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Corporation: Joseon RAW novel - Chapter (845)
845화 제국의 일상 (4)
“과연 음주가무를 빼면 시체라는 민족답다.”
향이 중얼거린 혼잣말처럼 제국인들은 음주가무를 즐겼다.
아니, 인간의 본성이었다.
제국의 경세가 계속 성장하면서 백성들의 살림은 점점 윤택해져갔다. 경세가 윤택해지면서 음주가무를 즐기는 이들의 씀씀이가 커져갔다.
물론, 빈부의 차이는 여전했고, 하루하루 살아남는 것을 걱정하는 이들도 여전히 적지 않았다.
제국의 황제들, 아니, 그 이전의 조선의 임금들에게 있어서 이 문제는 반드시 풀어야 할 난제였다.
이는 동양의 군주들이라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뿌리 깊은 난제였다.
유럽으로 상징되는 서구 정치사에서 국가와 군주가 전통적으로 맡았던 역할은 외교, 국방, 치안이었다.
하지만, 동양은 거기에 ‘경제’가 추가되어 있었다.
태평성대의 상징으로 언급되는 ‘요순시대’와 ‘격양가(擊壤歌)’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배곯는 이들이 없다.’라는 것이었다.
때문에, 세종은 물론이고 실질적으로 제국의 문을 연 향도 이 부분의 해결에 가장 노력을 기울였다.
* * *
“‘가난 구제는 임금도 못한다.’라는 말이 있소.”
향의 말에 대신들은 모두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런 대신들의 모습을 보며 향은 말을 이었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보고만 있는 것 또한 군주가 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 문제지. 참으로 난제요.”
향의 푸념에 대신들은 일제히 머리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소신들이 무능하여 폐하의 근심을 덜지 못하고 있으니 참으로 송구하옵니다!”
“참으로 송구하옵니다!”
대신들의 말에 향은 슬쩍 웃으며 말을 받았다.
“경들이 무능하다고 하면 기운 빠질 이들이 한둘이 아니니 그런 말은 하지 맙시다. 난제라 하더라도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오지 않겠소?”
“최선을 다하겠사옵니다!”
향과 대신들의 나름 훈훈한 분위기를 기록하며 사관은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상께서 백성을 근심하심에 대신들이 죄를 청하니, 상께서 치죄 대신에 격려를 하시었다. 상과 대신들 사이에 화답이 이어지니 보기에 좋았다.
사관은 말한다.
상께서 노력하자고 말씀하시니, 오늘도 야근이로구나.
* * *
어쨌거나 빈민의 수를 줄이기 위해 향과 제국 조정은 최선을 다했다.
이런저런 실험적인 정책을 도입한 다음 꼼꼼한 검증과정이 이어졌다. 이런 검증 끝에 많은 정책들의 보완과 폐기가 이어졌고, 이를 통해 제국의 경제는 점점 건실해졌다.
이 과정에서 제일 바쁘게 움직이는 관리들은 국세청과 제국 전장의 관리들이었다.
-백성들 모두가 납득하는 세정
이것이 국세청의 모토였다. 하지만, 국세청의 관리들은 저 말이 적힌 액자를 볼 때마다 고하를 막론하고 작게 투덜거렸다.
“백성들 모두가 납득 못하는 세정이겠지.”
“욕심이란 것이….”
세금을 낼 때마다 백성들이 보이는 반응은 빈부를 막론하고 대동소이했다.
-나는 이만큼이나 내는데, 저놈들은 왜 저것 밖에 안 내? 억울하다!
그렇게 투덜거리면서도 백성들은 꼬박꼬박 세금을 납부했다. 세율과 세목을 모두 공개했고, 이의가 있을 경우에는 소를 넣어 확인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향과 조정의 노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불법적인 방법을 취하지 않는다면, 제국은 백성들이 부자가 되는 길을 막지 않는다. 학식의 높고 낮음, 나이가 많고 적음, 남녀의 성별 또한 가리지 않는다.
-만약, 충분한 가능성을 가진 계획과 의지가 있으나 다른 부분에 부족함이 있는 자, 조정을 찾으라! 조정이 도움을 주겠다!
-단, 이는 제국의 법을 준수하며, 정해진 세금을 납부하는 이들에게 한정된다.
