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283
“그런 일이 있었구나.”
입에 꼬치를 집어넣은 채 단우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단소미가 툇마루 위에 앉아 다리를 흔들며 빤히 그것을 바라봤다.
군침을 흘리는 모습을 보니 먹고 싶은 모양이다.
그러나 단우현은 일부러 신경을 쓰지 않았다.
아까부터 빤히 쳐다보는 단소미가 귀여운 탓에 조금 더 괴롭히고 싶은 듯했다.
단소미가 슥 하며 꼬치를 향해 손을 뻗자 단우현이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무공이라는 건 말이다 어떻게 쓰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너는 너를 위해 썼으니 올바른 일을 한 것이지.”
“으…….”
더 이상 단소미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눈앞에 있는 꼬치를 먹고 싶다는 일념뿐.
처음으로 무공을 의지대로 썼다는 자부심조차 이 자그마한 아이의 표정에는 없었다.
“하지만 대단하구나. 기예 하나 익히지 않았는데 단박에 제압을 하다니…… 나를 닮아서 그런가?”
“그런 거 아무래도 좋으니까, 소미 줘요…… 주세요!”
결국 단우현에게 들러붙은 단소미가 손을 뻗어 꼬치를 빼앗았다.
한입 먹은 흔적 따윈 조금도 신경을 쓰지 않고 앙! 하며 깨물었다.
입안 가득 퍼지는 맛에 단소미가 환한 웃음을 지었다.
“맛있느냐?”
“네! 장 아저씨가 한 요리는 세상에서 제일 맛있어요.”
“그래…… 다행이구나.”
단우현이 웃음을 지었다.
그는 단소미의 입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입맛을 다시며 다른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장삼태가 콧노래를 부르며 꼬치를 손에 쥐고 있는 게 보였다.
세가 사람들에게 나눠 주고 남은 마지막 꼬치 같았다.
“삼태야.”
“예?”
뜬금없는 부름에 장삼태가 서둘러 단우현을 향해 다가왔다.
입가에 한껏 미소가 맺혀 있었는데, 오랜만에 만든 꼬치가 제법 잘 익었기 때문이다.
이 정도라면 악양 저잣거리에서 파는 꼬치보다 더 비싼 값에 팔 수 있을 것 같았다.
“잠시 줘 봐라.”
장삼태가 아무런 생각 없이 꼬치를 내밀었다.
그의 얼굴에는 설마 하는 감정조차 없을 만큼 순수했다. 다른 사람도 아닌 단우현이 고작해야 꼬치를 빼앗아 먹는다고 조금도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손에 꼬치를 받은 단우현은 얼른 한입 베어 물었다.
“뭐…… 뭐하시는 겁니까요?!”
“보면 모르냐? 먹는 거지.”
“아니…… 제 건뎁쇼?”
“먼저 먹는 사람이 임자 아니더냐.”
장삼태가 부르르 입꼬리를 떨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사람이 들고 있던 것을 빼앗아 마음대로 먹는 법이 어디에 있는가?
처음 맛볼 때 한 점 먹은 것을 제외하면 아직 제대로 먹지도 못한 그였다.
휙 하고 시선을 돌리자 단소미는 이미 가지고 있던 것을 전부 먹어치운 상태.
그럼에도 모자란 듯 단우현의 꼬치를 노리고 있었다.
“다시 주십시오.”
“……내가 먹던 거다만?”
“그래도 괜찮아요. 소미는 잘 먹는걸요.”
“아니, 내가 먹을 건데?”
“소미 건데요?”
장삼태와 소미가 서로를 노려봤다.
평소 잘 싸우지 않는 이들이었기에 제법 놀라운 일이다. 중간에 끼어 있는 단우현은 그저 웃음을 지으며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줄 생각은 티끌만큼도 하지 않는데 저들끼리 난리다.
또다시 크게 꼬치를 물며 옆을 돌아봤다.
“……맛있어 보이네요.”
단우현의 곁으로 다가온 것은 다름 아닌 제갈연이었다.
흙을 뒤집어쓰고 있는 그녀는, 털면 먼지가 자욱하게 날릴 것 같은 느낌이었다.
단우현이 슬쩍 엉덩이를 들어 옆으로 움직였다.
먹는데 먼지 풍기지 말라는 시선을 보냈다.
