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ss returns RAW novel - Chapter 120
118. 세계 일통
무사히 집 앞에 도착했다.
주작은 하성에게 깊게 허리를 굽혔다.
“오늘 승리하신 것, 다시 한 번 감축드립니다.”
“편하게 대하세요.”
“그럴 수가 있어야죠. 이제 너무 큰 분이 되어 버렸네요.”
주작은 감회가 새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성 역시 그녀와의 과거를 생각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녀가 무시를 했던 기억도 있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하성을 존경하고 있었다.
“어서 가세요. 안주인님께서 걱정하시겠어요.”
“이틀 후에 뵙도록 하죠.”
“네! 치우는 걱정 마세요. 이제는 흔들리지 않을 테니까요.”
하성은 주작과 헤어진 후에 집으로 갔다.
딩동!
벨을 누르자 유서화가 문을 열었다.
“무사하셨군요!”
“걱정 많이 했나요?”
“조금은요.”
유서화도 오늘 하성이 대결을 벌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배 속에 있는 아이 때문에 숨기고 싶었지만 이건 숨긴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다.
결국 그녀도 사실을 알 수밖에 없었는데, 잘못하면 목숨을 잃는다는 것까지 알고 있었다. 그러니 걱정이 많이 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돌아오셨으니 됐어요.”
“승패는 안 궁금한가요?”
“그게 뭐가 궁금해요. 당신이 이렇게 돌아왔다는 것이 중요하죠.”
“후후. 승리했어요.”
“축하드려요.”
유서화는 정말로 하성의 승패에는 관심이 없었다.
다만 위험한 일이 조금이나마 줄었다는 데 안도했다.
“들어가요! 된장찌개 맛있게 끓여 놨으니까요.”
“후후. 그러죠.”
하성은 집으로 돌아왔음을 실감하였다.
역시나 집이 편하다.
절대자로 살아가는 것은 사실, 하성의 취향이 아니었다.
이틀 후 아침.
하성은 치우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인천 본가로 향하는 것이 아니었다. 회에서 본가로 사용하던 양재동으로 가는 것이었다.
치우에 들렀다가 바로 회사로 갈 것이었으므로 양복을 입었다.
유서화가 넥타이를 매 주었다.
“항상 조심하도록 하세요.”
“물론이죠.”
“저는 혼자 몸이 아니에요. 하성 씨는 한 가정의 가장이에요.”
하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아이가 생긴다는 것에 대해서는 인지를 하고 있었다. 또한 그만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중이다.
책임감은 매우 막중하다.
“다녀올게요.”
하성은 집을 나섰다.
1층으로 내려오자 리무진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주작과 제갈천이 함께 나왔다.
조금은 어색한 느낌이다.
제갈천은 얼마 전까지 최대의 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하성에게 충성을 맹세하였다.
“나오셨습니까, 주인님.”
“가지.”
그들은 서울로 출발하였다.
양재동으로 향하는 도중에 하성은 몇 가지 사안들을 확인하였다.
“재산 처리는 어떻게 되었나?”
“거의 정리가 끝났습니다. 주인님의 계좌로 입금이 되었고 명의도 거의 이전이 되었습니다.”
“전 세계 조직을 일통하는 계획은?”
“일단은 한국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국부터?”
“예. 의외로 한국의 조직은 일통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치우가 통일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저희들끼리 싸우기 바빴습니다. 그 때문에 한국의 조직들이 활개를 칠 수 있었던 겁니다.”
신화파가 한국 조폭계를 주름잡았지만, 내부에서 다툼을 하는 동안 전국의 조직들이 활개를 치게 되었다.
신화파가 나서서 주도적으로 쓸어버리지 않는 한 그들이 활개를 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하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한국의 조직부터 쓸어버려야겠군.”
“아마도 그리 사료됩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동안 차량은 양재동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치우 양재동 지부.
예전에는 회 본가로 사용하였던 곳이지만 이제는 치우의 주요 서울 거점이 되었다.
하성은 이곳에 도착하여 시녀들에게 어디론가 안내되었다.
도대체 어디로 안내가 되나 싶었는데, 치우의 주인임을 증명하는 용포를 입어야 한다고 한다. 그래야 위엄이 선다고.
썩 내키지는 않는 일이었지만, 그들이 그렇다는데 반박할 수도 없었다.
