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288)
288화
파프닐은 그 후로도 사냥을 계속하려 했다.
운철의 주인까지 얻었지만 금속의 주인은 더 있고.
개척해야 할 콘텐츠는 아직 많이 남았으니 말이다.
이 때문에 어지간한 일은 전부 대리인을 시켰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직접 나섰다.
“여어, 오랜만이군.”
“저도 오랜만입니다, 파브르 씨.”
파브르.
과거 자이언트 맨티스를 잡고 인연을 맺었던 곤충 연구가다.
“소문들은 들었네, 엄청난 일들을 했더군.”
“찾아뵙지 못해 죄송합니다. 곤충 몬스터를 찾기가 쉽지 않다 보니…….”
“이해하네.”
파브르는 껄껄 웃었다.
“인간의 일이란 그런 법이지. 곤충처럼 단순하지 않아.”
“그래서 저를 부르신 것은…….”
“별건 아니고, 부탁을 하나 하려고 말이지.”
슥, 파브르가 검은 구슬 하나를 내밀었다.
“고대 악마의 핵이라네. 흑마법사에게 큰 가치를 지녔다고 알고 있는데.”
“맞습니다.”
그대로 쓰면 스킬 레벨 1과 스테이터스를 영구 상승시켜 주고.
장비로 만들어 쓰거나, 고위 악마나 신에게 제물로 바쳐 원하는 걸 얻을 수도 있다.
“이걸 줄 테니, 대신 타이라돈의 고기를 10톤만 구해 줄 수 있겠나? 갑자기 음식이 필요해서 말일세.”
“고기요? 어렵지 않지요.”
파프닐은 곧바로 사냥에 나섰다.
타이라돈은 480 레벨대의 공룡형 몬스터들.
5m가량의 신장과 두꺼운 턱, 날카로운 이를 가지고 있어.
무는 힘이나 속도 어느 쪽이건 최상급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단단한 가죽 때문에, 어지간한 속성 마법은 전부 다 내성.
주는 아이템도 그렇게 좋지 않기에, 보통은 이 녀석 대신 다른 몬스터들을 찾곤 한다.
키이익! 킥!
크라오오오!
파프닐을 발견한 놈들이 달려왔다. 그 순간 파프닐의 손에서 해골 문양이 일렁였다.
하데스의 인장!
문양에 맞은 몬스터의 가죽이 급격히 썩어 들어가며, 몸 주변에 일렁이던 마나도 사그라들었다.
그 순간을 노리고 해골병들이 공격하자, 단단하던 가죽도 여지없이 찢겨 나갔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제이스의 광학마공핵 그리브(유니크)를 획득했습니다.
방어구 아이템이 쏠쏠하게 나왔지만, 이번 사냥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고기.
파프닐은 사체에서 살점을 자른 후 파브르에게 건넸다.
“여기 있습니다.”
“오오, 고맙네. 이걸로 준비가 끝났구먼.”
-악마의 핵(에픽)을 획득했습니다.
유니크 재료를 건네주는 것만으로 에픽 아이템을 얻다니.
시간을 감안해도 해 볼 만한 퀘스트였다.
“그런데 준비라니요?”
“아아, 나의 친구들을 위한 파티의 준비라네. 원래는 좀 더 나중에 시작해야 하는데, 어쩌다 보니 그 친구들이 조금 일찍 왔다고 해서 말이지……. 후후후.”
파브르는 그 말을 마치고 돌아 나갔다.
혼자 생각하던 파프닐의 눈이 일순간 번쩍 뜨였다.
“잠깐만, 저 녀석 빌런이잖아!”
그것도 단순한 빌런이 아니다.
원래 소설 속에서 수많은 거대 곤충 군단을 이끌다, 플러시와 여러 임시 동맹, 거대 길드들에게 토벌당하는 에피소드 보스가 바로 파브르였다.
“그럼 설마 그 준비라는 게…….”
파프닐은 급히 밖으로 나갔지만, 이미 파브르의 모습은 사라진 뒤였다.
“이런……. 놓쳤나.”
그나마 다행인 건, 파브르의 세력이 온 세상을 뒤엎을 정돈 아니라는 것.
오크제국이나 파이브스타급은 당연히 아니고, 한 지역의 최종 보스 정도나 됐던 걸로 기억한다.
“어쩔 수 없지, 김철 녀석을 풀어 준 다음, 그 대가로 토벌시켜야겠군.”
나름 꿀 이벤트이지만 지금은 그보다 중요한 일들이 많았다.
파프닐은 거기까지 생각한 뒤 그 건에 대해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이 사태는 미처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수일 후.
파프닐은 왕성 안으로 들어갔다.
“부르셨습니까.”
“왔군, 파프닐 백작.”
엘리자베스.
어느새 여왕의 일이나 모습이 익숙해진 그녀가 눈을 돌렸다.
