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mythical shepherd slave RAW novel - Chapter 139
저 불규칙하고 사나운 에게 해의 물결 너머로 안탄드로스와 그 왕자가 있다.
그가 다시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맹세한 도시가.
[맹세란 엄숙히 지켜져야 하는 법이지요. 저는 그 권역에 한발짝도 들이지 않을 생각입니다. 허나··· 이런 중대한 일이 일어났는데 마냥 손놓고 있다면 신들께서 그리 좋아하지 않으시겠지요.] [···.] [···.] [그렇다면 이제 뒷일은 다른 분께 부탁드릴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웬만하면 파리스 왕자님과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그분을 오랫동안 보아오신 분으로 하는 편이 낫겠군요. 그렇다 하여 제가 올림포스의 지고하신 신들께 일을 떠안기기는 무엇하니···.]
상인은 손수레를 이끌고 바닷가 근처의 침엽수림으로 향한다. 그 사이에 반은 산양이고, 반은 인간의 모습을 한 신상이 눈에 띄었다.
[목동들의 수호자 판이시여.]신상이 약하게 빛난다. 그 빛은 대답처럼 불규칙하게 깜빡거렸다.
상인은 그 깜빡거리는 미광(微光)을 보며 예의바르게 웃는다.
토벌 (1)
얼마 전에 약한 비가 내렸다.
흙탕물을 만들 정도로 쏟아지지는 않았고, 다만 잔디를 촉촉하게 적실 정도로는 왔단 뜻이다.
바위들은 작은 물방울들로 먼지를 씻어내 반짝였고, 축축해진 흙은 평소에 비해 어딘지 깊고 그윽한 향을 내보냈다.
숲의 모든 것이 살짝 목을 축이고서, 살아숨쉬었다. 생의 기운이 어지러울 정도로 강렬했다.
우리는 그 속에서 나무 뿌리 사이를 넘어다니며 인어들을 쫓았다.
[인어들이라면··· 모르겠는데?] [그것들은 항상 계곡물을 따라다니니 그쪽을 추적해보면 어떨까?]“계곡이라면, 이 지역 어디어디에 있는지 아십니까?”
[아니. 몰라.]“어째서죠?”
[요새 공사가 너무 잦아서 물길이 좀 자주 바뀌었단 말이지? 그것 때문에 우리도 바뀐 지리에 아직 익숙해지질 않아서 말이야···.]수로 공사가 완전히 엉뚱한 데서 애로사항을 낳을 줄은 전혀 몰랐는데.
나와 요정들이 그렇게 함께 머리를 꽁꽁 싸매고 있자니, 곧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주군! 주군!!”
“무슨 일인가? 어어, 아노이토스?”
아노이토스는 내게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달려오더니 곧 내 앞에 멈춰서서는 심하게 헥헥거렸다.
고작 숲에서 잠시 달렸다고 헥헥거리나 싶어 봤더니 꽤 묵직해보이는 목제 상자를 양손에 들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럴 만하지. 그래···
-들썩. 들썩.
음?
“그 상자. 왠지 눈에 익은데.”
“지난번에 한번 보셨으니 그렇겠죠!”
“···.”
지난번에 한번 봤다?
나무 상자, 왠지 조금씩 들썩거리는, 묵직한.
나는 해당 키워드를 머릿속으로 조합하면서 기억 속 장면들을 다시 돌이켜보았다. 내가 저걸 보았던 곳이 아마···
“···그거, 자네 창고에 있던 거 아닌가? 그것도 설마 ‘그걸’ 넣어놓았던.”
“맞습니다!”
아노이토스는 해맑게 웃으며 상자의 잠금쇠를 풀어놓는다.
“이 녀석, 꽤나 괜찮은 용도를 찾았습니다!!”
뚜껑이 열리자 역시나 보이는 것은 쉭쉭거리는 혀를 날름날름하는 뱀 한 마리.
···아니, 반 마리.
“저 두 동강 난 뱀이 대체 어디에 쓸모가 있다는 건가? 걸핏하면 도망가고, 사람도 문다지?”
