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RAW novel - Chapter (1162)
천하제일인의 소꿉친구 1162화(1162/1162)
격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무어라 설명하기 참 어려운 기운이었다.
정말 단순히 존재감, 혹은 그 안에 품은 그릇의 가치.
그도 아니라면 그들이 쌓아 올린 깨달음.
무인으로서 설명하자면 그런 것들로 하여금 탑처럼 층층이 쌓인 것들이라 평가할 수 있겠으나.
‘……이건 달라.’
주인이라 불리는 존재들의 격과 분위기는 무언가 달라도 한참 달랐다.
같은 인간이라 볼 수도 없을뿐더러. 지고하면서도 위대한 무언가.
보는 것만으로도 무수한 경외감과 압도적인 절망감을 동시에 선사하는 기운이다.
절대 넘을 수 없다.
마치 하늘 위에 또 다른 하늘이 존재한다는 듯.
있을 수도 없고 감히 쳐다보는 것조차 힘든 무력감을 주는 이들.
그게 내가 생각하는 주인들의 기운이었다.
그래.
‘마치 어머니나 태천이라는 그놈처럼.’
한 세상을 관리하고 생명과 연결된 주인이라 불리는 신적 존재들.
그들을 볼 때 느껴지던 기운이 바로 그것이거늘.
‘그게 어찌.’
조부에게서 느껴지는 걸까.
화르르르륵.
차츰 타오르는 불꽃. 원래보다 더욱 하얗게 변한 피부.
인간의 모습이나 그렇다고 하기엔 더없이 이질적인 모습이며, 더불어.
‘……아득하다.’
너무나 높은 격이 느껴지는 한편. 반대로 그 무엇도 느껴지지 않을 수준이었다.
스윽.
“……!”
조부의 시선이 일순 내게 향한다. 그 눈을 마주한 순간 심장이 덜컹였다.
기이이이잉-!!
‘젠장. 가만히 있어라 제발.’
본능적으로 무언가를 느꼈는지 몸이 제멋대로 움직였다. 안에 잠가 놓은 구염화륜공이 폭주할 듯 날뛰려 하며, 잡아놨던 투아파천무가 신경을 곤두세웠다.
‘진정해 망할 놈들아.’
내 기운이지만 기운을 휘어잡기 힘들다.
안 그래도 경지를 죽여놓은 탓에 더 그랬다.
“후우우-…….”
짙은 한숨을 쉬며 상황을 파악하려던 찰나.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콰가가가가강–!!!
엄청난 기압을 터뜨리며 패존의 웃음소리가 지면에 울려 퍼졌다.
“좋다. 좋구나.”
광기 어린 웃음을 지은 패존이 조부를 마주했다.
“그래, 그걸 꺼내야지. 그래야 이쪽도 진심을 보여주지 않겠느냐.”
콰드드드득-!! 쿠르르릉-!!
파천호운이 다시금 움직였다. 몸을 둘러싸고 있던 기운이 더욱이 견고해진다.
그대로 패존이 제 주변에 구름을 움켜잡더니.
“제대로 해보자꾸나.”
직전과는 수준이 다른 투압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쿠그긍–!!!
지면이 울린다. 아까 느껴지던 진동감보다 배는 높게 느껴졌다.
쿵-! 쿠르르릉-!!
‘……미쳤네.’
조부의 상태도 그렇지만.
패존의 상태도 이상하다.
‘대성 못했다고 하지 않았나?’
알기로 패존은 투아파천무를 완성하지 못한 상태다. 하면, 저 무공은 끝내 대성을 이루지 못했다는 의미인데.
‘……근데도 저 수준이라고?’
주인의 격.
인간의 기운이라 볼 수 없는 조부의 기운에 패존의 투아파천무가 대항하고 있었다.
마치 밀리지 않겠다는 듯. 그뿐 아니라 아예 잡아 뜯어버리겠다는 듯 말이다.
“간다.”
쿵-!
패존이 그대로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파천호운이 패존을 따라 길을 만든다.
패존이 잡아 휘두른 구름이 크기를 거대하게 키웠고. 그대로 커진 구름이 하늘을 뒤덮는다.
“부서져라.”
호운영쇄(浩雲永刷).
쿠우우우우우우웅–!!!
적천을 뒤덮은 파천공이 구름이 되어 추락하고.
“…….”
조부가 그걸 보고 손을 하늘 위로 뻗어냈다.
그러자.
퉁-!
콰아아아아–!!!
손끝이 아닌 적천에서 균열이 이르고는 불기둥이 쏟아졌다.