옆에는 검은 로브 인영 한 명을 거느린 채였다.
“이렇게 자네를 부른 건, 최근 국경 외곽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 때문이라네.”
“국경?”
“그래. 북쪽은 딱히 문제가 아니야.”
파이브스타 길드와 고윈 대공, 그리고 의문의 흑기사 삼파가 절묘하게 균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문제는 다른 곳들.
곳곳에서 성인 남성 한 명 크기, 혹은 그 몇 배의 곤충들이 나타난다고 했다.
“수준이 보통이 아니기에, 왕국군 기사와 마법사들도 속수무책이라 하더구나.”
강력한 곤충 몬스터라.
“본래도 그런 곤충 몬스터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래, 그래서 본녀도 처음엔 그게 자연스러운 일이라 생각했느니라. 그런데…….”
“다음부턴 제가 설명하지요.”
여왕 옆에 있던 검은 로브 여인이 후드를 걷었다. 다음 순간 길고 뾰족한 귀와 반짝이는 금발이 드러났다.
“세계수의 다섯 번째 가지, 여왕 헤르모나입니다.”
엘프 여왕 헤르모나가 말했다.
“본래 숲의 생명체들은 모두 저희와 소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다르더군요. 무언가 말하긴 하지만, 저희에게 뜻이 전달되진 않았습니다.”
엘프들도 곤충들에게 적지 않게 피해를 보았다고 했다.
“대자연의 정령들에게 물어본 바에 의하면, 놀랍게도 그 대충들은 보통 몬스터가 아닌 이계신의 첨병, 세계 바깥에서 이 세상을 갉아먹으러 온 괴물들이라 합니다.”
이계신의 사도이자 곤충이라면 파프닐도 예전에 싸운 적이 있었다.
“지금 처리하지 않는다면, 정말로 이계신이 이 세상에 강림할지도 모릅니다.”
“그럼 어떻게 막으면 됩니까?”
“큰 곤충, 대충들의 본거지에서 신물을 파괴하고, 그들을 부르는 사도. 파브르를 쓰러뜨려 더 이상 놈들이 이 세계로 넘어오는 일을 막아야 합니다.”
곤충들의 번식지를 없애고, 중심이 되는 물건과 사도를 처치하는 건 다른 이계신 거점 파괴와 똑같았다.
“그런 일이 되니 파프닐 경, 그대를 부를 수밖에 없게 되었노라.”
엘리자베스 왕녀가 검을 뽑아 들었다.
“왕국의 검으로써 이 일을 맡아 줄 수 있겠는가? 그동안 귀공이 숱한 일들을 해 온 건 알고 있다만, 이번에도 믿고 맡길 사람이 공밖에 없구나.”
-엘리자베스 왕녀가 새로운 퀘스트 ‘헤아릴 수 없는 곤충의 무리(레전더리)’를 의뢰하려 합니다.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시에는, 추가로 동부의 영지 두 곳과 3,000골드, 그리고 보물 10점을 내리겠노라.”
“저도 부탁드리겠습니다. 인간의 영웅이여.”
엘프 여왕 헤르모나도 두 손을 모았다.
파프닐은 생각에 잠겼다.
‘솔직히 구대륙에서 추가로 큰 퀘스트를 진행할 정도로 시간이 많진 않은데.’
가성비에서 밀리긴 하지만 신대륙에서 얻는 보상이 큰 것만은 사실.
시간이 지나면 난이도도 점점 적응될 테니, 그렇게 되면 빠르게 가지 않은 쪽이 손해다.
반면 이번 곤충 퀘스트는 그렇게까지 매력적이지 않았다.
원작을 보았기에, 파브르를 잡아도 생각보다 보상이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쏠쏠하긴 하지만.
신대륙 개척을 늦출 정도는 아닌 수준.
“저희도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이번 일은 인간과 엘프 공동의 일. 필요한 게 있다면 기꺼이 드리도록 하지요.”
“흠…….”
파프닐은 헤르모나의 몸을 위아래로 훑었다.
‘엘프라면 드워프급으로 버릴 데 하나 없는 종족이긴 한데.’
땅의 비옥함이나 지기, 물의 조절 등은 물론.
각종 고위 마법이나 비전 기술, 고대의 역사까지 엘프들의 자료에는 가득하다.
게다가 엘프들에겐 드워프에게 없는 커다란 게 있었다.
다름 아닌 세계수!
파프닐이 쓰고 있는 목검인 미스틸테인이 최강 그 이상의 히든 피스급이라면, 공식적인 최강 급 목재 재료가 바로 세계수였다.
‘잠깐만, 세계수를 쓴다면 여러모로 유용할 테고……. 거기에 회로 문제도 해결되겠는데?’
이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파프닐은 굳은 표정에 살짝 미소를 띠며 두 사람에게 대답했다.
