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uper-class hunter with 10 times the experience RAW novel - Chapter 9
9화 궁극의 기술(2)
“아무도 안 계세요?”
고개를 들이밀고 기웃거리고 있는데도 아무런 인기척이 안 느껴졌다.
‘분명히 이 검도장이 맞는데.’
주소는 확실히 맞았다. 다시 뒤로 나와 간판을 봐도 확실하다. 나는 신발을 벗어 놓고 검도장 안으로 들어갔다.
검성 신태양.
그는 최후의 11인조차 아니었다.
그보다 일찍 죽었다.
으레 뛰어난 천재들이 그러하듯이 신태양은 여러 전설적인 영웅담을 남기고 전장의 뒤편으로 사라졌다.
단칼에 거대한 산을 베었다거나, 하늘을 갈랐다거나.
뻔하지만 희망의 등불이 되는 그런 기적 같은 일들.
대단한 능력과 뛰어난 재능에도 불구하고 그는 단명했다.
‘성격만 어떻게 좀 고쳤어도 끝까지 살아남았을 텐데.’
그 이유는 검성의 성격 때문이었다.
그는 자랑하기를 즐겨 했다. 수련하기보단 사람들을 모아 놓고 자신의 업적을 늘어놓기 바빴다.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의 인기를 누리는 걸 무엇보다 좋아했다.
강했지만 한없이 교만했다.
언젠가 검성이 사람들 앞에서 자랑스럽게 떠드는 걸 들은 적이 있다.
– 자, 모두 잘 받아적었지? 그게 바로 내가 운영하던 검도장의 이름과 주소다. 응? 이런 쓰잘데기 없는 걸 왜 알려주냐고? 당연한 거 아니냐! 이 몸이 세계를 구하고 나면 성지가 될테니, 미리미리 성지 순례할 준비를 해야하지 않겠어? 으하하!
‘······.’
그걸 좋다고 진지하게 따라적던 놈들도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하여간 그게 내가 검성의 주소를 알고 있는 이유였다.
재미 삼아 들었던 이야기가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될 줄이야.
“하아암.”
검도장 안으로 들어오니, 그 안에 방이 몇 개가 더 있었다. 그중 하나에서 검도복을 입은 사내가 하품을 하며 걸어 나왔다.
지금은 앳된 얼굴이지만 기억난다. 저 자가 검성 신태양이다.
“응?”
피곤한 듯 눈을 꿈뻑인 신태양은 나를 보더니 미간을 좁혔다. 이어지는 말이 가관이었다.
“설마, 내 팬입니까? 이것 참······. 아무리 내가 좋아도 여기까지 찾아오면 어떻게 합니까. 나도 사생활이라는 게 있는 사람이라구요.”
그는 정말 곤란하다는 듯이 손사래를 쳤다.
“······.”
나는 기가 찼다. 지금 시점에서 신태양의 이름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아니면 내가 뭔가 착각을 하고 있나?
내가 대답을 않고 있자, 신태양은 멈칫하더니 멋쩍게 웃었다.
“아, 참. 아직 아니지. 유명 헌터가 되서 성공하는 상상을 너무 오래 했더니 헷갈렸네. 그래서 무슨 일이시죠? 설마 진짜로 제 팬?”
“······.”
할 말을 잃었다.
이 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제정신이 아니다.
검성이 이렇게까지 맛이 간 놈일 줄이야.
‘돌아갈까.’
잠깐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말은 꺼내 봐야겠지.
“팬은 아닙니다. 하나 배우고 싶은 게 있—”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신태양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나를 끌어당겼다.
“배우고 싶다고요? 일단 안으로 들어와서 이야기하죠. 으하하!”
* * *
사무실은 웬 낙서가 가득한 종이로 한가득이다. 의자, 책상, 바닥 할 거 없이 난리다.
“아, 좀 더럽죠? 한 달 동안 싸인 생각을 하다 니까 이렇게 됐네요. 대충 치우시고 앉으세요. 차라도 드릴까요?”
“아뇨. 됐습니다.”
“커피는 드시죠? 잠시만 기다리세요. 기다리는 동안 제 수상 경력이라도 보고 계세요.”
나는 천천히 사무실을 둘러봤다. 상이랑 명패가 많기는 한데 정리가 하나도 안 되어 있다. 온통 종이쪼가리 투성이다. 이 꼬라지를 보니 도장에 쌓인 먼지가 이해가 간다.
‘이딴 게 검성이라니.’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부정하고 싶어도 저 사람은 미래에 검성이 될 인물이 맞다.
‘······역시 세상은 불공평한 게 맞아.’
톡.
