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wordsmanship instructor at the Fantasy Academy RAW novel - Chapter 25
아카데미의 검술 강사가 되었다 (25)
사부 친구
“선생님, 수업 안 해요? 밖에 애들 다 왔어요.”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너무 분위기에 심취했던 모양이다.
그래. 결투도 결투지만 일단 수업부터 해야지.
밖에 나와 보니 아이들 표정이 해맑다.
물론 학생 전부가 비 오고 바람도 세게 부는 이런 날씨를 좋아해서 그러는 건 아니다.
내일이 방학식이라 오랜만에 집에 갈 생각으로 설레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비가 많이 오면 구보를 안 해서가 아닐까?
태풍 때문에 어제도 비가 와서 구보를 안 했고.
오늘도 줄기차게 비가 오고 있으니 당연히 구보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난주에 주문했던 물건이 오늘 도착했다.
“선생님, 들어가서 VR 기기 꺼낼게요.”
검술 훈련장 사무실 옆에는 우천 시에도 훈련을 할 수 있게 작은 실내 공간이 있다.
어제도 비가 많이 와서 거기서 VR 실습만 했지만, 오늘은 다르다.
“아니, 스트레칭부터 하자.”
“네? 그게 무슨…. 선생님, 설마 구보는 아니겠죠?”
“맞아요. 밖에 비 많이 와요. 그리고 오늘이 1학기 마지막 날인데….”
평소에는 별말 않고 잘 따르는 은서까지 거들고 나서는 걸 보니 진짜 구보가 싫은 모양이다.
“그래서 준비한 게 있으니까 다른 애들은 스트레칭 하고 두 사람은 사무실로 들어와.”
불안한 표정인 은서와 은수에게 아침에 옮겨 놨던 커다란 플라스틱 박스 하나를 건넸다.
“가지고 가서 애들 한 장씩 나눠 줘.”
“이게 뭔데요?”
“뭐긴 뭐야, 판초 우의지.”
“우의면 비옷이에요?”
“응.”
“샘, 너무해요….”
두 녀석 다 원망 가득한 얼굴로 쳐다본다.
그렇게 나를 악마 보듯 보지 말아 줄래?
내가 진짜 악마라서 애들을 고생시키려고 이걸 산 건 아니다.
이번 학기 1학년 검술부 비품 예산이 약간 남았는데 전부 안 쓰면 다음 학기엔 안 쓴 만큼 감액된다고 해서 고민 끝에 구매했다.
처음엔 애들이랑 간식이라도 사 먹으려 했지만 알아보니 비품 예산은 그렇게 쓰면 안 된다니 어쩔 수 없지.
두 녀석이 울상인 채로 판초 우의를 들고 나가는데 바깥 녀석들도 다들 난리다.
“샘? 이거 냄새 이상해요.”
“너무 축축한데요?”
“A 조가 아침에 썼으니까 그렇지. 대충 털면 다 털리니까 축축하면 털어서 입고 얼른 스트레칭 하자.”
예산이 그리 많이 남은 건 아니라 40개밖에 구입하지 못했다.
뭐, 어차피 우리 1학년은 A 조, B 조 나눠서 수업하고 조마다 40명이니 상관없지만.
아, 당연히 내 건 필요 없다.
가끔 같이 뛰긴 해도 오늘처럼 비 오는 날에는 나는 절대 안 뛸 거니까.
“선생님 다 돌았어요.”
“그래, 고생…이 아니라 서은수, 정말 다 돈 거 맞아?”
“네? 아, 그… 그럼요.”
“저희 다 돌았어요.”
또 은서까지 언니를 거들고 나서는데 아무리 봐도 수상하다.
대충 한두 바퀴 정도 덜한 것 같지만 뭐 비 맞으면서 뛰었으니 이 정도는 눈감아 줘야겠다.
너무 빡빡하기만 한 선생님은 인기 없으니까.