“제 능력이 부족해서 이 일을 맡을 수 있을까 걱정됩니다만, 두 분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나서지 않을 수 없군요. 왕국, 나아가 대륙의 위기를 막기 위해 한번 해 보겠습니다.”
-퀘스트를 수락했습니다.
-왕국군 서부군, 왕국군 중앙군을 최대 1만 명까지 지휘, 동원할 수 있습니다.
-기사를 최대 500명까지 동원할 수 있습니다.
-마법사를 최대 200명까지 동원할 수 있습니다.
-권위와 명성을 이용해 각 지방 영주들의 영지군을 징병할 수 있습니다.
-엘프에게 지원을 요청해, 엘프 전사와 마법사를 최대 300명까지 동원할 수 있습니다.
“왕국을 복원시켜 준 것도 고마운데……. 이렇게까지 해 줘서 고맙구나.”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돕겠습니다.”
“두 분은 기존처럼 할 수 있는 일을 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파프닐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는 일단 그 괴충들을 한번 보고 오도록 하지요.”
***
신세계 악마교단 본단의 고문실.
그 귀퉁이에 있는 방에서, 두 간수가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후후……. 이게 끝이냐? 개XXX 새X들, 이딴 거 백날 해 봐라, 네 XX …….”
그 대상은 다름 아닌 김철이었다.
“흠, 이 녀석에겐 육체적인 고문은 더 통하지 않을 것 같군. 더 해 봤자 의미가 없어.”
“터프한 녀석이로군…….”
“우리의 108고문법을 전부 버텨 낸 녀석은 처음이야…….”
우는 아이도 조용하게 만든다는 악마 고문관들이 처음으로 포기라는 말을 입에 담았다.
그 대가로 김철은 온몸이 만신창이였다.
팔다리는 수많은 상처로 가득.
머리나 눈 코 입도 성한 데가 하나 없는 데다, 곳곳엔 칼이나 창 같은 것들이 꽂혀 있었다.
만약 간수들이 김철의 상태창을 볼 수 있었다면.
김철에게 [악마의 피학증(유니크)], [고통의 신의 총애(레전더리)] 같은 특수 스킬들이 생긴 걸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몇날 며칠을 최고 난이도의 고문을 받지 못하면 얻을 수 없는 스킬.
“후……. 씨X놈들, 드루와. 드루와! 어디 오늘도 해보자!”
심지어 아직도 힘이 남아서 쏘아붙이고 있다.
그만큼 김철의 악과 독기는 상상 이상이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그때였다. 검은 장교 모자를 쓴 악마 한 마리가 씩 웃었다.
“다아파 님!”
“전설의 고문관……!”
다른 악마 고문관들이 물러선 가운데로 걸어온 다아파가 말을 이었다.
“그래, 잘 알았다. 물리적인 고문으로는 뭘 해도 네놈을 굴복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악마 고문관들에게 처음 있는 항복 선언.
전설의 고문관마저도 저렇게 말한다면, 물리적인 고통으로는 누구도 김철을 쓰러뜨릴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건 어떨까!”
다아파가 허리에서 화려한 붉은 수실이 달린 검 한 자루를 꺼내 들었다.
손잡이엔 여러 보석이 박히고, 날은 서늘하게 빛나는 천하의 명검!
“그건……!”
“너의 약점을 알았다. 네 녀석이 진짜로 고통받는 건, 네 몸 따위가 아니야.”
육신의 고통보다 더한 우선순위가 있다면, 성인이나 수행자처럼 고통을 받아도 반응을 하지 않게 된다.
하지만 그 우선순위를 파악한다면, 새로운 방식의 고문을 할 수 있었다.
“잘 봐라! 이 명검 아론타이트가 부서지는 모습을!”
“아, 안 돼.”
“돼!”
“그만둬!”
다아파의 손에서 검은 불길이 일렁이더니, 그대로 검을 집어삼켰다.
놀랍게도 보석과 검날까지 한꺼번에 불에 타더니, 마치 플라스틱이 무너지듯 녹아내리는 명검!
“끄아아아아아아아!”
김철은 묶인 고문대에서 팔다리를 비틀며 괴성을 질렀다.
몸의 상처가 더 벌어졌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 미친 새X들아! 어떻게! 어떻게 베로니카에게 그럴 수가 있어!”
“후후후……. 너무 그러지 마라.”
다아파는 히죽거리며 다음 무기를 꺼냈다.
“아직 이렇게 많이 남아 있으니까.”
“아, 다아파 님. 제가 해 봐도…….”
“그래, 여기.”
“안 돼에에에에에에에!”
김철의 비명이 쩌렁쩌렁 울렸다.
감옥을 넘어 교단 전체에까지 울려 퍼지는 그 소리는, 수많은 사람에게 악마 교단의 무서움을 한층 더 각인시켰다.
귀한 무기들을 부숨으로써 전력이 약해지는 부수적인 효과는 덤이었고 말이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