“하하하, 걱정 마십시오. 그 사달이 난 뒤로 먹이도 조심해서 주면서 점점 훈육을 시켰으니까요.”
“훈육?
···저걸?”
그냥 괴물 아닌가. 나는 저 반쪽짜리 머릿속에서 꿈틀거리는 반쪽짜리 뇌를 보고는 토가 쏠려서 잠시 고개를 돌렸다.
그렇지만 아노이토스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그 녀석의 목 뒤쪽을 잡은 뒤 서서히 상자로부터 들어올리기 시작한다.
뜻밖에도, 곧장 저 늪지로 도망치는 대신 반쪽짜리 뱀은 익숙하게 아노이토스의 팔을 휘감으며 쉿쉿 소리를 낼 뿐이었다.
“자, 보십시오! 이제 잘 도망가려 하지도 않습니다! 똑똑한 놈입니다. 야생에서는 제가 주는 질좋은 쇠고기를 먹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거죠.”
“호오···.”
“잠시만 보시면은 이 녀석의 천부적인 재능이 뭔지 아실 수 있을 겁니다. 반쪽아! 저기, 찾아!”
-크아아아악!
“어?”
녀석은 아노이토스의 손가락을 깨물었다.
우리 둘은 순간 얼어붙었다.
“그거, 독 있나?”
“···그, 뭐, 대단한 건 아니고.”
“있나? 없나?”
“있습니다. 죽지는 않고, 앞으로 2시간쯤은 제가 앞을 못 볼 겁니다.”
“뭐?”
“괜찮아요. 괜찮습니다. 원래 이런 녀석이에요. 상대방의 눈을 멀게 한 다음에, 혼란에 빠진 사냥감의 목을 무는 게 이 녀석의 방식이라서요. 신경 쓰지 마시고···.”
아노이토스의 눈에서 슬슬 초점이 사라진다. 내가 있는 방향을 갈피를 못 잡고, 허공을 향해서 말하기 시작한다.
슬슬 불안해진 내가 이노를 찾으러 궁전으로 가야 하나 싶을 때쯤 아노이토스는 외쳤다.
“반쪽아, 가서 찾아!”
그러자 ‘반쪽이’는 잽싸게 아노이토스의 팔에서 벗어나 맹렬한 기세로 달려나가기 시작한다. 아니, 기어나간다고 해야 하나.
“저 녀석의 뒤를 쫓아야 합니다! 어서 달리죠! 으악!”
“···그쪽 아닐세. 자네는 부케팔로스 뒤에 태워줄 테니 꽉 잡고 있게.
철쇄대원들! 따라오게!”
“저, 저 녀석이 물가를 기가 막히게 잘 찾습니다! 인어들은 계곡을 중심으로 나다니니 한번 쫒아가 보죠!”
놀랍게도 아노이토스의 말이 맞았다. 아노이토스가 다시 눈을 뜨게 되는 2시간 동안 우리는 3개의 계곡, 4개의 연못을 드넓은 이다 산 곳곳에서 찾아냈고.
“···.”
“구역질나는군요.”
가는 곳마다 시체가 있었다.
***
인어들은 왜 주위의 인간들을 공격하는가? 왜 하필 트로이아인들을?
프리아모스의 아버지이자 트로이아의 선왕 라오메돈은 무려 아폴론과 포세이돈을 상대로 임금 체불이라는 엿을 먹인 적이 있다.
당연히 두 신은 각각 전염병과 바다괴물들이라는 특장점을 발휘하여 악덕 고용주를 향한 저항을 시작했는데.
그러자 라오메돈은 마침 지나가던 헤라클레스에게 트로이아의 보물인 제우스의 신마(神馬)를 바치겠다며 싹싹 빌어서 대강 바다괴물을 무찌르고 괴물에게 납치당했던 공주 헤시오네를 구출한다.
그리고 라오메돈은 또 다시 천재적인 발상을 떠올린다.
헤라클레스한테도 임금 지불 따위 배째라 하면 공짜로 문제 해결하는 것 아니겠나?
