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wolf's only companion RAW novel - Chapter (60)
늑대의 하나뿐인 반려가 되었습니다 60화(60/60)
하인리히는 솔리타리에를 만난 그날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유일한 빛이었다.
그것을 보고 하인리히는 잠시 멈출 수밖에 없었다.
무채색인 그의 인생에 반짝이는 무언가가 들어온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기에.
“아.”
처음은 호기심이었다.
죽어 가던 그 작은 토끼가 살 수 있을까, 살지 못할까 하는 질 나쁜 호기심.
살고 싶어?
그리고 그 순간, 그의 인생이 뒤바뀌었다.
살고자 반짝이는 그녀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손을 뻗어 조심스럽게 안은 것도, 그저 심장 속에서 요동치는 작은 감정 때문일 뿐이었지 그 이상의 이유는 없었다.
살아 봐. 조금 더 보고 싶으니까.
그 작고 여린 몸으로 은혜를 갚겠다며 종종걸음으로 다가올 때면 알 수 없는 불쾌감이 심장 한편에 생겨났다.
은혜는 무슨 은혜.
네?
그냥, 잘 먹으라고. 지금은.
표정 하나 숨기지 못하고 제게 전부 들키는 토끼가 신기했다.
모든 걸 감추고 숨겨야 하는, 히루프스의 후계자의 위치에 있는 그와는 완전히 다른 존재.
상처받아도 꿋꿋하게 일어나 살아가는 그런 솔리타리에가 기특했고, 오래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여전히 그뿐이었다.
* * *
“솔, 넌 모르겠지만. 내가 널 구한 그날부터 너는 내 것이었어.”
그의 중얼거림이 솔리타리에의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주인 잃은 방은 공허했다. 그곳에 홀로 남은 하인리히는 집착으로 번들거리는 눈을 하고 있었다.
“도련님, 아가씨의 텔레포트를 허가한 이를 데려왔습니다.”
라온의 부름에 하인리히는 짙은 상념을 한편으로 치우고 덜덜 떠는 사내를 바라보았다.
깡마른 사내는 연신 잘못했다며 빌 뿐, 하인리히의 기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죄송, 죄송합니다.”
“새벽에 히루프스의 돌을 이용해 텔레포트를 이용했다 들었다.”
“예예! 아가씨 하나가 오셔서, 그걸 보여 주며 사용하겠다 일렀습니다.”
하인리히는 고개를 까딱이며 그에게 되물었다.
“어디로 갔지?”
사내는 두려움에 잠식되어 뇌가 잠시 굳었다. 솔리타리에의 목적지가 바뀌었었다는 것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잉기스…… 잉기스로 간다고……!”
그 사실을 꿈에도 모르는 하인리히는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잉기스라.
히루프스에서만 자랐던 그녀치곤 제법 영리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그건 늑대에 대해 전부 알지 못하는 그녀였기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육지에서 늑대의 눈을 피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 건가.”
하인리히는 제 앞에서 발발 떨 솔리타리에를 상상했다.
“나한테서 벗어나고 싶었으면 그리 같잖은 동정으로 재우지 말고, 숨을 끊었어야지.”
솔리타리에를 만나면 하나하나 알려 줄 생각에 하인리히의 입꼬리가 하늘을 향해 짙게 올라갔다.
그녀를 만나면 손에 칼을 쥐여 주고 제 심장을 겨누게 할 것이다. 손을 잡고 속살거리며 제 심장을 쑤시고, 후벼 파 숨을 앗아야만 자신을 벗어날 수 있음을 정확히 각인시킬 것이다.
“라온, 잉기스로 이동한다.”
라온은 격한 그를 이해하는 한편, 이해하기 어려운 듯 되물었다.
“도련님, 우선 반려를 찾고 그 이후에 아가씨를 찾아도 늦지 않을 겁니다. 거기다 잉기스라면 육지에서 치안이 가장 좋은 곳이 아닙니까. 아가씨께서 위험하실 일은 없을 겁니다.”
라온의 조곤조곤한 설명을 하인리히는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그의 그런 태도를 보며 라온은 한편으로 안심했다.
물론 그 안심은 이어진 하인리히의 발언에 의해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내 반려에 대해 다들 그리 궁금해하던데.”
“예?”
입술 한쪽을 끌어 올린 하인리히에 라온은 깊은 불안감을 느꼈다.
“솔이 내 반려다.”
그의 발언을 들은 라온은 그 자리에 굳어 버렸다. 하인리히는 그런 그를 무시한 채 솔리타리에의 방을 나섰고, 라온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그를 따라나섰다.
그들이 잉기스로 떠난 이후 히루프스에는 괴상한 소문 하나가 돌기 시작했다.
미친 늑대가 자신을 버린 반려를 쫓고 있다고.