드르륵.
문이 열리고 화려한 공간이 드러났다.
고풍스러운 그림으로 장식이 되어 있는 방이다.
이곳에는 수많은 시녀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스륵 스르륵.
옷을 벗기는 것을 두고 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용포를 갖춰 입는다.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었지만 전통이라고 하는데 할 말이 없다.
옷을 모두 갖춰 입은 후에 다시 안내되었다.
마치 왕을 위해 준비한 것 같은 옥좌가 있었고 그 아래 치우의 간부들이 자리하고 있다.
하성은 옥좌에 앉았다.
“치우의 주인을 뵙습니다!”
간부들은 한쪽 무릎을 꿇었다.
“모두 일어나라.”
매우 부담스러웠지만 어쩔 수가 없다.
하성이 치우 전체를 통치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허울도 있어야 했다. 권위와 정통성이라는 것은 그만큼이나 중요하기도 하다.
간부들이 일어났고 하성은 보고를 받았다.
대체적으로 정리된 재산은 얼마인지, 회사의 운영이나 현재 추진되고 있는 사업에 대한 것들이다.
대충 보고가 끝난 후에 하성은 중요한 안건으로 넘어갔다.
“한국부터 일통을 해야 한다고?”
“과거에는 신화파가 전국을 통일하여 조폭계를 주름잡았습니다. 하지만 신화파 내부에서 끊임없이 싸움이 일어나는 통에 전국에 건달들이 활개를 치게 되었습니다.”
“대안은?”
“일단은 한국부터 쓸어버린 후에 일본과 러시아, 중국으로 넘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시간은 얼마나 걸리겠나?”
“한국을 정리하는 데까지는 대략 하루에서 이틀 정도가 걸릴 것이라고 봅니다.”
“그럼 역량을 총동원하여 한국부터 정리를 하고 시작하도록 하지.”
“존명!”
하성은 빠르게 일을 처리하였다.
한국의 각 도시에는 대주급 인물들이 파견되기로 하였다.
사실, 이 정도면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쓰는 격이었다. 그리고 그만큼이나 신화파에서 지금까지 전국의 조직들을 관리할 여유가 없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대전 유성에 자리 잡고 있는 광달파.
광달파가 대전을 주름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신화파의 부재 때문이었다.
신화파는 전국구 조직인 신사동파와 일심파를 흡수하고 있었다. 거대 조직들을 흡수하고 있었던 탓에 지금까지 다툼이 끊이지 않았다. 게다가 신화파는 이미 기업형 조직으로 성장해 있었다.
그들은 지하산업에 소극적이었고 그 틈을 타서 광달파가 성장했다.
광달파 유성 지부장 오태수는 오늘도 게임장을 비롯하여 여러 사업장들을 살폈다. 개중에서 가장 큰 사업장이라면 단연 유성 S호텔을 들 수 있다.
이번 게임장만 들렀다가 S호텔도 시찰할 예정이었다.
게임장에 들어서자 관리 조직원이 나와 인사를 했다.
“어서 오십시오, 형님!”
“별일 없냐?”
“별일이 있겠습니까.”
“그래. 알았다.”
이제 호텔로 향하려 했다.
차에 올라타려는데 한 남자가 어슬렁어슬렁 걸어왔다. 그리고 오태수의 앞을 가로막았다.
빠앙!
“저리 안 꺼져!”
조직원 하나가 소리를 질렀다.
오태수가 말렸다.
“그만해라. 정중하게 말을 해야지.”
“후우. 형씨. 비켜서쇼.”
하지만 남자는 비키지 않았다.
오히려 손가락으로 오태수를 가리키며 까딱거렸다.
“미친놈 같습니다, 형님.”
“빨리 처리해라.”
“예!”
오태수는 별 미친놈이 다 있다는 듯이 한 번 그곳에 눈길을 주었다가 핸드폰을 들었다. 전화가 왔기 때문이다.
“나다.”
-형님! S호텔이 털렸습니다!
“뭐라고!”
갑자기 이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S호텔은 대전 유성구에서 가장 중요한 사업이었다. 그게 털리다니. 그 말은 경쟁 조직에서 쳐들어왔다는 뜻이었다.
“유성파인가?”
-아닙니다!
“그럼?”
-시, 신화파라고 합니다!