이미 괴물은 물리쳐졌고, 신들도 물러났는데 헤라클레스가 뭘 할 수 있겠는가? 화내거나 욕하거나 조상을 모독하는 것 말고 또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헤라클레스도 한낱 인간인데.
그렇지만 예상과 달리 헤라클레스는 한낱 인간도 아니었고.
화내거나 욕하거나 조상을 모독하는 것 말고 다른 뭔가를 할 수도 있었고.
임금 지불 따위 배째라 하던 라오메돈은 곧 헤라클레스가 정말로 배가 째진 채 죽게 되었다.
···오.
저 정도 인성이면 헤라클레스한테 죽은 것도 일종의 자연사가 아닐까.
아무튼.
포세이돈은 자기의 수하들이 헤라클레스에게 세게 얻어맞는 걸 보면서 정신을 못 차리고 도망쳤다.
원래 전쟁은 진격보다 후퇴가 더 어려운 것이라고, 포세이돈의 패잔병들은 어어, 하는 사이 자기들만 육지에 남아 스카만드로스 강 오리알 신세가 되어버렸다.
그럼 뭐 어쩌겠는가?
마지막 명령이 트로이아를 공격하라는 것이었으니.
그들은 닥치는 대로 지나가는 사람을 죽였다.
그들에게 명령을 내려줄 포세이돈은 헤라클레스에게 쫓겨나 저 바다 밑바닥 용궁에 틀어박혔으니, 그들의 대오는 무질서했고 당연히 전략이나 전술 같은 것도 없었다.
돌론이 아루나를 불러내기 전까지는.
돌론도, 소위 친히타이트파 세력들도 전혀 예상치 못했고 의도치 않았겠지만, 그 뒤로 인어들이 광폭해졌다.
뭔가 일어나고 있었다.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무언가가 말이다.
-웨에에엥.
어느 연못가에 단체로 죽어있는 시신들을 보며 든 생각이었다.
그들의 시신에는 루위인들의 상형문자가 허접하게 새겨져 있었다. 칼로 긁어내어 직선형으로 간략화된 문자가 많아서 해석이 어려웠지만, 대강 읽어낼 수는 있었다.
“반역자···의 말로···.”
“···.”
“···.”
적히기는 ‘반역자의 말로’, ‘배반자들’, ‘신성모독자’ 등등의 강력한 표현들이 적혀있었으나, 정작 그런 낱말들이 몸에 새겨진 이들에게는··· 그런 표현이 과분해 보였다.
얼굴빛이 어두워진 병자들, 팔이나 다리를 잃은 장애인들, 노인들.
그리고 아이들.
우리는 시신들을 모아 곧장 태웠다. 딱정벌레가 붙은 것을 보아 죽은 지 오래된 이들이었다. 더 두었다가는 시신들이 썩을 것이 분명했다.
울적한 마음으로, 젖은 장작 위에서 아주 천천히 타오르는 시신들을 보면서 아노이토스가 멍하니 읊조렸다.
“저들 역시 쫓기나 봅니다. 저희가 오는 것을 아는 것일까요?”
“그럴지도 모르지. 우린 50명도 넘으니, 이런 대규모 인원의 이동쯤이야 파악할 수도 있고.”
그리고 만일 그렇다면, 일은 더욱 길고 복잡해진다.
벌써 저들은 무리의 노약자들을 하나둘씩 내버리기 시작했다.
그것도, 단순히 버리고 떠나간 것이 아니라 뒤쳐지는 이들을 이렇게 잔인하게 난자질한 것을 보아 다른 인간 협력자들 역시 동요하고 있는 상태임에 틀림없었다.
공포를 통해서라도 다스려야 하겠다는 것이다.
“일단은, 이제껏 발견한 시체에서 나왔던 벌레나 그 위치를 파악해두지.”
시체에는 파리가 가장 먼저 나타나고, 구더기, 개미, 딱정벌레 등이 차례차례로 나타난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지난번에 찾은 시신들에서 딱정벌레가 나왔고, 이번에는 개미가 들끓고 있으니 제대로 찾아가고 있는 게 맞았다.
물가에서 물가로, 숲에서 숲으로.