“바라지도 않았어요. 그보다 그 이야기 들으셨나요?”
“뭐가 말이냐.”
“이번 무림대회에 천도회 후기지수들이 출전한다고 해요.”
“안다.”
이미 남궁소혜와 함께 만난 적이 있었다. 기세등등했던 여인과 사내 한 명이 유난히도 눈에 띄는 이들이었다.
아마도 중심이 되는 자들일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금왕부의 대표로 출전을 한다고 하네요.”
제갈연은 작은 한숨을 내쉬며 툇마루에 앉았다. 이미 등록이 끝난 상황이니, 출전하는 이들 중 경계해야 할 자들의 명단을 파악하는 중이었다.
그런 것쯤 하오문을 이용하면 쉬운 일이다.
그때, 제갈연이 발견한 것이 바로 후기지수들의 이름이었다.
다소 놀랍기는 했지만 금왕부와 천도회의 관계를 생각해 본다면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다.
“전부 제갈운의 예상대로구나.”
단우현이 실소를 머금으며 웃었다.
제갈운은 틀림없이 천도회와 금왕부가 나설 것이라 예견했다.
금왕부는 대대로 제갈세가와 인연이 있었고, 그렇기에 다른 팔대세가들 또한 자연스럽게 안면을 익히게 되었다.
그 인연을 이용해 날개를 펼치려 할 것이다.
제갈운이 했던 말 중 무엇 하나 틀린 것이 없었다.
“한데, 그것들이 호들갑을 떨 만한 것들이더냐?”
그의 질문에 제갈연이 질끈 입술을 깨물었다.
물론 어렵다고 생각을 한 것은 아니다.
사실상 남궁소혜와 소림이 빠져 있는 후기지수들은 그리 대단한 적수라 할 수 없으니까.
하지만 한 사람만은 다르다.
당문혜.
사천당가의 금지옥엽이자 후기지수 중에서도 유난히 독보적인 실력을 지닌 그녀.
남궁소혜와 쌍벽을 이룬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으니, 결코 만만하게 보아서는 안 되는 여인이다.
그런 여인마저 상대를 해야 한다니 절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
“헤헤, 후기지수들 따위 아무래 좋지 않습니까? 이 삼태가 후다닥 우승해서! 장주님께 상금을 바칠 겁니다요.”
“하하, 너만 믿으마.”
“헤헤헤.”
장삼태가 슥슥 손을 비비며 단우현에게 다가왔다.
바라는 것이 있는지 눈동자에 기대가 가득했다.
그것을 깨달은 단우현이 슬쩍 꼬치를 내밀었다.
“먹어라.”
“감사합니다, 장주님!”
이제 반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은 것이기는 하지만, 장삼태가 넙죽 고개를 숙이며 꼬치를 받았다.
제갈연이 질린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아무렴 어떤가.
배가 고픈 장삼태에겐 수백 년 묵은 영약보다 진귀한 것이다.
곁에 있던 단소미가 장삼태의 옷깃을 잡아끌며 지그시 올려다봤다.
장삼태는 말없이 고개를 돌리며 그 시선을 외면했다.
* * *
검은 그림자가 하늘을 뒤덮었다.
어둠 탓에 무엇이 날아다니는지조차 알 수가 없는 상황이었지만, 무언가가 슬금슬금 움직이고 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어둠을 틈타 움직이는 그것은 왠지 모르게 기이했다.
그림자는 사람이 있는 곳을 향해 조심스레 움직이다, 이내 단박에 먹이를 가로채듯이 손을 뻗어 지나가는 이의 목을 붙잡았다.
우득-!
“커억!”
그대로 목을 꺾어 버리니 신음조차 제대로 새어 나오지 않았다.
한참 동안 부르르 몸을 떨던 이가 축 늘어지자 그림자는 만족스런 표정으로 단전에 손을 올렸다.
죽은 이의 몸에서 서서히 흩어져 가는 공력이 느껴졌다.
흩어져 가는 그것을 가로채듯 흡기공을 펼치니,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내공이 그의 몸에 차근차근 쌓이기 시작했다.
“좋구나.”
눈을 번뜩인 그가 웃음을 지었다.
목내이처럼 말라 버린 시신을 들고 지붕 높이 올라갔다.
