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wordsmanship instructor at the Fantasy Academy RAW novel - Chapter 102
아카데미의 검술 강사가 되었다 (102)
“무슨 일이지? 지난번에 통화할 때 앞으로 엮이지 말자고 한 건 그쪽이지 않나?”
―네가 먼저 그딴 문자를 보내 놓고 지금 그런 말이 나와!
“기차 화통을 삶아 먹었나? 목소리 한번 우렁차네. 한판 붙을 생각 아니면 용건만 간단히 하고 끊어.”
―이 자식이 그래도…. 하, 네가 온몸이 마비된다고 나를 속였을 때도 나는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갔다. 그런데 베네트를 경찰에 넘기겠다니, 이게 대체 무슨 말인데? 네 녀석이 개인적으로 처리한다는 거 아니었나?
“내가 직접 죽이겠다고 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아니, 그랬나? 사실 기억이 잘 안 나.”
―뭐? 너 이 자식,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냐?
“나는 피해자가 원하는 대로 할 뿐이야. 불만 있어? 어차피 사형일 테니까 문제없잖아?”
베네트 크리지아는 김 선생의 도움을 받아 치료하고 패길 반복했다.
반복하면 할수록 반응이 점점 사라지더니 이틀 만에 마음이 꺾였는지 차라리 죽여 달라고 사정했다.
처음에는 별말 없이 도와주던 김 선생도 이젠 그만하고 경찰에 넘기는 게 어떻냐고 해서 내일쯤 경찰에 넘길 생각이다.
물론 아무리 내가 S 랭크 헌터고 헌터 협회 명예이사라지만 아무런 증거도 없이 ‘이놈이 범인입니다.’ 하고 넘기면, 경찰이 ‘아이고, 그렇습니까? 수고하셨습니다!’ 하며 믿어 주진 않을 거다.
어떻게 잡았는지 설명도 필요할 테고.
사실 초반에 패면서 범행을 자백하는 녹취 파일을 만들어 뒀지만, 민하에게 약속했던 것처럼 베네트를 멀쩡한 상태로 경찰에 보낼 생각이 없다.
녀석이 폭행을 당했다고 말을 하는 순간 녹취 파일은 효력을 잃는다.
협박과 폭력에 의한 녹취는 증거로 채택되지 않으니까.
그래서 베네트의 혀를 잘랐다.
물론 혀를 자른 것만으로도 강압과 폭행을 당했다는 정황 증거가 될 수 있지만 베네트는 마법사다.
제압하고 마법을 쓰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조치를 한 거라면 경찰들도 납득할 수밖에 없다.
심장의 마나 고리까지 파괴했는데 굳이 혀를 자를 필요까지 있었냐고 따질 수도 있지만 그거야 놈이 무리하게 마법을 쓰다 그랬다고 하면 그만이고.
게다가 놈의 핸드폰을 조사하다가 통화 녹음이 다 저장되어 있는 걸 발견해서 놈의 범죄를 입증하는 건 하등 문제가 없다.
사실 이렇게까지 하나하나 걱정하고 대비할 필요는 없다.
애초에 베네트는 인터넷만 검색해도 나오는 상당히 유명한 범죄자니까.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탈리아에서 상당히 많이 테러와 암살을 저질러 인터폴에서 적색수배가 내려진 상태였다.
한쪽은 인터폴의 적색수배자, 나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S 랭크 헌터이자 헌터 협회 명예이사.
그동안 쌓아 온 내 이미지도 상당히 괜찮은 편이니 경찰은 물론 대중들이 어느 쪽을 더 신뢰할지는 안 봐도 뻔하다.
그래도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나를 곤란하게 할 만한 것들이 없도록 철저히 준비했다.
안타스 관련자들은 일반 범죄자와 다르게 특별 취급이 되어 빠르게 처리되고 금방 사형을 당하긴 하지만 작은 실수 하나가 모든 걸 망칠 수도 있으니까.
―베네트가 경찰에 넘어가면 안타스 이탈리아에서 우리 쪽으로 항의가 엄청 들어올 거다.
“이미 항의하고 있다며? 그리고 안타스는 국가별로 독립적이라고 알고 있는데, 아니었나? 영감은 안타스 이탈리아가 무서워?”
―다른 것도 아니고 간부가 잡혔다. 게다가 나와 직접 통화까지 했던 일이 틀어진 건데….
“시나리오 적어 줬잖아?”
경찰에는 안타스 코리아를 추적하다 베네트를 발견했다고 설명할 예정이라 홍만식과 말을 맞추기 위해 시나리오를 보내 줬다.
―이런 조잡한 걸 가지고 어떻게….
“그래도 경찰에 어떻게 말할진 다 적어 놨잖아. 영감 머리 잘 돌아가던데, 알아서 생각해.”
―내가 아무리 잘 둘러대도 베네트가 법정에서 입을 열면….
“괜한 걱정이야. 베네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아.”
―그걸 네가 어떻게 장담하지?
“혀를 잘랐거든.”
―뭐?
