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307)
307화
“항우가 레벨이 1이 된 채 죽었다고?”
“그렇습니다. 파프닐 놈이…….”
“이미 각오한 일이에요. 항우 때문에 전쟁을 포기할 수는 없지요.”
대장금의 눈이 전장을 훑었다.
‘안 좋아.’
양옆에서 기습을 받아 가운데로 몰린 위촉오 길드의 전열은, 몇 배는 되는 숫자에도 전혀 그 우세를 살리지 못하고 있었다.
피해의 대부분은 일반 길드원. 하지만 그것도 전력은 전력이고, 게다가 시체가 해골병으로 일어나면, 쓰러진 아군의 힘이 그대로 적의 힘으로 바뀌는 셈이다.
좁은 입구를 틀어막고 희생을 강요하는 구도!
“놈을 버리기로 했지만, 이런 상황이 되니 아까워지긴 하는군.”
“어쩔 수 없지요, 상황이 이러니.”
위 길드의 수장 항우.
닉네임의 유래도 그렇고, 세간에는 그가 개인의 무력만으로 강해졌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사실 항우는 실제의 항우보다는 조조에 가까웠다.
직접 싸우는 것도 강하지만, 부하들을 지휘하고 전장에서 행해야 할 일들을 잘 아는 전략가 타입.
이 때문에 그 항우가 일찍 전력에서 이탈한 건, 다른 둘에게 있어 적잖이 아쉬운 일이었다.
당장 저 상황에서도 항우라면 여러 묘수를 냈을 테니 말이다.
“게다가 프론티어 길드 놈들도 많이 와 있고.”
“예상보다 훨씬 빨라요.”
덕분에 수만 대 일이 될 거라 예상했던 전투가, 갑자기 수만 대 수백이 되었다.
한숨을 내쉰 대장금이 말했다.
“지나간 일 후회해 봤자 소용없죠. 트럼프 님, 이제 당신이 위 길드를 지휘하도록 하세요.”
“네? 하지만……!”
“항우가 레벨 1이 된 지금, 당신이 정신을 차려야 해요.”
“……알겠습니다.”
트럼프는 곧바로 위 길드원들을 돌격시키려 했다.
그러나 이어지는 대장금의 말은 그의 예상을 뛰어넘은 것이었다.
“좋아요. 그럼 이제 위 길드를 수습해서 후퇴하도록 해요.”
“후퇴 말입니까?”
“후퇴라니, 그게 무슨…….”
반발하는 척준경에게 대장금이 쏘아붙였다.
“저들이 있다는 건 다른 지원군도 있다는 뜻. 계속 진입하다 놈들이 후방에서 공격하면, 저희는 포위 섬멸을 당하게 될 거예요.”
“딱히 포위 섬멸을 생각한 진영은 아닌 것 같은데.”
“잊으셨나요? 파프닐의 직업이 무엇인지.”
네크로맨서는 어디서든 병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 사실을 눈치챈 척준경은 침음성을 흘렸다.
“설마 이 모든 게 함정……!”
“게다가 저희 측엔 에이스도 있고, 든든한 후원자도 있으니까요.”
“음, 알겠다. 굳이 지금 올인할 건 없지.”
척준경은 고개를 끄덕이고 확성기를 들었다.
곧 위촉오 길드 전체에 후퇴 명령이 내려왔다.
기를 쓰고 들이대던 유저들이 다급히 물러나고, 연합군이 부르는 군가 소리가 멀어졌다.
“이, 이겼나?”
“이겼다!”
서전은 프론티어 길드의 승리로 돌아간 셈.
곳곳에서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후우.”
“슬슬 제대로 싸워 보려던 참이었는데. 예상보다 빨리 빠지는데?”
베론과 드렉슬러는 갑옷의 피를 털며 입맛을 다셨다.
“뭐 어때, 희생 없이 이기면 좋은 거지.”