오태수의 얼굴이 굳어졌다.
신화파에서 도대체 무엇이 아쉬워서 쳐들어왔다는 말인가.
쾅!
그 순간, 미친놈이라고 생각했던 남자가 괴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조직원들을 혼자 작살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쪽에서는 칼까지 뽑았는데, 아예 스치지도 못하고 있었다.
남자는 잔상도 남기지 않고 움직였다.
“이런 괴물…….”
와장창!
퍼어어억!
“커어어억!”
얼굴이 90도로 돌아갔다.
그는 밖으로 끄집어내졌다. 한 남자에 의해 이곳에 있던 모든 조직원들이 박살이 났다. 무려 열 명이 넘는 인원이 말이다.
남자는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네가 광달파 유성 지부장 오태수냐?”
“으으으. 그렇다.”
“이 새끼가 덜 맞았네.”
빠악!
“끄아아아아악!”
뼈가 분질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제야 오태수는 이게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신화파가 대전을 쓸어버리려고 하는 것이다.
***
광달파 보스 한광달은 마사지를 받고 있었다.
피로에는 역시 마사지만 한 것이 없었다.
요즘 같아서는 조직이 먹고살 만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조폭계 전체를 주름잡았던 신화파가 사업 때문에 지하세계의 일에서 손을 뗐다. 그 때문에 조폭계가 살아나고 있었다.
한광달 역시 그 틈을 타고 성장했다.
꾸욱! 꾸욱!
마사지 강도가 강하기는 했지만, 역시 아줌마가 아닌 이상은 힘에 한계가 있는 걸까.
“좀 더 시원하게 못 해!”
“죄송해요.”
“마사지는 아줌마가 제격이지. 이런 아가씨를 써서 뭘 어쩌겠다는 건지.”
한광달은 그렇게 툴툴거렸다.
아무래도 다음부터는 풍채가 당당한 아주머니에게 마사지를 받아야겠다고 다짐을 하면서 말이다.
지이이잉.
전화가 울렸다.
한광달은 아무 생각 없이 전화를 받았다.
“나다.”
-보스! 당장 피하십시오!
“왜 그래?”
-어서 피해야 합니다! 끄아아아악!
한광달은 핸드폰 너머에서 들리는 비명 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지금 전화를 한 놈은 조직의 중간 보스 강도식이었다. 그런데 저쪽에서 뭔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고 비명 소리가 났다.
그 말은 누군가가 쳐들어왔다는 뜻이었다.
“도대체 누가?”
벌컥!
“꺄아아악!”
마사지를 하던 아가씨가 나갔다.
그곳에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네가 한광달이냐?”
“네놈은 누구?”
“신화파에서 왔다.”
빠악!
뭔가 설명을 듣고 싶었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나름대로 한광달도 잘나갔던 몸이고 지금은 조직의 보스다.
싸움도 곧잘 했는데, 남자의 주먹은 보지 못했다. 게다가 강철로 두들겨 맞은 듯이 머리를 얻어맞고 기절을 해 버렸다.
저녁 무렵이 되었다.
하성은 치우에서 회사로 이동하여 업무를 보았다. 그리고 일을 마친 후에 집으로 돌아가려 했다.
“후우. 힘들군요.”
“조직의 일이 꽤 많은 것 같네요.”
윤다희의 말이었다.
하성은 윤다희에게 조직의 일까지 맡겨 볼까 싶었지만 고개를 흔들었다. 어디까지나 치우는 분리를 시켜야 한다.
치우는 전 세계의 지하산업을 통일하게 될 것이다. 윤다희는 지금도 할 일이 많았다. 여기서 일이 늘어나면 사표를 낼지도 모른다.
“세계 정복이 목표라고요?”
“지하산업만요.”
“액수가 어마어마하겠네요.”
“돈 욕심은 없는데 뭐라고 할까.”
하성은 잠시 생각했다.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은 응축되어 있는 힘을 폭발시키고 힘을 흐트러뜨리기 위함이었다. 돈 때문에 하는 일은 아니었다.
“통일 후 침공이라고 봐야 하네요.”
“통일 후 침공이라!”
기가 막힌 표현이다. 이보다 적절한 표현은 없어 보인다.
