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RAW novel - Chapter (1018)
천하제일인의 소꿉친구 1019화(1019/1020)
쉬이이이익–!! 쿵-!!
한참을 날던 몸이 지면에 떨어진다.
바위 위로 착지하며 몸을 짧게 털었다.
잡혀 있던 뒷덜미를 강하게 쳐서 떼어내고, 인상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이게 뭐 하는 거야!”
팔을 뿌리치며 천마에게 말했다. 기껏 싸울 준비를 다 해놨더니, 이걸 끌고 간다고?
“싸울 땐 끼지도 않더니. 왜 난리인데.”
어째서 방해한 거냐. 그리 묻는 말에 천마가 내게 말했다.
“누가 있었어.”
“뭐……?”
그 말에 미간을 좁혔다. 누가 있었다고?
“어디에?”
“근처에.”
“……소 녀석을 말하는 게 아니야?”
“응. 다른 거. 새.”
“새?”
“응. 새.”
소가 아니라 새라고? 천마의 말에 머리를 굴렸다.
‘뭔가 있었나……?’
아무리 생각해도 기척은 느끼지 못했다. 애당초 두령을 제외하면 어떤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거늘.
‘얘는 뭔가를 느꼈다고?’
천마는 그런 와중에 두령 말고 다른 무언가의 기척을 느꼈다고 했다. 그 탓에 날 끌고 도망쳤다는 건가?
‘……진짜인가?’
믿음이 확실히 가진 않는다. 내가 느끼지 못했기에 더 그랬으나.
“…….”
가만히 날 바라보는 천마를 보고 있으니 딱히 더 할 말이 떠오르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그래도 붙어 있었던 여파일까? 저것이 아무런 이유 없이 하진 않았을 거란 생각이 은연중 스쳐왔다.
‘……젠장.’
좋지 않다. 천마에게 쓸데없는 믿음이 생기는 것이 내가 좋은 현상은 아니다만.
실제로 그랬다.
‘딱히 내게 해가 되는 걸 하지는 않았으니까.’
지금까지 천마가 했던 일들을 떠올리자면, 내게 문제가 될 일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도움을 주면 줬지, 확실히 해가 되는 행동은 없었다.
그래서 더 그런 것이다.
은연중 천마에 대한 믿음이 생기기 시작한 이유가.
‘……정신 차려.’
애써 고개를 저으며 상념을 털어낸다. 만일을 대비해서라도 이건 풀어내야 했다.
‘혹시 모를 일이잖아.’
이렇게 믿음을 쥐여주곤 나중에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른다. 경계를 늦춰선 안 됐다.
다만.
‘……이번 일은.’
아무래도 천마가 이유 없이 하진 않았으리라 봤고.
그 이유에 관해서도 들은 바다.
‘무언가가 더 있다. 그것도 내가 눈치채지 못할 정도의 놈이.’
무엇이었을까.
‘새라고 했었지.’
소가 아닌 새. 천마가 그리 표현했다는 것에 의미를 뒀다.
‘새라……’
뭐지? 새가 뭘까. 그걸 잠시 고민하다가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지금의 일과는 다소 관련 없는 것이기는 하다만.
“야.”
“응?”
“너, 근데. 빠르더라?”
“…….”
말을 꺼내드니 천마가 순간 흠칫한다.
방금 낚아채여 날아 올 때 느낀 건데.
“대충 나랑 비슷했던 거 같은데?”
화산파에서 마령산으로 출발하기 전, 속도를 시험해 봤을 때와 딴판이었다. 그땐 나보다 현저히 느리다고 봤었는데.
“지금 보니까 아니야. 그렇지?”
방금은 그보다 배는 빨랐던 것 같았다. 나랑 비교해서 애매한 차이가 있을 정도.
조금 더 느린 것 같긴 한데. 그걸 떠나 같이 움직인다면 딱히 손해가 없을 속도였다.
“…….”
내 말을 들은 천마가 천천히 시선을 피한다.
“뭐냐 너? 일부러 그런 거지.”
“……아니.”
“아니긴 개뿔이. 눈 똑바로 봐.”
“…….”
고개는 돌리지 않고 눈알만 은근슬쩍 날 쳐다본다. 이 자식이?
“아…… 배고파. 밥 먹어야 해.”
그러더니 대뜸 날 피해 움직인다.
“밥 같은 소리 하네. 빨리 말 똑바로 안 해?”
누군 저걸 업고 칠 주야를 날았구만, 이제 와서 사실 빨랐다고?
“야! 이리 오라고!”
소리내며 다가가지만, 천마는 재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벗어났다.
* * *
한참 실랑이를 벌이다 잠시 시간이 지났다.
하늘 위에 밤은 물러나고 낮이 찾아왔다.
나는 그 틈에서 마령산을 벗어나지 않고 유심히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동시에 두령과의 전투를 복기하며 상황을 떠올리고 있었는데.
‘껄끄러운 놈이다.’
라는 판단이 섰다.
같은 장군이라고 하나, 두령은 유사 때와 비슷한 듯 달랐다.
‘여전히 동작에 초식이 없이 야성적인 건 같다만.’
그 외에 방식이 다르다.
우선, 내가 예상했듯, 불사라는 이점을 토대로 악착같이 달려드는 건 맞았으나.
‘그 안에서도 상황 판단이 빨라.’
마냥 무식하게 몸을 내던지는 게 아니라, 최대한 효율적인 게 움직이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보기와 다르게 마냥 멍청하지 않다는 의미다.
‘귀찮은 놈이네.’
그냥 무식한 놈이었다면 상대하기 좋았을 텐데. 두령은 아쉽게 그렇지 않았다.
심지어 힘은 또 어떤가.
‘……과할 만큼 강해.’