“다들 우의는 잘 털어서 박스에 보관하고 들어가서 VR 훈련 준비해. 참, 학기 끝났지만, 오늘 기록부터는 2학기 성적에 반영할 거니까 대충할 생각은 다들 버리는 게 좋을 거야.”
물론 뻥이지만 학기 말이라 그런지 학생들 분위기가 많이 풀어져서 어제 훈련도 평소에 비해 엉망이었다.
내일이 방학식이니 어느 정도 이해는 한다만, 선생이 된 입장으로선 가만히 두고 볼 순 없으니까.
그래도 오늘이 마지막 수업인 만큼 평소보다 한 시간 정도 일찍 마치고 매점에서 간단히 과자와 음료수를 사서 먹이며 마무리를 할 생각이다.
오전에 A 조도 그렇게 했는데 B 조만 안 해 주면 또 난리가 날 테니까.
지난번에 A 조 애들에게 피자를 사 줬을 때 그랬다.
당연히 B 조도 사 줄 생각이었지만 놀래켜 주려고 말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몇 녀석이 자랑을 했고 나는 오후 수업 때 ‘우리는 안 사 주려고 A 조 애들 입단속 시킨 거냐’고 따지는 폭도들과 마주해야 했다.
어휴, 지금 다시 생각해도 끔찍하다.
* * *
시끄러운 알람에 눈을 뜨니 벌써 6시 반이다.
보통 때라면 퇴근 카드를 찍고 밥을 먹을 시간이지만 오늘은 밥도 걸렀다.
명색이 절정 고수니 체하지는 않겠지만 컨디션 조절을 위해서다.
수업이 끝나고 계속 교감과의 싸움을 시뮬레이션했다.
내가 생각한 대로 상황이 흘러간다면 어느 정도 승산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엔 조금 힘들겠지만 그래도 허무하게 지지는 않을 거다.
이제 슬슬 가야 할 시간이라 미리 챙겨 놨던 검을 들었다.
평소에 사용하는 수련용 검도 아니고 원래 강신혁이 쓰던 검도 아니다.
하지만 내게는 가장 익숙한, 사부와 수련할 때 늘 쓰던 사부의 검이다.
지난주 일요일, 학교로 돌아가려는데 사부가 가지고 가서 쓰라며 주기에 들고 왔다.
검집이 없어 오는 동안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당시에는 약간 곤란했지만 익숙한 검이 있으니 불안이 한결 가시는 기분이다.
게다가 이 검이 무슨 우리 문파의 기보 이런 건 아니지만, 사부의 둘밖에 없는 친구 중 하나가 선물해 준 비싼 칼이란다.
비록 오래되고 손때도 너무 타서 꼬질꼬질해 보이지만 검날만큼은 사부가 매일 관리해서 시퍼런 예기가 번뜩인다.
검 날을 한 번 바라보다 늦을 것 같아 빠르게 검술 훈련장을 빠져나왔다.
오늘 결투 장소는 검술 훈련장에서 약간 거리가 있는 마법 결투장이다.
마법 결투장은 각종 마법이 걸려 있어 복구가 간편하고 내부에서 벌어진 충격도 외부로 새어 나가지 않는다.
김만동과 나, 둘 다 마법사는 아니지만 서로 마나를 사용하는 헌터니까.
학생들 기준으로 만들어진 거라 일정 수준 이상의 공격을 하면 깨질 위험이 있어 오늘 대련에서는 안전을 위해 마법 학과 교사 몇 명이 따로 배리어도 펼친다고 들었다.
결투 장소인 마법 결투장에 도착했다.
열린 문틈 사이를 보자 이미 객석에는 학생이며 교사며 할 것 없이 사람들로 빼곡히 차 있다.
축제 때도 이곳에서 무투 대회가 열리기에 천 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는데, 빈자리가 거의 안 보이는 걸 보니 고등부뿐만 아니라 중등부에서도 꽤 많이 보러 온 모양이다.