힘이 늘어났고 내부에서 폭발하는 것보다는 외부로 돌린다. 많은 군주들이 하성과 같은 방법을 채택했다.
“정복군주가 되겠다는 거네요.”
“그런 셈인지도 모르겠군요.”
하성은 쓴웃음을 지었다.
어떻게 보면 정복군주가 맞았다. 전 세계로 세력을 확장하려다 보니 그런 마음가짐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던 것이다.
지이이잉.
전화가 울렸다.
발신자를 보니 백호였다.
“접니다.”
-주인님. 대전을 점령했습니다.
“대전을 점령했다고요?”
-대전에 있는 모든 조직들을 접수하였습니다. 내일까지 부산과 대구를 점령하고 그곳을 점거하고 있던 보스들을 데려가겠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하성은 전화를 끊었다.
곁에서 윤다희가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방금 전에 전국을 일통하고 세계로 뻗어 나간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대전이 점령되었다고 연락이 온 것이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조직을 점령한다는 것이 원래 그렇게 쉬운가요?”
“사실 이 정도 힘을 가지고 점령하지 못한다면 그게 더 말이 안 된다고 봐야죠.”
하성의 말이 맞았다.
지금 치우는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었다.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진 것이었다.
특히나 제갈천. 놈이 나서면 어떤 고수가 앞을 막는다고 하여도 깨부술 수 있었다.
“아마 앞으로 신화그룹에 자금이 더 돌 겁니다. 추진할 사업이 있다면 기탄없이 보고서를 작성해 올리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한광달은 기절해 있다 깨어났다.
아까 마사지를 받다가 신화파에서 왔다는 조직원에게 맞아 기절을 했다. 그리고 지금 깨어난 것이었다.
“으으으.”
“한 보스. 정신이 드시오?”
“이 목소리는?”
한광달은 대구를 점거하고 있는 조직인 수세미파의 보스 안도운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곳에는 전국에서 이름을 날리는 조직의 두목들이 대부분 잡혀 와 있었다. 그야말로 말도 되지 않는 일이었다.
“혹시 수세미파 안도운 보스 아니오?”
“맞소.”
“도대체 어찌 된 일입니까?”
“신화파에서 움직였다는 것밖에는…….”
“아무리 신화파에서 움직였다고 해도 이렇게 순식간에 궤멸이 될 수는 없는 일일 텐데.”
그는 탄식하였다.
분명히 신화파는 단일 세력으로는 최강이었다. 아무도 건들지 못한다고 보는 것이 맞았다. 하지만 신화파에서 이렇게 인원을 나누어 전쟁을 벌일 줄은 그 누구도 예상을 하지 못한 것이었다.
“신화파 혼자서 하루아침에 이 많은 조직을…….”
“괴물들이오.”
“괴물이라고요?”
“단 한 명에 의해 박살이 났소.”
“그게 말이 됩니까?”
“되오.”
조직의 보스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한광달은 갑자기 쳐들어온 신화파의 인물에 의해 창졸간에 습격을 당해 잡혀 왔다. 그 때문에 다른 조직들이 어떻게 무너졌는지 알 도리가 없었다. 특히나 자신의 조직인 광달파가 어떻게 무너졌는지 보지 못했다.
보스들은 하나같이 괴물이 습격을 했다고 한다.
혼자서 조직을 쓸어버렸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들이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었지만 도저히 믿기 힘든 사실이었다.
드르륵!
문이 열렸다.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이 모여 있었는데, 양복은 아니었다. 마치 닌자나 강도의 모습이라고 할까.
“빨리 내려, 이 새끼들아!”
퍽퍽!
“우리들이 누군지 알고!”
“누구기는? 피라미들이지.”
남자들 중 하나가 씩 웃었다.
한광달은 온몸에서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검은 옷의 남자들이 수련을 하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그런데 하나같이 움직이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곳은 괴물 양성소라는 뜻이 된다.
“당신들, 인간이 맞소?”
“그럼 인간이지 괴물로 보였나?”
타는 듯한 붉은 머리칼의 여자가 걸어 나왔다.
아찔한 몸매의 소유자였다. 거기에 얼굴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눈이 돌아가 버릴 지경이었다.
“꼴에 보는 눈들은 있는 모양이군.”
“단주님. 이놈들을 어찌할까요?”
“지하 감옥에 가두도록.”
“예!”
