 저의 동료들과 저희가 따로 맡은 일이 있는지라….”
“알고 있다. 원래 내 것이 아니었으니 달라면 내주어야겠지.”
“아! 그 전에 문주께서 대종사께 이건 꼭 여쭤보라 하셨습니다.”
“뭐?”
“무림 최강의 전위대는 만드셨는지. 혜광과 두태에게 전할 건 다 전하셨는지….”
“에이 날강도 같은 놈! 전위대는 만들어 일러준 대로 수련시켰고. 저 아이들에게 전할 건 다 전했으니 썩 데리고 꺼지거라!”
“송별회 할 정도의 시간은 있다고 하셨습니다.”
송별회 할 시간은 있다는 말에 또 뭔가 일을 시킬 게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인 당군악이 마뜩잖다는 듯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이런! 나한텐 또 뭘 덤터기 씌우려고?”
당군악이 짜증 가득한 말투로 말했지만 내심 기꺼워하는 듯했다.
사부였던 팽연묵과 원각에게 받은 것과 석다물의 깨달음을 혜광과 팽두태, 장청하에게 모두 전했다.
마교 전위대에 특화된 흑도 전위대를 만들라는 부탁도 받아들여 무림 최고 수준의 전위대도 이미 만들었다.
본인 또한 이전보다 훨씬 진일보했으니 스스로에게 주어졌던 의무는 다했다고 생각했다.
“송별회를 할 것이다. 준비하라 일러라.”
당군악의 말에 흑도맹이 순식간에 잔칫집으로 변했다.
술과 고기가 연무장을 뒤덮는가 싶더니.
이내 굽고 삶고 튀기고 볶는 소리와 냄새가 흑도맹을 너머 도시 전체로 퍼져 나갔다.
흑도맹의 모든 식솔들이 두어 시진을 그렇게 송별회 준비에 분주하게 움직였고 그 움직임들이 끝이 나자 커다란 연회 자리가 마련되었다.
흑도맹의 식구들과 하선 일행, 팽두태 장청하 혜광이 자리를 잡고 앉자 당군악이 무언가 뿌듯하면서도 회한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제 난 은퇴하련다. 내 가진 것이 부담이고 짐이었는데 이제 다 내려놓았다. 깊은 산으로 들어가 신선술이나 연마하며 살련다.”
상관가인이 말도 안 된다는 듯 대꾸했다.
“어림도 없습니다. 오라버니. 아직 할 일이 하나 큰 거 남아 있습니다.”
“내 이럴 줄 알았지. 말해 보거라. 그게 뭐냐?”
상관가인이 주변의 눈치를 보고는 당군악의 귀에 대고 한참을 속삭였다.
당군악이 상관가인의 말을 들으며 미소를 지었다가 놀랬다가 인상을 찌푸렸다가 마지막에는 눈이 두 배쯤 커지며 외치듯 말했다.
“뭐 뭐라? 이 미친! 그냥 여기서 죽으라 해라!”
“여기서 죽을 거면 거기서 죽으라던데요.”
“누가? 석다물이?”
“예.”
“망할! 헌데 가인이 넌 누구 편이야? 녹림 식구 아니야?”
“백두문이 제 시댁인지라….”
“하…. 미쳤네. 미쳤어! 헌데 석문주의 예상이 틀리면 어찌 되는 것이야?”
“무림은 망하는 거지요. 아니지 사라지는 거지. 다 들으시고 왜 물으십니까?”
“그냥! 확인해 보고 싶어서 물었다. 허면 석다물 말 한마디에 우리 모두가 무림의 운명을 걸고 움직이자는 게야?”
“문주의 말씀은 아니지요. 무림맹주의 의견이기도 합니다.”
“근거가 뭐야?”
“나중에 알려주시겠답니다. 아무튼, 이제 흑도대종사께서 동의하시면 세분이 의견일치 보시는 거구요. 책임은 세분이 알아서 나눠서 지시면 됩니다.”
“망할! 석다물과 연위작의 말에 근거는 있느냐?”
