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wordsmanship instructor at the Fantasy Academy RAW novel - Chapter 16
아카데미의 검술 강사가 되었다 (16)
“저기… 선생님, 저희 매점 가서 간단하게 뒤풀이라도 하고 싶은데, 어떻게 안 될까요?”
“부탁드릴게요.”
난 또 뭔가 했다.
원칙은 9시 이후부터는 기숙사 내부 활동만 가능하지만, 교사가 있으면 10시 전까지만 기숙사에 들어가도 된다.
밥 먹은 지 아직 세 시간도 안 됐을 텐데.
하긴… 뭐, 이 나이대 애들은 쇠도 씹어 먹을 나이니까.
어차피 시간이 이래서 오늘은 수련하기도 애매하고 별다른 약속도 없으니, 대신 늦어도 9시 반까지는 기숙사에 들어가야 한다고 했더니 다들 알겠다며 환호성을 지른다.
별것도 아닌데 무척 좋아한다고 생각하며 아이들을 데리고 교직원 기숙사로 향했다.
아직 학생 매점이 열려 있긴 하지만 9시가 되면 칼 같이 닫으니까.
가서 이야기하면 9시 반까지 열어 줄지도 모르지만 그분도 퇴근 시간이란 게 있는데 괜히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
어차피 교직원 기숙사 매점은 10시까지 영업하니까.
“어? 강 선생님, 이제 퇴근하시는… 어, 세진이도 있네.”
기숙사에 도착해서 매점에 왔는데 민 선생님과 마주쳤다.
“민 샘, 저희도 있어요.”
“곧 있으면 9신데 다들 여기는 왜…? 강 선생님이 데려온 거예요?”
“네. 별건 아니고 인터뷰 끝나고 애들이 출출하다고 해서 뭐 좀 먹이려고요.”
“너희들이 졸랐지. 이 녀석들아, 이 시간에 먹으면 다 살로 가는 거 몰라? 그리고 너희들 밥 먹은 지 세 시간도 안 지났어.”
“아, 샘! 저희는 숟가락 놓으면 배고플 나이예요.”
“맞아요. 촬영도 열심히 했단 말이에요.”
“어휴, 이 징글징글한 것들. 얼른 조금만 골라서 먹고 돌아가. 선생님이 계산할 테니까.”
처음엔 구박하긴 했어도 이렇게 나서는 걸 보니 아이들을 많이 아끼시는 모양이다.
얼굴도 예쁜데 얼굴만큼 마음씨도 고운 것 같다.
“아니에요, 제가 데려왔는데…. 다들 가서 먹고 싶은 거 골라. 눈치 보지 말고.”
게다가 같은 신규라고 해도 일반과목을 가르치는 민 선생님보다는 내가 많이 버니까 내가 사는 게 맞다.
어차피 한 달 후 내 주식은 ‘떡상’할 테니까.
과자쯤이야 얼마든지 사 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얘, 얘들아, 너희 배가 많이 고팠구나?”
내가 데려온 학생은 총 5명.
나까지 합쳐도 입은 6개밖에 안 된다. 거기다 4명은 여학생이고 남자는 나하고 상당히 마른 체격의 2학년 남학생 이렇게 둘 뿐인데 장바구니 3개를 아주 꽉꽉 채워 왔다.
아무리 눈치를 보지 말라고 했다지만 진짜 눈치를 전혀 안 보고 고른 것 같다.
“그래도 이거 먹고 자야 할 텐데 너무 많은 거 아닌가? 남으면 낭비니까….”
“세진이가 보기엔 말랐는데 엄청 잘 먹어요. 작년 학교 축제 때 많이 먹기 대회에서 교감 선생님도 이겼다지 뭐예요.”
아니, 민 선생님… 그런 건 좀 일찍 말해 주시지.
하필 오늘 한 달 생활비만 딱 남겨 두고 주식에 ‘몰빵’했는데….
“샘, 저희가 너무 많이 골랐죠…? 몇 개 뺄까요?”
“아… 아니야. 계산해 주세요. 괜찮아, 선생님 헌터잖아.”
그래. 원래 한국 과자는 질소 충전을 빵빵하게 하니까 부피가 커서 그렇지, 막상 계산하면 얼마 안 나오긴 개뿔.
아직 바구니 하나 절반도 바코드를 안 찍었는데 5만 원이 넘었다.
하하…. 이곳 교직원 기숙사 매점은 학생 매점과 달리 많은 걸 팔고 있다는 걸 간과했다.
담배와 술 같은 품목을 비롯해 육포 같은 고가의 안주류와 냉동식품.
소고기 육포 치즈 맛? 아니, 학생이면 학생답게 과자나 먹지 이런 술안주를… 아니, 잠깐. 수넬 치킨? 이건 왜 이리 비싸!
“217,000원입니다.”
이게 어딜 봐서 간단한 뒤풀이 수준인지….
나 혼자 식당 가서 소고기를 먹어도 이 정도는 안 나오겠다.
최대한 태연하게 지갑을 꺼내 카드를 내밀고 사인을 했지만, 중간에 나도 모르게 손을 떤 것 같다.
