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RAW novel - Chapter (1019)
천하제일인의 소꿉친구 1020화(1020/1020)
기척이 느껴진다.
이에 곧바로 그곳을 향해 이동했다.
아무것도 없는 바위산.
단 하나의 생명체도 느껴지지 않아 당황하던 게 우습게, 내 기감에 무수한 이들의 기척이 느껴지고 있었다.
어찌 느껴지지 않던 게 이리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걸까.
나는 이를 확인하고자 천마와 함께 움직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공간을 발견하게 됐다.
다른 곳과 별반 다를 바 없이 바위로 가득한 곳이지만, 사람이 한 명 들어갈 수 있을 법한 틈새가 있었고.
그 너머로는.
‘있다.’
무언가가 보였다.
문처럼 보이는 공간 앞에 누군가 보초를 서고 있었다.
다만.
‘……인간은 아니네.’
사람은 아니었다.
아니, 만계에 와서 사람이라 할 걸 본 적이 없긴 하다만. 그나마 비슷한 것도 아니라는 뜻이다.
인간에게 짐승의 귀와 꼬리가 붙어 있던 월야족. 그들이 그나마 인간과 같다고 한다면.
‘저건 진짜 아니잖아.’
지금 내 눈에 비친 건 적어도 사람이라 부를 건 아니었다.
완전한 짐승.
월야족이 달빛을 받아 짐승이 됐을 때와 비슷했다.
두 발로 서있을 뿐 생김새는 인간과 판이했다. 정말 짐승 그 자체였다.
‘보기에는…… 개 같기도 하고?’
두 발로 서있는 개. 종류로 따지자면 그냥 들개같이 생겼다.
들개가 두 발로 서서 한 손에는 창을 잡고 있는 형태였다.
‘저건 또 뭐람.’
이제는 놀랄 것도 아니다. 걸어 다니는 도마뱀부터 작달막한 노인들도 봤는데. 저런 걸 본다고 뭘 놀랄까.
그저 중요한 것은.
‘생명체긴 하다는 거지.’
전혀 느껴지지 않던 기척이 기감에 수없이 잡히고 있다는 점이었다.
중심지는 분명 저 너머일 것인데.
‘음.’
사방이 바위로 가려져 있는 위치다. 심지어 저 문도 동굴 속에 있으니 뚫고 가려면 정면으로 가야 하는 건가?
살짝 뒤로 물러났다. 쓸데없는 마찰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
또 다른 길이 있지 않을까. 뒤로 물러나 그대로 도약했다.
하늘로 높게 올라 태산을 내려다봤다.
‘어디 보자.’
보기에는 여전히 그냥 바위로 이루어진 산이었고. 방금 본 동굴로 이어져 나타날 만한 공간은 하늘에서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되면 진짜 뚫고 가야 하는 건가?
‘쓰읍.’
어쩔 수 없이 힘을 써야 할 것 같아 떨떠름함이 올라오려던 찰나.
‘음?’
내려다보던 것에 무언가 이질적인 게 잡힌다.
두근.
심장을 툭 건드는 감각. 이를 느끼자마자 눈에 힘을 줬다.
심안이 떠지며 다시금 바위산을 살폈다.
그러자.
‘됐다.’
같은 듯 다른 풍경을 확인하며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탁-!
높게 올라 있던 몸을 바닥으로 착지했다. 방금 갔던 곳은 아니고, 그보다 높은 언덕 위였다.
내가 착지하니, 천마가 기다렸다는 듯 옆으로 날아온다.
신경 쓰지 않고 심안에 집중했다.
그러자 사방에 실이 뻗어 나온다. 눈앞에 금빛 실로 이루어진 막으로 가득 차올랐다.
이게 뜻하는 바는 하나다.
‘주술이다.’
마령산에 주술이 쳐져 있었다.