“예.”
“어떤 근거?”
“확실한 근거?”
“이 새끼가 누가 지금 말장난하재? 근거가 뭐냐고?”
상관가인이 다시 주변을 의식하며 둘러 보고는 당군악의 귀에 입을 가져다 대고는 한참을 속삭였다.
듣기를 마친 당군악이 또 한 번 탄식 같은 소리를 내뱉으며 말했다.
“으음…. 그 또한 그들의 계략이면 어찌하느냐? 그런 건 이중 삼중으로 확인해야 하는 법인데….”
“그게 계략이라면 절대 그런 식으로 움직이지 않았을 것입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또 계략이라면 우리도 곧바로 아무런 피해 없이 철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으음….”
당군악의 표정에 고민이 가득 배어났다.
한참을 말없이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던 당군악이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내 석다물과 연위작을 믿어서가 아니다.”
“믿지 못하신다고요?”
“아니 그들은 믿지만, 그들이 전한 말은 솔직히 못 믿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할 것이다.”
“믿지도 못하시면서 왜요?”
“재밌잖아.”
석다물이 당군악에게 어떤 정보를 얻어 무슨 말을 전했는지 어떤 계책과 방편을 일렀는지는 알 수 없으나 당군악의 표정으로 보아 두렵지만 해볼 만하며 죽을 수 있지만, 목숨 또한 걸어볼 만한 싸움이라 생각했다.
그것이 이길 확률이 높아서라기보다는 지더라도 후회 없을 거라는 생각이 표정 가득 뿜어나왔다.
무엇보다 진짜! 재미와 흥미를 느끼고 있는 듯했다.
“자자 이제 일 얘기는 접고. 놀자! 먹고 마시고 밤새워 놀아 보자!”
그렇게 송별회를 빌미로 밤새워 먹고 마시던 하선과 혜광 일행이.
모두가 잠든 틈을 노려 조용히 일어나 짐을 챙기고 길을 나섰다.
“인사도 없이 갈 생각이었느냐?”
언제 일어났는지 당군악이 일어나 떠나려는 일행들을 향해 물었다.
“돌아와 인사 올리려 했습니다.”
“지랄들 한다. 뭐가 그렇게 비장해? 왜 인사하면 그게 마지막 길이 될 것 같으냐? 그깟 마두놈 몇 놈 때려잡는 게 뭐라고!”
“그게 아니라….”
“그게 아니면 뭐야?”
“술이 식기 전에 돌아오려고….”
“지랄!”
농담처럼 주고받은 말들이었지만 말속에 숨어 있는 비장함이 은연중에 드러났다.
왠지 비장해지는 분위기에 모두가 말을 멈췄다.
한참을 그렇게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다 당군악이 아주 가벼운 어투로 말했다.
“술은 식지 않게 준비해 두마.”
“예.”
일행들이 보이지 않을 만큼 멀어져 가자, 당군악이 발길을 돌리며 혼잣말을 내뱉었다.
“황실이라….”
* * *
백하루를 떠나온 지 벌써 오십 일이 다 돼가고 있었다.
그간 한 일이라고는 명산대천을 따라 이동하며 먹고 마시고 수련하고 그게 전부였다.
무슨 뜻이 있겠거니 하고 묵묵히 따르던 연화가 더는 못 참겠는지 물었다.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유람을 다닐 거라 하지 않았느냐?”
“그 말이 진심이셨습니까?”
“그럼 농담이었겠느냐?”
석다물의 대답에 연화가 한숨을 내쉬었다.
설마 했는데 새외로 갈 생각은 하지 않고 섬서에서 시작해 계속 명산대천을 떠돌고만 있으니 대체 이자가 무슨 생각인지 궁금하고 답답할 만도 했다.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떠돌기만 하는 건지 알려주시면 따르겠습니다.”
“난 수하에게 내 생각을 의논하지 않는다.”
연화가 약이 바짝 오른 표정으로 석다물을 노려보다가는 단단한 말투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