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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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대구도시 지원
여울의 말에 승만의 눈이 확 커졌다. 은서의 아빠가 헌터라는 것도 놀랄 일인데, A랭크인 자신이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할 상대라니.
승만은 턱뼈가 부서진 와중에도 머리를 굴렸다.
“그, 그 으서는 스물세 살 은서인데…….”
스르륵.
승만은 그 말과 함께 자신의 턱을 잡은 그의 손에 힘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승만은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며 생각했다.
‘살았…… 나?’
그때, 입 안으로 그의 손이 들어왔다.
“우레에에!”
여울은 승만의 혀를 엄지와 검지로 붙잡고는 밖으로 쭉 뺐다.
“거짓을 말하는 혀는 없는 게 좋겠구나.”
촤아악!
“으레레엑!!”
여울은 승만의 혀를 뽑아 버리고는 검지로 그의 눈동자를 가리켰다. 그러자 손가락이 점점 늘어나더니 검은 송곳처럼 뾰족하게 만들어졌다. 그 길이는 10센티미터는 되어 보였다.
“보이지 않으면 탐욕도 할 수 없겠지.”
“뤠에렉! 레에엑!”
승만은 자신의 눈동자를 향해 다가오는 그의 손가락을 보고는 피를 토해 내며 소리쳤다.
푸욱! 푹푹!
여울은 그의 두 눈동자를 몇 번 쑤시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기절을 한 강인에게 다가가 똑같이 혀를 뽑고 눈알을 쑤셨다. 그 끔찍한 고통에 깨어났는지 그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승만의 부하들은 무기를 들고 덤벼들려다가 그가 순식간에 당하는 것을 보고는 가만히 서 있었다. 여울은 돌아서서 그들을 보며 말했다.
“방금 끌고 간 사람들 데리고 와.”
“예, 옙!”
그들은 금세 두 명의 여인을 데리고 왔다. 승만에게 내팽개쳐진 여인까지 총 세 명. 여울은 그녀들을 한번 둘러보았다가 바닥에서 고통에 신음하는 승만과 강인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들의 마무리를 맡기지, 죽이든 살리든.”
여울은 그 뒤에 사내들을 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너희들은 흩어져라. 1분 안에.”
“예, 에?”
“58초 남았다.”
“아, 앗!!”
열 명이 조금 넘는 사내들은 그제야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저 멀리서 갑자기 건물 옆에서 튀어나온 오크에게 잡혀 머리가 깨지는 놈들도 보인다.
여인들은 머뭇머뭇하더니 이내 바닥에 굴러다니는 검을 하나 집어 들어 승만의 중요 부위를 찔렀다. 그것을 시작으로 그의 몸에 난도질을 하기 시작했다.
“이 개자식…… 내 남편을!”
“쓰레기 같은 놈! 죽어! 죽어!”
여인들의 울분 섞인 외침이 황폐한 도시에 넓게 울려 퍼졌다.
* * *
수원도시 북문 인근, 허름한 호프집에 두 남자가 맥주잔을 기울이고 있다.
“형님, 대체 뭐 하고 지내시다가 이제 나타나신 겁니까? 휴대전화는 왜 안 됩니까? 아까 그 여인들은 뭡니까?”
채굴꾼 이세진의 질문 공세에 여울은 천천히 맥주를 한 잔 홀짝 마시고는 입을 열었다.
“오다가 주웠다. 잘 맡겼지?”
“무슨 선물도 아니고…… 예. 뭐, 그 여인들도 헌터니까 3개월 돌봐 주는 거 끝나면 알아서 잘 살 겁니다.”
“너는? 아직도 몬스터는 안 잡고 있나?”
여울은 마족들을 상대하면서 생각했었다. 아무리 혼자 강하다고 한들 당장에 100미터만 떨어져 있어도 마족의 위험에서 구해 줄 수 없다. 적어도 한 대는 버텨 줄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레벨업, 헌터라면 이제 필수가 되어 버렸다. 선을 넘지 않으면서 동생처럼 살갑게 굴어 대하기 가장 편해진 이세진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여울에게 되물었다.
“갑자기 웬 몬스터요? 나는 몬스터 무서워서 못 잡습니다.”
여울은 손을 들어 그의 어깨를 살짝 쥐었다. 그의 특성은 관찰이라고 들었지만 그것에 더하여 근력이나 지구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좋은 몸, 좋은 근육이다. 그가 마음만 먹는다면 빠르게 레벨업을 하여 최상위권 반열에 들 수 있을 것이다.
세진은 짐짓 아픈 척을 했다.
“아아, 왜 이러십니까?”