그것도 상당히 촘촘하게.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다행이라 말하면 이상하긴 한데. 마음속에서는 안도감이 차올랐다. 이렇게 사방에 주술이 쳐져 있다는 것은.
‘입구를 굳이 동굴로 안 가도 된다는 거지.’
다른 곳에 보일 시선을 주술로 막아놨다는 것이고. 이는 입구가 하나가 아니라는 뜻이기도 했으니까.
“어디 보자……”
이건 어떻게 이루어진 술식일까. 차분한 마음으로 하나하나 살폈다.
‘실의 구성 방식이 이런 건 또 처음 보네.’
거북이가 보여준 것들이나 지금까지 본 것과는 다소 다른 형태였다. 이런 식으로 쓸 수 있구나.
이리저리 살피다 갑자기 픽 웃음을 흘렸다.
‘미친놈인가?’
방금까지 상황이 복잡하다며 인상을 팍팍 쓰고 있었으면서, 주술이 있다는 걸 알자마자 속이 차분해지다니.
진짜 웃기지도 않았다.
스르륵.
손을 움직여 주술을 매만진다. 움켜잡으려 하진 않았기에 실을 통과해 손이 스쳐 지나갔다.
‘건드려도 되나.’
각을 살핀다.
이걸 잡아끌어도 될지, 아니면 다소 폭력적으로 입구를 뚫고 들어가 볼지.
그런 고민이 잠시 스치지만, 이미 답은 내려놓은 상태였다.
실을 통과해 움직이던 손에 변화를 줬다.
우우우웅—!!!
심장이 반응한다. 그간 웅크려있던 주술의 고리가 살짝 회전했다.
그 순간.
지잉-!!
사방으로 뻗쳐있던 실 중 몇 가닥을 잡아냈다. 그대로 호흡을 멈췄다. 내 오감이 모조리 실에 집중된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뻗어져 있는지, 이 실의 구성은 어찌 되어 있는지.
잡고 있는 끝에는 무엇이 있는지.
그 모든 걸 파악하고자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기이이이잉.
그와 동시에 고리도 공명하듯 속도를 높이고, 그럴수록 실을 만지는 손에도 힘이 들어갔다.
자칫 잘못 만지면 끊어질 것이다. 그만큼 실은 곱고 얇았다.
그걸 알면서도 내 손은 거침이 없다. 남이 보면 실이 끊어지든 말든 상관없어 보일 것이다.
하나.
‘……여기서 뒤로.’
거침이 없다고 생각이 없는 건 아니다.
손끝과 만지는 실에 모든 감각을 집중하고 있었다.
실수하면 곤란해질 게 뻔하지만, 그와 별개로 망설이지 않을 따름이다.
이상하게 예전부터 그랬다. 주술을 처음 접했던 그 시기부터, 잔걱정이 더럽게 많은 성정을 지녔으면서도, 주술을 대하기만 하면 망설임이 사라진다.
마치 스스로가 어찌 행동해야 할지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뒤로 엮은 걸 다시 매듭을 짓고.’
양손이 빠르게 움직인다. 손가락이 움직일 때마다 허공이 짧게 요동쳤다.
‘지은 매듭을……’
우우우웅—!! 그에 따라 기운이 빨려 나간다.
개의치 않았다.
‘다시 한번 더 엮는다.’
그저 지금 하는 행동에만 집중해 연달아 실로 매듭을 엮었다.
그대로 찰나가 흐른다. 눈치챘을 땐 실들을 전부 끄집어내 한 매듭으로 묶었다. 복잡하고 뒤엉킨 듯 보이나 안에는 일정한 법칙을 수놓았다.
“……후.”
지친 한숨을 내쉬며 마무리로 손을 뻗었다.
뻗어진 손이 매듭 위에 만들어둔 고리를 잡았고, 그대로 사뿐히 잡아당기니.
후아아아아아아아—-!!!
묶여 있던 실이 한순간에 풀려나가며 펼쳐진다. 그 모습이 마치 금빛으로 만든 꽃과 같다.