품에서 작은 병 하나를 꺼내 안에 든 내용물을 시체에 한두 방울 뿌리자, 퀴퀴한 냄새와 함께 뼈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이런 곳에 무슨 볼일이 있다고 그 녀석은…… 쯧.”
혀를 찬 그는 주위를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늦은 밤이기는 하지만 사냥감이 넘쳐났다.
무림대회가 열린다고 하였던가? 그 덕분에 먹을 만한 것들이 상당히 늘었다.
그럼에도 사내는 상당히 불만족스러웠다.
“나를 여기까지 보낸 이유가 고작 사냥이나 하라고 하는 것은 아닐 테고…….”
영문을 알 수 없는 명령 탓이다.
금주만 아니었다면 그 녀석을 단박에 잡아 죽여 버렸을 터인데, 그놈의 금주가 영혼까지 옥죄고 있으니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누군가를 죽이면 되는 건가?
아니면 이곳을 혼란에 빠트리면 되는 건가?
사내는 한참 동안 생각을 하다 이내 인상을 썼다.
“빌어먹을 만후량…… 정말로 단순한 감시는 아닐 텐데 말이지…….”
사내는 훌쩍 몸을 날렸다.
그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다시 한번 장사 전체를 뒤지기 시작했다.
* * *
“사람이 사라진다고?”
이른 아침, 급하게 세가를 찾은 홍원창이 땀을 뻘뻘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 이틀 사이에 실종된 이들만 십여 명에 달한다.
그 흔적조차 찾을 수가 없기에 난감하기 짝이 없다.
포졸까지 풀어 인근을 샅샅이 수색하고 있기는 하지만, 어디로 갔는지 또 어떤 일을 당했는지 전혀 알아낼 수가 없었다.
“그게 무슨 말인가. 갑자기 하늘로 솟구친 것도 아닐 테고, 땅으로 꺼진 것도 아닐 텐데 사라지고 흔적도 없다니?”
남궁천마저 기이한 표정으로 물었다.
사람이 움직이면 그 흔적이 남기 마련이다. 하여, 추적에 능한 이들을 몇 붙이기만 한다면 능히 실종자들을 찾아낼 수 있을 터.
그럼에도 전혀 찾을 수 없다는 것은 그 존재 자체가 아예 없어졌다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런 일이 과연 가능한가?
“실종된 이들은 낭인 중에서도 제법 고강한 무예를 지닌 이들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더욱더…… 이상합니다.”
홍원창은 사라진 자의 동료가 해 준 이야기를 들었다.
술을 마시고 함께 길을 걸어가던 중 짧게 들려온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한다.
재빠르게 뒤를 쫓았으나 검은 그림자만 눈에 들어왔다고 진술했다.
그 그림자는 너무나 빠르고 날렵하여 한순간에 저 먼 곳으로 사라져 버렸고, 도무지 종적을 찾을 수도 없었다고 했다.
“검은 그림자라…….”
남궁천이 힐끗 사도학을 바라봤다. 그런 종류의 무공은 마교가 더 잘 알 터이니 혹 아는 것이 있는가 싶어서다.
그러나 사도학은 고개를 저었다.
검은 그림자를 만드는 은형술이 한두 개도 아닌 데다, 은형술을 쓰며 사람을 제압하고, 경공을 펼쳐 빠르게 사라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 두 가지 무공을 자유자재로 쓰는 이가 있다면 이름을 기억하고 있을 텐데 딱히 생각나는 이가 없었다.
그때, 가만히 듣고 있던 장삼태가 무언가가 생각났는지 단우현과 홍원창을 바라봤다.
그 표정 때문인가?
모든 사람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장삼태를 향했다.
“뭔가 아는 게 있으면 말해 보게!”
홍원창이 장삼태를 다그쳤다. 급한 사안이다 보니 조금이라도 얻을 수 있는 단서가 있다면 그만큼 좋은 것은 없었다.
장삼태가 힐끗 단우현의 눈치를 살폈다.
“저…….”
“말해 봐라.”
슬쩍 뜸을 들이다 단우현의 허락이 떨어졌다.
장삼태가 비장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림자는 원래 검은색 아닙니까?”
“…….”
주위에 있던 모든 이들이 말문이 막혔다.
그저 공허한 표정으로 장삼태를 바라봤다.
이윽고 단우현의 손이 가볍게 움직였다.
“끄아아악!”
곡소리가 하염없이 메아리쳤다.