멋대로 커피를 타 온 신태양이 내 앞에 잔을 내려놨다. 이제야 나한테 궁금한 게 생긴 모양이다.
“근데 저한테 뭐가 배우고 싶어서 오신거에요? 헌터 등록은 했지만 한 번도 나간 적은 없는데······.”
“사실은 저—”
“혹시 내 소문이 전국에 퍼졌나?”
“그—”
“측정시험 때 내가 워낙 화려하게 날뛰긴 했죠. 한동안은 길드에서 연락이 끊임이 없어서······.”
이 자식 말할 틈을 안 준다.
사람을 때리고 싶다고 생각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만, 이 자식은 좀 많이 때려주고 싶네.
“제가 보통놈이 아닌지라. 으하하! 그래서 무슨 일이시라구요?”
나는 간결하게 용건을 전했다.
“저도 헌터인데, 그쪽이 가지고 있는 스킬 하나를 전수 받고 싶어서 왔습니다.”
특정 스킬들은 타인에게 전수가 가능하다. 일개 헌터도 독자적인 경지에 달하면 스킬을 만들어 낼 수 있는데, 이런 것들은 대부분 배우는 게 가능했다.
“정확히 어떤 스킬을 말하는 거죠? 가지고 있는 스킬이 한두 개가 아니라.”
내게는 안 보이지만 손가락을 휘적여 뭔가를 한참을 넘긴다. 스킬이 얼마나 많은 거야.
“일자 베기. 그 스킬을 좀 배울 수 있을까요.”
중요한 스킬들은 고가에 거래되거나 비밀리에 전수된다.
하지만 내가 배우려는 스킬 ‘일자 베기’는 현시점에서 신태양 본인조차 그 중요성을 모르고 있다.
신태양은 미간을 좁히고선 턱을 매만졌다.
“일자베기. 으음, 있죠. 그런데 그건 사정이 있어서 알려주기가 좀······. 다른 거 멋있는 거 많은데 굳이 이게 필요해요?”
“예.”
회귀 전, 검성이 된 신태양은 이렇게 말했었다.
– 일자베기. 지금의 내가 사용하는 모든 검술은 거기서부터 시작됐거든. 단순하고 누구나 배울 수 있지만, 모든 것의 시작이 되는 기술. 근데 어렸을 때는 왜 몰랐을까. 그걸 좀 더 빨리 깨달았다면 모든 게 달라졌을 텐데 말이야······. 하여튼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내가 사신과 만난 이야기를 했던가?
그가 했던 말 중에서 그나마 진심이 묻어나는 이야기였다. 내가 검성에게 배우기로 결심한 이유였다.
내 대답을 들은 신태양이 짖궂은 미소를 씩 짓는다.
“일자베기를 배우고 싶다라······. 근데 맨입으로요?”
그 즉시 결정했다.
오케이. 다른 거 배우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됐습니다. 그냥 안 배울게요.”
“자, 잠깐!”
그냥 가려는데, 신태양이 내 어깨를 붙잡았다. 어쩐지 간절함이 느껴지는 손길이었다.
“제 진가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는데 그냥 가시면 섭하죠. 특별히 아무 대가 없이 알리도록 하죠.”
안도의 한숨을 내쉰 신태양이 입가를 슥 닦으며 말했다.
“네, 뭐······.”
“일단 도장에 놓인 검부터 들어보시죠.”
혼자서 오래 지내다보니 관심이 필요했던 것 같다. 그냥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나는 사무실을 나와 먼지가 쌓인 검도장에 발을 디뎠다.
여기도 벽면에 상이나 단체 사진 같은 게 많이 걸려있다. 그것만 놓고보면 검도장이 망한 게 이상할 정도.
한켠에 놓인 죽도를 잡으려던 때였다.
“아.”
신태양이 진지한 목소리로 고개를 저었다.
“안 되겠는데요. 진지하게. 그 쪽 재능이 너무 없어요.”
나는 어이가 없단 표정을 지었다. 아직 아무것도 안 했구만.
“검을 잡지도 않았는데 무슨 소리입니까.”
“척 보면 알 수 있거든요. 진심으로 검은 포기하시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전 이런 거 거짓말하고 싶지 않아서요.”
낌새를 보아하니 괜한 소리를 하는 것 같진 않았다.
젠장, 검성이 될 재목쯤 되면 재능이 한눈에 보이는 건가?
“그러면 갈게요. 그냥.”
“아, 아니! 잠시만요. 그, 그래도 검은 들어보고 가셔야죠.”
이랬다저랬다 변덕이 심하다.
신태양의 애원에 나는 마지못해 죽도 앞으로 다가갔다. 검을 들기 전부터 재능 있냐 없냐가 결정된다니. 참 웃긴 일이다.