“감옥? 너희들 경찰이냐?”
퍽퍽!
갑자기 머리에서 큰 충격이 일었다.
한광달은 기절해 있다 깨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다시 기절을 해야만 했다.
다음 날.
한광달을 비롯한 보스들은 이곳이 어떤 사설 단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신화파에 온 것은 맞았지만 마치 신화파를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는 곳이라는 느낌이 왔던 것이다.
그렇다면 신화파에 끌려온 것보다 더 힘들어진다.
간수들은 이곳을 오가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들이 하는 말을 들어 보면 믿을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하루 만에 전국의 모든 조직이 무너졌다. 조직마다 한 사람씩 보내서 아주 작살을 내 놓았던 것이다.
감옥에는 벌써 20명에 이르는 조직의 보스들이 끌려와 있었다.
웅성웅성.
보스들은 자신들의 미래를 가늠해 보았다.
“우리들을 어쩌려는 걸까요?”
“죽이지 않겠소?”
“그렇게 담가 버리는 것이 정석이기는 한데…….”
미래가 어두웠다.
신화파에서 자신들을 살려 둘 이유가 전혀 없었다. 살려 두면 조직을 장악하는 데 애만 먹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모두 인천 앞바다에 빠져 죽는 걸까.
끼이이익.
간수들이 들어왔다.
“나와, 이 새끼들아!”
“우리들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거요?”
“운 좋은 줄 알아라. 주인님을 배알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니까.”
“주인님?”
“장차 전 세계를 일통할 분이시지.”
“세계 일통!”
보스들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다른 사람이 그런 말을 했다면 미친놈이라고 욕을 했을 것이다. 어디서 되지도 않는 헛소리를 지껄이냐고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이들의 힘을 목격했다.
힘을 직접 체험해 본 사람들은 간수들의 말이 허언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단 한 명으로 조직을 박살 내 버릴 수 있는 힘이라면 전 세계를 일통하는 것도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하성은 하품을 하며 옥좌에 앉아 있었다.
전국을 일통하는 일은 정말 쉬웠다.
그나마 마피아가 난이도가 있는 편이었다. 총질이라도 하면 가끔 가다 다치는 대원들이 발생할 수도 있었는데, 한국은 아니었다.
한국에서는 총기가 허용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기껏해야 칼질이었다. 일반인이 휘두르는 칼질에 당할 만큼 치우는 만만한 집단이 아니었다.
제갈천이 보고를 했다.
“하루 만에 점령 완료했습니다.”
“하루 빨랐군요.”
“생각보다 별것 아니더군요. 재미도 없었습니다.”
제갈천은 솔직한 심정을 말했다.
치우의 적은 회였다. 회의 적은 치우였고 오직 그들만이 말도 안 되게 발전을 했다. 적이 너무 강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통합되었다.
이런 상황에서라면 치우가 패한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았다.
“끌고 와라.”
전국의 보스들이 줄줄이 끌려왔다.
굴비 엮이듯이 끌려왔는데, 모두 무릎이 꿇렸다.
백호가 말했다.
“주인님. 죽일까요?”
“그들을 죽인다고?”
“살아 있어 봤자 별로 쓸모도 없는 놈들입니다. 다 죽여 버리고 허수아비를 앉히는 것이 낫다고 사료됩니다.”
“음……. 어쩌지?”
“살려 주십시오!”
“시키는 것은 뭐든지 하겠습니다!”
그들도 알고 있을 거다.
자신들의 힘을 실감하였고 무슨 짓을 해도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하지만 살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너희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데?”
***
“그건…….”
보스들은 쉽게 답을 할 수 없었다.
그들이 보았던 치우의 힘은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누군가의 도움을 바란다는 건 말도 되지 않아 보였다.
치우의 힘만으로도 충분히 세계를 일통할 수 있다.
“이, 일반인들의 힘도 필요할 겁니다!”
“일반인의 힘이라?”
“한국도 꽤 넓습니다. 게다가 다들 칼 정도는 쓸 줄 압니다. 중국이나 일본으로 진출을 하신다면 도울 수도 있습니다.”
“점령지에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논리인가.”
“예!”
보스들은 필사적으로 말했다.
하성에게 이들의 생사여탈권이 있었다. 죽이라고 명령만 내리면 이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릴 수 있는 것이다.