아무래도 당분간은 사부에게 사다 주는 간식은 좀 줄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미안해요, 사부.
* * *
마, 말도 안 돼.
이틀 전 나온 대출금은 말할 것도 없고 증권사에서 신용융자까지 당겨 써서 총 8억을 몰빵했다.
어제까지는 그래도 조금은 올랐다.
그런데 오늘 시작부터 갑자기 아무 이유 없이 떨어지더니 마이너스 30%, 하한가를 맞았다.
내가 샀을 때도 이미 충분히 떨어진 상태라 당연히 내가 산 곳이 바닥인 줄 알았지 그 밑에 지하실이 있을 거라곤 꿈에도 생각 못 했는데….
설상가상으로 증권사에 빌려 쓴 신용융자는 주식이 너무 떨어지면 자동으로 반대매매가 이루어진다는 걸 오늘 처음 알았다.
쉽게 말해 내일 주식시장이 마감될 때 10%만 더 떨어져 반대매매가 실행되면 원금 4억 중에 3억 2천이 날아간다.
수중에 있던 3억은 물론이고 1억은 은행에서 빌린 거니 2천만 원 빚까지 지게 된다.
하아… 생각만으로도 숨이 턱턱 막힌다.
너무 욕심부렸다.
있는 돈으로만 했으면 얼마가 떨어지든 다시 올랐을 텐데.
미치겠다.
당장 돈 나올 곳도 없는데.
내일 지켜보다 정 안 되겠으면 반차라도 쓰고 은행 가서 대출이라도 더 받아…도 안 되겠구나.
이미 1억을 빌렸으니 대출이 안 될 수도 있고 된다고 해도 하루 만에 돈이 나오진 않으니까.
사채라도 알아봐야 하나….
근무 중에 반차를 쓰면 정근 수당이 없어지지만 지금 그깟 정근 수당 몇 푼이 중요한 게 아니다.
이미 장이 끝나 바뀔 리 없는 주식 어플만 바라보다 교무실에 들러 퇴근 카드를 찍고 기숙사로 돌아왔다.
원래 이 시간에는 내공심법을 연마할 시간인데 지금은 도무지 그럴 상태가 아니다.
아마 지금 수련을 하면 주화입마에 걸리지 않을까?
가만히 있어도 속이 타서 물이나 마시려고 하는데 하필 물도 다 떨어졌다.
사러 가기도 귀찮아 침대에 드러누워 눈을 감았는데 휴대폰이 울린다.
발신자를 확인하니 민 선생이다.
이 시간에 웬일로… 아, 맞다.
주식 떨어진 거에만 정신이 팔려 오늘이 민 선생이 제안했던 일반과목 선생님들과의 모임 날인 걸 까맣게 잊고 있었다.
“여보세요.”
―강 선생님, 어디세요? 저는 지금 학교 막 나가려는 참이거든요.
“아, 퇴근하고 잠깐 눕는다는 게 깜빡 잠이 들어 버려서…. 죄송합니다. 지금 바로 준비하고 가겠습니다. 먼저 가세요.”
심란해서 별로 가고 싶진 않지만, 미리 약속을 했으니까.
차라리 잘됐다. 가서 술이나 마시자.
―오래 걸리시나요? 금방 나오시면 기다릴게요.
“아, 정말 죄송합니다. 그럼 빨리 가겠습니다.”
옷을 갈아입고 거울을 한 번 확인하고 바로 기숙사를 빠져나와 정문으로 향했다.
행정실에 들러 외출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다행히 외출 허가는 민 선생님 다 받아 두겠다고 했으니까.
“강 선생님, 기숙사라고 하지 않으셨어요?”
기숙사와 학교 정문까지는 꽤 거리가 있지만, 내공을 운용해서 속도를 높였다.
“너무 죄송해서 좀 달렸습니다. 죄송합니다.”
“오늘 많이 피곤하셨나 봐요. 그래도 이렇게 오셨으니 됐죠. 그런데 진짜 빠르시네요.”
“하하…. 뭐, 대단한 것도 아닌데요. 그런데 다른 선생님들은요?”
“저는 오늘 서류 작업 할 게 좀 많아서 끝나고 연락해 보니 다들 먼저 가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강 선생님이 남아 있어서 다행이네요. 참, 이따 9시에 동영상 올라가요.”
“동영상이요? 무슨… 아, 학생회 애들이 찍은 동영상 말이군요.”
촬영은 이틀 전에 끝났지만 편집에 검수까지 해야 하니 꽤 걸리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 정도면 꽤 빠른 편인 것 같다.
“편집하는 거 많이 힘드셨을 것 같아요.”
“처음엔 완전히 막막했는데 그래도 인터넷 보면서 하니까 어떻게 되더라고요.”
“윗분들은 별말 안 하시던가요?”
“교장 선생님이랑 교감 선생님 두 분 다 보시고 한 번에 통과시켜 주시던데요?”
“다행이네요.”
“원래 취지가 취지다 보니, 대부분 학생들 위주로 만들어졌지만 강 선생님 분량도 꽤 길어요.”