그중 마음에 드는 죽도를 집어 들고선 가볍게 위아래로 휘둘렀다.
『 스킬 ‘검술 Lv.10’의 효과가 발휘 됩니다. 』
스킬이 발동되자 그 변화는 나 스스로도 느낄 정도였다. 잊고 있던 모든 감각이 되살아나는 느낌.
움직임에 단호함과 자신감이 깃든다.
후웅.
나는 두어 번 더 검을 휘둘렀다. 이 정도면 되려나?
슬쩍 고개를 돌려 신태양을 확인했다. 그런데 뭔가 반응이 이상했다.
“그럴 리가 없는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린다.
* * *
미래에 검성이 될 남자.
신태양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내 눈은 틀림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자신을 만나러 온 팬.
아직 이름도 묻지 못했지만, 신태양은 그 남자가 죽도를 향해 걸어갈 때만 해도 확신했었다.
아니, 사실은 그 전부터 파악하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수도 없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신태양은 감각적으로 재능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차이를 알고 있었다.
손의 형태, 호흡의 간격, 걸음걸이 등등. 사람이 가진 모든 요소가 검을 다룰 수 있는가 없는가를 판별하는 기준이 된다.
눈앞의 남자는 그런 점에서 극명했다.
‘재능이 없는 수준을 넘어 검과의 상성이 극악이야. 차라리 다른 무기를 배우는 게 나을 것 같은데.’
그렇기에 검을 관두라고 조언했다.
‘사람마다 잘하는 건 다르니까. ‘
그게 그 사람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런 감은 단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어?”
남자가 검을 쥐자, 자신이 내렸던 모든 판단이 일변했다.
휘익.
형태가 갖춰지고, 호흡이 안정되며 올바른 자세가 만들어진다. 기본기가 탄탄하다는 걸 넘어서 단단하게 완성되어 있었다.
“그럴 리가 없는데······.”
검을 잡자마자 사람이 달라지기라도 한 것 같았다.
드는 생각은 하나 뿐이었다.
‘높은 레벨의 검술 스킬을 가지고 있는건가?’
하지만 이내 신태양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스킬의 보정치곤 과했다.
신태양 자신 또한 스킬이 있고 사용하고 있지만, 무지한 영역에 대해서 이만큼의 능력을 부여해주진 않는다.
스킬이 도움을 주는 영역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재능에 기반한다.
‘흐음.’
그래도 결과가 나왔으니 수긍하는 수밖에 없었다. 신태양은 이전보단 한결 진지해진 눈으로 말했다.
“제가 실언했습니다. 이 정도 실력이라면 일자베기는 충분히 알려드릴만 하네요. 그러려면 먼저 보여 드려야겠죠. 도장에서 하기는 그렇고······. 절 따라오시겠어요?”
신태양은 남자를 이끌고 도장 뒤에 있는 숲으로 이동했다. 할아버지께 물려 받은 산인데, 도장에서 할 수 없는 수련을 하는 훈련장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신태양은 바닥에 널부러진 죽도를 들고선 훈련용 목재 앞에 섰다.
“일자베기······.”
그는 잠시 망설였다.
사실 일자베기는 완성되지 않은 스킬이었다.
그 레벨은 9에 머물러 있었다.
Lv.9라는 수치가 낮은 건 아니었지만, 신태양에게는 무인으로서의 고집이 조금은 남아 있었다.
나름 일평생 검을 수련해 온 사람으로써 완성되지 않은 기술을 보여준다는 게 꺼림칙했다.
다만 그런 저항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하지만 팬이라고 하니까······. 보여줘도 괜찮으려나.’
어디서 자신의 일자베기를 본 건지는 몰라도, 이렇게까지 배우고 싶다고 애걸복걸하는데 무시할 순 없었다.
신태양은 그런 생각과 함께 숨을 들이마셨다.
호흡을 내뱉고 걸음을 내딛으면서 단번에 휘두른다. 그의 검이 흔들림 없는 직선을 그려낸다.
파악!
한차례 파공음이 일었다. 동시에 나무토막이 날카로운 절단면과 함께 나뉘어졌다. 죽도로 쳤다고는 믿기지 않는 결과다.
신태양은 머리를 긁적였다. 해놓고도 단순하기 그지 없어서였다.
“이제 한 번 해보세요.”
신태양의 말에 남자가 앞으로 나와 나무토막을 노려봤다. 엇비슷하게 자세를 잡고서 검을 내려치지만 나무 토막이 튕겨나갈 뿐이었다.
‘역시 소질이 없어. 보고 있기 미안할 정도로.’