점차 안탄드로스로부터 멀어져갔지만 어차피 오랜 추적이 될 것을 알았기에 우리는 신경 쓰지 않고 계속 전진했다.
그렇게 3일이 더 지나자.
“···주군, 저기.”
인어가 보인다.
***
작은 냇가.
보이는 건 추레한 차림의 부랑민 서너 명이 인어의 몸과 갑옷을 씻기는 장면이다.
그들 사이에 엿보이는 은근한 긴장감과 위계관계가 마치 중세 기사와 종자를 보는 것 같았다.
부랑민들은 살짝 겁에 질린 얼굴로 인어의 비늘에 붙은 흙과 돌조각을 떼어내고, 그 흉갑을 물에 씻어서 널어놓았다.
인어는 긴장을 늦추지 않은 채 주위를 꾸준히 지켜보며 지느러미를 곤두세운다.
“···저들은 무리에서 떨어져나간 걸까요?”
아노이토스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차라리 경계를 서고 있다는 편이 더 맞을 것 같군.”
저들의 경계망에 잡혔다. 즉, 거의 다 따라잡았다.
“일단 철쇄대 대원들 여럿을 데리고 한꺼번에 몰아쳐 보지. 인어를 단숨에 죽인 다음 피난민들에게서 증언을 모아보면 괜찮을 거야.”
“입을 열겠습니까?”
“입을 열지 않을 정도로 충성심이 남아 있었다면··· 그렇게 많이 죽일 이유도 없었겠지.”
정 안 되면 인간들도 사로잡은 채로, 그때 환상 속에서 봤던 우두머리에게 들이치면 그만이다. 아마 반나절도 안 되는 거리에서 무리와 함께 있을 테니, 찾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으리라.
“가까이들 오게.”
내 말에 수풀을 해치며 대여섯 명이 접근해온다. 나는 손짓으로 그들에게 작전을 설명한다.
“자네, 자네가 먼저 저 냇가 건너에서 소리를 공격한다. 그러면 그와 거의 동시에 나머지가 들이치는 것으로 하지. 알겠나?”
“알겠습니다.”
“그럼, 잠시만 기다리지. 지금 당장은 적의 경계심이 죽지 않았으니, 웬만하면 막 이동하려는 순간이나 다른 때를 노려서···”
“주군?”
“왜 그러나?”
“저쪽에서··· 다른 놈이 옵니다.”
부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돌려본다.
딱 한 마리.
딱 한 마리가 우리 반대쪽 수풀에서 냇가의 공터를 향해 걸어온다.
그러나 그 한 개체의 위압감은 이 근방의 공기에 무게감을 더하기 충분했다.
그의 무기는 경계를 서던 인어의 것보다 조금 더 화려했고, 그의 체구는 다른 인어보다 훨씬 커다랗게 느껴졌다.
단순히 머리 한 통만큼 키 차이가 난다고 해서, 몸이 큰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키가 160센티미터인 사람이 180센티미터의 사람을 보았을 때 느껴지는 위압감. 그것을 몇 배로 곱해 놓은 듯한 압도감이 느껴진다.
“···.”
그때, 나를 곤죽으로 만들어놓았던 인어를 떠올린다.
온힘을 다해 싸워도 결국 이기기 힘들었던 것을, 아이네이아스가 도와주어 겨우 살아날 수 있었다.
“···주위는 어떻지?”
“주군, 아무래도 호위 하나 없이 저렇게 움직이는 건 이상하지 않습니까? 자기들도 쫓기고 있는 걸 알고 있는데 말입니다.”
함정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타당한 의심이고, 높은 확률로 정확한 추측이 되리라.
그러나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괜찮아.”
나는 그 우두머리 인어가 찬 황금 목걸이를 바라보았다. 꿈결 속에서 보았던 바로 그것이다.
“우두머리를 죽이면 적들은 와해된다.”
황금 목걸이를 찾아다 빼앗으면 그들도 힘을 잃을 것이었다.
“아노이토스?”
“예, 예! 파리스 님.”
“목소리 죽이고. 그때 나한테 보여줬던, 그 헤라클레스의 단검 가져왔지?”