교감이 올린 공지는 교사들만 볼 수 있는 교육 행정 시스템에 올라왔지만, 학교 사람들 대부분은 오늘 내가 결투를 하는 걸 알고 있을 거다.
실기 교사들이 일부러 학생들에게 흘린 거겠지.
그들은 당연히 내가 처참히 패배할 테니 이왕이면 더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특히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망신을 당하길 바랄 테니까.
물론 나는 B 랭크 헌터, S 랭크인 교감에게 지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
하지만 소문은 우수 교사 타이틀이 탐난 내가 주제도 모르고 교감에게 말도 안 되는 제안을 해서 오늘 대련이 성사됐다는 식으로 났으니까.
이것 역시 실기 교사들의 짓이겠지.
물론 그럼에도 난 직접 내게 물어보는 학생들에게만 그런 게 아니라고 할 뿐 적극적으로 해명을 하지 않았다.
결과로 증명하면 그만이니까.
그리고 어차피 따로 해명을 하지 않아도 내 학생들만큼은 나를 믿어 줬으니까.
어떻게 아냐고?
아까 수업이 끝나고 과자를 먹으면서 이야기할 때도 다들 내 걱정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증거는 지금 눈앞에도 있다.
“강신혁 선생님 화이팅!”
“우리 강 선생님 최고!”
“우윳빛깔! 강신혁!”
“사랑해요! 강신혁!”
나를 발견했는지 2층 객석에서 목청껏 응원하는 학생들이 보인다.
은수와 은서, 진수와 민희처럼 대표를 맡고 있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우리 검술반 80명 학생 모두 온 것 같다.
언제 준비한 건지 ‘최강 꽃미남 검술 강사 강신혁’이라는 플래카드까지 들고 있다.
약간 쑥스럽지만 그래도 기분이 썩 나쁘지 않다.
물론 마지막 사랑해요란 응원과 플래카드는 상당히 부담되지만.
결투장에 올라가 우리 학생들을 향해 손을 한 번 흔들어 주고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데, 얼마 안 가 객석이 소란스러워졌다.
“교감 선생님이다!”
“김만동! 김만동!”
“최강 헌터! 김만동!”
아까 나 때보다 훨씬 큰 환호지만, 뭐… 어쩔 수 없다.
지위나 인지도 그리고 랭크까지 내가 전부 밀리니까.
아까 우리 학생들의 환호를 보고 실기 교사들이 다른 학생들에게 교감이 오면 크게 환호를 하라고 시켰을 수도 있다.
교감은 손 한 번 안 들어 주고 무심한 표정으로 결투장에 올라왔다.
“사람이 이렇게까지 많이 올 줄은 몰랐는데. 준비는 많이 했나?”
모르긴 뭘 몰라, 이 영감탱이야.
“나름 열심히 했습니다.”
사실 나름이 아니라 정말 최선을 다했다.
“나름 준비한 거 가지곤 안 될 텐데…. 망신당하기 싫으면 처음부터 최선을 다해야 할 거야.”
“물론이죠. 교감 선생님도 너무 방심하지 않으시는 게 좋을 겁니다.”
“하하, 역시 자네는 재밌다니까. 일단 선공은 내가 양보할 테니 시작하면 먼저 들어오게.”
나이스.
보통 무협 소설을 보면 고수가 하수에게 3초식, 그러니까 세 번을 양보한다.
그리고 고 랭크 헌터와 저 랭크 헌터의 대련에서도 세 번까지는 아니어도 고 랭크가 선공 정도는 양보한다.
법에 그렇게 하라고 딱 정해진 건 아니지만 자신감이 넘치는 교감이라면 이렇게 나올 거라 생각했다.
“저… 교감 선생님, 시간은 약간 남았지만 다 왔으니 시작해도 될까요?”
심판을 맡은 남자 선생님이 교감에게 묻는데 내 쪽은 아예 쳐다도 안 본다.