“삶의 의지도 없어. 그리고 안타스 관련자들은 일반 범죄자랑 다르게 빠르게 처리되잖아?”
―…알았다. 그럼 이젠 정말 서로 엮이는 일 없이….
“그래. 그런데 영감, 통화 초반에 나한테 내가 영감을 속였는데도 따지지 않고 넘어갔다고 했지?”
―아니, 그건….
처음 전화했을 때는 아주 빚 받으러 온 사채업자처럼 기세등등하더니 베네트의 혀를 잘랐다는 이야기를 한 뒤부턴 살짝 겁먹은 눈치다.
하긴 원작에서도 의외로 겁이 많은 캐릭터긴 했다.
“말은 똑바로 해야지. 누가 넘어가 준 건데 막말로 난 거기서 영감 죽일 수도 있었는데?”
―….
“그리고 속은 놈이 등신 아니야?”
―뭐? 이 자식…!
“내가 영감 자식이야?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돼? 홍 영감, 내일 아침 신문 1면에서 ‘안타스 코리아 보스 정체 대공개’ 이런 기사 보고 싶어?”
―지, 지금 협박하는 거냐? 서로 터치하지 않기로….
“그러니까 처신 잘하라고.”
아무 말 없이 전화를 끊어 버린다.
다시 걸어서 누가 갑인지 제대로 알게 해 줄까 생각도 했지만 이 정도에서 멈추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너무 자극해서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으로 나오면 피곤하니까.
나도 아직 준비해야 할 것도 많고.
어차피 사형을 당할 놈이고 이미 혀도 자르긴 했지만, 오른팔만큼은 절대로 남겨 둘 수 없으니까.
베네트를 생각했더니 짜증이 또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냥 죽여 버리면 이런 고생을 할 필요도 없겠지만 어쩔 수 없다.
앞서 홍만식에게도 말했듯이 나는 피해자인 민하가 원하는 대로 해 주겠다고 약속했으니까.
* * *
베네트를 경찰에 넘긴 지도 벌써 1주일이란 시간이 흘렀다.
베네트는 경찰에 넘긴 지 이틀도 채 되지 않아 이탈리아로 송환됐고 송환된 당일에 사형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한국 시간으로 어제 사형이 집행됐다.
안타스의 간부인 걸 감안하더라도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였지만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일단 안타스 이탈리아에서 그 녀석을 구하러 올 가능성도 있고 사실 그걸 떠나서 베네트 그 자식은 너무 많은 사람을 죽였다.
그 자식이 주도해 벌인 테러에 휘말려 죽은 일반 이탈리아 국민들만 해도 거의 천 단위에 육박한다.
뿐만 아니라 베네트가 암살한 사람 중에는 이탈리아 총리의 가족을 비롯해 상원 및 하원 의원들과 그 가족들, 심지어 마피아의 보스까지 있다고 하니 말 다 한 거나 다름없다.
그리고 내가 베네트를 경찰에 넘길 때 상태가 매우 안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내 이미지는 거의 타격이 없다.
아니, 오히려 더 좋아졌다.
이탈리아 정부가 베네트의 목에 한국 돈으로 거의 50억 정도 되는 상당한 현상금을 걸어 뒀는데 생포할 시에는 두 배라 무려 100억이다.
결코 적은 돈은 아니지만, 돈이 그리 궁한 것도 아니라 이탈리아 정부에서 상금을 주겠다고 연락이 왔을 때 베네트로 인해 피해를 입은 희생자들의 유가족들을 위해 써 달라고 말하며 거절했다.
딱히 기사를 내 달라고 하지 않았는데 이탈리아 정부가 기사를 내면서 이탈리아의 국민적 영웅이 됐다.
정작 이탈리아는 단 한 번도 가 보지 않았지만.
사실 피자나 파스타를 좋아해서 언제 한번 가 볼 생각도 있었지만 적어도 한 10년 동안은 가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
안타스 이탈리아에서는 완전히 이를 벅벅 갈고 있을 테니까.
나중에 이지성이 졸업해서 싹 다 정리해 주면 그때나 한번 가 봐야지.
그리고 사실 이번 사건으로 안타스 코리아와 이탈리아가 크게 한번 부딪히지 않을까 싶었는데, 홍만식이 어떻게 잘 둘러댄 것 같다.
지난번에 베네트를 넘기기 전에 연락 온 거 말곤 따로 연락은 오지 않았지만 무소식이 희소식이란 말도 있으니까.
아, 그리고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내 학생들은 내가 지킨다’라는 살짝 오글거리는 제목으로 기사가 나가며 이미지가 상당히 좋아졌다.
솔직히 별로 기쁘진 않다.
[2-10]생각을 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교실 앞에 도착했다.
예전 같았으면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소리가 낫겠지만, 너무나도 조용하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애들도 모두 앉아 있다.
실습 사건이 벌어진 지 이미 10일이 지났고 중독됐던 연수는 물론이고 발목 수술을 했던 재현이도 어제 복귀를 했다.