그런 말을 하는 자들은 어느샌가 사라져 있었고, 이후 솔리타리에와 하인리히의 관계를 그리 부르는 이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오로지 반려를 잃은 늑대가 간절하게 토끼를 찾고 있다는 소문만 무성할 뿐.
* * *
솔리타리에가 사라진 지 반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녀를 당연히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하인리히의 오만은 무너진 지 오래였다. 그는 아무리 좋게 보아도 좋은 표정을 짓고 있지 않았다.
“솔은.”
“죄송합니다.”
하인리히는 라온의 대답에 헛웃음을 터트렸다.
빌어먹게도, 제 반려에게 맞은 뒤통수는 여전히 얼얼했다. 그녀는 머리카락 한 올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그저 제 오른 손목에 새겨진 반려의 증표만이 그녀가 살아 있음을 증명해 주었다.
하인리히는 익숙하게 제 몸에 상처를 내곤 손목에 피를 뿌렸다. 제 반려가 그의 위험을 느껴 눈앞에 나타나진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 모습을 본 레오는 기겁하며 그의 손바닥에 붕대를 감기 시작했다. 엄청난 회복력을 자랑하는 하인리히라 하더라도, 매일 같은 곳에 생기는 상처는 잘 아물지 않았다.
“도련님, 제발 그만 하세요.”
“레오, 내가 드디어 미친 걸까.”
“……리엔 님은 돌아오실 겁니다.”
그의 대답에 하인리히는 입을 다물었다. 이곳에 있는, 아니 히루프스에 존재하는 모든 이는 알고 있었다.
그를 버린 솔리타리에가 제 발로 돌아올 리 없다는 것을.
그녀가 무엇을 오해했는지도.
“오해는 풀면 됩니다.”
“늑대가 가진 지독한 소유욕이 그녀에게만 표출되면 어떻게 될 것 같아.”
“…….”
레오의 침묵에 하인리히는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가 떠난 계절은 추운 겨울이었지만, 어느새 히루프스는 푸르른 여름의 향을 가득 머금고 있었다.
창밖에 몰려오는 푸른 냄새가 하인리히의 코끝에 맴돌았다.
잠깐의 침묵 이후 하인리히가 입을 열어 설명했다.
“레오, 솔은 내 것이야. 죽어도 내 곁에서 죽고, 살아도 내 곁에서 살아야 해. 그건 내가 정한 거야.”
지독하게 번들거리는 눈동자에 레오는 눈을 감길 택했다.
그의 소유욕은 이미 어디로 튈지 모를 정도로 커져 있었다. 그것이 결국 솔리타리에와 하인리히를 좌절로 몰아갈지라도, 그는 물론이고 히루프스의 늑대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하인리히는 솔리타리에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아가씨의 흔적을 찾았습니다.”
하인리히의 금빛 눈동자가 날카롭게 번뜩였다.
* * *
솔리타리에는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풍경을 보며 한숨을 삼켰다.
물에 비쳐 깨진 햇빛과, 물속을 자유롭게 유영하는 물고기들과, 반쯤 인간의 모습으로 그들과 노는 수인을 본 지도 반년이 다 되어 갔지만 여전히 어색한 풍경이었다.
솔리타리에는 침대에 누워 흔들리는 물결을 바라보며 멍하니 있었다.
반년 전, 노아가 제안한 것을 너무 덥석 문건 아닌가 걱정한 것도 잠시였다. 솔리타리에는 이후 이어진 생활이 꽤 만족스러웠다.
여긴 나만 사용하니까 신경 쓰면서 돌아다닐 필요 없어. 대신 밖에 나가고 싶으면 나한테 꼭 물어봐야 해.
노아의 말대로 이 넓은 공간에 그와 자신을 제외하곤 아무도 살지 않았다. 후계자인 그가 이런 곳에서 왜 홀로 지내는지 의아하긴 했지만, 솔리타리에는 굳이 이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각자의 사정이 있고 그 또한 솔리타리에가 누구에게 왜 쫓기는지 묻지 않았으니 그걸로 된 것이다.
거기다 수인은 적응의 동물이라던가.
바다에서 생활하는 것은 나름 나쁘지 않았다. 늘 새로웠으니.
그러나 그녀가 걱정하는 것은 조금 다른 것이었다.
리엔, 이 인형은 어떻게 할까요?
바다에 들어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노아가 은빛 인형을 흔들며 물어봤다. 이곳에 들어오곤 정신이 없어 신경을 쓰고 있지 않았던 인형이었는데.
버려…… 아니, 저 주세요.
그리고 그날 인형 속에 숨겨져 있던 하인리히의 편지 한 조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솔, 지금은 얼굴을 보기 힘들어서 이리 남기고 가.모든 상황이 정리되면 네게 전부 설명할게. 조금만 기다려 줘. 만약 조금 버거운 상황이 오면 이곳에 있는 모든 걸 버리고 도망가도 될까?
이번엔 네 도움이 필요한데, 내가 도망가고 싶다고 하면 같이 가 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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