검술 자체의 기본기엔 충실하지만, 거기서 벗어나기만하면 모든 게 순식간에 어그러진다.
“아뇨, 그게 아니라 이런 느낌인데요······.”
신태양은 다시 한 번 일자베기를 재현했다. 남자도 따라서 검을 내리쳤다. 물론 엉망이었다.
‘너무 못하는데.’
신태양은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이래선 십년이 걸릴지도 모른다. 심지어 일자베기는 십년 걸려 배우기에는 너무 허접한 기술이다.
이게 뭐라고 배우려는건지 모르겠다.
그렇게 삼십 분.
“어떻게 설명이 더 안됩니까?”
나름대로 계속해서 시도를 하던 남자가 답답한지 물어왔다. 신태양이 보기에도 답답한데 본인은 어떻겠는가.
자신의 팬만 아니었으면 진작 포기했다.
‘쉽게, 더 쉽게 설명하려면···.’
신태양은 머리를 쥐어짜내 최대한 쉽게 설명하려고 애썼다. 검도를 가르쳤던 경험이 이럴 때 도움이 되는가 싶었다.
“으음, 들어 올릴 때 검 끝이 하늘과 이어진다 생각하고, 내려칠 때는 땅과 하늘을 이어준다고 생각해보세요. 그 선이 일직선이 되어야 하는 거에요.”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인 남자는 다시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휘적, 휘적.
남자를 지켜보던 신태양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퇴보 한 것 같기도 하다.
나름 쉽게 설명한다고 설명한건데, 이걸로 안되면 어떻게 더 해줄 자신이 없었다.
“이쯤하고 내려가죠. 방금 걸로 안되면 어차피 몇 년이 걸려도······.”
가르치기를 포기한 신태양이 뒤를 도는 순간이었다.
후웅.
소리가 확연히 달라졌다. 대단한 차이는 아니지만 조금 나아진 정도.
신태양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설마, 우연이겠지.’
그의 판단으론 단시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남자는 그런 자신의 재능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표정한 얼굴로 죽도를 휘둘러 나갈 뿐이었다.
다시 다음 휘두르기.
후웅!
‘뭐야······.’
남자는 다시 한 번 검을 내리쳤다. 신태양은 두 눈으로 그 장면을 똑똑히 봤다.
분명하게 그 움직임이 달라졌다. 모든 면에서 한층 더 정교해졌다.
그리고 다음 동작, 또 그 다음 동작.
가능성 없다고 생각했던 동작에 점차 생기가 불어 넣어진다.
그에 따라 신태양의 눈이 점점 커졌다.
‘잠깐만, 내가 뭘 보는 거지?’
횟수를 거듭할수록 남자의 일자 베기가 날카로워지고 있었다. 가망 없다고 생각했던 남자의 검이 기적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콰앙!
“······.”
이윽고 남자의 검은 신태양 자신이 만들어 낸 일자베기를 정확히 구사해냈다.
신태양은 할 말을 잃었다. 제대로 보고 있는 건지도 의심스러웠다.
‘무슨······.’
아무리 간단하고 쉬운 기술이라곤 하지만, 그걸 배우는 것과 완벽하게 해내는 것에는 지대한 차이가 있다.
갓 걸음을 떼기 시작한 아이가 갑자기 전력질주를 하는 것과 다름 없었다. 그것도 어른처럼 완벽하게.
‘이런 일이 다 있구나.’
신태양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무언가 자신이 모르는 재능이 남자에게 잠들어 있었다. 그런 일도 있구나. 조금의 깨달음도 얻었다.
신태양은 기쁜 마음으로 남자에게 다가가려 했다.
“인정할게요. 제 눈이 완전히 틀렸······.”
그 순간이었다.
이미 신태양 자신과 같은 일자 베기를 얻었음에도.
남자의 검은 멈추지 않았다.
‘어?’
신태양은 그 자리에 굳어졌다. 숨조차 함부로 쉴 수가 없었다.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집중하고 있었다.
스윽.
남자의 손 끝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음 일자베기는 분명히 자신을 뛰어 넘을 거라고.
그리고 다음 순간.
콰아아앙!
남자의 검이 눈 앞의 공간을 일자로 갈랐다.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신태양 자신도 이루지 못한 완벽한 일자베기.
남자는 그것을 해냈다.
“대, 대체 어떻게······?”
신태양은 벌려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어야 했다.
하지만 틀림없는 현실이기도 했다.
남자는 자신이 상상으로만 그리던 경지에 도달했다.
그것도 고작 몇십 번의 휘두르기로.
털썩.
신태양은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았다.
이 날 신태양이 알고 있던 세계가 무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