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211)
211화
궁극의 음식은 한 사람당 네 숟가락씩 제공되었다.
“흠…….”
백색에 연둣빛이 섞인 덩어리.
차가운 기운이 올라오고, 부드러운 요거트같이 보인다.
그래.
이건 어딜 봐도.
“아이스크림인데요?”
“내가 봐도 그렇군.”
존스 박사도 동의했다.
아이스크림이 궁극의 음식이라.
상태창을 열자 내용이 나타났다.
[궁극의 음식]-등급 : 갓
-분류 : 소모품(음식)
-레벨 제한 : 없음.
-내구도 : 없음.
-효과 : 섭취 시 이 세상에서 가장 궁극에 다다른 최고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모든 요리 계열 스킬 레벨이 +1 상승, 유니크급 이상의 요리 시 추가 보정을 획득함.
-종족, 저주, 특성, 입맛에 관계없이 같은 궁극의 맛을 느낄 수 있음.
-설명 : 궁극의 맛을 내는 궁극의 음식. 음식으로 도달하지 못하는 경지를, 다른 방법을 통해 만들어 냈다.
“이게 궁극의 음식이란 말이지.”
궁극의 맛이라.
사실 이건 팔거나 NPC와의 거래, 대화에서 쓰는 게 훨씬 유용하다.
조금만 줘도 큰 호감도를 찍을 수 있을 거고.
고위 귀족이나 수백 년을 산 거물들이라 해도 궁극의 맛은 쉽게 대하지 못할 테니까.
일단 등급부터가 ‘갓’급이다.
설명할 필요가 더 없는 셈이다.
“음……. 오오오오오오오!”
그때였다.
처음 입에 넣은 화이트잭이 칠공에서 빛을 뿜으며 펄쩍 뛴 것은.
요리 만화로 치면 신선이 되어 승천이라도 했겠지만.
다행히 화이트잭은 승천하지 않고 재차 요리를 먹기 시작했다.
“맛있어, 맛있어! 정말 맛있어! 이 세상에서 맛볼 수 있는, 아니 여기서밖에 맛보지 못하는 극상의 맛……! 으으으으음!”
정신없이 아이스크림을 퍼먹는 모습.
“으음, 이거 못 참겠구먼!”
존스 박사도 입에 갖다 대더니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어, 엄청나게 맛있어……! 이건 마치…….”
“……?”
이걸 먹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때 화이트잭이 덧붙였다.
“지금 안 먹으면 도로 가져갈 걸세. 난 먹어 보라고 준 거지, 딴 데 쓰라고 준 게 아니니까.”
“아, 잠시 종족 특성 때문에 안 되는 건 아닌가 싶었습니다. 지금 먹지요.”
저렇게까지 말하니 안 먹을 수는 없지.
솔직히 무슨 맛이길래 저러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숟가락을 가져다 뜬 뒤, 그대로 입으로 가져갔다.
“음…….”
입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녹는 부드러움. 그리고 그 안에서 퍼져 나오는 숲의 향기.
잠깐만, 이건…….
“엣퉷퉷!”
더는 못 참겠다. 그대로 입을 벌리고 아이스크림을 뱉었다.
“아니, 무슨 짓인가!”
통에 머리를 넣고 있던 화이트잭이 벌떡 상체를 일으켰다.
“저 귀한 궁극의 음식을!”
“궁극의 음식은 개뿔, 이거 치약 맛이잖아요!”
“치약?”
“민트 아이스크림이지. 초콜릿이 없긴 하지만……. 으음……! 정말 맛있지 않은가.”
옆에서 숟가락을 움직이던 존스 박사가 말했다.
그렇지만 이게 궁극의 음식이라는 말엔 동의할 순 없었다.
상식적으로 치약 맛 아이스크림이 궁극의 맛이라는 게 말이 되나.
모든 검술과 창술, 도끼 등을 이길 수 있는 무기가 총이니, 궁극의 무기가 총이라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소리다.
이거 게임사 쪽에서 만들어 둔 건가?
아니면 혹시 날 이 세계로 떨어뜨린 작가 놈의 취향인지도 모르겠다.
“…….”
화가 난 듯한 화이트잭의 모습.
일단 상황을 수습해야 하려나.
“멍멍!”
그때였다.
바닥에 뱉었던 아이스크림을 향해 달려든 복돌이가 혀를 날름거렸다.
“멍……? 멍! 멍! 와우우우우우옹! 이거 진짜 맛있다! 멍멍!”
그 상태 그대로 뛰어오르더니.
무려 14바퀴나 공중제비를 도는 복돌이.
보고 있자니 왠지 이 세상 모든 게 하찮아 보였다.