“나는, 네가 채굴꾼 일은 그만두고 헌터가 되었으면 한다. 제 몸은 제가 지켜야 하니까.”
“이래 봬도 제 몸을 지킬 힘은 있습니다.”
여울은 두꺼운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탕탕 두드리는 세진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몬스터들로부터……. 게이트의 몬스터들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그에 맞춰서 인간도 더 강해지도록 노력해야 하고. 나는…… 널 잃고 싶지 않다.”
세진은 여울의 마지막 말에 뭔가 말을 하려고 벌렸던 입을 다물었다. 무뚝뚝하고 건조한 눈빛에 감정 하나 없을 것 같은 그가 처음으로 자신에 대한 감정을 드러냈다. 가슴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세진이었다.
여울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등을 한 번 툭 쳤다.
“고민해 봐라, 마음 바뀌면 문자 남기고.”
세진은 의자를 뒤로 돌려 여울의 뒤통수에 대고 말했다.
“딸한테 가십니까?”
여울은 고개를 두어 번 끄덕이고는 한 손을 들어 흔들며 호프집 밖으로 나섰다.
자신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진 세진은 코를 한 번 훌쩍이다가 테이블 구석에 놓여진 계산서를 주워 들었다.
“에잇, 먹튀 당했네.”
* * *
대구 남쪽 벽 위, 경계를 서던 한 군인이 눈을 가늘게 뜨며 밖을 보았다.
“뭐지, 저건…….”
황폐한 도로에 검은 물감이 칠해진다. 그는 망원경으로 조금 더 지켜보다가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헤엑……!!”
검은 물감은 좌우로 꾸물거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그 수는 자세히 세어 볼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그는 다급히 초소 옆에 있는 비상 마이크를 눌렀다.
“17초소! 남쪽 8킬로미터 부근! 블랙다콘으로 추정되는 몬스터들 다수 출현!!”
지잉 지잉 지잉 지잉.
그의 전달과 함께 대구도시 전체에 몬스터 군단 습격 경보 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람들은 불안감에 휩싸여 건물 안으로 대피하기 시작했고, 헌터들은 각자 무기를 챙기고 방송에서 알리는 방향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탕탕! 타당! 탕!
어느새 지척까지 다가온 놈들을 향해 소총으로 쏘아 댔지만 블랙다콘의 비늘을 뚫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놈들은 순식간에 벽 위로 기어 올라 총을 든 군인들을 감싸 터트렸다.
촤악!!
다급히 달려온 헌터들의 공격에 블랙다콘 몇 마리가 벽 밖으로 다시 떨어져 내렸다.
“크허어엉!!”
그때, 벽 밖에서 오싹한 포효 소리가 들려왔다. 블랙다콘은 이런 소리를 내지 않는다. 헌터 중 한 명이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집채만 한 검은 호랑이 한 마리가 블랙다콘의 등을 밟으며 쏜살같이 튀어 오르고 있었다.
“크릉!!”
놈은 10미터 가까이 되는 거리를 뛰어올라 한 헌터에게 앞발을 휘둘렀다.
퍼석!
헌터는 그 공격에 머리는 물론 몸통까지 한 번에 찢겨 나갔다. 벽 위로 올라온 놈은 제 집처럼 헌터들을 휩쓸기 시작했다.
“크헝! 크허엉!!”
* * *
수원도시 도민체육관, 강단 뒤쪽에 설치된 스크린으로 블랙다콘과 검은 호랑이에게 헌터들이 무참히 찢기는 장면이 보였다. 곧 스크린 화면이 꺼지고 한 사내가 앞으로 나와 입을 열었다.
“안녕하십니까, 신한길드 부길드장 김이수입니다. 이번에 대구지원 연합군 대표를 맡게 되었습니다. 각설하고 저기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검은 호랑이는 블랙티거라는 몬스터로 최소 레벨이 4레벨이라고 측정되고 있습니다. 역대급으로 가장 높은 레벨의 몬스터가 나타난 것입니다. 네임드는 최소 6레벨 이상일 것입니다. 대구는 지난 연도에 중국으로 지원을 갔을 때 많은 길드원들을 잃고 대형 길드들이 재정비에 들어가는 상황에 이런 일이 터진 겁니다. 첫 번째 공격은 간신히 막았다고는 하지만 피해가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서 지원을 위해 이렇게 우리 연합군분들이 다시 모인 거고요.”
김이수는 체육관에 모인 수백 명의 헌터들을 둘러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는 두 무리로 나눠 절반은 대구도시에서 혹시 있을 습격에 대비하는 방어진, 나머지 절반은 몬스터들의 본거지 혹은 게이트를 찾아 부수는 공격진을 맡게 될 겁니다. 여기서 바로 나뉘어 출발합니다. 저는 방어진, 그리고 공격진 리더분은 지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올라오시죠.”