“하지만 왠지 준비운동만 한 것 같아서…….”
그런 둘에게 핀잔을 주는 힐데.
그때 이들을 발견한 존스 박사가 다가왔다.
“힐데와 리하나 양? 커뮤니티에서 소문이 자자한 랭커들을 여기서 만나는군!”
“아, 존스 박사님이시군요. 저희야말로 최고의 탐험가님을 만나서 영광이에요.”
“음하하하, 너무 띄워 주지 말게. 그냥 일개 탐험가일 뿐이니.”
칭찬을 들은 존스 박사의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
그때였다.
“다들 여기는 어떻게……?”
인스턴스 던전 쪽에서 파프닐이 걸어 나왔다. 주변을 둘러보던 파프닐의 눈이 커졌다.
“힐데, 베론, 드렉슬러 님에……. 프론티어 길드 PVP 부대, 탐험가들 길드까지……. 구대륙에 계시던 것 아니었습니까?”
“파프닐 님!”
“그야 파프닐 님이 위기에 처했는데, 당연히 도와야죠.”
힐데와 드렉슬러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흐, 흥, 허접이라고 해도 죽게 놔둘 순 없잖아. 혼자 일 벌이면 민폐라고.”
옆에 있던 리하나는 팔짱을 낀 채 쏘아붙였다.
주변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걱정돼서 구하러 온 거군.’
‘역시 마음이 여리다니깐.’
여러 사람의 생각이 교차하는 와중. 갑자기 파프닐이 고개를 숙였다.
“흠……. 죄송합니다.”
“어? 죄송?”
“아무래도 제가 혼자 급하게 일을 벌인 게 맞는 것 같아서요.”
드래곤 헌터, 그리고 그 전 프로게이머 시절엔 솔로 플레이가 기본이었다.
이런 지원은 전혀 예상치도 못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이렇게 도와주러 와 주셔서.”
파프닐은 힐데 일행, 그리고 다른 모두에게 고개를 숙였다.
경험치를 독점 못 한 것과 별개로, 순수하게 도우러 온 길드원들의 마음 자체가 고마운 건 사실이었으니까.
“그래서 어떻게 된 겐가? 갑자기 위촉오 길드랑 싸우다니.”
“그건 말입니다…….”
파프닐은 위촉오 길드의 위치와 행동들을 설명한 뒤, 현재 처한 상황을 말했다.
이들을 치워야 신대륙 개척이 된다는 것, 그리고 현재 전향한다는 항우를 죽이고 환생시켜 두 번 다시 못 오게 했다는 사실까지.
“그러면 협상의 여지는 없겠군.”
“그렇습니다. 이쪽이 죽거나, 저쪽이 죽거나죠.”
존스 박사의 말에 파프닐이 눈을 빛냈다.
“한데 항우를 죽인 것치고는 너무 쉽게 물러났는데?”
“아마 여러분 덕분일 겁니다. 멋지게 기습을 성공시켜 주셨으니, 저놈들 입장에서는 복병이 더 있나 한 거겠죠.”
파프닐로서는 어느 쪽이건 상관없었다.
“원래는 혼자 게릴라를 펼치려 했는데, 이렇게 오셨으니 좀 더 많은 수단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럼 이제부터 제대로 된 전쟁의 시작이군.”
“뭐, 그렇죠.”
파프닐은 씩 웃었다.
“성장은 걱정 마십시오. 이 전쟁이 끝날 즈음엔. 여러분 모두 레벨이 5레벨은 더 올라 있을 테니.”
***
어두운 밤.
수천 명의 인원이 칼람시가 보이는 언덕에 섰다.
이들의 정체는 다름 아닌 위촉오 연합의 정예 플레이어들!
“칼람시가 보입니다!”
“훗, 드디어 도착했군.”
전령의 말에 병사들을 이끌던 촉 길드의 최고 간부, 고나우는 염소수염을 만지며 미소지었다.