“아… 어떻던가요? 애들이 너무 과하게 칭찬을 해서 사람들이 보고 욕하지 않을까 걱정되던데.”
“안 그래도 영상 속에서 많이 부끄러워하시던 것 같던데, 괜찮을 거예요. 실제로도 강 선생님 한 인물 하시는 거 맞잖아요.”
“너무 좋게 말씀해 주시네요. 딱히 그런 생각은 잘 안 해 봤는데.”
“에이, 동영상 올라가면 강 선생님 스타 되실걸요? 아, 말씀을 못 드렸는데 학생회장이랑 대련하면서 지도하는 건….”
“잘렸나요?”
규정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교감이나 교장이 별로라고 하면 어쩔 수 없다.
올릴지 말지 최종 결정을 하는 건 그들이니까.
“잘리긴요. 교장 선생님, 교감 선생님 두 분 다 칭찬하셨는데요. 아예 편집하지 말고 따로 올리는 건 어떻겠냐고 하셔서 따로 올라갈 거예요.”
“네?”
“대련 장면까지 편집 없이 붙여 버리면 영상이 너무 길어지거든요.”
따로 올라간다라….
학교 동영상의 시청자는 대부분 학부모들일 테고, 자기 애가 1학년 검술반이 아닌 이상 내가 별로 궁금하진 않을 테니 그게 나을 수도 있겠다.
좋은 거겠지?
메인은 학생들이고 난 그저 부록 같은 거니까.
따로 올리면 사람들이 덜 볼 테니 조금 더 나을 것 같다.
교문을 나서 콜택시를 타고 회식 장소에 도착했다.
“승아 샘, 왜 이렇게 늦었… 어? 강 선생님도 같이 오셨네. 안 그래도 연락할까 했는데 번호를 아는 사람이 없어서.”
“제가 연락해서 같이 온 거예요. 깜빡하고 계셨데요.”
“죄송합니다.”
“에이, 그럴 수도 있지. 이쪽으로 앉으세요.”
“오, 강 선생님이다.”
“늦게 오셨으니 벌주 한 잔 하셔야죠.”
나만 헌터다 보니 알게 모르게 거리감 같은 게 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모두 반겨 주는 느낌이다.
고깃집이다 보니 습관이 돼서 앉자마자 집게와 가위를 들었지만, 예전 회식처럼 주야장천 고기만 굽는 일은 없었다.
다들 신입이라 그런지 굽지만 말고 먹으라고 계속 교대를 해 줬으니까.
대화 주제도 대부분 학교생활에 관한 것들이라 공감하고 대화에 어울리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았다.
실기 선생들 모임과 달리 내가 이야기를 하면 잘 들어주고 반응도 좋아서 기분이 좋다.
다들 술을 너무 잘 마셔서 조금 놀랐지만 즐겁다.
자주 이런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
* * *
숙취 때문에 머리가 깨질 것 같다.
어제 주식 때문에 속상해서 원래 달리려고 했지만 다른 선생님들도 만만치 않았다.
물론 신규 선생님들만 모이는 자리다 보니 술을 강제로 권하고 이런 건 아예 없었다.
하지만 안 그럴 것 같던 여선생님들까지 1명도 빼지 않고 아주 내일 수업이 없는 것처럼 마셔 댔다.
잘 마시는 건 선생님들 패시브인가?
다들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던 것 같다.
하긴, 교사라는 직업도 서비스직이라고 볼 수도 있으니까.
학생들과 비교해 조금 더 자유가 보장된다고 하지만 대부분 20대인 선생님들에게 기숙 학교 생활은 답답할 테고.
아니, 내가 지금 이런 생각이나 할 때가 아니지.
오늘 주식이 어떻게 될지가 문제다….
아직 장전 거래 시간도 되지 않았지만 벌써 걱정이 된다.
어제 모임에서 남자 선생님 두 분도 주식을 한다고 해서 내가 샀다는 이야기는 안 하고 친구가 추천해 줬다며 슬쩍 물어봤었다.
둘 다 김철환 후보 관련주를 왜 사냐며 더 떨어질 것 같다고 이야기하던데, 티는 못 냈지만 속이 정말 부글부글 끓었다.
원작 내용대로라면 분명 다시 올라가겠지만 사채를 쓰는 건 좀 아닌 것 같은데.
역시 최서라에게 말을 해서 돈을 좀 빌려야 하나?
주식시장은 3시 반에 끝나지만 11시까지만 돈을 좀 추가로 주식 계좌에 입금해 두면 반대매매는 막을 수 있으니까.
그래, 내가 저번 주말에 안타스의 실상을 알게 해 준 데다 나중에 안타스가 아니라고 증인도 해 주기로 했는데.
무엇보다 그동안 최서라 때문에 안타스에 갖다 바친 돈이 얼만데.
양심이 있다면 빌려주겠지?
생각을 정리하니 마음이 조금 가벼워진다.
출근 준비를 마치고 학교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에 막 도착해서 들어가려는데… 뭐지?
학생들이 계속 나를 힐끔거리며 웅성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