찬란히 빛을 내며 퍼져나간 꽃이 내 시야를 가득 채워냈다.
아름답다. 요동친 실에서 떨어진 빛에 눈이 다 밝혀질 지경이다.
나도 모르게 살짝 감탄하며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데.
우우웅.
실이 모두 펴지기 무섭게 눈앞에 허공이 일렁였다.
여러 색이 뒤엉킨 듯 점점 공간을 일그러뜨리더니.
“오.”
이내 보이는 광경을 모조리 뒤바꿔버렸다.
바닥이 전부 바위로 이루어진 곳이었는데, 그게 연기처럼 사그라들더니, 숨겨져 있던 공간이 모습을 드러낸다.
마치 구름이 개인 것만 같았다.
나타난 것은 커다란 원형 산맥 속 또 다른 지역이다.
“……이것 봐라?”
이를 보며 살짝 놀랐다. 나무나 풀이 쥐뿔도 안 보였었는데. 나타난 산맥에는 그런 것들이 잔뜩 자라나 있었다.
어여쁜 풍경이다. 보기만 해도 절로 그런 말이 나올 지경.
계곡에 졸졸 물이 흐르고, 청녹색에 수풀이 우거져 있었다.
방금까진 느껴지지 않던 생기가 담긴 풀 내음이 코를 스친다.
그걸 느끼며 천마를 쳐다봤다.
“가자. 금방 닫힐 거야.”
주술은 완전히 해제하지 않았다. 눈가리개용이라는 걸 알고 있을뿐더러, 전체를 다 해제 했다간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기에, 간단히 들어갈 찰나만 만들어 냈다.
조금 있으면 다시 천장을 가리고 있던 것들이 차오를 것이다.
그 전에 들어가야 했기에, 천마와 함께 안으로 내려갔다.
툭-!
높은 위치에서 떨어져 가볍게 착지했다.
방금까지 돌바닥에 있었는데, 이곳은 봤던 것처럼 흙바닥이었다.
게다가.
“……가짜는 아니네.”
밖에서 느껴지던 기척들이 가짜가 아니라는 듯, 공간에 들어오자마자 사방에서 기척이 느껴진다.
짹 짹-!
나무에 올라가 있는 새 소리는 물론이오.
찌르르르륵–!!
풀숲에서 울고 있는 풀벌레 소리까지.
들리지 않아 어색하던 것들이 싹 다 들려오고 느껴졌다.
이를 느끼며 주변을 살펴보고 있을 때.
우우우웅-!!
허공에서 진동이 느껴진다. 진짜 진동하는 건 아니었고, 주술이 다시 작동하며 천장을 가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짙은 구름 같은 안개가 천장을 다시 가린다.
신기한 건 가리는 것 같이 보였는데, 반투명하게 밖은 다 보인다는 점이다.
자홍빛으로 물든 하늘이 그대로 눈에 들어온다.
저 말인즉슨.
‘밖에선 안 보이고, 안에선 밖을 볼 수 있다는 소리인가.’
이건 또 신기하네.
‘화산파는 그냥 공간 자체를 형성하고 있었는데.’
여긴 그저 가림막이라는 건가. 마음 같아선 조금 더 면밀히 살펴보고 싶었다.
하여, 슬쩍 심안을 켜 주술을 더 깊게 쳐다보려던 찰나.
“실례하겠습니다.”
“……!”
옆에서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뭐야……?”
하얗고 작은 나비 한 마리가 내 앞에서 날갯짓을 보이고 있었다.
“어디서 찾아오신 것일지 모르겠으나, 하찮은 것이 감히 존귀한 분을 뵙습니다.”
나비에게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듣기로는 여인의 목소리였다.
“……이건 또 뭐지?”
당황한 시선 그대로 말을 물으니.
“저는 이곳을 책임지고 있는 영령이라 하옵니다.”
나비는 자신을 그렇게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