“잘 들어라, 항복하고 위촉오 연합을 받든다면, 굳이 무분별한 살육은 지양하도록.”
“네!”
장기전으로 들어선 위촉오 연합이 가장 먼저 한 일은, 파프닐의 보급선을 틀어막는 것이었다.
사방에서 고립시킨 뒤, 천천히 전력을 갉아먹으며 몰이사냥을 하는 것.
아무리 네크로맨서가 군대를 무한정 생산할 수 있다지만. 정예 병력을 충원하려면 정비나 시설이 필요하다.
그 첫 번째 단계가 바로 신대륙 항구인 칼람시 점령이었다.
“프론티어 길드 놈들이 지원을 못 오게 하는 효과도 있으니, 반드시 작전을 성공시킨다!”
“네!”
“자, 가라!”
지시가 떨어지자 촉 길드 진영에서 다섯 명이 움직였다.
등딱지를 메고 구멍 뚫린 안대를 맨 암살자들.
닌자꼬북이 1~5번이라 불리는 이들은 촉 길드의 음지에서 수많은 활약을 해 온 네임드 플레이어들이었다.
그들이 문을 열면, 곧바로 정예가 입성해 도시를 함락하는 계획.
“저 녀석들이 나선 이상 실패는 없지.”
거북도사란 네임드 NPC 암살자에게 배웠다는 다섯은, 암살자 랭킹 3위권과의 경쟁에서도 이긴 적 있었다.
신대륙에서 폭업한 지금은 한층 더 강할 터.
고나우는 여유만만하게 신호를 기다렸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멀리서 붉은 폭죽이 쏘아졌다.
“성공 신호입니다.”
“좋아, 다들 돌격!”
고나우의 지휘에 따라 위촉오 연합 정예들이 성문을 향해 달렸다.
지키는 인원 없이 휑하니 열려 있는 성문!
“지금이다, 들어가라!”
“오오!”
그렇게 안으로 무혈입성한 길드원들은 그대로 시청 쪽으로 달렸다.
“방어선이 있다면 우회하지 말고 돌파해라! 계속 진격해!”
“오오오!”
시청을 장악하면, 도시 수비군들에게 적잖은 디버프가 주어진다.
그 상태에서 닌자꼬부기들과 함께 남은 저항만 처리하면 도시는 순조롭게 손에 들어오는 것이다.
“아무도 없습니다!”
“이쪽도 없습니다!”
“후후, 일이 순조롭게 돌아가는군…….”
씩 웃던 고나우의 표정이 흔들렸다. 이렇게까지 깊이 들어왔는데 수비군이 아무도 없다고?
“잠까…….”
“발사!”
요란한 소리와 함께 사방에서 수많은 마법과 저주, 공성 병기들이 위촉오 길드 유저들을 덮쳤다.
“크아아악!”
“복병이다!”
예상치도 못한 기습에 병사들은 수수깡처럼 쓰러져 나갔다.
“마, 말도 안 돼!”
“어떻게!”
경악한 고나우의 눈앞으로 일단의 무리가 나타났다.
“당연히 여기부터 칠 줄 알았다, 이놈들아!”
가운뎃손가락을 세워 보이는 가죽조끼 차림의 미청년.
“킨도르한 네 이놈……! 후퇴, 후퇴해라!”
“안 됩니다! 곰 한 마리가 앞을 막고 있어서…….”
“뭣……! 무슨 곰 따위한테!”
“신형만의 곰입니다!”
뒤는 신형만의 곰이 틀어막고, 앞과 양옆에서는 수많은 복병에게 둘러싸인 상황.
“마, 말도 안 돼. 닌자꼬부기들이 분명 성공 신호를…….”
“그 녀석들, 여기 있어.”
옥구슬 굴러가는 듯한 미성과 함께, 킨도르한 옆으로 육감적인 타이즈 차림의 암살자가 나타났다.