지닌 힘이 너무나 강했다. 한 대만 잘못 맞아도 그대로 죽을 수 있을 정도였다.
‘이렇게 되면.’
무식하게 달려드는 놈을 상대로 이리저리 피하며 유효타를 다 먹어야 한다는 의미였다.
‘다행인 건 명은 통한다는 거지.’
그걸 사용한다면 상대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기는 한데.
‘조금 더 확실히 봤으면 좋았으련만.’
다른 것들도 면밀히 파악하지 못한 게 심히 아쉽다.
‘탐은 통하겠지.’
불사의 힘은 직접 목도했기에 체감이 됐다. 유사도 잘린 팔이 재생하거나 상처가 순식간에 낫고는 했으나.
‘속도나 질이 달라.’
두령의 회복과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눈 깜빡할 사이 날아간 복부가 회복되던 모습이 여전히 눈에 선명하다.
‘그걸 탐이 막을 수 있겠지?’
시도하지 않았기에 확신은 아니다. 하나 그럴 거라 믿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보여줬던 그 모습.
‘온통 붉게 변하던 것.’
열기를 전이시키는 건지, 검던 가죽과 털이 붉게 물들던 게 떠올랐다.
‘그리되니 존재감이 오히려 사라졌지.’
어떤 효과였던 걸까. 싸우기 직전에 빠져나와 버려 알 수가 없겠다.
여기서 문제가 있다면.
‘놈의 감.’
극도로 존재감을 줄이고 기척을 없애도 내 위치를 파악하던 녀석의 시선.
그게 걸렸다.
‘그저 감이 좋다고 볼 수는 없어.’
이 또한 느낌이 다르다.
단순히 감이 좋아 날 눈치챘다고 보기엔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무언가 있다.’
놈의 감각엔 무언가 비밀이 존재했다.
그게 과연 전투에도 도움을 주는 건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하물며 반응을 봤을 때도 그래.’
내가 쏘아 낸 기감을 느끼고 날 찾아온 게 아니었다. 처음엔 그런 줄 알았는데. 두령이 했던 말을 보니 아님을 깨닫게 됐다.
‘놈은 그냥 알고 있던 거야.’
내가 마령산에 왔을 때부터. 두령은 눈치채고 있던 것이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 걸까.’
기감이 그렇게 넓고 명확한 건가? 단순히 그것만은 아닐 텐데.
‘유사도 감이 좋긴 했지만, 판이하게 달라.’
순전히 감이 좋다로 끝날 게 아니다.
기감을 넘어선 무언가다.
‘혹, 내가 도망쳤다고 한들, 위치를 알고 있는 건가?’
최악의 경우는 마령산에 있다는 것만으로 내 기척을 파악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빠져나가는 게 의미가 없다는 건데.’
목적은 마령산 내부에 있건만, 이곳에서 내가 뭘 하는지 놈이 다 알 수 있다고 한다면…….
‘일이 복잡해지잖아.’
어떻게든 두령을 죽이는 걸 목표로 둬야 한다는 점이었다.
“쯧…….”
혀를 짧게 찼다. 얻은 정보가 많지만, 상황이 다소 복잡했다.
‘애당초 이 땅 자체가 이상한 곳이야.’
이리 넓고 높은 태산에 어떤 생명체의 기척도 느껴지지 않다니. 이게 말이나 되나.
‘죽은 나무에도 생명은 살기 마련이거늘.’
생기를 잃은 고목에도 벌레는 살았고.
폐허로 무너진 곳에도 짐승은 터를 두고 지낸다.
어떤 상황이라 한들, 생명체가 사라지는 경우는 없다는 소리였다.
그럼에도.
‘여긴 어째서?’
마령산에는 어찌 무엇도 느껴지지 않는가.
거기서 오는 불쾌한 이질감이 자꾸 내 목뒤를 쿡쿡 찔렀다.
좀 더 파보라고.
이 상황에 무언가 알아내야 할 것이 있다고.
그렇게 본능이 날 쿡쿡 찌른다.
쿡쿡.
쿡쿡.
어찌나 그 감촉이 선명한지. 마치 진짜로 찌르고 있는 것 같은-.
쿡쿡.
쿡쿡.
……게 아니라 진짜 찌르고 있는 거였네?
“……뭐하냐?”
뒤를 돌아 천마를 째려봤다. 날 쿡쿡 찌르던 건 바로 천마였다.
“안 그래도 생각할 거 많은데, 왜 자꾸 난리야.”
“저기.”
“뭐.”
내 짜증에도 개의치 않은 천마가 손으로 어딘가를 가리킨다.
여전히 바위만 있는 태산이었다. 사방에 보이는 것과 전혀 다를 바 없는 배경이었다.
뭣도 없는 데 왜 가리키는 거야? 눈을 찡그린 채 천마를 보며 물었다.
“저게 뭐.”
“누군가 있어.”
“아니, 있기는 뭐가 있다는…… 어? 뭐라고?”
누군가 있다고? 천마의 말에 눈을 키웠다. 그러고는 즉시 심장에 힘을 준다.
기감을 사용하기 위함이다만, 저번처럼 극도로 넓히진 않았다.
혹여 두령이 또 반응할 수 있었으니까.
조심히 또 조심히. 천마가 가리킨 방향으로 기감을 넓혔다. 야금야금 파고든 기운이 점점 범위를 넓혀 멀찍이 날아간다.
그렇게 날아간 기운의 끝에서.
“……허?”
정말로 무언가 잡혔다. 이를 느끼며 헛숨을 터뜨렸다.
“뭔데 이건 또.”
당장 밤까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었는데, 이번엔 다르다.
기척이 느껴진다.
생명체의 기척이 말이다.
그것도.
“많잖아?”
한둘도 아닌 아주 많은 수의 기척이 느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