불꽃은 내려찍던 파천공에 구멍울 뚫어냈다.
콰르르륵-!!!
“이런 젠장-!”
불의 양이 얼마나 많은지 불기둥에서 튀어나온 불꽃이 사방에 분사한다. 다급히 도약해 날아올랐다.
마치 불꽃으로 바다가 만들어진 것처럼 땅이 지글지글 타올랐다.
‘아오 썩을-.’
조금만 늦었으면 옷이고 뭐고 다 탔을 것이다.
‘뭐 이렇게 까지 해?’
비무의 수준을 이미 넘었다. 저 미친 인간들은 이 주변을 다 지워버릴 생각인 것 같았다.
그렇겠지.
쿠아아아-!!!
한 번에 하늘을 휘두르고 지면이 사라지는 불꽃이 터지는 싸움이다.
이건 거의 뭐.
‘……삼존과 천마가 싸우던 그때 수준이야.’
천마 혼자 삼존을 전부 상대하던 그때의 모습.
난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전해 듣기로 그때와 다르지 않을 것 같았다.
이 말인즉슨.
‘이 싸움이 그 수준이라는 건가?’
그렇게까진 아니어도 엇비슷하진 않을까 싶었다. 하면.
‘……아버지도 저만큼 강한 게 아닐까.’
조부의 모습에서 주인의 격을 느낄 정도라면.
내가 아는 아버지도 실상 저런 걸 할 수 있다는 거 아닌가? 문득 그런 생각이 스쳐 지금의 아버지를 쳐다봤다.
화르륵.
아버지는 불꽃을 두른 채 허공에서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주 큼지막하게 눈을 키운 채 말이다.
‘놀랐나 보네.’
어떻게 안 놀라겠어.
저것도 무공이라 표현해야 할까?
‘……일단 조부 쪽은 아니야.’
확실한 건 한쪽은 아니었다.
구염화륜공. 그것도 무공이기는 하다만.
‘느낌이 전혀 달라.’
이건 단순히 구염화륜공에서 오는 게 아니다. 저 이질적인 상태.
enN1WnIzcFhHMVJuR0JvdkNPc013OVkrTkRaWHF1YWQrbFR1c1ZnL2MvTTZMUjlYT2wrOUVUWGxSSGtyYjlFSA
저것이 원천이 되어 쏟아내는 힘이었다.
말도 안 되는 화력에 눈이 절로 향한다만.
‘……그렇게 따지면 패존이 더 이상하지.’
그런 기운을 상대로 본인이 만든 무공으로 맞서는 노인네.
내가 보기엔 패존이 더 이상했다.
저 양반 진짜 인간이 맞나? 조부는 아닌 것 같은데 패존은 뭘까.
‘……어처구니가 없네.’
무인들의 싸움을 한참 넘은 무언가.
그런 격전이 계속되고 있을 때.
후우우우-!!!
패존에게서 이변이 일어났다. 그가 몸에 두르고 있던 파천호운을 한곳에 응축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어?’
그걸 보며 내가 눈을 키웠다.
형태는 다르나 심안으로 보는 기운의 움직임이 익숙했다.
‘저거…….’
파천이다.
패존이 파천을 시전하고 있었다.
‘……저 인간이.’
이 시대의 패존은 파천을 만들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저건 내가 보여준 것을 그대로 따라 하고 있다는 의미다.
‘하.’
한 번 보고 나서 바로 따라 한다고? 애당초 본인 무공이긴 했어도 대단한 일이었다.
“…….”
패존의 손에 모여드는 기운. 그걸 본 조부가 한 손을 가볍게 펼쳤다.
화륵.
그곳에 차츰 불꽃이 응축되는 게 보였다.
‘……염옥.’
패존이 파천을 시도한다면.
조부, 구성열은 염옥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훨씬 더 짙고 훨씬 어마어마한 기운을 담은 무언가를 말이다.
‘……진짜 미친 인간들 같으니.’
그걸 보고 침음을 삼켰다.
‘저걸 둘 다 터뜨리면 큰일 날 거 같은데.’
딱 봐도 기운의 양이 심상찮다.
저게 맞붙어 파장을 일으킨다면. 이 일대가 전부 사라져도 이상할 게 없으리라.
‘튈까?’
아저씨들 자존심 싸움에 다칠 바에 지금이라도 튀는 게 맞지 않을까.
진심으로 고민할 즈음.
“간다.”
패존이 이글거리는 눈을 하고 말했다.
“…….”
구성열도 준비가 됐는지 그대로 염옥을 발산하려던 순간.