그의 손짓에 바짝 바른 중년인이 강단 위로 올라왔다. 헌터들은 그 형편없는 외형에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가 입고 있는 길드복을 보고는 금세 표정을 풀었다.
그의 검은색 길드복 어깨에는 검은 표범이 새겨져 있었다. 명실상부 한국 최고의 길드, 대한길드였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백일권이라고 합니다. 길드장님이 부재중이셔서 모자란 제가 공격진을 책임지게 되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간단한 인사를 마친 후 김이수는 다시 헌터들을 보며 크게 외쳤다.
“자! 그럼 촌각을 다투는 일이니 바로 출발합시다! 갑시다!”
“예, 알겠습니다!”
김이수의 말에 신한길드 대원들이 큰 소리로 대답했다. 그에 따라 다른 헌터들도 우물쭈물 대답하고는 그들의 뒤를 따랐다.
신한길드는 김이수를 따라 방어진 쪽에 소속되었다. 이번 지원은 원팀이 밖으로 나가 있어 은서는 가지 못하고 수언만 가게 되었다.
숫기 없는 수언이 아무런 말없이 대원들의 뒤를 쫓던 중, 바로 옆에 있는 사내가 말을 걸었다.
“수언아, 근데 너는 왜 아직도 조 편성이 안 됐어? 너 A랭크 아니야?”
대형 몬스터 실전 때, 같은 조로 편성되었던 김정한이다. 그는 승만이 A랭크인 것을 알지는 못하지만 B랭크 이상이라고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를 한 방에 쓰러트린 수언을 무조건 A랭크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수언은 당황하여 고개를 저었다.
“모, 모르겠…… 싯팔!! 아, 죄, 죄송합니다.”
수언은 길드장 지천욱에게 S랭크 헌터증을 갖다 주던 당시에, 헌터등록소 공무원들과 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국력과 외교를 위하여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수언이 S랭크라는 것은 밝히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이유는 단순했다. 진후처럼 세상에 밝히고 인터뷰하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이 두려운 것이다. 그래서 지천욱은 수언을 신한에서 어떤 공격조에 넣어야 하나 고민하느라고 아직 배정이 되지 않은 것이다.
정한은 고개를 저으며 수언의 어깨를 툭툭 쳤다.
“죄송하기는 무슨. 그거 상대를 편하게 느끼면 좀 줄어든다는데, 네가 얼른 나를 편하게 느꼈으면 좋겠다.”
수언은 힐끔 정한을 보았다. 얼굴에는 진심이 묻어난다. 강한 힘에는 굴복하지만 외압이 없다면 자신이 할 수 있는 한에서는 적당한 정의감이 있는 부류, ‘이기적인 것이 이기는 것이다’라는 편협한 생각에 빠진 세상에서 이 정도 사람은 보기 드문 착한 사람이다.
수언은 살짝 웃어 보이고는 다시 길을 걸었다.
대구도시 남쪽에 도착한 수언과 정한은 입을 쩌억 벌렸다.
완전히 묵사발이 된 건물들, 여기저기 사람과 몬스터의 시체를 태우는 광경, 코끝을 찌르는 역한 냄새…….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감도 오지 않는다. 적어도 일반인 수천은 죽은 듯했다.
정한은 그 모습을 보며 우뚝 서서 주먹을 꽉 쥐었다. 먼저 앞서가던 수언은 옆자리가 빈 것을 느끼고는 뒤돌아서 그를 보았다.
“저, 정한이 형?”
정한은 이를 악물고 있다가 수언의 부름에 다시 고개를 들고는 입을 열었다. 그의 눈가는 살짝 촉촉해져 있었다.
“수언아…… 대체 이 몬스터들은 어디서 온 걸까? 난 0.1퍼센트 특별 대접,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힘, 이딴 거 필요 없으니까 예전 지구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아니, 내가 진짜 엄청 강해져서 이런 사람들 다 구해 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는 진심으로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더 정의감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수언은 그를 보며 고민이 많아졌다. 자신은 어머니의 죽음을 슬퍼하며 분노했을 뿐, 이 힘을 남들을 위해 쓸 생각을 했었나? 은서 이외에는…….
지잉 지잉 지잉 지잉!
각 벽에서 텀을 두고 커다란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나마 조금 피해가 적은 안쪽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뛰어다니고, 헌터들과 군인들은 무기를 들고 튀어나왔다.
-남서쪽, 남서쪽 벽 17킬로미터 부근에서 몬스터 무리 발견, 모든 방위군과 헌터분들은 방어전을 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