암살자의 손에 든 밧줄에 굴비 꿰이듯 꿰인 닌자꼬부기들을 본 고나우의 눈동자가 찢어질 듯 부릅떠졌다.
“거북문의 암살자라니. 진짜 파프닐 말대로 대어가 왔다니까.”
“미……. 미친…….”
닌자꼬부기 유저들은 떨리는 눈으로 옆을 보았다.
“어떻게……. 여기에…….”
“칠흑…… 사신……이…….”
칠흑의 사신.
비록 닌자꼬부기 유저들이 암살자들 사이에서도 상위 20명 안쪽으로 여겨지지만.
암살자들을 잡는 암살자들이라 불리던 이들 사이에서도, 차원이 다른 정점.
한국 암살자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모든 암살자 랭커들 사이에서도 톱으로 인정받는 그녀를 만난 순간, 그들의 패배는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어서…… 피하십…… 위험…….”
닌자꼬부기 유저들이 마지막 힘을 끌어모아 말했다.
“요 녀석이 장난을.”
빡! 칠흑의 사신이 등딱지로 암살자의 머리를 치자, 암살자는 그대로 고개를 떨궜다.
“후, 근데 이거 진짜 대박인데?”
암살계에서도 소문만 무성한 전설적인 암살자 유파 중 하나인 거북문.
경험치 보배이지만 종적을 찾지 못하고 있었는데, 파프닐 덕분에 이번에 놈들을 전부 잡아들일 수 있었던 것이다.
“덕분에 퀘스트랑 레벨 좀 빨겠네. 고맙다! 파프닐!”
“이노오오오옴!”
분노에 찬 고나우가 외쳤다.
“파프닐, 파프닐을 데려와라! 따까리 뒤에 숨지 말고 나와서 대결하자!”
“파프닐? 음…….”
암살자, 칠흑의 사신은 곧 피식 웃으며 말했다.
“뭐, 네가 그 녀석 죽여 주면 나도 환영인데……. 그 전에 여기부터 빠져나가야겠지?”
말을 마친 순간 기습군을 향해 수많은 공격이 쏘아졌다.
“이거 이미 끝났군.”
속수무책으로 사냥당하는 원정군을 보던 킨도르한이 머리를 박박 긁었다.
“파프닐 녀석, 설마 이런 방법을 쓸 줄이야.”
도시의 파괴를 감수하고, 적들을 안으로 유인해 처리하는 방식.
보통은 NPC들의 반발 때문에 선택하지 못하지만, 파프닐의 이름을 말하자 칼람시의 NPC들 모두가 흔쾌히 수락해 주었다.
“병X 새끼의 말이라면 들어야지, 하면서…….”
킨도르한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때였다.
띠리리! 보이스 콜이 울렸다.
“헉, 깜짝이야!”
기겁한 킨도르한이 가슴을 매만졌다. 누가 걸었는지는 뻔했다.
그렇기에 연락을 받자마자 킨도르한은 곧바로 본론으로 넘어갔다.
“마무리 중이다. 지금 입구 봉쇄하고 사냥하고 있어.”
-역시 왔군. 칠흑의 사신은?
“지금 도망가는 도적들 처리 중.”
-어렵지는 않나?
“별로? 뭐, 랭킹 길드라 하더니 생각보다 쉽네.”
어쩌면 그만큼 자신과 부하들이 강해진 걸지도?
킨도르한은 너스레를 떨었다.
그래서는 안 되었다.
-그래? 잘됐군.
보이스 너머로 파프닐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킨도르한의 눈앞에 널따란 길 하나가 펼쳐졌다.
-저 녀석들 처리는 부하들에게 맡기고, 바로 위 길드 본진으로 가도록. 도착한 후엔 중앙 길드 하우스부터 부수고, 다른 시설들도 공략한 뒤 빠져나오면 돼. 한시가 바쁘니 최대한 빨리 부탁한다.
그 길의 이름은 다름 아닌 고생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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