하지만 여전히 한 자리는 비어 있다.
든 자리는 티가 안 나도 난 자리는 안다는 말이 맞는지 실습이 끝난 이후부터 반 분위기는 급격히 다운된 상태 그대로다.
담임으로서 분위기 쇄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솔직히 너무 힘들다.
애들보고 강제로 웃고 다니라고 할 수도 없고.
이럴 때 진수 같은 녀석이 우리 반에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니다.
그 녀석도 은근히 분위기를 많이 타는 녀석이니 별반 다를 게 없었겠지.
오늘은 아침에 비까지 내려서 그런지 분위기가 더욱 처지는 느낌이다.
전달 사항을 이야기하고 조회를 마쳤다.
“다들 오늘 수업 잘 받고, 점심 맛있게 먹고, 종례 때 보자. 그럼 반… 아니, 됐다.”
조심했어야 했는데 나도 모르게 바보 같은 실수를 하고 말았다.
몇몇 애들은 눈시울이 붉어지려 하는데… 어설픈 농담이라도 할까 했지만 역효과만 날 것 같아 도망치듯 교실을 빠져나왔다.
오늘 전달 사항 중엔 다음 주에 있는 어린이날부터 어버이날까지 집에 보내 준다는, 애들이 정말 좋아할 만한 희소식이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대놓고 좋아하는 티를 내지 않았다.
하아….
진짜 한숨이 절로 나온다.
어쩌자고 그런 바보 같은 실수를 한 건지….
자책하며 검술 훈련장으로 향했다.
“강 선생님, 좋은 아침입니다.”
좋은 아침은 개뿔. 비도 오는데 무슨 좋은 아침이라는….
아니지, 나까지 이렇게 우울해지면 안 된다.
“네. 좋은 아침입니다.”
애써 밝게 인사하며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전원을 켜고 한글 파일을 실행했지만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강 선생님?”
“네?”
“시간 됐는데 수업하러 안 가세요?”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해야 할 게 참 많은데 내 노트북 화면은 여전히 백지다.
노트북을 덮고 사무실을 나와 2학년 교장으로 와 보니 아이들이 전부 줄을 맞춰 서 있다.
따로 지시도 안 했는데 판초 우의까지 미리 챙겨 입고 있다.
오전 수업인 은서를 포함해 우리 반 학생들이 많고 민하가 있던 조라 그런지 우리 반 분위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
진수랑 민희가 있는 오후 반은 우리 반 학생도 없어서 분위기가 그나마 좀 나은 편이지만….
“시키지도 않았는데 다들 판초 우의까지 챙겨 입고… 좋아. 오늘 구보는 쉰다.”
“네? 선생님, 그냥 뛰면 안 돼요?”
“맞아요. 그냥 뛰고 싶어요.”
“저도요.”
“구보할래요.”
평소 같았으면 비 오니까 쉬면 안 되냐고, 구보하기 싫다고 징징거렸을 녀석들이….
“그래, 뛰자. 오늘은 특별히 선생님도 뛴다.”
1학년부터 지금까지 비 오는 날은 절대 애들과 같이 뛰지 않았지만, 오늘만큼은 나도 뛰고 싶다.
오전 수업을 마치고 교무실로 왔다.
점심 메뉴도 별로고 애들 간식 사 주면서 과자 몇 개를 집어 먹어서 점심은 거르고 서류 업무나 할까 한다.
그래도 수업을 일찍 마치고 간식을 사 주니 수업이 끝날 때쯤엔 다들 표정이 처음보단 나아졌다.
간식 때문인지 비 맞으면서 한참을 달려서 그런 건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다행이다.
조금만이라도 좋으니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면 좋겠다.
물론 시간이 약이란 말에 기대려는 건 아니다.
사실 민하는 학교를 그만둔 게 아니라 잠시 쉬고 있을 뿐이다.
애초에 내 허락 없이 자퇴는 불가능하니 본인이 자퇴하겠다고 해도 강제로라도 잡아둘 생각이었지만, 다행히 민하는 나를 믿겠다고 했다.
그리고 나는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내 학생의 믿음을 배신할 생각이 전혀 없다.
책상에 있는 달력을 한 장 넘기자 빨간 동그라미를 쳐 둔 두 개의 날짜가 눈에 들어온다.
[6/13]수학여행의 출발일이다.
[6/20]내가 민하에게 약속했던 두 달의 기한이 끝나는 날이자 전부 책임지겠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증명하는 날이다.
“어? 강 선생? 밥 안 먹어?”
“아, 박 선생님… 오늘 메뉴가 별로라서요.”
“왜? 동태찌개가 소주 생각이 절로 날 정도로 기가 막히던데. 아, 참… 업무 연락 봤어? 대박 뉴스 떴던데.”
“5월 5일부터 8일까지 학교 쉬는 거요? 아침에 교무부장 쌤이 이야기했잖아요.”
“그거 말고. 5월 16일부터 18일까지 금, 토, 일 이렇게 수학여행 사전 답사 갈 선생님 뽑는다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