이런 식으로 황제와 조정은 제국인들을 자극했다.
이런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많은 이들이 창업에 도전했다.
이런 이들을 돕기 위해 제국은 제국 전장과 투자 금고를 적극 활용했다. 그 결과, 제국의 자본시장 또한 점점 크게 성장해나갔다.
물론,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듯이 이 과정에서 불법적인 방법을 쓰는 이들도 나왔다. 하지만, 향에게 단련 받은 국세청의 관리들은 녹록지 않았고, 이런 이들은 패가망신으로 결론이 났다.
“21세기가 아니거든.”
이미 21세기에서 온갖 꼴을 봤던 향은 경제와 관련된 범죄는 반역과 동급으로 취급했다.
이는 국세청의 관리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국세청 관리들의 머릿속에는 향의 말이 단단히 박혀 있었다.
-포상이냐, 기록원이냐?
이런 식으로 채찍과 당근을 사용해 향은 최대한 건전한 방향으로 백성들의 상승심을 유도했다.
“짐이 유럽의 옛 우화를 기록한 책을 읽었는데, 이런 고사가 있었소. 어느 가난한 과부가 있었소. 매년 추수철이 되면 과부는 아들과 함께 지주에게 소작료를 내러 갔소. 지주의 커다란 집을 볼 때마다 과부는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하오. ‘부러워만 하고 있지 말고, 미워하고만 있지도 마라. 어떻게 하면 저런 부자가 될지 생각하고 노력해라.’. 나중에 그 아들은 과부의 가르침을 따라 노력해 큰 부자가 되었다 하오. 짐이 생각건대 짐과 조정은 그 과부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부자가 되겠다.’라는 욕심에 눈이 멀어 도적질을 하거나 하는 일은 막아야 하지 않겠소?”
향의 말에 대신들은 일제히 머리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각골명심하여 따르겠사옵니다!”
시간이 지나 이 일화를 들은 유럽의 교수들과 수도승들은 모두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 우화가 있었다고?”
* * *
이렇게 황제와 조정의 노력에 더해 백성들의 향상심이 더해지면서 백성들의 삶은 점점 더 윤택해졌다.
삶이 윤택해지면서 백성들은 음주가무에 점점 더 많은 돈을 쓰기 시작했다.
백성들의 씀씀이가 커지면서 ‘신잡가’로 상징되는 가무가 크게 발전한 것처럼 ‘음주’도 점점 발전해 나갔다.
예로부터 보통 백성들이 즐겨온 탁주도 점점 다양한 것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보릿고개가 없어진 탓이지.”
“보릿고개만 없어졌냐? ‘흉년이 돌았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언제야?”
“그렇지, 그렇지.”
백성들의 말처럼 ‘보릿고개’와 ‘흉년’이란 말은 이제 들리지 않고 있었다.
이제는 완전히 궤도에 오른 치수 사업을 통해 제국 본지의 곡물 생산량도 크게 늘었고, 명의 강남과 대월, 섬라에서 꾸준히 곡물이 들어오고 있었다.
“언제까지 명의 강남에만 의존할 수는 없소.”
“그렇사옵니다!”
향과 조정의 결정에 따라 북지와 신지에 대규모 개척 사업이 진행되었다.
특히나, ‘방장사기맵, 지구의 치트키’라는 향의 말처럼 신지의 곡물 생산량은 급격히 늘고 있었다.
이렇게 곡물 생산이 늘어나 잉여분량이 점점 늘어나자, 백성들의 눈이 ‘양조’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술이란 적당히 하면 약이 되지만, 과하면 독이 되는 법이오.”
“맞사옵니다. 거기에 보릿고개가 없어진 지 꽤 되었지만, 앞일은 모르는 법이옵니다. 남는 곡식을 모조리 술로 만들어 버리면 큰일이 벌어질 수 있사옵니다.”
“그리고 잘만 이용하면 괜찮은 세원도 확보할 수 있사옵니다.”
이런 논의 끝에 향과 조정은 술을 빚기 원하는 자는 허가를 받도록 제도를 정해버렸다. 그리고 허가를 받은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밀주를 엄히 단속했다.
이렇게 허가를 받은 양조장들은 곧 엄청난 호황을 만나게 되었다.
주머니가 두둑해진 백성들이 본격적으로 술을 즐기기 시작한 것이었다.