“흐읍……!”
“아. 그만하지.”
“……응?”
화륵-!
대뜸 구성열이 들고 있던 염옥을 회수한다. 뒤이어 몸의 상태도 순식간에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엥? 뭐? 지금 뭐 하는 게냐.”
싸움이 멈추니 패존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소리쳤다. 잘 싸우다가 왜 갑자기 멈추냐는 따짐이었는데.
“허락 못 받았다.”
“……뭐?”
“이렇게까지 할 거라고, 부인에게 허락을 못 받았다.”
“……정신 나간 놈이 뭐라는.”
“돌아가지.”
갑자기 진연령 얘기를 꺼낸 구성열이 그대로 등을 돌려 불꽃을 둘렀다.
파아악-!!
순간 불씨가 터지더니 구성열이 선을 그으며 날아갔다.
“허……?”
제멋대로 사라진 구성열을 보며 패존이 헛숨을 터뜨렸고.
“…….”
“……뭐야 이게?”
나와 아버지도 어안이 벙벙한 상태가 서 있어야 했다.
어이없지만.
진짜 싸움이 그렇게 끝이나 버렸다.
* * *
“개 같은 놈이……! 또 제멋대로!”
구성열이 사라진 다음, 패존은 화가 상당히 많이 났는지 씩씩거리며 사라졌다.
화가 어지간히 난 것 같았다.
문제는 그렇게 사라져 버리면 나와 아버지만 남게 된다는 건데.
“…….”
“…….”
우리는 상당히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구가로 돌아와야 했다.
그곳에 계속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어쩔 수 없었다.
“먼저…… 그. 가 보겠습니다?”
대화 한마디도 없던 복귀. 그 불편하고 자욱한 분위기가 참 싫었다.
조부와 패존의 싸움은 어땠나. 그런 걸 복기하며 말이라도 걸까 싶었지만.
‘……무섭네.’
아버지는 말 걸지 말라는 표정으로 계속 앞서 움직이기만 하더라.
구가에 와서도 인사하기도 전에 사라져 버렸으니.
“음…….”
이젠 뭐 어쩌지?
홀로 남아 머리만 긁적여야 했다.
다만.
‘수확이 없던 건 아니지.’
패존의 무공에서도 그렇고 구성열의 모습에서도 그렇고.
나는 여러 가지를 얻을 수 있었다.
‘뭔가 올 듯 말 듯하단 말이야.’
얕은 깨달음.
알지 못하던 걸 얻어낸 것에서 온 기회였다.
‘……잘만 잡으면.’
여기서 옷깃만 잘 잡는다면, 또 무언가를 얻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머리를 잠깐이라도 굴리고 있으려는데.
“어땠지?”
“우악! X발!”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야 했다.
“헉……허억…….”
“…….”
뒤에서 나타난 인물은 구성열이었다.
“……뭡니까? 언제, 언제 오셨어요.”
이 양반은 귀신도 아니고 갑자기 어디서 나온 거야? 쿵쿵거리는 심장을 억지로 진정시켜야 했다.
놀란 숨을 그렇게 죽이고 있을 때.
“어땠느냐 물었다.”
“……뭐가요?”
구성열이 의아한 걸 물어왔다.
뭐가 어땠냐는 거지?
“보았잖느냐.”
“봤냐면……아.”
혹시.
“……가주님이 했던 그거 말입니까?”
주인의 격을 몸에 둘렀던 형태. 이를 뜻하는 건가 싶었는데.
“맞다.”
구성열은 긍정을 내놓았다.
“그게 뭐 어땠냐면…… 글쎄요? 뭐라고 해야 할까요? 신기하던데요.”
“…….”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대성에 이르러 사용하는 비기와는 느낌이 다르다고 할까?
한데, 내 대답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구성열의 미간이 살짝 좁아진다.
“가주님? 또 뭐가…….”
“해 봐라.”
“예?”
“눈앞에서 지금 해보란 말이다.”
“…….”
그걸 듣고 똥 씹은 표정을 지어야 했다.
“……모르는데 어떻게 합니까?”
할 줄 모르는데 그런 걸 어떻게 해.
당황스러운 말에 내가 대답을 꺼내지만.
“할 수 있다.”
“……무슨.”
“너는 이미 할 수 있다. 깨닫지 못한 게냐? 격은 진즉에 이루었다. 너는 이미…….”
말을 듣고 몸을 굳혔다. 격을 이미 이루었다고?
“주인으로서의 격을 이루고 있느니라.”
예상치 못한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