치우의 간부들은 하성의 명령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보스들이 어찌 되든 상관이 없었다.
“약간의 귀찮음은 덜 수 있는가.”
하성이 중얼거리자 제갈천이 답했다.
“버러지들도 나름대로 쓸모는 있는 법입니다.”
“그런가?”
“점령지에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말에는 공감합니다. 치우의 인원에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세계 일통을 염두에 두신다면 이들을 살려 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게다가 이들을 통해 현재의 조직들을 손쉽게 흡수할 수 있습니다.”
쿵!
하성은 발을 굴렸다.
“너희들!”
“하명하십시오!”
하성은 절대 권력을 실감하고 있었다.
“신화파에 몸을 담을 수 있나?”
“담겠습니다! 충성을 맹세하겠습니다!”
“반항을 하려면 해라. 뭉치려면 뭉치고. 허나 그리되면 목숨은 없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들은 바닥에 엎드렸다.
치우에게 반항을 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그건 자살행위나 다름이 없었다. 또한 반항을 한다고 해도 이길 가능성이 없어 보였다.
가능성 제로.
굳이 그런 가능성에 도전하고 싶은 사람은 이 중에는 없었다.
“그럼 살려 두자.”
“감사합니다!”
그야말로 지옥에서 겨우 살아났다.
하성의 한마디에 천국과 지옥을 오간 것이다.
“너희들.”
“하명하십시오!”
“오늘 회식을 할 거다. 인원은 대략 30명 정도. 치우의 수뇌부가 모이는 자리지. 준비를 할 수 있겠나?”
“무, 물론입니다!”
“신명을 다하겠습니다!”
“해산해라.”
하성은 손을 내저었다.
그 한마디에 보스들은 자유의 몸이 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진정한 자유가 아니었다. 잘못 행동하면 목이 날아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강북 S비즈니스클럽.
전국의 조직들 중에 서울에 뿌리를 박고 있는 놈들도 있었다.
신화파 내에서도 종종 다툼이 일어났고 배후에 있는 치우와 회에서도 냉전이 이어졌기에 전국에 중소 조직들이 자리를 잡은 것이었다.
오늘로써 모든 조직이 일소되었다.
하성을 필두로 하여 치우의 고위 간부들, 이번에 새롭게 들어온 각 파의 보스들이 뒤를 이어 들어왔다.
웨이터들이 나와 인사를 했다.
“어서 오십시오, 큰형님!”
하성은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쓸데없는 짓 같았지만 이렇게 하여 충성을 이끌어 낸다. 이건 일종의 의식과 같은 일이었다.
VVIP룸으로 들어왔다.
족히 50명은 앉을 수 있는 초대형 룸이었다.
하성이 앉자 모두 자리에 착석하였다.
거대한 샴페인 타워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그곳에 양주를 콸콸 부었다.
가장 높은 잔을 하성이 들었고 바로 아래의 잔들을 고위 간부들이, 밑바닥의 잔들을 이번에 새로 편입된 전국의 보스들이 들었다.
“마셔라.”
사람들은 단숨에 잔을 넘겼다.
분위기는 매우 경직되어 있었다.
이건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이곳에 모여 있는 전국의 보스들은 죽다가 살아났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까딱하면 목이 날아갈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들이 보기에 하성은 괴물이었다. 괴물들을 이끌고 있는 왕이라고 할까.
“너무 딱딱하군.”
“죄송합니다!”
“보자……. 너.”
“예!”
하성은 누군가를 지목했다.
이름도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대전의 어디 파라고 했던 것 같다.
“노래 하나 뽑아라.”
“알겠습니다!”
곧 노래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위기는 나아지지 않았다.
‘괜히 오자고 했나? 하지만 이런 것도 의식의 일종이라고 했으니 어쩔 수가 없지.’
조직을 일통하였으니 단합을 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일반 조직의 보스들과 치우의 간극은 꽤 심했다.
어떻게 보면 치우의 하부 단체라고 할까.
분위기가 이렇지만 어쩔 수가 없다.
술이 들어가기 시작하면 좀 나아질까 싶었다.
2시간이 흘렀다.
치우의 웬만한 간부들은 술에 취하지 않는다. 그나마 일부러 취하도록 마셔야 약간 취기가 돌 뿐이었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아니었다.