특히나, 종합유흥장에서 공연을 즐기면서 한잔 하는 것이 일상이 되면서 술의 소비량은 점점 늘게 되었다.
여기에 철마가 존재감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철마를 통해 다른 지역에까지 술을 팔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이렇게 되면서 양조장들 사이에 경쟁이 벌어져 자신만의 개성을 가진 술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철마를 통해 가장 큰 이득을 본 술은 소주였다.
발효주인 탁주와 청주는 보관과 운송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바로 시어버린다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이런 제한 때문에 탁주는 양조장이 자리한 도회나 마을 주변 백여 리(약 40km)가 한계였고, 청주는 도의 경계를 넘지 못했다.
하지만, 증류주인 소주는 이런 제한이 없었다. 철로와 배를 타고 소주는 제국의 전역-북지부터 신지까지-으로 퍼져 나갔다.
“소주판의 승자가 진짜 승자다!”
소주의 시장성과 장래성을 확인한 양조장들은 소주 개발에 매달렸다.
양조장만이 아니었다.
소주라고 하면 사대부 가문이 빠질 수 없었다. 특히나 소문난 소주의 양조법을 가지고 있는 가문은 바로 양조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소주 시장에서 사대부 가문 사이에 자존심 싸움이 벌어지게 되었다.
“아니! 유서 깊은 우리 가문의 소주가 저런 역사도 짧은 가문의 소주에 밀린다고? 말이 되나!”
우습게도 소주가 한반도에 들어온 지 200년이 조금 넘은 시점이었다. 그럼에도 사대부 가문들 사이에서는 자신들의 소주가 더 유서가 깊다며 싸움이 벌어진 것이었다.
보고를 받은 향은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1820 몇 년 창업이네, 1860 몇 년 창업이네 하며 자랑하던 위스키 업체들 생각하면 우습게 되겠군. 이쪽은 1400년대 창업이니까….”
시간이 지나 사대부 가문의 가양주(家釀酒)를 중심으로 춘추전국 시대가 벌어진 소주시장에 예상치 못한 강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북방주’, ‘요동주’라는 별명도 있었지만 ‘다색주(茶色酒)’라는 별명이 고유명사가 되어버린 소주였다.
여기에도 향의 MSG가 듬뿍 들어간 경우였다. 단, 향이 예상한 것은 아니었다.
* * *
소주 시장의 다크호스로 등장한 다색주의 시작은 박규섭의 동무가 만든 소주였다.
기유반란으로 멸문당한 반가의 노비였다가 면천된 모친에게서 배운 소주 제법에, 무역항에 머무는 유럽의 상인들을 통해 알게 된 방법을 더해 만든 독창적인 술이었다.
보고를 받고 호기심이 동한 향은 바로 밀명을 내려 술을 입수했다.
“이거 위스키라고 봐도… 흐음….”
잠시 고민하던 향은 뭔가 결심하고는 그림까지 그려가며 두툼한 명령서를 만들어 밀위에 전달했다.
향의 명령은 절대적이었기에 밀위의 요원들은 바로 명령대로 실행했다.
구리로 만든 증류기에 보리만을 사용하고, 오크통까지 만들어 본격적인 양조를 시작한 것이었다.
“맛은 괜찮은데 매운 맛이 좀 많이 치는데?”
“매운 맛이 문제네….”
“‘최소 3년 이상은 묵힐 것’이라 했으니 3년은 기다려 보세.”
그리고 3년이 지나 다시 개봉해 맛을 본 이들은 동시에 외쳤다.
“이거다!”
“어떻게 이런 향이!”
“이젠 내다 팔아도 되겠어!”
“‘오래 묵혀 좋은 것은 장만이 아니다.’라고 하셨지? 그게 이것을 뜻하시는 것이었군! 괜찮은 술들을 골라서 어디 한번 계속 묵혀 보자고!”
이렇게 해서 3년 묵은 술부터 출시를 시작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좀 더 오래 숙성된 소주가 출시되었다.
속을 태운 오크통에 숙성되면서 옅은 갈색을 띠게 된 소주는 곧 ‘다색주’라는 별명이 대세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그리고, 시장에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소주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두각을 보이게 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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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웹에서 실시간으로 편리하게 감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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