***
“진짜였군.”
전우치는 눈앞에 있는 거신(巨神)을 경외 어린 눈길로 올려다보았다.
귀한 정보를 입수하고 외신의 신전을 찾으면, 대부분은 외신의 추종자나 유물을 주운 적이 기다리고 있었다.
없는 것보단 낫다. 하지만 매번 로또 1등을 기대하다 3등이 나오면 점차 지쳐 가는 기분도 들었다.
그런데 이번엔 다르다.
전우치가 심호흡을 내쉬었다.
“설마 했는데 정말 그 녀석이 가져온 게 1등 당첨이었을 줄이야.”
게임 내에서 신적인 존재는 본 사람이 열 손가락 안에 들 거다.
특히 퀘스트 의뢰를 받는 입장이라면 더더욱.
-이야기는 들었다. 그대들이 파프닐의 부탁을 받고 온 조력자들인가?
“그렇습니다. 저는 전우치, 이들은 활빈당이라고 합니다.”
포보르스의 커다란 눈이 전우치에게 향했다. 순간 거인의 얼굴에 숨길 수 없는 감정이 깃들었다.
-이 힘은! 설마 너희, 그 녀석의……!
“네?”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필멸자들은 몰라도 되는 이야기이니.
포보르스는 한참 전우치를 내려다보더니 말했다.
-너희를 믿겠다. 나의 힘 일부를 부여해 줄 테니, 고대신이 절대 이 안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해 주도록.
“최선을 다하겠지만……. 그건 힘들 겁니다.”
-뭐라?
“그 고대신은 이미 유적 밖으로 나간 지 오래…….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뒤이어 나오고 있는 다른 고대신들, 외신들을 막는 것뿐입니다. 죄송합니다.”
-됐다. 원인을 따지면 애초에 놈을 막지 못한 나의 탓인즉…….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세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건 우리들의 모토와도 일치하니까요.”
-기대하지.
-포보르스의 버프가 부여되었습니다.
“그럼 일단 다른 외신의 사도들을 처리하겠습니다.”
버프를 받은 전우치는 밖으로 나와 통화 기능을 열었다.
상대방은 당연히 정해져 있었다.
“당주님.”
-짹! 도착했나.
“네, 방금 확인 마쳤습니다.”
-너무 상심하지 마. 백번을 넘게 돌아다니면서 제대로 된 걸 본 적이 손에 꼽으니까.
홍길동.
활빈당주는 진짜로 신으로 설정된 NPC들과 몇 번 조우한 적이 있었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신비로운 사람.
현실에서도 분명 보통내기는 아니리라.
그런 사람이 자신을 신경 써서 짐짓 부드럽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레퍼토리가 달랐다.
-파프닐 놈이 유적을 다 쓸어 가지 않기를 바라야 하는데……. 화이트잭이 재미있는 연구를 한다던데 그쪽도 한번 건드려 보든가.
“당주님.”
-으응?
“당첨입니다.”
달그락! 그릇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그래? 고대신이 나왔어?
“예. 처음 한 놈은 이미 엇갈렸지만, 뒤이어 나오고 있는 놈들은 충분히 잡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허락하시면 곧바로 공략 들어가겠습니다.”
-허어……. 거 참. 내 예상이 빗나가다니.
지금까지 활빈당이 수많은 사건을 막은 건 99%가 홍길동의 판단 덕분이었다.
지시하는 곳으로 가면 퀘스트가 있고, 고대신의 수하들이 하는 의식은 백이면 백 홍길동의 눈을 피하지 못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심지어 홍길동은 활빈당을 쫓던 왕국군, 대형 길드의 움직임도 예측했다.
한데 이번엔 그 예상이 틀렸다.
누가 엮인 거지? 전우치는 파프닐이라는 이름 석 자를 떠올리고 말했다.
-짹, 그래, 쇠뿔도 단김에 뽑아야지.
“그런 의미에서 드릴 말씀이 하나 있습니다.
-뭐지?
“파프닐 그 녀석, 진지하게 활빈당에 영입하는 건 어떻습니까?”
-놀랍군.
홍길동은 의아하다는 듯 어조를 살짝 높였다.
“파프닐의 예측 말입니까.”
-아니, 내가 놀란 건 자네야.
“네?”
-처음 내가 파프닐을 스카우트하는 건 어떻겠냐 했을 때 가장 격렬히 반대해 온 게 자네였었지.
오크 전쟁 이전.
처음 만났을 때부터 홍길동은 파프닐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자신만의 비전, 뛰어난 수완, 가파른 성장 속도까지.
활빈당이 바라는 인재상에선 약간 벗어나 있지만.