“물론이죠.”
그래서 아노이토스를 데려온 것이기도 하고.
그때 그 기묘한 상인이 자신의 청동 단검으로 힘겹게 금접시를 부수자, 인어들은 준동을 멈추었다. 내게도 그런 게 필요했다.
인간의 것이 아닌 듯한 기물이.
나는 아노이토스에게서 서늘한 감촉의 단검을 건네받고 허리춤에 찼다.
“우리, 여섯 명 정도가 동시에 들이친다. 최대한 빠르게 우두머리를 죽인다.
아노이토스? 다른 병사들을 데리고 있다가 때가 된 것 같으면 달려와서 우리를 보호해라. 특히 만일 기습이 실패할 것 같다면 곧장 달려와라.”
“···알겠습니다.”
“그럼.”
나는 슬슬 몸을 일으켰다.
우두머리와, 아까의 경비병이 뭔가 대화를 나누는 듯 서로 마주보고 카악거리는 소리를 낸다.
아직 경비병은 갑옷을 걸치지 않았다. 씻어놓은 갑옷을 근처의 바위 위에 널어두었기 때문이다.
“···움직이지.”
그러자, 철쇄대의 부관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킷···키릿···.]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던 인어 하나가 수상한 기색을 눈치챘을 때는 이미 늦었다.
순식간에 튀어나온 부관 하나가 그의 팔을 잘랐다.
[키에에에엑!!!!]급히 남은 팔 한 쪽으로 칼을 빼들어보지만, 또 다른 부관이 튀어나와 그의 가슴을 찌른다. 거구의 몸이 잠시 비늘을 곤두세우더니 무력하게 스러진다.
그렇게 남은 놈은 하나.
우두머리.
그것은 자신의 수하가 죽는 모습을 보자 한 순간도 망설이지 않고서 창과 방패를 뽑아들었다. 훌륭한 판단력이었다.
특히 그에게 날아든 부관 하나가 그 방패에 일격이 막히고, 휘둘러지는 꼬리에 저 멀리 쳐박힌 것을 본다면.
그가 제대로 전투태세를 취하는 데는 몇 초 걸리지 않을 터였다. 그 전에 곧장 다른 서너 명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그의 팔, 가슴, 허리를 노렸다.
모두 내가 직접 고르고 골라낸 용사들이다. 신들께 사랑을 받아, 수십을 베어도 크게 지치지 않고 일반인보다 배로 날렵한 이들이다.
그리고 그들의 공격은 모두 막힌다.
왼쪽 팔은 그가 팔을 비틀어 피했기 때문에 공격이 먹히지 않았다. 오른팔은 검격을 입었지만, 단단한 피부 때문인지 날이 깊이 들어가지 않았고.
흉갑 사이를 노린 공격은 방패를 크게 움직여 막아냈으며, 마지막으로 허리는 꼬리로 보호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는 창을 들고 달려들어 정신이 팔린 놈의 목을 노렸다.
순식간에 그놈의 눈이 잠시 커지더니, 곧 뭔가 웃음 같은 끽끽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갑자기 불안한 예감에 가슴팍 가까이에 방패를 갖다 붙이니.
-콰드득.
“···하아, 시발.”
수풀 사이에서 정확히 내게 날아든 창이, 가볍게 들고 다니기 좋은 소가죽 방패를 산산조각낸다.
방패의 파편이 튀면서 내 목과 팔이 조금씩 긁혔고, 나는 빠르게 너덜너덜해진 방패를 버린 뒤 할버드의 창자루를 양손으로 쥐었다.
똑바로 일어서려니, 재수 없이 파편이 발목 쪽에 박혔는지 제대로 힘이 들어가질 않아 포기한다.
자세히 둘러보니 수풀들 사이에서 섬짓한 안광들이 떠오른다. 우리의 등 뒤로 철쇄대 대원들이 빠르게 달려들고 있지만 아직 거리가 있다.
곧장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린 우두머리 놈이 큼지막한 창대를 역수로 쥐더니, 자세를 잡는다.
그리고 쏘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