그들이 술에 취하자 분위기가 좀 부드러워진다.
“내일부터는 세계 정복에 들어갈 것이다!”
“정말로 세계 정복에 들어갑니까?”
오덕수라는 자가 물었다.
하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본과 중국, 러시아를 시작으로 전 세계를 손안에 넣는다. 파견을 원하는 자는 파견시켜 주겠다.”
“감사합니다, 큰형님!”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지고 있었다.
이쯤이면 슬슬 여종업원들을 불러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럼 분위기가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
술자리는 새벽까지 이어질 테니까.
짝짝!
“종업원들을 불러라!”
“예!”
본격적으로 술판이 벌어졌다.
새벽 2시가 되었다.
예상대로 사람들은 하나둘씩 취하였다. 취하는 것을 허락했기에 간부들 중에서도 취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물론 하성이나 제갈천, 사대천왕들은 취하지 않았다. 이제는 아무리 술을 퍼마셔도 취할 수 없는 몸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나 둘 사람들이 해산했다.
“이것 참. 취할 수 없다는 것은 저주로군요.”
제갈천이 씁쓸하게 말했다.
하성 역시 동감하였다. 아무래도 고위 간부들이 마시고 취할 수 있는 술을 따로 개발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이쯤에서 해산하도록 한다.”
“그럼 세계 일통 후에 뵙겠습니다.”
“그러지.”
그들은 세계 일통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오히려 이 정도 전력으로 세계 일통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았기에 그냥 식후 간식을 먹는 정도로 생각을 했던 것이다.
하성은 리무진에 올라탔다.
고위 간부들이 허리를 굽혔다.
그의 옆에는 주작이 수행을 하고 있었다.
후우우웅.
차량이 출발하였다.
“이제야 끝난 느낌이네.”
하성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아직 세계 일통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었지만 그보다는 회를 치우에 통합하는 것이 큰 문제였다. 사실 다른 것은 문제라고도 볼 수가 없었다.
회는 강력한 조직이었다. 아직도 치우에 통합이 되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을 지경이다.
주작이 말했다.
“반대하는 자들은 모조리 죽였으니 누구도 배반하지 않을 겁니다. 제갈천조차 주인님께 굴복을 하였으니까요.”
“후후. 그래도 수련을 게을리해서는 안 되겠군. 언제 제갈천이 치고 올라올지 모르거든.”
“가능성은 낮습니다.”
하성이 가장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이 바로 제갈천이었다.
그런 괴물이라면 충분히 치고 올라올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아파트 앞에 도착하였다.
“살펴 가십시오.”
“주작도 조심해서 가도록 해.”
하성은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 많은 일들을 처리했다. 그리고 치우는 물론이고 조직의 보스들에게 충성을 받아 냈다. 이 정도라면 위협은 거의 없어진 것이었다.
“사업에 전력을 기울여야겠군.”
다음 날 아침.
하성은 어제 늦게 들어와서 몇 시간밖에는 잠을 자지 못하였지만 가뿐하게 일어났다.
사실, 잠은 자지 않아도 되었다. 굳이 그리하지 않더라도 활동을 하는 데 지장은 없었다.
식사 후에 출근한다.
아파트 아래에는 윤다희가 기다리고 있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회장님.”
“윤 비서는 꽤 피곤해 보이네요.”
“후우. 요즘 좀 바빠서요.”
그럴 만도 했다.
윤다희는 지금 통합된 회사를 거의 운영하다시피 하고 있었다. 하성이 일들을 전부 처리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 때문에 윤다희에게 권력을 나누어 주었다. 그렇다고 해도 중요한 일들에 대한 결정권은 하성에게 있었지만 자잘한 일들은 그녀가 처리했다.
그러다 보니 무리가 오는 것이다.
‘하루라도 빨리 구조본을 새로 조직해야 하는 건데.’
미안하지만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지금 회사에는 믿을 만한 사람이 부족했다.
이제 차 안에서 서류들을 처리하는 것은 일상이 되었다.
“이건 뭔가요?”
요즘 들어 가상현실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다. 어쩌면 가상현실의 구현은 인간이 영생으로 가는 길이 될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물론 그 밖에도 가상현실은 여러 분야에서 이용 가능성이 많았다.
“아, 그거요. 군용 시뮬레이션이 완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