“나는 상관없네. 강 선생, 준비됐나?”
“저도 상관없습니다.”
“그럼 룰을 다시 한 번 공지하고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어드밴티지 적용으로 여기 강신혁 선생이 교감 선생님께 단 한 번이라도 유효한 공격을 성공시키면 강신혁 선생의 승리입니다. 교감 선생님, 조건에 동의하십니까?”
“물론일세.”
“강 선생도 동의하죠?”
“동의합니다. 저… 그런데 심판분께서는 경기가 시작되면 바깥으로 나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조금 위험할 수가 있거든요.”
“뭐? 아니, 강 선생, 난 A급….”
“강 선생 말대로 하지.”
“아, 알겠습니다.”
괜히 휘말릴까 봐 그런 건데 다행히 교감이 말하니 바로 꼬리를 숙인다.
나를 노려보는데 단단히 미움을 산 모양이다.
혹시 내가 이겨도 판정패 당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가볍게 경례를 하고 약간 거리를 두고 서자 소란스럽던 장내가 조용해졌다.
삐이익―!
남자 선생의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대련이 시작됐다.
아까 말했던 대로 먼저 들어오라는 뜻인지 교감이 손짓한다.
나는 곧장 단전에 있는 내공을 끌어올렸다.
몸에 힘이 넘치며 모든 감각이 확장되는 게 느껴진다.
또한, 내가 들고 있는 검에 점점 푸른 기운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와! 오러소드다.”
“강 선생 B 랭크 아니었어?”
객석에서 놀란 학생들의 목소리가 내게도 들린다.
검기, 헌터들 사이에서 오러소드라 불리는 기술은 보통 A 랭크 헌터들이 많이 사용하니 놀란 것 같다.
하지만 너무 이르다.
단전의 저릿함을 참고 극한까지 내공을 끌어올리자 검을 감싸고 있던 푸른 기운이 점점 진해진다.
이내 검을 완벽히 뒤덮으며 검기 스스로 검의 형상을 갖춰 냈다.
“저… 저거 오러블레이드 아니야?”
“무슨 오러블레이드야? 그건 S 랭크 헌터들만 쓰는 기술이라고! 겉모습만 비슷한 거겠지.”
“위튜브에서 봤던 거랑 똑같은 것 같은데.”
아까보다 웅성거림이 더 커진 것 같다.
사부는 실전에서는 쓰지 못할 계륵이라며 폄하했지만 교감의 자만심은 내게 기회를 줬다.
“크흠, 슬슬 공격해도 될 것 같은데.”
교감도 티는 안 내려고 하는 것 같지만 꽤 당황한 기색이다.
보통 양보한 선공은 탐색을 위해 가볍게 공격하는 데 쓰지, 나처럼 이런 식으로 전력을 쏟아부어 공격을 준비하진 않는다.
약간 비겁해 보일 수도 있지만, 솔직히 더 비겁한 건 남자라는 이름을 걸고 약속을 했음에도 못 믿고 이런 공개적인 대련을 하게 만든 저 영감탱이다.
“갑니다, 교감 선생님.”
내가 준비한 건 검강이 끝이 아니다.
사부가 우리 문파의 무공이 결코 달리는 건 아니라고 몇 번이나 강조하며 알려 준 친구의 무공.
이름을 듣고 깜짝 놀랐었지.
연습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강기가 잔뜩 머금어진 검을 회전시켜 그대로 교감을 향해 쏘아 보냈다.
천마검법(天魔劍法) 오의.
유성폭멸마강(流星爆滅魔罡).
계속 회전하는 내 검에서 튀어나온 작은 검강 조각들이 초식 이름 그대로 유성이 폭발하는 것처럼 비산하며 결투장을 가득 채워 나가기 시작한다.
초식명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사부의 가장 친한 두 친구 중 한 명이자 이 무공의 주인은 천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