그래도 능력만 따지면 충분히 영입할 만한 재목.
하지만 전우치는 계속 그를 거부해 왔다.
-째짹. 욕심이 너무 많다고 했었나?
“그렇습니다.”
-한데…….
“아무래도 제가 잘못 생각한 것 같더군요.”
거신이 내준 퀘스트는 무려 임모탈급.
그런 걸 서슴없이 공유하고 물러나는 사람이라면 욕심이 없다 보는 게 타당했다.
“파프닐은 생각하던 그런 놈이 아닌 것 같습니다.”
활빈당의 모토인 제세구민은 어디까지나 세상에 드러나지 않아야 한다.
영광을 탐하지 않으며, 모두가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 고된 일.
그러나 파프닐은 달랐다.
정점이 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또한 망설임이 없다.
받아들이면 활빈당은 파멸하거나, 놈에게 변질될 거다.
-그럼 짹, 파프닐의 심성도 완전히 바뀌었다?
“그건 아닙니다. 관리의 필요는 있겠지요.”
전우치는 부채를 펄럭였다.
“다만 이 정도 능력과 수완이라면, 그 정도는 감안하고 끌어들여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짹, 고려는 해 보겠네.
전우치가 뜻을 바꿨으니, 원한다면 얼마든 가입 제의를 할 수 있다.
-문제는 그 친구가 받아들이냐는 거지. 짹. 활빈당으로 끌어들이기엔 덩치가 너무 커졌어.
주식으로 치면 한창 가파르게 상승세인 것.
저점에 사지 못해서 아쉬워해 봤자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시도는 해 봐야겠지. 공략 인원을 더 보낼 테니, 일이 끝나고 제의는 해 보도록.
“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던전 안쪽의 포보르스도 생각에 잠겼다.
-저 녀석들의 힘, 그 힘은 분명 녀석의 것이다.
맑은 폭포처럼 활동적이면서도, 깊고 잔잔한 대해처럼 정순한 마력.
더불어 외신과 고대신을 상대로 보이는 강력한 힘과 모습까지.
-설마 그 힘이 아직까지 내려오고 있을 줄이야……. 분명 첫 시대가 끝나며 사라졌다 예상했거늘.
보통 신이 자취를 감추면 그 신도나 유파는 자연스레 소멸한다.
그런데 저들은 그런 건 관계없다는 듯 멀쩡히 돌아다니면서 과업을 행하고 있었다.
더욱 놀라운 건 그런 저들을 마음먹자마자 불러올 수 있는 남자.
-파프닐……. 그 담피르 녀석은 대체……?
자신을 보고도 전혀 주눅 들지 않는 건 물론.
보다 강한 자들과 당당히 거래하는 배포까지.
과거, 그가 살아 있던 시절에도 저런 인물은 드물었다.
-후후, 이 시대에도 영웅이 없진 않군.
마음 같아선 더 오래 남아서 그 모습을 보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그건 힘들 것 같았다.
-여기까지인가…….
고대신에게 찢겨 나간 상처로 힘의 대부분이 빠져나갔다.
남은 힘은 활빈당에게 축복을 걸어 주는 데 전부 소진.
어떻게든 버티긴 했으나, 이제 그것도 한계였다.
-구차하게 이어 온 삶이 드디어 끝나는구나.
아쉬운 건 그 담피르 녀석이 무슨 계획을 꾸미고 있는지 직접 못 보는 것이다.
파사삭, 포보로스의 몸이 흰 가루로 변해 흩날렸다.
수일 후.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전우치는, 공동 가운데에 부스러진 열댓 개의 구슬들만을 볼 수 있었다.
***
“이게 그 구슬이다.”
“그렇단 말이지.”
전우치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대신은?”
“처음 나간 한 놈을 제외하곤 전부 봉인되었다. 이건 네 몫의 보상이다.”
“오…….”
구슬을 받자 빛과 함께 알림창이 나타났다.
-고대신 봉인(에픽)을 완료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레벨 업!
-레벨 업!
-레벨 업!
-명성치가 +2,000 상승했습니다.
-신격 특성이 상승했습니다.
-포보르스의 축복을 받았습니다.
-모든 스테이터스가 +5 상승했습니다.
-랜덤 아이템 ‘켈차크의 본 실드(유니크), 마카로프의 데스 웨이브 스킬 북(레어), 헬레나의 유령 드레스(유니크)’를 획득했습니다.
-포보르스의 호감도가 +50 상승했습니다.
보상을 보자 드는 생각이 있었다.
‘이거 대박인데.’
동시에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완전히 공짜로 이걸 다 먹다니. 이번엔 운이 좋았군.’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